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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초대석] 허준영 신임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의 취임 일성(一聲) - “젊은 보수 키우겠다”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깨끗한 조직 운영, 국민신뢰 회복이 과제… 외교관, 경찰관, 공기업 사장 등 다양한 공직 거친 경험이 자양분 될 것 

최경호 월간중앙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보수단체의 맏형’을 자부하는 한국자유총연맹이 2월 25일 새 수장을 맞았다. 총 4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허준영(63) 전 경찰청장이 총 371표 중 181표를 얻어 제15대 회장에 선출됐다. 허 회장은 “회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자유총연맹을 만들어가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허준영 제15대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은 “150만 회원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자유총연맹을 만들어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목멱산(木覓山) 정기 가득한 서울 장충동에 자리한 한국자유총연맹. 1954년 창립된 자유총연맹은 보수단체의 ‘맏형’을 자부하며 차근차근 성장해왔다. 회원 수만도 15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1년 반 동안 회장 두 명이 잇달아 구설에 오른 뒤 낙마하면서 이곳 분위기가 적잖이 가라앉았다. 자유총연맹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따가웠고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명환 전 회장이 물러난 지난해 8월 이후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던 자유총연맹은 2월 25일 새 회장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를 실시했다. 선거에는 허준영(63) 전 경찰청장을 비롯해 이동복(78) 전 국회의원, 최승우(74) 예비역 육군소장, 이오장(62) 전 자유총연맹 서울시지부 회장 네 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투표에는 부회장·중앙이사 등 임원과 시·도지부 회장, 시·군·구 지회장 등 총 454명이 참여할 수 있다. 454명 가운데 371명이 투표권을 행사했고, 181표를 얻은 허 후보가 회장에 당선됐다. 임기는 전임 회장의 잔여임기인 2016년 2월까지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월간중앙>은 3월 5일 오후 서울 장충동 자유총연맹 회장 집무실에서 허 신임 회장을 만났다. 3월 24일 취임식을 앞두고 업무 파악에 여념이 없는 허 회장은 “150만 회원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연맹을 만들어나가겠다”며 차근차근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허준영 회장은 경찰청장에 재직 중이던 2005년 독도를 방문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경찰총수의 독도 방문은 당시 허 청장이 최초였다. / 사진·중앙포토
당선을 축하합니다. 취임식 준비는 잘돼가시는지요?

“공식 취임식은 3월 24일 열리지만 회장 업무는 2월 25일 당선과 동시에 시작됐습니다. 당선 직후부터 연맹의 현황 및 사업·활동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는 한편 여러 인사를 만나 조언을 들으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공직을 비롯해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최근 자유총연맹에 와서 겪는 여러 가지 환경변화는 마치 사회생활 ‘초년생’ 때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요. 취임식은 자유센터(서울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 본부) 야외강당에서 가질 예정이며 각계각층 여러분을 모시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뵈니 60대 중반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활력이 느껴집니다.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외교관의 길을 걷다가 경찰에 투신 했습니다. 초임 서장 때 경찰서 전 직원과 ‘1대 1 마라톤 미팅’을 한 적이 있지요. 매일 아침 서장인 저와 경찰관 1명이 경찰서 정문에서 만나 함께 10㎞를 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해장국 한 그릇을 먹는 특별한 만남이었죠. 딱딱한 사무실에서 면담을 하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컸습니다. ‘마라톤 미팅’을 통해 경찰관 개개인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것이 나중에 인사를 할 때도 크게 도움을 줬습니다.”

허 회장은 외교관 초년병 시절, 영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어느 날 허름한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는데 가방을 통째로 도둑맞았다. 가방 안에는 그가 분신처럼 아끼던, 온간 메모가 담긴 노트들이 담겨 있었다. 허 회장은 그 노트를 찾기 위해 1주일 넘게 인근 경찰서를 전전했다. 끝내 노트는 되찾지 못했지만 허 회장은 대신 더 소중한 것을 얻었다고 한다. 국민으로부터 무한신뢰와 존경을 받는 영국경찰을 보고 감동받았던 것이다. 그는 그 후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투신했다. 존경받는 경찰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

그동안 경험한 외교관, 경찰관, 공기업 사장 자리와 자유총연맹 회장이란 자리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외교관, 경찰관 등은 제가 개인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유총연맹 회장이라는 자리는 무보수 명예직입니다. 국민에게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게 저의 소명일 것입니다. 허준영이라는 사람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만큼 커왔습니다. 국민에게 받은 세금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사심 없이 직분을 수행해보려 합니다.”

전임 회장 두 분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도중하차했는데 후임자로서 어깨가 더 무거우실 것 같습니다.

“지난 일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절대 없어야겠지요. 아시다시피 현재 자유총연맹은 재정을 비롯해 조직 전반에 걸쳐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게 사실입니다. 특히 몇 년 동안 중앙에서 발생한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많은 회원이 자괴감이 든다는 호소를 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긍지와 자존심,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신임 회장으로서 저에게 맡겨진 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몸살을 앓고 있는 연맹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청렴하게 이끌어 회원들의 자부심을 되찾게 할 것입니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점에 150만 회원을 가진 국내 최대 보수단체의 수장이 된 것은 국가가 저한테 내려준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맹을 개혁하는 일에 성실히, 그리고 더 낮은 자세로 전념하겠습니다.”

“회장은 리더십과 도덕성 갖춰야”

외부에서 보셨던 자유총연맹은 어떤 조직이었습니까? 또 어떤 계기로 회장 선거에 출마를 결심하셨습니까?

“한국자유총연맹은 이념운동단체이며 통일운동단체인 동시에 자원봉사단체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그 기반 위에 선진조국과 통일 한반도 시대를 건설하는 데 설립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아울러 각종 봉사활동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실제 전국 150만 회원이 각 지역에서 자유민주 공동체 발전을 위해 땀 흘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시간을 쪼개고 사재를 털어가며 봉사하는 분도 많으십니다. 그런 분들이 연맹과 스스로의 활동을 자랑스러워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입니다. 그래서 연맹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명실상부하게 실천하는 조직으로 박수 받도록 할 것이며, 우리 회원들이 참된 애국일꾼으로 불리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자유총연맹에는 검증된 리더십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리더십은 올곧은 윤리와 모범적 도덕성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저는 30여 년간 외교관으로서, 그리고 경찰(경찰청장)과 공기업 CEO(코레일 사장)로서 국가에 봉사해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연맹과 국가발전을 위해 일할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회장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한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한국 자유총연맹의 역할은 국가안보 태세를 튼튼히 하고 대한민국 정통성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며 평화통일을 선도하는 건실한 보수단체로서 국민 여론을 선도하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 사회가 바르게 가도록 이끄는 것이 자유총연맹의 역할 중 하나이고, 그런 연맹의 정체성과 목표에 맞게 나아가도록 조직을 이끄는 것이 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보수 육성은 미룰 수 없는 과제”


▎경찰청장 시절 서울역 앞에서 ‘아름다운 가게’를 연 허준영 회장. / 사진·중앙포토
어떻게 자유총연맹을 이끌어나갈지 밑그림은 그리셨는지요?

“제가 1993년 경북 영양경찰서장으로 발령을 받아서 일한적이 있어요. 당시 영양군은 전국 234개 시·군 중 재정자립도가 최하위였을 정도로 열악한 지역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군수·서장 등이 발령을 받아도 가족은 서울에 놔둔 채 홀로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저는 가족들을 설득해서 함께 영양으로 이사했습니다. 서울 여의도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를 영양초등학교로 전학시킨 것이죠. 아마도 저는 역대 자유총연맹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사람일 겁니다. 깨끗하고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자유총연맹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회원들의 요구에는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계십니까?

“그동안 조직 내부적으로 중앙과 지방 간에 거리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좋은 것은 중앙에서 다 차지하고 지방에서는 궂은일만 한다는 볼멘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 예산 등 여러 가지를 지방에 우선적으로 배정하겠습니다. 자유총연맹은 읍·면·동까지 갖춘 조직입니다. 앞으로는 지방과 동고동락해서 위화감을 없애겠습니다. 지방에 자주 가서 지부·지회 회원들과 스킨십도 할 거고요.”

조직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외부의 시각이 있던데 이에 대한 대책도 세우셨나요?

“이상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국가공동체에서 보수와 진보는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남북이 분단돼 있고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이상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당연히 보수세력이 중심이 돼서 국가 정체성을 수호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흔히들 보수는 늙고, 진보는 젊다는 선입관을 갖고 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이런 인식부터 바꿔나가며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보수’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연맹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1948년 건국 이후 기성세대가 지켜온 보수의 가치를 인식시키고 이들이 이 가치를 활짝 꽃피울 수 있는 이른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한마디로 연맹은 ‘젊은 보수’를 육성해야 할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조직 내 여성의 위상도 높여나갈 것입니다.

자유총연맹은 물론 지금까지 미래세대 양성 및 전후세대의 확고한 국가 안보관과 바람직한 통일관 정립을 위해 민주시민교육, 강연회, 토론학습을 실시하고 시사월간지 발행, 인터넷 방송국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전국 초·중·고생 대상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과 더불어 전국 고교생 토론대회, 그리고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전국자유수호 웅변대회(초·중·고교생 대상 및 일반인 대상), 대학생 비무장지대(DMZ) 대장정과 청소년 병영체험 등을 진행하며 전후 세대들의 나라사랑과 호국정신을 고취시키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교육·홍보 분야의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사업을 다각화해 더 많은 젊은이가 동참하고 싶은 단체로 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미래세대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세대소통 강화는 물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각 사회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사업을 개발·실행에 옮길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칭 국민통일교육센터 같은 통일교육 전문기구 설립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계획입니다.”

“국가공동체 무너뜨리는 세력은 용납 못해”


▎19대 총선 때 유세에 나선 허준영 후보. 왼쪽부터 허 후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권영진 후보, 이노근 후보. / 사진·중앙포토
임기 중에 반드시 추진하고 싶으신 사업으로 무엇이 있나요?

“선거 당시 7가지 공약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대국민 조직위상 제고 ▷윤리성을 바탕으로 최대의 위기상황 극복 ▷재정의 투명성 제고로 조직운영 정상화 ▷지방조직 활성화 ▷회원 배가로 대한민국 1등 단체 확립(우선 청년회원 30만 명 모집) ▷지역별 상호 윈-윈 네트워크 구축 강화 ▷부강한 자유통일 선진 민주국가 운동 전개를 통해 연맹을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특히 저는 취임 이후 ‘부자대통’ 운동, 즉 ‘부강한 자유 대한민국, 통일 선진 민주국가 건설’ 운동을 임직원과 회원들에게 강조하고 있어요. 한국자유총연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발전시키는 것을 설립목적으로 한 단체입니다. 반공이라는 수세(守勢)적 논리를 넘어,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완성해 선진 자유민주국가와 통일 한반도 시대를 건설해야 한다는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따라서 연맹은 국민 안보의식을 고취시키는 안보 파수꾼으로, 그리고 종복 좌파세력의 책동을 분쇄하는 자유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봉사활동을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생활현장의 봉사자로서의 이미지도 한층 제고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유통일, 국민통합, 세대소통의 사명을 다함으로써 자유로 하나된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확고부동하게 실천해나갈 것입니다.”

이석기 전 의원 등의 종북 논란이 있었던 2013년부터 자유총연맹은 통합진보당 해산을 꾸준히 주장해왔습니다. 결국 헌법재판소로부터 통진당 해산 결정이 내려졌는데요, 이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선고에서 통진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의원직 박탈을 선고한 것은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 매우 중대하고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합니다. 통진당 해산을 두고 일부에서는 ‘매카시즘’, ‘정치적 자유 핍박’ 등을 들먹이며 비난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해서 타인의 자유를 해치고, 국가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자유마저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판결 및 소속 의원 의원직 박탈 선고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값진 승리이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5천만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우 명백한 사안을 쟁점화하려는 일부 정치권 인사와 사회 곳곳의 종북 세력의 불합리하고 무모한 도전에 맞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헌재 재판관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지난 1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석기 등의 내란선동 및 음모 사건과 관련, 이석기의 징역 9년의 원심을 확정한 데 대해서는 아직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고, 또한 연맹을 비롯한 애국세력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특히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통진당 해산의 근거가 된 ‘혁명조직(RO)’의 존재 여부와 내란음모에 대한 판결을 유예함으로써, 오히려 국가기강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내부적인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종북 좌파세력과 반(反)국가세력, 그리고 종북 정당 해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범죄단체해산법 등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앞으로도 연맹은 국민 안보의식 고취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입니다.

외교관, 경찰청장, 코레일 사장 등 다양한 경험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회원들의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저는 1980년 14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10여 년간 외교관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다 서른셋의 나이에 유년시절의 꿈이었던 경찰에 입문했고 2005년 경찰청장이 돼 26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이후 2009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으로 부임했고, 코레일 공항철도㈜ 대표이사를 겸임했습니다. 30여 년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은 비단 직장 경력뿐만은 아닙니다. 저는 자신의 자리가 최고·최상이라는 믿음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주춧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발전과 성취를 위해서는 오히려 더 힘들고 험한 길을 스스로 택해서라도 역량의 한계를 시험하고,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시키는 작업이 필요한 것입니다. 관성과 타성에 젖을 것이 아니라, 해보지 않은 일에도 새로이 도전하며 내 길로 만든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경찰 재직 시절에도 남들이 기피하는 보직에 지원했고, 코레일에 부임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장직에 도전할 때도 외교관 경력과 치안 경력을 십분 살릴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자유총연맹은 저에게 또 다른 도전입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부족한 부분은 노력으로 채웠습니다. 어느 곳에서든지 최고가 되기 위해 바쳤던 열정과 노력을 이제는 연맹에 쏟아 부으려 합니다. 저의 애국심과 확고한 국가관을 바탕으로, 그리고 저의 공직생활과 다양한 직업에서 얻은 경험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탁고기명(託孤寄命)의 자세로 일할 것”


▎허준영 회장은 “보수는 늙었다는 선입견을 바꾸겠다. 미래와 함께하는, 젊은이와 함께하는 보수가치를 지향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자유총연맹 회장 보궐선거에는 회원들은 물론, 국민의 관심도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최근 자유총연맹이 국민을 많이 실망시켜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자유민주주의의 보루로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수호자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유총연맹에 보내주신 성원과 비판 모두 저희 연맹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이런 국민이 있어 연맹의 미래는 밝습니다. 이제 달라진 모습으로, 그리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 앞에 나설 것입니다. 연맹 60년사에 획기적인 변곡점을 찍고 국민통합을 선도하며 자유통일 시대로 나가는 연맹을 지켜 봐주십시오.”

끝으로 신임 회장으로서 각오를 밝혀주십시오.

“선거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자유총연맹을 잘 모르는 분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어요. 어르신들 중에서는 자유총연맹을 전신인 반공연맹으로만 알고 계시는 분도 계시고요. 국민들 사이에서 자유총연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시민단체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분발하겠습니다.”

허 회장은 역대 자유총연맹 회장 가운데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유일한 회장이다. 외교관(1980~1991년), 경찰관(1991~2005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2009~2011년)을 지낸 그는 위기에 빠진 자유총연맹을 일으켜 세울 ‘구원투수’로서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이다.

인터뷰 내내 투명하고 깨끗한 조직 운영을 강조한 허 회장의 개인 좌우명이 궁금했다. 잠시 눈을 지그시 감던 그는 “탁고기명의 자세로 봉사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탁고기명(託孤寄命)이란 <논어(論語)>의 ‘太伯篇(태백편)’에 나오는 말로 ‘어린 임금이 의탁하고 국정을 맡길 만한 신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외교관, 경찰관, 공기업 사장 등 공직을 두루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자유총연맹 회장을 맡게 됐는데 큰 조직을 이끄는 게 제 숙명인가 봅니다. 국민에게 받은 세금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마음가짐과 더 낮은 자세로 봉사하고 섬기겠습니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사진 오상민 기자

201504호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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