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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럴 아츠의 심연을 찾아서] 세상의 다리 아래로는 - 소통·문화·고독·사랑이 흐른다 

문화가 빠진 구조물은 건축이 아닌 건물에 불과… 서울의 20여 개 다리에도 스토리텔링과 문화를 입혀야 

유민호 월간중앙 객원기자, ‘퍼시픽21’ 디렉터
한·중·일 동아시아 3국만큼 ‘세계 최고’에 목을 매는 나라도 드물 듯하다. 과거에는 일본이, 현재는 한국과 중국이 세계 최고 경쟁에 나선 상태다. 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획득해 내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리는 그중 하나다. 2011년 완공된 상하이(上海) 근처의 자오저우완대교(胶州湾大桥)가 주인공으로, 길이가 장장 41.58㎞에 달한다고 한다.

개통식 당일 중국 텔레비전은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세계 최고와 최장을 자랑했다. 상식적이지만, 크고 길며 넓은 것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끝났다. 작고 비밀스러운 곳에 더 큰 기쁨이 있을 수 있다. 솔직히 말해 길고도 긴 다리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가진 의문은 ‘화장실은 있는가?’였다. 예상했듯이 휴게실이나 화장실은 아예 없다. 안전 때문이라 말할 듯하다. 크고도 긴 ‘하드’는 있지만, 정작 가려운 곳을 긁어줄 ‘소프트’가 없다. 문화가 빠진 구조물은 건축이 아니라 건물 수준에 그친다. 미와 품격이 빠진 기능 중심의 구조물은 인스턴트 요리처럼 배를 불리는 도구에 불과하다. 아무리 비싸고 넘쳐도 영원한 3류다.

애당초 기능적인 측면에서 출발한 구조물이지만 다리만큼 아름다우면서도 깊은 의미를 갖는 조형물도 없을 듯하다. 의식으로서의 다리, 소통으로서의 다리, 문화로서의 다리, 사랑으로서의 다리를 이하 네 개의 글로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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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호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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