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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현재와 과거 잇는 추억의 다리 

징검다리·외나무다리·섶다리·농다리·뿅뿅다리…. 부모와 자식, 청춘 남녀, 벗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며 기쁨과 슬픔을 나누던 곳 

글·사진 주기중 월간중앙 기자

▎영주 내성천 무섬마을 외나무 다리. ‘꽃가마 타고 건너와 꽃상여 타고 나간다’는 슬픈 이야기가 서린 곳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통제하려 든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극복하며 활동영역을 넓혀나간다. 새로운 땅을 찾아 길을 닦는다. 산이 막히면 돌아가고, 물이 깊으면 다리를 놓는다.

시공을 단축하는 다리는 문명의 꽃이다. 당대 최고의 토목·건축 기술이 집약된다. 예술적인 가치도 높아 다리 자체가 조각품이 된다. 세계 어느 나라건 관광상품 목록에 ‘명물 다리’ 하나쯤은 들어 있다.

크고 웅장한 것만 좋은 건 아니다. 작고 투박하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다리도 있다. 징검다리·외나무다리·섶다리·농다리·뿅뿅다리…. 우리의 옛 다리가 그렇다. 이름만 들어도 정겹다.

길이 끝나는 외진 마을에 있다. 사람 사이의 이음과 맺음, 그 살 냄새 나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웃 마을에 사는 처녀·총각이 만나 사랑을 나누던 곳, 길 떠나는 자식을 눈물로 배웅하는 곳, 해질녘 장에 간 아버지가 고등어 한 손을 들고 건너는 곳이다. ‘꽃가마 타고 건너와 꽃상여 타고 나갔다’는 여인네의 한이 서린 다리도 있다.

대부분 여름에 큰물이 들면 휩쓸려 내려가 다시 놓거나 손을 봐야 하는 가장 원시적인 다리들이다. 튼튼한 콘크리트 다리가 들어선 지금은 관광용이 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와 다리를 건너며 추억여행을 한다. 다리에 깃든 사람 냄새가 좋아서다.

- 글·사진 주기중 월간중앙 기자


▎순천 선암사 승선교. 보물 400호로 숙종 24년 호암대사가 놓은 아치형의 석축 다리로 예술적인 가치가 높다.



▎신안 증도 짱뚱어다리. 갯벌 생태를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 관광용 다리로 일몰이 아름답다.



▎예천 회룡포 뿅뿅다리. 구멍이 숭숭 뚫린 공사장 철제 발판으로 만들어 ‘뿅뿅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1. 영월 ‘섶다리’ 마을. 섶다리는 소나무로 만든 것으로 강수량이 적은 봄·가을·겨울에만 사용하는 임시다리다. / 2. 한강 두물머리 배다리는 다산 정약용이 고안한 것으로 배를 연결시켜 만드는 임시다리로 최근에 복원됐다. / 3. 진천 농다리는 1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돌다리다. 위에서 본 모습이 지네를 닮아서 ‘농다리’라 부른다.


201506호 (201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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