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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럴 아츠의 심연을 찾아서] 시부야 교차점에서 일본의 내면을 보다 

50초 만에 벌어지는 수천 명의 일사불란한 대이동은 속도와 정확성을 대변 … 작은 공간을 톈안먼 광장처럼 활용하는 일본식 실용주의가 꿈틀댄다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유민호 월간중앙 객원기자, ‘퍼시픽21’ 디렉터
인터넷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결론은 비주얼(Visual)이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 열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대세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진짜 봐야 할 것을 놓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비주얼은 펜과 귀를 압도한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에 관한 정보나 평가도 비주얼로 결정된다. 특정 나라를 상징하는 모습이 사진 한 장에 압축돼 전 세계에 전달된다. 두꺼운 책이나 긴 설명도 필요없다.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중국의 톈안먼 같은 것을 한 번 비춰주면 된다. 한국은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주인공이다. CNN 아시아판 뉴스를 보면 서울발 뉴스의 배경으로 숭례문의 야경이 비춰진다.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이미지는 돌로 쌓은 전형적인 오리엔탈 성곽이다. 불에 타고 가짜 전통 목재와 엉터리 장인들로 얼룩진 건축물이지만, 비주얼로 표현할 경우 ‘한국=남대문’이다.

일본은 어떨까?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수많은 얼굴을 가진 나라다. 먼저 후지산(富士山)이 떠오른다. 시속 600㎞가 넘는 세계 최고 스피드를 자랑하는 신칸센(新幹線), 스시(すし)를 정성스럽게 만드는 요리사, 기모노(着物) 차림에다 하얀 분칠을 한 게이샤(芸者)의 모습도 있다. 외국인이 볼 때 한국과 중국은 간단하다. 이해하기 쉽다는 말이다. 다양한 모습을 가진 일본은 속을 알기 어렵다.

시부야 교차점(渋谷交差点)은 비주얼로 나타난 일본의 상징물 중 하나다. 도쿄(東京) JR시부야역(驛) 하치코(ハチ公) 출입구를 나오는 즉시 펼쳐지는 5차선 횡단도로다. 보행자 전용 횡단보도가 아니라, 도로 전체를 횡단하는 식이다. 일본인은 물론 한국인과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얘기겠지만, 시부야 교차점에 가봤거나 그곳을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심적으로 젊다는 의미다. 육체적으로 늙어도 시부야 교차점을 흥미진진한 곳으로 받아들인다면 아직은 팔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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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호 (201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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