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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폴리탄이 사랑한 도시⑤] 싱가포르 | 정결함과 다양성 공존하는 아시아 최고 부자도시(富都) - ‘불행한 표정’의 ‘행복한 사람’이 넘친다 

다양한 인종과 계층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사회… 차별 있고 소득격차 심하지만 한계 넘지 않는 경제적 내부규율 작동 

글·사진 강승문 싱가포르 전문가
싱가폴리언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돼 있다. 굳이 그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지독할 정도로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는 것. 대체로 냉철하게 판단하고 사려 깊게 행동한다. 그런 합리적 현실감각은 장점이자 맹점이 된다. 불합리한 사람과 그들이 속한 사회를 좀처럼 납득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성적인 규율이 내면화된 사람에게만 싱가포르는 낙원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북위 1도선이 지나가는 작은 도시국가, 아시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깨끗하게 정돈된 전원도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진 곳. 싱가포르를 속속들이 알고 나면 우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돌아보게 된다. 필자의 삶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던 싱가포르와의 인연은 2010년 겨울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아내가 회사에서 1년간 싱가포르에 연수를 보내주는 자리가 났다고 하기에 “신청이나 해봐”라고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던졌을 뿐이었다. 설마 되겠느냐고 생각했는데 웬걸, 얼마 후 진짜 연수를 가게 됐다.

되고 보니 솔직히 겁이 나고 별로 내키지도 않았다. 외국에 장기간 체류한 경험이 한 번도 없는 데다가, 싱가포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었다. 기왕 이렇게 된 일을 어쩌겠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2011년 3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약 1년 1개월간 싱가포르에 살게 됐다. 그때만 해도 필자가 귀국 후 싱가포르에 관한 책을 저술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필자는 싱가포르와 사랑에 푹 빠졌다. 그리고 석 달쯤이 지나서는 한국에 돌아갈 일을 슬슬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1년의 시간이 흘러 귀국할 때에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한 심정이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나름 싱가포르 전문가라고 행세할 수 있게 된 것은 그곳에서 ‘열심히 놀다 왔기 때문’이다. 아내의 연수를 따라갔기 때문에 필자는 취업 비자가 아닌 동반가족 비자만을 받을 수 있었고,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면서 열심히 놀고먹는 것뿐이었다. 기왕 놀고먹는 김에 그 사회를 철저히 이해하고 싶었다. 싱가폴리언(Singaporean: 싱가포르의 형용사형이자 싱가포르 사람을 가리키는 말)과 똑같이 먹고 똑같이 행동하며 속 깊은 대화를 많이 나누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 도시의 구석구석과 현지인들의 내면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회사와 집만을 오가는 생활을 했다면 10년을 살았다 한들 가능한 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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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호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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