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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황제’에 오른 시진핑 권력투쟁 내막 

끝없이 싸우고 이겨야 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 관료의 운명…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반목이 시진핑 등극의 발판 역할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han.gihong@joins.com

시진핑은 현존하는 인류 최고의 1인 권력자다.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이 그가 맡은 직책의 이름이다. 둔중하고 장엄한 느낌을 주는 호칭이다. 국가주석은 대통령, 총서기는 공산당 대표에 해당한다. 1당 독재체제인 중국에서, 당과 군의 권력까지 오롯이 한 손에 움켜쥔 남자, 13억 인구의 최정점에 홀로 선 남자가 바로 시진핑이다.

시진핑의 인기는 대단하다. 덩샤오핑에 필적하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중국 관가에선 시진핑을 ‘시쭝(習總)’이라고 일컫는다. ‘시진핑 총서기’의 줄임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박통’으로 부르는 셈이다. 그러나 민간에선 그를 ‘시따따(習大大)’라고 부른다. ‘따따(大大)’는 시진핑의 고향인 산시(陝西)성 방언으로 ‘아저씨(叔叔)’라는 뜻이다. 그의 총서기 취임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생긴, 그를 지지하는 인터넷 팬클럽의 멤버들이 붙여준 별칭이다. 지난해 9월 시진핑이 전국 교사 대표와의 만남을 가졌을 때 한 교사가 “당신을 ‘시따따’로 불러도 괜찮습니까”라고 물었고 이에 대한 시진핑의 대답은 “예스(Yes)”였다.

시진핑의 행동을 빗댄 노래까지 유행했다. ‘만두집(包子鋪)’이라는 중국 민요풍 노래다. 이는 시진핑이 2013년 말 베이징의 칭펑(慶豊) 만두집을 불쑥 방문해 서민들과 함께 21위안(약 3560원)짜리 식사를 같이한 걸 풍자했다. ‘만두집에서 그가 내가 선 줄의 맨 뒤에 섰네’ 또는 ‘21위안어치 음식을 시켰지’ 등과 같은 가사가 등장한다.

시진핑이 중국 중앙 정치무대에 전격 등장한 계기는 2007년 10월 열린 제17차 당 대회다. 폐막 다음 날인 10월 22일, 새롭게 발족한 신지도부의 인사 회견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아홉 명이 당서열에 따라 무대 한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시진핑이 서열 6위, 리커창이 7위…. 믿을 수 없는 역전이었다. 시진핑이 리커창을 제치고 서열 6위의 자리에 서리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25년 넘게 지방만을 전전했던 관료가, 어떻게 이토록 갑자기 최고 지도부의 자리에 오른단 말인가. 그것도 ‘황태자’라 불린 리커창을 누르고 말이다.

일본인 저자 미네무라 겐지도 같은 의문을 가졌다. 그는 2007년에 <아사히신문> 중국 총국 특파원으로 부임해 시진핑 체제 탄생의 시작을 목격했고, 그 내막을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기자 인생을 걸었다. 중국 당국에 구속되고 취조당하기만 열 번이 넘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베이징, 상하이, 다롄, 충칭,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도쿄 등을 누볐다. 미국과 중국 당국자 50명 이상의 ‘증언’에 바탕을 둔 역작 다큐멘터리가 탄생한 과정이다.

가장 내밀한 재미는 중국 공산당 내부의 권력투쟁 비사에 있다. 권력 투쟁은 당 상층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출세의 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당원들 간의 경쟁이 점철된다. 출세의 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투쟁의 열기는 더욱 고조된다. 아무리 높은 지위에 올라도 끝없이 싸우고 이겨야 하는 것이 그들의 숙명이다. 시진핑의 일견 온화한 얼굴에도 그 무시무시한 투쟁의 역정이 골골이 배어 있다. 그 상세한 내막이 이 책에 담겼다.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han.gihong@joins.com

201602호 (20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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