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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인터뷰] 중국시장에 세일즈 나선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식약동원’(食藥同源: 식품과 약은 근원이 같다) 중국인에게 K-푸드는 최고 수출품”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인삼·황기·대추 들어간 삼계탕이야말로 중국인 입맛에 딱 맞는 음식… “농가 유형별로 특성에 맞게 육성해 ‘FTA 파고’ 이겨내는 길 마련할 터”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중국인들의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 1분 1초를 헛되이 보내지 말고 기회를 잡아야 한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농식품부
6월 4일 중국 서부 지방의 중심도시 시안(西安)의 번화가인 완다광장. 한여름 날씨를 방불케 하는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한국음식을 현지 시민들에게 정성스레 퍼주며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최한 ‘K-푸드페어’ 행사장에서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한국음식 홍보에 나선 사람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었다.

이 장관은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국산 쌀 수출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래 두 달 만에 다시 중국을 찾았다. 30년 이상 농업정책과 농촌발전을 연구해온 농업경제학자가 중국 현지에서 발로 뛰는 K-푸드 세일즈맨으로 변신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한국식품 홍보에 열성적이었다. 이 장관이 한국 농업과 농식품 산업의 새 활로를 중국시장에서 찾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자는 시안 현지에서 이 장관을 만나 한국 농산품과 K-푸드의 중국시장 전출 전략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는 대뜸 “바이어들과 부딪치며 현장 얘기를 들어보니 삼계탕 수출에 대한 기대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며 “중국시장 진출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방한 리커창 총리 “삼계탕 중국 수입, 즐겁지 아니한가”


▎이동필 장관이 6월 4일 중국 시안에서 열린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주최 K-푸드페어에 참가해 현지 시민들에게 한국음식을 나눠주며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제공· 농식품부
삼계탕 수출은 어떤 경위로 이뤄진 것인가?

“한국을 찾는 중국인 여행객(유커)들이 늘어나면서 삼계탕을 좋아하는 중국인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수출 판로는 검역을 비롯한 비관세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방한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정식으로 수입 개방을 약속했다. 리 총리는 청와대 만찬 때 ‘삼계탕처럼 좋은 음식이 빨리 중국에 들어오면 얼마나 즐거운 일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 뒤 한·중 당국간에 삼계탕에 대한 검역협상이 시작됐고 7개월 만인 5월 27일 중국 국가표준 규정이 공식 확정됨으로써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끝냈다. 마지막 단계로 포장지에 부착하는 표시 내용에 대한 각 지방별 심의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6월 말, 늦어도 7월 초면 첫 수출 물량의 선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삼계탕이 중국인들에게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중국인들은 보양식을 매우 중시한다. 그런 면에서 인삼·황기·대추 등이 들어간 삼계탕이야말로 중국시장에 딱 맞는 최고의 수출품이다. 서울의 삼계탕 가게들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것을 보면 경쟁력은 이미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유커 4000명이 서울에서 한꺼번에 삼계탕 시식행사를 해서 화제가 되지 않았나. 그때 마침 비가 내려서 마음을 졸였는데 어쨌든 중국인들이 매우 만족해 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끈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주인공 송중기가 삼계탕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 덕분에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이럴 때일수록 1분 1초를 헛되이 보내지 말고 기회를 잡아야 한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수출 목표는 얼마로 잡고 있는가?

“음식이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를 수출하는 것이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까지는 얼마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단 올 하반기부터 수출이 시작되면 연말까지 300만 달러(약 36억원)어치를 파는 게 목표다. 삼계탕 한 팩의 수출가격이 5000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닭 72만 마리에 해당하는 양이다. 현재 삼계탕을 북미·일본 등에도 수출하지만 대부분 교민 수요 위주다. 반면 중국은 13억 현지인을 겨냥한다. 성공할 경우 어마어마한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서울 명동에서 유커를 대상으로 사전조사를 했더니 ‘닭이 왜 이리 작나, 병아리로 만든 것 아니냐’는 반응들이 있었다. 이는 우리가 삼계탕에 쓰는 닭처럼 몸집이 작은 품종이 중국엔 없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중국인들이 몸집 큰 중국 닭으로 삼계탕을 만들더라도 우리 삼계탕의 맛을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삼계탕에 들어가는 인삼의 양을 3g으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삼계탕 고유의 맛을 내기엔 부족한 양이다. 이런 것도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이 장관의 말처럼 중국인들은 음식이 곧 약이라고 믿는 민족이다. 그들의 머릿속엔 식약동원(食藥同源) 관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한국음식은 몸에 좋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13억 중국인이 K-푸드의 잠재고객인 셈이다. 더구나 중국과는 지난해 12월부터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상태다. FTA를 체결할 때마다 나오는 ‘농업 궤멸론’에서 벗어나 한국 농산품·식품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역발상을 이 장관은 재차 강조했다.

삼계탕 이외에 중국인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또 있나?

“홍삼은 중국인들이 유별나게 좋아하는 건강식품이다. 유커들이 면세점이나 인삼 전문점에서 홍삼 제품을 싹쓸이하다시피 사 간다. 하지만 관광객들의 개별 쇼핑 이외에 대량 수출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최근에 수출량이 약간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효능이 좋다고 검증된 6년근 인삼의 수출길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국내법상 홍삼은 건강식품이 아닌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5년근 이하 제품만 수출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열을 높이는 승열(昇熱)작용 때문에 여성·노약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오해도 퍼져 있다. 중국 당국과의 지속적인 대화·소통으로 이런 오해를 풀고 6년근 수출이 개방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다.”

6년근 홍삼 수출길 열어야

중국시장을 향한 한국산 쌀 수출이 지난 4월에 시작됐는데 반응이 어떤가?

“한국산 쌀의 소비자 가격은 현지 중국 국내산 쌀보다 2.5배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물량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곧 2차 물량 선적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으로는 현미를 비롯해 수출 품종 다양화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중국으로 쌀을 수출하는 나라는 9개 나라인데, 이 가운데 현미를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쌀과 삼계탕 이외에도 이 장관 재임기간 동안 여러 한국 농식품의 중국시장 수출 길이 열리고 있다. 포도(2015년 4월)와 생우유(2015년 6월)에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산 김치의 수출 협상이 타결됐다. 여태까지는 한국 업체가 중국 내 공장에서 생산한 김치를 판매하는 것이 전부였다가 직수출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물류다. 특히 중국 내륙을 뚫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대부분 물류문제와 연관돼 있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산 우유에 대한 선호도가 대단히 높다. 자국산 우유의 안전 문제에 대한 불신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부유층들은 한국 우유를 사서 마신다. 하지만 물류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 문제다. 칭다오나 상하이 등 배로 운송이 가능한 연안 지방에서 한국산 우유 1리터가 38위안(약 7000원)에 팔린다. 그런데 내륙지방인 시안의 경우는 우유를 항공으로 공수해와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47위안으로 뛴다. 칭다오에 있는 물류센터를 활용해 냉장차량으로 육로 운송을 하면 가격 차이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려면 일정량 이상의 물량이 확보돼야 하는데 아직까진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이 장관의 시안 방문은 주요 20개국(G20) 농업장관회의 참석을 겸해 이뤄졌다. 그는 G20 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주최국인 중국과 일본·러시아·브라질·이탈리아 등 5개국 농업장관과 양자회담을 했다. 그 가운데 러시아와의 회담에선 ‘한·러 농업개발 공동연구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러시아와 공동으로 농업개발 MOU를 체결한 목적은 무엇인가?

“러시아 연해주 지역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공급기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연해주의 경작가능 농지 약 70만ha의 절반가량은 휴경 등으로 방치돼 있다. 지리적으로도 멀지 않은 이 광활한 땅을 우리의 영농 기술로 개발하고 한국과 러시아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미 현대중공업, 서울사료 등 12개 기업이 진출해 2만ha를 경작하며 연간 5만5000t의 곡물을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러시아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연해주 개발 10개년 계획(Action plan)을 짜고 연해주 선도특구 활용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외농업개발의 첫 성공모델이 연해주에서 창출될 것이다.”

이 장관은 ‘6차산업 전도 사’로 도 유명하다. 그는 ‘1+2+3=6’, 즉 1차산업(전통적 농산물 생산)에 2차산업(가공)과 3차산업(유통, 관광)의 요소를 결합시키는 6차산업 육성 전략을 오래전부터 전파하고 강조해왔다. 포털사이트의 지식백과사전에서 6차산업 항목을 검색하면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한국농촌연구원 재직 시절 사용하던 개념’이란 설명이 나온다. 이 장관은 “6차산업이란 말이 일본에서 생겨난 용어이긴 하지만 그 뿌리는 한국에 있다”고 소개했다.

“6차산업이란 말은 1994년 일본의 농업 경제학자인 이마 무라 나라오미(今村奈良臣) 도쿄대 교수가 제창(提唱)한 개념이다. 그 뒤에 1997년 내가 TV 프로그램 ‘6시 내고향’에 나가 6차산업 개념을 소개했다. 그때 ‘1+2+3=6’이 아니라 ‘1x2x3=6’의 곱셈으로 바꿔 말했다. 다시 말해 어느 하나라도 0이 되면 모든 게 제로가 되어버리는 곱셈처럼, 농업의 여러 가지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이마무라 교수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에 따르면, 그는 1967년부터 한국 농촌에 세워진 농가부업단지와 1972년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농가 소득증대운동을 눈여겨보았다고 한다. 그게 일본에서 일촌일품(一村一品) 운동으로 이어지고 6차산업 개념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런 얘기를 지난해 한·중·일 농업장관회의에서 했더니 중국 대표가 ‘그럼 6차산업의 아버지는 박정희 대통령 아니냐’고 하더라.”

중국인들도 6차산업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아시아의 농업은 전형적인 소농이다. 1가구당 농지 면적이 1.5ha에 불과하다. 참고로 미국은 180ha이다. 아시아의 농민들에게 농산물 생산에 기반을 둔 소득원이 없으면 농업은 지속가능한 산업이 될 수 없다. 우리나 중국이나 이 점에선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농업부장(장관)의 지시로 농업부 간부 8명으로 구성된 시찰단이 와서 한국 6차산업의 현장을 시찰하고 간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에 중국 농업부장과 양자회담을 하면서도 6차산업 얘기를 많이 나눴다.”

농식품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자유당 시절의 농림부 이래 대한민국의 61대 농업 주무부처 장관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취임해 3년 4개월째 재임 중인 그는 이미 역대 최장수 농업 주무 장관이란 기록을 세웠다. 그의 전임자 60명 가운데 재임기간 3년을 넘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비결은 무엇일까?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30여 년간 한 우물만 판 농업전문가 출신이어서 실무에 밝다는 점이 장수 비결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재임기간 중 쌀 관세화 단행과 한·중 FTA 타결 등 직을 걸 만한 고비도 무난히 넘겼다.

역대 최장수 장관 기록… 농업개혁 종합대책 곧 발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청와대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한·중정상회담 후 이동필 장관과 즈수핑 중국 질검총국장이 삼계탕 수의 위생 및 검역검사 약정 서명식을 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그는 농업전문가답게 누구보다도 현장을 중시한다. 농촌발전을 연구해온 이 장관은 해외시장 개척이 아무리 중요하지만 그것 만으로 농촌이 살 수는 없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농업에도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농식품부가 조만간 한국 농업의 체질개선에 관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의 개방은 시간이 갈수록 완전 개방으로 가는 추세다. 한국 농업의 체질을 바꿔 작지만 튼튼하고 강한 농업을 만들어야만 어떤 개방 압력이 밀려와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다.

종합대책의 핵심은 뭔가?

“국내에는 약 112만호의 농가가 있다. 이 가운데 65세 이하의 나이로 연소득 5000만원 이상을 올리는 농가가 13만 가구 정도 된다. 이들을 전통적 개념의 농민이 아니라 ‘사장님’으로 육성하려고 한다. 이들을 농식품 생산·수출을 주도하는 ‘스마트팜’ 경영자로 만들어야 한다.

그 반대쪽에 있는 영세농가(60 만가구)와 80세 이상의 고령농가(10만 가구)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은퇴하도록 유도하고, 그들이 가진 농업자원을 스마트팜의 전문 경영인에게 옮겨가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대신 기초연금 등을 강화해 그들을 배려해야 한다. 정부가 은퇴를 강요할 수는 없으므로 서서히 바꿔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두 부류의 중간에 있는 30만 가구에 대해서는 농사도 짓고, 농외활동도 하는 6차산업으로 이끌어갈 계획이다.”

이 장관은 “농가 유형별로 특성에 맞게 육성하면서 5년이 지나고 10년이 쌓이면 한국 농업의 체질이 강화되고 궁극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개방의 파고를 이겨내는 길이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시장 진출 방안이란 화두로 시작한 인터뷰는 한국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201607호 (20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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