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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포커스] 현대기아차, 질주는 계속된다 

‘야심작’ 中 창저우·충칭공장 제2의 신화창조 인큐베이터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승부수 키워드는 ‘SUV·친환경·신세대’, 글로벌 시장 침체 속 재도약 다짐… 중국 내 신차 품질조사에서 GM·도요타 등 글로벌 업체들 제치고 최고로 ‘우뚝’

▎설영흥 현대차그룹 고문, 국가공신부 장펑(张峰) 수석 엔지니어, 수이쩐장(隋振江) 베이징시 부시장, 자오커즈(赵克志) 허베이성 서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 샹리광(商黎光) 창저우시 서기, 쉬허이(徐和誼) 베이징현대 동사장(왼쪽부터) 10월 18일 창저우공장 이 준공식 행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단, 중국만은 예외다.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중국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 시장이다. 업체들 간의 중국 내 각축이 더 치열해진 이유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친환경 시장은 경쟁을 넘어 전쟁을 방불케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SUV·친환경·신세대’를 중국 시장 공략의 키워드로 삼았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30만 대를 생산하는 창저우(滄州)공장 준공이 ‘제2의 중국신화’ 창조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객관적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중국 자동차 시장이 예전만 못하다. 2010년 전년 대비 34.4%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던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2014년에는 12.1%, 지난해에는 10.7%를 기록했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우는 토종 업체들의 거센 공세도 복병이다.

빠링·지우링허우(80~90년생)을 잡아라


▎2011년 처음 출시된 이후 5년 만에 2세대 모델로 새롭게 태어난 기아차의 신형 K2. 중국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가 잘 반영된 소형차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차종은 SUV다. SUV는 올해 8월까지 승용차 전체 수요(1308만9210대) 가운데 38.3%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전체 승용차에서 11.5%에 불과하던 SUV 시장이 지난해 처음으로 30%(32.8%)를 돌파했으며 올해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큰 승용차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전통적 소비 성향이 큰 외관과 넓은 실내공간이 돋보이는 SUV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주(主)소비계층으로 성장한 8090세대들이 과시형 소비보다는 실리형·체험형 소비를 추구하는 것도 SUV 상승세의 이유로 꼽힌다. 젊은 세대들은 공간 활용성과 실용성이 높은 SUV를 선호한다.

현대기아차는 라인업 강화를 위해 SUV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형 투싼(TLc)과 신형 스포티지(현지명 KX5)를 각각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투입했다. 이로써 현대기아차는 현재 총 9개의 SUV 모델(현대차 5개, 기아차 4개)을 판매하고 있다. 또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전체 판매 가운데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7%에서 올해 35.6%로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을 실행하며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또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 및 신사업 육성을 위해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평균연비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2020년까지 연평균 7.1%의 연비 개선을 통해 2020년에는 5.0ℓ/100㎞(1ℓ 환산 시 20㎞/ℓ)의 연비를 갖춰야 한다. 중국 내에서 완성차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친환경차 개발과 출시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중국 친환경차 시장은 2010년 연간 5000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3만1000대로 수직 상승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10%를 기록했다. 글로벌 자동차 통계 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올해 중국 친환경차 시장은 42만 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현대차는 올해 5월부터 신형 쏘나타(LFc) 하이브리드를 베이징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기아차는 올해 8월부터 신형 K5(JFc) 하이브리드를 내놓고 있다.

2020년까지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4가지 친환경차 플랫폼을 구축하고 총 9개의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다양한 친환경차 라인업 구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빠링·지우링허우(8090세대)’의 소비패턴은 ▷스마트 소비 ▷작은 사치 ▷문화 소비로 요약된다. 8090세대는 고학력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며 해외 문화와 인터넷, 모바일 기기 등과 친숙하다. 이들은 자동차 시장의 변화도 주도하고 있다.


중국 고급차 시장에서 최고 인기를 누렸던 고급 세단 아우디 A6의 지난해 판매량이 2014년 대비 11%나 감소한 데 이어 올해 8월까지 판매량도 전년 동기에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 차급(車級) 내 점유율도 2013년 25.7%에서 올해 15.8%로 감소했다. 반면 콤팩트 세단인 A3는 올해 8월까지 2만 4915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현대기아차는 젊은 세대들을 공략하기 위해 전화·음악·문자메시지 등 다양한 기능을 차량 시스템과 연동해 활용할 수 있는 ‘애플 카플레이’와 ‘바이두 카라이프’를 지난해 9월 출시된 신형 투싼에 최초로 적용했다. 이후 ▷링동(ADc) ▷랑동(MDc) ▷밍투 ▷싼타페 ▷KX3 등으로 확대·적용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기반 다진다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지난해 다소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적극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판매 목표를 이루었다. 아울러 질적·양적 성장의 균형을 맞춤으로써 장기적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2월 국내에서 개최된 ‘2016년 베이징현대 딜러대회’에서 정의선 부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다져 새로운 환경에 대비한다는 전략을 소개하며 “신공장 건설 등으로 미래의 중국 시장을 대비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제고해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는 중국 내에서 ▷내몽고 사막화 방지사업 ▷빈곤지역 주택 건설 및 교육지원 ▷세계문화유산 보존활동 ▷교통안전 캠페인 실시 등 국가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는 사회공헌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올해 9월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Power)가 발표한 ‘2016 중국 신차품질조사(IQS, Initial Quality Study)’에서 전체 45개 일반브랜드 가운데 현대차가 2위, 기아차가 4위에 오르는 등 총 13개 차급에서 4개 차종이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이번 조사에서 ‘미니’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초로 일반브랜드 부문 1위에 올랐던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품질 최고 기업 등극의 쾌거다. 기아차도 지난해 5위에서 한 단계 올라섰다. 양사 모두 GM·폭스바겐·도요타·혼다·닛산 등 글로벌 업체를 제치고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13개 차급별 평가에서도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 ▷신형 투싼 ▷싼타페, 기아차의 ▷K2 등 총 4개 차종이 각각 ‘최우수 품질상(Segment Winner)’을 수상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최고 권위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8개 차종이 차급별 종합 만족도 평가 및 서비스 부문 평가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중국 고객만족도 조사’는 중국 정부 산하기관인 중국질량협회의 고객업무부 주관으로 매년 다양한 업종에 걸쳐 진행되는 최고 권위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다.

현대차는 급변하는 중국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맞춤형 해법을 제시했다. 10월 18일 개최된 현대차 창저우공장 준공식에서 베이징현대 장원신 총경리는 ‘블루 멜로디(Blue Melody)’로 명명된 ‘6대 신(新)미래전략’을 발표했다.

‘블루 멜로디’ 6대 신(新)미래전략


▎1. 현대차는 11월 8일 구이저우성 구이양시 국제생태회의센터에서 정의선(뒷줄 왼쪽 셋째) 부회장, 천민얼(뒷줄 왼쪽 넷째) 구이저우성 당서기, 양웅철(앞줄 왼쪽)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부회장, 류용정(앞줄 오른쪽) 구이저우성 부성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차 빅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전략 합작 합의서를 체결했다. / 2. 중국형 신형 투싼.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차종이다.
‘블루 멜로디’는 ▷고객 서비스 향상의 ‘블루 멤버스(Blue Members)’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 강화의 ‘블루 이커머스(Blue Ecommerce)’ ▷차량용 IT 서비스 확대의 ‘블루 링크(Blue Link)’ ▷판매 네트워크 확장의 ‘블루 아울렛(Blue Outlet)’ ▷친환경차 라인업 보강의 ‘블루 드라이브(Blue Drive)’ ▷젊은 고객층 집중 공략의 ‘블루 유스(Blue Youth)’의 첫 알파벳(블루 제외)을 모아 만든 것으로 현대차가 나아가야 방향을 압축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고속 성장기를 지나 중속 성장기로 전환됐다. 그렇다고 증가가 감소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중국관영정보센터(SIC)에 따르면 승용차 시장은 올해 2000만 대에서 2020년에는 2600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형밴(승용·화물 양용차)과 상용차를 포함하면 2020년 34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의 양적 확대와 현지 업체의 공세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창저우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내년에는 충칭(重慶)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충칭공장 역시 창저우공장과 마찬가지로 연간 30만 대 생산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현지 고객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다양한 모델을 추가 생산하는 한편 중국 시장의 미래 주도권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미래 수요 선점을 위한 경쟁력 확보가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며 “현대차도 중국 토종 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품질 및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성장기반을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612호 (20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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