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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악을 밝힌 진실, 바로잡은 역사 

 

신승민 인턴기자, 시인

안경과 선글라스 너머 서슬 어린 눈빛은 악몽이었다. 욕망과 집착의 끝은 국정파탄을 초래했고 철부지 말발굽은 청춘의 꿈을 짓밟았다. 일국의 최고 통치자는 파면됐고 전횡에 동조한 난신들은 죄수 신세가 됐다. 작년 말, 온 나라를 들쑤시던 비선의 회오리가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까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요동치는 시국, 주목할 만한 노작이 나왔다.

국회의원 안민석이 지난 3년간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2014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승마 공주’ 정유라 특혜 의혹을 질의해 최순실의 전횡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그는 숱한 관계자를 조사하고 미국과 독일을 넘나들며 증거와 흔적을 찾기 위해 발빠르게 뛰었다. 재단설립, 입시비리, 인사발령 등을 조사했다.

작년 말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국회 청문회는 촛불의거와 함께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책은 그 뒷얘기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당시 장시호가 말하지 않은 진실이 더 많을 것이라 추측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최순실 구치소 청문회, 김기춘·조윤선의 블랙리스트 사태, 네티즌의 활약, 비선진료의 내막 등 역동적인 심층탐사의 파노라마가 펼쳐져 있다.

저자는 국정농단의 온전한 치죄(治罪)가 그림자 섭정(攝政)과 모의한 도당(徒黨)들의 몰락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고 외친다. 최씨 일가가 해외에 은닉한 재산을 찾아 환수하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책은 최순실의 은닉 자금이 직간접적으로 이번 국정농단에 동원됐을 거라고 추정한다. 이와 관련된 특별법 제정은 거악(巨惡)을 발본색원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 신승민 인턴기자, 시인

201705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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