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낮은 언덕과 물웅덩이 등 험준한 지형 주파하며 자유 만끽…
최연소 선수는 초등 1학년, “보이는 것만큼 위험하지는 않아”
▎출발신호를 알리는 깃발이 내려지자 ‘블록(일명 깍두기) 타이어’를 장착한 엔듀로 바이크들이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가고 있다. |
|
4월 23일 경북 청송군 중대산(해발 680m)에 수백 대의 산악바이크가 모였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산악바이크 경기대회인 ‘2017 크로스컨트리 챔피언십 산악바이크 대회’였다. 출발선에 선 100여 대의 ‘엔듀로 바이크(Enduro bike, 장거리 산악경주용 바이크)’는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핸들을 움켜쥔 선수들은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연신 마른 침을 삼켰다. 시동은 꺼져 있다. 신호가 떨어져야 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출발을 알리는 깃발이 내려지는 순간 선수들은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양팔을 움찔했다. 오른손으로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 뒤 엑셀레이터를 힘껏 감는다. 바이크들이 일제히 굉음을 울리며 튕겨나간다. 그 사이사이로 시동이 안 걸려 황당해 하는 선수들의 표정도 눈에 들어온다. 전국에서 운집한 관람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국내에서 엔듀로 바이크 팀 50개 활동
▎엔듀로 바이크는 신세계다. 한번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중독성이 있다. |
|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 이하 XC) 경주는 원래 근대5종경기의 한 종목으로 탄생했다. 경기장 트랙을 한 바퀴 돈 뒤 오프로드인 숲과 들판, 급경사를 오르내리는 장거리 경주다. 모든 코스를 정해진 시간 안에 주파해야 한다.엔듀로 바이크는 경사가 급한 언덕을 빠르게 오르내리기 쉽도록 경량으로 제작된 게 특징이다. 원래 엔듀로 바이크는 험준한 산악지형에서 인명을 구조하거나 신속히 이동하는 데 쓰였다.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엔듀로 바이크를 이용한 XC 경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국내 50팀, 320여 대의 산악 오토바이가 출전했다. 배기량 50~450cc의 각양각색 바이크가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이 대회는 숙련도에 따라 나뉜 팀별로 험한 산악 코스를 2바퀴 또는 3바퀴 돌며, 가장 먼저 들어오는 선수가 우승자가 된다.‘엔듀로 바이크의 성지’로 불리는 중대산 코스는 국내에서도 험악하기로 유명하다. 걷기도 힘든 길을 두 바퀴의 바이크로 헤쳐나가야 한다. 다양한 높낮이의 언덕, 곳곳에 널린 물 웅덩이는 고도의 운전기술을 필요로 한다. 제 아무리 숙련된 프로라고 해도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 일쑤다. 말 그대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야성미 넘치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한 바퀴 거리만 20㎞에 이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이는 것만큼 위험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바이크 제조사 KTM 윤정현 실장은 “온몸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전용 헬멧을 쓰기 때문에 크게 다칠 위험은 없다”고 주장했다.
65세 고령자, 8세 초등학생도 참가
▎앞뒤뿐 아니라 좌우로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몸의 중심을 잡아야 넘어지지 않는다. 그런 만큼 체력소모가 심하다. |
|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들이 함께 달리는 이번 대회 최고기록은 3바퀴 코스에 도전한 정재헌 선수(와일드피크팀 소속)가 기록한 1시간58분45초(60㎞ 구간)다. 최고령 참가자는 경남 양산에서 온 65세 의사 정구충 씨다. 시니어 부문에 출전한 15년 경력의 정씨는 “시트에 올라타면 자유를 느낀다”며 바이크 경주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최연소 참가자는 초등학교 1학년생 신현우(8)군. 아버지를 따라 2년 전 입문한 신군은 이번 대회에 50㏄짜리 바이크를 타고 주니어 부문에 출전해 관중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걷기도 힘든 길을 두 바퀴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는 도전이다. |
|
▎국내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산악바이크 대회에는 320여 명의 선수가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
|
▎오프로드 전용 헬멧은 경기 도중 원활한 호흡을 위해 턱 부분이 길게 튀어나와 있다. |
|
▎미끄럽고 가파른 급경사에서는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헬멧과 보호대, 부츠 등으로 완전히 무장해 웬만한 충격에는 크게 다치지 않는다. 바이크 역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계됐다 |
|
▎일반 도로는 달릴 수 없는 엔듀로 바이크는 트럭이나 전용 트레일러로 운반한다. |
|
▎초등학교 1학년 신현우(8) 군은 50㏄짜리 바이크를 타고 출전했다. |
|
▎숨어있던 도랑에 많은 선수가 넘어졌다. 천연덕스럽게 바이크를 일으켜 세워 다시 시동을 건 선수들이 순식간에 하얀 흙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
|
- 사진·글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