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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우상은 파괴의 운명에 직면한다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마오 이상(理想)의 파탄… 스탈린의 충실한 추종자로서 마오의 모습 그려

▎마오쩌둥 평전 / 알렉산더 판초프 지음 / 심규호 옮김 / 민음사 / 5만원
지금 50대가 주류인 386세대가 마오쩌둥이란 중국 대혁명가의 삶과 사상을 제대로 접하게 된 계기는 에드거 스노가 쓴 <중국의 붉은 별>을 통해서일 것이다. ‘두레’라는 출판사에서 1985년 처음 번역돼 나온 이 책에 당시 대학생들은 열광했다. 시사주간지 'TIME'을 들고 다니며 영어공부에 열을 올렸던 학생들도 있었지만, 그들을 경원했던 운동권의 많은 학생이 열독했던 책이 바로 <중국의 붉은 별>이다. 군사 정권에 의해 판금과 해제가 반복되었음은 물론이다.

에드거 스노는 중국 홍군과 여행을 함께하면서 마오쩌둥의 생애와 대장정(大長征), 그리고 중국 혁명에 참여한 사람들의 삶의 역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르포르타주의 전범이자, 저널리즘을 뛰어넘은 ‘역사적 고전’으로 추앙받았던 역작이다. 1936년 서른한 살의 나이로 서방의 신문기자로서는 처음으로 마오쩌둥을 비롯한 중국 혁명의 주요 인물을 인터뷰했으니 에드거 스노는 저널리스트로서 복이 많은 사람이었다. 고교 시절 마오쩌둥을 공산 비적의 수괴로만 배웠던 학생들은 비장함과 함께 낭만이 서린 이 혁명서사를 읽느라 밤잠을 설쳤다.

마오쩌둥은 공과가 뚜렷한 사람이다. 중국 공산혁명을 완수한 영웅임과 동시에 문화혁명 시기의 중국 인민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겼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도 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가장 신랄한 비판자조차도 현대 중국의 창조주로서 마오의 역할을 부정할 순 없다. 인간으로서, 또 혁명가로서 마오에 대한 탐구는 팔수록 깊고 넓어지는 테마라 할 수 있다.

에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 하나만 해도 약 10년을 주기로 국내 개정판이 나오고 있으니 마오란 인물이 가지는 스케일을 어림할 수 있다. 니체의 말을 빌자면 마오는 선과 악을 넘어 피안(彼岸)에 이른 거대한 존재다. 이런 인간에게 도덕적 잣대를 함부로 들이대는 일은 삼갈 일인지 모른다.

러시아 출신 저자 알렉산더 판초프의 평가는 다르다. 외세의 침략에서 나라를 해방시킨 마오의 공적에도 불구,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그의 이상은 파탄을 맞았다고 본다. 그가 살핀 자료는 마오쩌둥의 정치 보고서와 사적 서신, 마오쩌둥과 이오시프 스탈린, 마오쩌둥과 니키타 흐루쇼프 회담의 속기록, 소련 비밀경찰(KGB)과 코민테른 첩보원의 비밀 장부, 중국 공산당 내부의 정적이 기록한 마오쩌둥 비판 내용, 1950년대 말부터 1970년 초까지 중국의 정치 상황을 기술한 소련 대사관의 극비 문서 등이다.

판초프는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마오를 ‘스탈린의 충실한 추종자’로 묘사했다. 자신이 충성하는 보스를 안심시키기 위해 고통을 감내했고, 보스가 죽은 후에야 그의 모델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것이다. 병독해도 좋을 재밌는 책 중엔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 첸리췬(錢理群)이 쓴 <모택동 시대와 포스트 모택동 시대 1949~2009>(2012, 한울아카데미)가 있다. 마오의 유토피아주의만 부각하려는 서구 마오주의자의 겉멋 든 시각에 메스를 들이댔다. 모든 우상(偶像)은 파괴의 운명에 직면하며, 마오 역시 예외가 아니란 점을 일깨운다.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201706호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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