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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이슈] 기독교계 변화 선도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종교인 과세, 목회자 상속 교회가 함께 실천할 때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순복음교회 교역자들, 1978년부터 소득세 자진 납부…후임 목회자는 세 차례 투표로 민주적 절차 밟아 결정해

종교인 과세 문제, 목회자 상속을 둘러싼 갈등은 기독교계의 오랜 논란거리였다. 하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 두 가지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히려 소리 소문도 없이 모범을 보여준 사례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78년부터 교역자들이 소득세를 납부하는 등 종교인 과세 문제에도 솔선수범해왔다.
종교계와 정부 간의 난상토론 끝에 합의를 거쳐 올해부터 실시되고 있는 종교인 과세(課稅)는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의 해묵은 과제였다. 지난해 기획재정부(장관 김동연)는 국민개세주의(국민 누구나 납세의무를 부담한다는 원칙)와 조세평등 원칙을 내걸고 2년 동안 유예해온 과세 시행이 눈앞에 다가오자 7대 종단 지도자를 만나 설득작업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기독교계가 종교자유 침해 우려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재차 유예를 요청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더해 기독신우회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종단·종파별로 국세청과 사전에 협의해 치밀하고 구체적인 과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2년 유예 법안을 내놓자 한국납세자연맹이 종교인 과세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유예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갈등이 커지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기독교계의 일부 의견을 받아들여 ‘종교 활동비’를 과세 범위에서 제외하고,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앞서 종교인 납세자가 자체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1968년 처음 종교인 과세가 추진된 이래 50년 만에 도입돼 비과세 성역으로 남아 있던 종교인도 납세의무를 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금을 내게 될 종교인을 5만 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는 종교인 2만6000여 명을 포함한 수치다. 직업 종교인은 일반 근로자에 비해 소득이 낮은 데다 최대 연봉의 80%까지 필요경비로 인정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면세자가 70~80%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종교인 과세로 늘어나는 정부 세수는 연간 160억원에 이른다. 한 해 중앙정부가 걷는 소득세 70조원 가운데 0.02%에 해당하는 액수다.

오랫동안 납세 사실 외부에 비공개


▎지난해 한국납세자연맹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종교인 과세 유예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사퇴를 요구하는 등 종교인 과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컸다. / 사진:연합뉴스
불교계와 가톨릭은 과세 시행 전부터 납세의무를 이행해왔다. 조계종은 종단의 소임을 맡은 스님들이 원천징수 형식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가톨릭 역시 1994년부터 교구별로 사제들은 소득세를 내고 있다. 개신교단에서는 성공회, 구세군이 소득세를 내왔다. 여의도순복음교회와 명성교회, 충현교회, 소망교회 등 상당수 대형 교회가 이미 오래전부터 목회자들의 근로소득세를 납부해왔다.

특히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경우 세금문제에 대해 확고한 원칙을 갖고, 1978년부터 당시 급여를 받고 있던 조용기 담임목사 등 교역자(敎役者) 600여 명과 직원 등 1000여 명이 소득세를 납부해왔다. 순복음교회에 따르면 1978년부터 세금 납부와 관련된 장부를 수기로 작성해왔고, 전산작업이 완료된 1988년부터는 급여에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했다. 순복음교회는 또 외부 강사에게 지급하는 강연료에 대해서도 세금을 원천징수했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세금 납부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교회 관계자는 “종교계에서 목회자 납세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교회가 세금을 납부해온 사실이 알려지면 목회자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져 한국교회에 커다란 파장이 미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현재도 교역자 400명의 근로소득세, 법인에서 내는 세금 등을 포함해 매년 20억원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40년 전부터 국민의 납세의무를 이행해온 셈이다.

종교인 과세 논란은 일부 국민에게는 종교인들이 세금 내기를 기피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했지만 개신교단에서도 예장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 감리교단은 정부 방침을 수긍하고 이에 대비해왔다. 교단에서 종교인 과세에 가장 반대했던 쪽은 보수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세금 부과를 통해 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고액 연봉이나 호화로운 생활이 드러나는 것을 꺼린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월수입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목회자가 있을 정도로 청빈한 목회자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종교인 과세 논란은 영성적인 종교 활동의 특수성을 감안해 달라는 목소리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종교인 과세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영훈 목사는 “목회자가 신자로부터 받은 순수한 사례비도 정부는 수입으로 보고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목회 활동의 특수성을 인정해주는 쪽으로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서울의 큰 교회 목회자들의 경우 시골교회에서 어렵게 목회 활동을 하는 분들이 찾아올 경우 교통비조로 소정의 금액을 드리기도 하는데, 이런 돈까지 목회자 수입으로 보고 세무당국에 신고하라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그 돈을 받은 목회자가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신자들과 이웃을 돕기 위해 내놓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영훈 목사는 세 차례의 투표를 거치는 등 민주적 절차를 밟아 2008년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로 취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교계의 고질적인 논란거리인 ‘세습’ 문제에 있어서도 소리 없이 대안을 제시해왔다. 2006년, 조용기(82) 원로목사의 후계 담임목사를 선출할 때 민주적인 절차로 진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따르면, 후임 담임목사를 세우기 위해 엄격한 검증을 거쳐 1차 투표 전에 담임목사 후보자에 오른 목사는 총 7명이었다.

이들 후보자를 놓고 먼저 교회 당회를 대표하는 교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150명의 장로가 투표를 통해 3명을 뽑았다. 이 후보자들을 놓고 다시 순복음교회 전체 장로 900여 명이 2차 투표를 진행했다. 2차 투표 전에 당시 조용기 담임목사는 “나는 3명 누구도 지지하지 않겠다. 하나님이 기뻐하실 제자를 여러분이 뽑아 달라”며 중립을 지켰다.

당시 1차 투표에 이어 2차 투표에서도 이영훈 목사가 최다 득표했다. 이영훈 목사는 이후 1년 반 동안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담임목사 서리로 일한 뒤 성도들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 성격의 3차 투표를 거쳐 담임목사로 최종 확정됐다. 그리고 2008년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로 공식 취임했다.

이영훈 목사는 “큰 교회에서 목회자 세습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대개 은퇴를 앞둔 담임목사가 후임을 지명하는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이 교회의 주권은 성도들에게 있는 것이므로 큰 교회가 다음 목회자를 세울 때는 성도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계자를 세울 때는 담임목사의 뜻이 아니라 성도 다수가 인정하고 원하는 지도자로 세워야 잡음이 없다는 것이다. 이 목사에 따르면 민주적인 투표제도를 통해 성도들에게 최종 결정권을 주는 것은 초대 교회의 전통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순복음교회의 이 같은 사례는 후계자 선정 문제로 갈등을 겪거나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다른 대형 교회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목회 대물림 논란’으로 지난해부터 갈등을 빚고 있는 명성교회가 귀담아들을 만하다. 서울 동남권을 대표하는 큰 교회인 명성교회는 초대 담임목사인 김삼환(73)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45)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請聘)하겠다고 공표하면서 내부 갈등을 겪었다. 명성교회가 속해 있는 서울동남노회의 정기노회에서 김하나 목사 청빙 안이 통과돼 지난해 11월 12일 김하나 목사가 담임목사로 취임하긴 했지만 성도들 일각에서는 ‘명성교회개혁실천연대’를 결성해 세습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결국 명성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재판국이 현재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한 재판을 진행 중이다.

목회 대물림 갈등 빚는 교회들에 대안 제시


▎‘목회 대물림 논란’으로 지난해부터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명성교회. 갈등 해소를 위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 사진:JTBC
재판의 쟁점은 2013년 통합교단이 제정해놓은 ‘목회 대물림 방지법’(세습 금지법)의 적용 여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나 목사의 청빙 철회를 요구하는 이들은 목사직의 자녀 세습을 통한 교회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대물림을 방지하도록 하고 있는 이 세습 금지법을 근거로 대물림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명성교회측은 교단의 세습 금지법이 명성교회와 교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세습 금지법 적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김삼환 초대 담임목사의 ‘은퇴’ 시점을 놓고서도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명성교회측은 세습 금지법이 ‘은퇴하는’ 목회자의 세습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은퇴한’ 김삼환 목사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인사들은 김삼환 목사가 여전히 주일예배 설교를 맡고 있으며, 교회 운영에도 관여하는 등 사실상 담임목사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청빙 직전에 사임 또는 은퇴한 담임목사도 ‘은퇴하는 담임목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로 명성교회측 논리를 반박한다. 공방이 해를 넘기면서 교단 안팎에서는 통합교단 재판국이 눈치를 보느라 판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도덕과 영성을 추구하는 교회가 세속의 재판부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다.

이처럼 한국의 대형 교회들은 잊을 만하면 부자 세습 논란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때문에 후임 목사 후보자들을 추천받은 뒤 여러 차례의 투표를 거쳐 최종 결정권을 성도들의 다수결에 맡기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례를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

-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201804호 (201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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