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주택가 골목에서 마주친 고양이.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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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을 웅크려 안았는데요시동 걸리는 소리, 차 밑을 빠져 나오는데요예쁜데, 내 야옹이 할래?그 제안을 덥썩 물었지요밥 냄새를 맡으면부엌에 얌전히 물러서 꼬리를 내리지요포만감에 기대흰 털에 햇빛 한 올씩 엮어 잠을 짜지요오, 창문이 열린 날몸을 밖으로 쑥 밀어내고 먼 자유를 보아요위대한 도둑의 딸이 꿈틀거려요담장과 벽은 단단해요초록에 숨긴 초록 감들은 가을엔 노랑 존재를 보이는데요경계에 서 있는 위태함눈 가득 슬픔이 고여 와요먹먹해요, 야옹
※ 정영선 - 1949년 부산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199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장미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가지고 있다](문학동네 2000), [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랜덤하우스, 2007), [나의 해바라기가 가고 싶은 곳](서정시학, 2015)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