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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SIA'S POWER BUSINESS WOMEN]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는 승부사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1980년 ‘잉글랜드’라는 작은 옷가게로 출발한 이랜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패션은 물론 식품과 유통·건설·호텔·레저·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랜드를 세계적 콘텐트 기업으로 성장시킨 중심엔 박성경 부회장이 있었다.

▎박성경 부회장의 트레이드마크는 모자다. 모자를 쓰기 시작한 건 창업 초기 출근 준비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박성경(59) 이랜드그룹 부회장의 트레이드마크는 모자다. 대부분의 공식 석상에 박 부회장은 모자를 쓰고 등장한다. 1980년 이화여대 앞에 꾸린 ‘잉글랜드’라는 작은 옷가게로 출발했을 때, 바빠서 머리를 감을 시간이 없는 여동생에게 오빠인 박성수(63) 회장이 모자를 선물했다고 한다. 모자는 200개가 넘는데 대부분 박 회장이 선물한 것이다. 늘어난 박 부회장의 모자 개수만큼 이랜드의 몸집도 커졌다. 6.6㎡(2평)의 작은 옷가게는 이제 2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매출 10조 원을 올리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박 부회장은 ‘포브스 아시아판’이 지난 4월 7일 발표한 ‘아시아 파워 비즈니스 우먼 50’에도 이름을 올렸다.

공격적 M&A로 250개 브랜드, 매출 10조 달성

이랜드그룹의 시작은 패션·의류사업이었다. 이랜드·헌트·언더우드 등의 브랜드로 대표된다. 그러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패션은 물론 식품과 유통·건설·호텔·레저·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랜드그룹 성장의 중심엔 박 부회장이 있었다. 이화여대 섬유예술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4년 이랜드에 입사했다. 1986년 사명을 이랜드로 변경해 법인화한 박 회장 남매는 아동복(1989년)과 여성캐주얼·시계·보석(1990년)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1994년엔 백화점식 아웃렛인 ‘2001아웃렛’을 열면서 유통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든다. 2년 뒤엔 설악산국립공원 렉싱턴 스타호텔을 오픈하면서 호텔사업에까지 진출했다.

2004년 뉴코아와 2006년 까르푸를 인수한 데 이어 2010년엔 대구 우방랜드·동아백화점과 서울 그랜드백화점 강서점을 인수합병하며 몸집을 키웠다. 이때부터 ‘의식주휴미락’이란 키워드로 인수합병에 더 공격적으로 나선다. 의식주휴미락은 의류/외식/건설·가구·생활용품/호텔·리조트·테마파크/여행을 뜻한다. 해외 M&A에도 적극적이었다. 2011년 이탈리아 패션잡화브랜드 만다리나 덕을 인수했고, 제화업체 엘칸토까지 품에 안았다. 2012년엔 이탈리아 패션잡화브랜드 코치넬리를, 2013년엔 미국 패션브랜드 케이스위스를 인수했다.

지난해엔 제주와 청평 풍림리조트를 손에 넣으며 이랜드그룹은 6개 사업영역에서 250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적 콘텐트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랜드가 이렇게 M&A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성장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박 회장 남매의 지론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이랜드의 성공 요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랜드는 뒷돈을 주거나 다운 계약서(세금을 줄이기 위해 계약서에 실제 거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적는 이중 계약)를 쓰지 않는다. 이것이 30년간 꾸준히 성장한 비결이다.”

이랜드그룹에서 박성수 회장은 그룹의 큰 그림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일 년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 머물며 장기 경영 전략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외적인 활동은 여동생인 박성경 부회장이 대신하고 있다. 그룹 전체의 인재 관리와 인재 경영, 신성장 동력인 미래사업이 박 부회장의 영역이다.

중국시장 진출 성과가 지속 성장 좌우


▎박성경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며 챙긴다. 중국 시장 진출도 박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또 국내외 대외 활동을 책임진다. 중국 거대 그룹 및 아시아와 유럽·미국의 주요 그룹 회장들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중화권 기업과 박 부회장의 돈독한 인맥이 이랜드그룹의 주요 성장 동력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부회장은 “우린 그들(중화권 기업)과 비즈니스보다는 가족 관계에 가깝다”며 “그 정도의 신뢰감을 지난 20년 동안 쌓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팍슨·왕푸징백화점그룹이나 완다그룹 등은 우리의 제안에 대해 신뢰하고 있고, 우린 약속한 것을 어기지 않는다”며 “다른 한국 기업들이 고전하는 중국에서 우린 신뢰와 파트너십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 이랜드는 한국 기업 가운데 중국 시장 진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현재 249개 도시, 1070개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패션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중국 성공의 비결로 ‘철저한 현지화’를 꼽는다. 생산기지를 먼저 만들고, 사장 조사를 꼼꼼히 하고, 직원들을 파견해 5~6년 이상 준비한 후 진출했다. 그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관시(關係)나 기업(합작 법인)에 기대지 않고 직접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직원들을 독려했다”며 “파견 직원의 자녀들을 중국인 학교에 보내는 등 철저하게 현지에 적응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며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월 이랜드의 중국 내 유통 1호점 공식 오픈 행사에도 박 부회장이 나섰다. 이랜드는 중국 상하이에 바이성(百盛. 영어명 팍슨)그룹이 4년 간 운영하던 백화점을 300억원을 들여 리뉴얼했다. 팍슨이 건물과 자본금을 제공했고 이랜드가 200개의 콘텐트로 매장을 채웠다. 이랜드는 팍슨-뉴코아몰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10개의 유통점을 더 낼 계획이다. 앞으로도 기존 백화점을 리뉴얼하는 방식으로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100개 점포를 낼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가 걱정거리다.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도 하락세를 겪고 있어 앞으로의 도전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특히 이랜드는 최근 중국 법인의 실적 저하와 신용등급 강등, 재무위험 고조 등에 따라 위기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이에 대해 “위기는 항상 우리에게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백화점과 패션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란 것을 예상하고 2년 전부터 중국 유통 진출과 SPA 사업을 준비했다”며 “차별화된 한국적인 콘텐트를 들여온다면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멈추면 바로 낭떠러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랜드는 2018년이면 중국 매출 비중이 한국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시장은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고 시험하는 테스트 마켓 형태로, 한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여행 관련 콘텐트 개발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주력할 계획이다.

- 곽재민 기자

201605호 (201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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