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미 국방부의 예산낭비 스캔들 

 

Steve Forbes 포브스 회장·편집국장
트럼프대통령은 정부 효율성 개선을 목표로 설립된 백악관 미국혁신국 국장직에 재러드 쿠슈너를 임명했다. 미국혁신국이 당면한 단연코 가장 큰 도전과제는 심각한 동맥경화증을 앓고 있는 국방부의 무기조달체계를 혁신하는 것이다. 국방부의 무기조달체계는 그동안 수천 명에 달하는 우리 군인들의 목숨을 불필요하게 앗아갔으며 말 그대로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예산을 낭비한 주범이다.

우리는 이같은 처참한 현실이 지속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된다.

2010년 <이코노미스트>는 “터무니없이 값비싼 무기로 대변되는 만성적 문제가 이제 점점 급성 문제로 진전되고 있다”라고 공언했다. 그 전과 그 이후로도 이같은 심각한 경고의 사이렌은 수차례 울린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대 최고사령관과 국방부 장관이 번갈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만 과업인 동시에 지긋지긋한 치욕을 우리에게 안겨준 체제를 진정 개혁할 수 있는 기회를 트럼프 대통령이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 군대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이후 전무후무한 규모의 전력증강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고 장비는 수리와 정비가 급박한 실정이다.미국이 전세계 침략국을 저지하고 사이버공간, 무인시스템 그리고 로봇 시대의 도전과제에 대응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비, 소프트웨어 그리고 무기가 필요하다. 해군만 하더라도 전세계 각지에서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80척의 군함이 추가로 필요하다.

2018 회계연도 기준으로 배정된 트럼프 정부의 국방부 예산은 기존의 장비와 무기를 유지하는 데도 부족한 실정이며, 2012년 예산에 비해 6% 감축된 금액이다.

새로운 무기, 군용기 및 군함 등을 개발하는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일은 더 이상 자유재량의 사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재의 프로세스하에서는 이같은 점검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 이같은 과업의 규모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다.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백오피스 직원 전체수만 하더라도 100만 명이 넘는다.

무기개발 프로젝트 지연은 관료주의 때문

신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의 매 단계마다 관료주의라는 높은 장애물을 뛰어넘는 일이 수반되며, 여기서 무기개발 프로젝트는 수년 동안 지체되고는 한다. 이처럼 지루하고 느리기 짝이 없는 장애물 코스를 상세히 설명해놓은 자료가 있으니, 바로 국방부의 ‘성서’에 비견되는 ‘국방획득제도운영’ 문서다. 무수히 많은 검토를 거치는 과정에서, 새로운 요구와 새로운 ‘개선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수천 건에 이르는 변경주문(비판론자들은 이를 ‘요구사항 변경’이라 부른다)이 이루어진다. 주택을 개조해 본 경험이 있다면,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 온갖 변경으로 인해 얼마나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프로젝트가 지연될 수 있는지 익히 알 것이다.

F-35 전투기 프로젝트는 원래 2866대의 전투기를 생산하는 데 233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가장 최근의 예상치를 보면, 비용은 3910억 달러로 상승한 데 반해 생산기수는 14% 감소했다. 원래 계획보다 상승한 비용에 트럼프 대통령은 신랄한 비난을 가했다. F-35 전투기의 원청업체인 록히드마틴은 현재 비용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애당초 어떻게 비용이 이처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하게 되었다는 말인가? F-35 전투기에서 볼 수 있는 프로젝트 지연과 비용초과는 국방부에서는 비교적 정상으로 간주되는 일이다.

국방부의 조달프로세스가 어찌나 보수적인지 과거 국방부 장관들은 이따금 전장의 긴급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깊은 수렁에 빠져버린 프로젝트를 ‘건져내야만’ 했다. 2007년 로버트 게이츠 국방부 장관이 이라크에 주둔한 우리 군인들에게 방폭차량을 지원하기 위해 취했던 조치가 바로 그러했다. 관료주의의 무기력함으로 인해 그 전까지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해병대 사상자의 수는 수백 명에 이르렀다.

우리의 역사는 효과가 없는 무기 혹은 가용한 대안에 비해 형편없이 열등한 무기에 집착하는 군대 관료주의의 오점이 남긴 사례로 점철되어 있다. 남북전쟁 당시 육군은 연발소총을 거부하고 대신 단발소총을 선호했으며, 이 같은 끔찍한 결정은 수만 명에 이르는 육군 장정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현대에 들어와 이와 유사한 또다른 치명적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오리지널 M16 공격용 소총이다. 각 분야에서 M16 소총의 결함에 대해 경고했다. 베트남전 초기 M16은 총구의 막힘현상 때문에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육군의 군수품 담당자와 관료들은 이 같은 비판을 완강하게 무시했고, 심지어 M16의 성능시험 결과를 조작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군인들의 목숨이 희생되었는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리라. (충격적인 사실은 오늘날 국방부 외부의 전문가들이 M16 및 그 후속모델인 M4를 미육군 보병대가 사용하기에 질 낮은 무기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옹호론자들은 이처럼 수많은 장애물이 존재하는 끔찍한 프로세스가 실패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무수한 무기개발 프로그램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한 실패작으로 끝나고 말았다.

일단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개발된 무기의 성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와는 무관하게 이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무기마다 이와 관련해 활동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있고, 이들은 프로그램이 실제로 가치가 있는지 아닌지와는 상관없이 필사적으로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한다. 여기서 이해관계자들이란 관료들, 국방부의 관련부서, 군수업체, 로비스트, 그리고 너무나 쉽게 국방예산을 자신의 지역구 및 지역주의 배를 불리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의원들이다.

임명된 관료는 오고 가지만, 관료주의는 계속 남는다

원가가 가산되는 방식의 계약방식 하에서는 계약업체가 비용을 통제해야 할 인센티브가 존재하지 않는다. 프로젝트 비용이 높아질수록 그만큼 수익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린, 추잡스러운 연말의 예산낭비 관행도 한 몫 한다. 관리자들은 배정받은 예산을 마지막 한 푼까지 모두 사용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되며, 예산을 아꼈다가는 차년도 배정받는 예산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이같은 프로세스를 더욱 엉망으로 만드는 요소가 있으니, 환경청이나 노동안전위생국과 같은 여타 정부기관에서 요구하는 추가적인 규정들이다.

국방부의 조달관행이 보여주는 호러쇼 자체는 비밀이랄 것이 없으나, 문제는 호러쇼가 이 같은 프로세스를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왔다는 데 있다. 거의 모든 역대 국방부 장관들이 적어도 개혁을 위한 시도에 나섰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2005년 랜드사의 연구결과는 63개의 개혁조치를 열거했으나, 이 조치가 미친 전체 영향은 미미했다. 2013년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한 기사에 따르면 국방획득프로세스의 개혁에 관한 주요연구가 적어도 27건 존재했으며, 비정부 전문가들이 수행한 진지한 연구도 300건 이상에 이르렀다.

오래 전부터 정부기관에서 회자되는 말이 있다. 임명된 관료는 오고 가지만, 관료주의는 계속 남는다.

작금의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이같은 모든 문제의 기원에 비롯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설적인 장군이자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던 조지 마샬은 종전 이후 이제부터 평시의 미국에는 필요해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장교집단이 존재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이를 통해 미군은 신속한 군력증강이 필요할 시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노련하고 준비된 리더 집단을 육성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 장교에게 무기체계 업무를 맡기면 된다. 한 명의 장교로도 될 업무에 10명을 투입하는 것이다!

2014년과 2015년 사이 국방부의 무기개발 및 조달 관행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가장 야심차고도 철두철미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크레이그 휘틀록과 밥 우드워드가 이같은 노력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이야기가 지난 12월 <워싱턴 타임즈>지에 실린 바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국방업무위원회로, 기업중역으로 구성된 연방 자문패널인 국방업무위원회는 “국방부가 고려할 수 있고 향후 적용할 수 있는 검증되고 효과적인 모범업무관행에 대해…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이며 객관적인 자문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똑똑한 맥킨지 컨설턴트 집단의 도움을 빌려, 국방업무위원회는 무수한 기관 및 데이터시스템을 뒤져가며 국방부의 업무를 낱낱이 파헤치는 전례없는 심층적인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피로 얼룩진 거대한 관료주의 적폐를 공략해야

위원회가 밝혀낸 낭비와 엄청난 비효율은 이에 무감각해질 대로 무감각해져 있던 이들조차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였다. 행정상의 낭비요소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5년 동안 적어도 125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국방제국’이 반격에 나섰다. 국방부는 위 보고서가 절대 존재한 적도 없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혹은 보고서를 “순진무구”하고 “피상적”인 것이라 치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이 방대한 연구가 마무리되자 77페이지 분량의 요약보고서가 국방부 웹사이트에 게시되었으나, 곧 삭제되었다.

국방부에 대항해 한 윤리적인 군수업체가 벌이고 있는 싸움이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준다. 소프트웨어업체 팔란티어가 내놓은 데이터분석플랫폼은 전장의 군인들에게 날씨부터 시작해 해당지역의 최신첩보정보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를 하나의 태블릿으로 제공한다. 비용은 연간 1억 달러 정도이다. 스티븐 브릴이 <포춘>지에 실린 훌륭한 기사를 통해 이야기했듯이, 미 육군은 이 플랫폼을 원하지 않았고 대신 “(전통적인) 군수업체들의 팀이 만들어낸, 심각한 결함을 지닌 시스템의 업데이트된 버전을 선택했으며…이는 끊임없는 비용초과를 발생시켰고 비용은 거의 60억 달러에 육박했다.” 전장의 군인들은 육군이 선택한 시스템을 몹시 싫어했고 팔란티어의 플랫폼을 열렬히 지지했다(많은 현지 지휘관들이 팔란티어의 플랫폼을 사용하기 위해 현지의 판공비를 지출했다). 한 해병대 대령은 이렇게 기고했다. “오늘날 해병대원들이 생존해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시스템이 갖춘 역량 덕분입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팔란티어에 대항한 지하드 성전에 나서고 있다. 가능한 모든 관료주의의 속임수를 동원해 팔란티어가 군수계약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재러드 쿠슈너와 그 팀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두 개의 양전선에서 피로 얼룩진 거대한 관료주의 적폐를 공략해야 한다.

첫 번째, 국방업무위원회의 보고서를 샅샅이 파헤쳐야 한다. 쓸데없는 수고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이 보고서에는 미국 역사상 단행된 모든 정부개혁을 통틀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속적이고도 실질적인 공격전선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두 번째, 고르디안의 매듭이 남긴 교훈을 마음 깊이 새기고, 레이건 정부 시절 국가안보를 담당했던 크리스토퍼 리만이 1월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를 통해 추천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라. “ 국방부 장관 혹은 육군, 해군, 공군 사령관 누구에게든 5년 동안 모든 연방획득규정을 무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간단한 법제조항이 필요하다. 이같은 법제조항은 상기 장관 혹은 사령관이 대신 통상적인 상법에 근거하여 의회가 책정한 자금으로 재화 및 용역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관료적 형식주의와 수많은 관료주의의 장애물이 제거될 것이며, 간결한 상업적 계약관행을 활용함으로써 수개월, 수년, 혹은 십년 이상의 프로젝트 지연 및 불필요한 비용이 절감될 것이다.”

- Steve Forbes 포브스 회장·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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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호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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