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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2OOO] 616위 현대중공업 

고비 넘기고 분사로 재도약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현대중공업은 거대한 몸집을 나눠 각자도생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파고는 여전히 높다.

▎현대중공업 독립법인 출범을 기념해 지난 4월3일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부회장, 6개사 대표 등을 포함한 임직원 300여 명이 울산 현대중공업 본관 앞에서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조선업계가 극심한 수주 가뭄에 처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대형 계약 체결에 성공하면서 한숨을 돌리고 있다. 4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재진입하면서 ‘최악은 지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조5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5월까지 총 62척(약 4조2000억원)을 수주하며 연간 목표치의 절반을 조기에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척(10억 달러)을 수주했던 것과 비교하면 수주 선박 수는 5배를 넘는다.

앞으로는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선박 수요 증가에 기대를 품고 있다. 오는 2020년 1월부터 전 해역에서 선박 연료 내 황함유량을 0.5% 이내로 제한하려면 이 기준에 맞춘 설비를 설치하거나 새 선박을 이용해야 한다.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의무 설치, 이산화탄소 배출량 의무보고 등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는 점점 강화되는 추세라 기술력이 있는 업체일수록 대응이 수월하다. 또 경기도 성남시 백현지구 일대에 ‘현대중공업그룹 통합 R&D센터’도 만든다. 그룹의 제품 개발 관련 기초연구를 하고 미래 신사업을 창출하는 신기술 확보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각 사업부문을 분리하면서 기술력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인적분할로 6개 법인 새로 출범해 위기 타개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분할했다. 현대중공업(조선· 해양플랜트·엔진)과 현대로보틱스(로봇),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일렉트릭에너지 시스템(전기·전자) 4개 업체가 새로 생겼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위기 타개 전략으로 분사 카드를 내놓았다. “조선 위주의 사업 체계 때문에 생기는 다른 부문의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분사한다”고 발표하고 지금까지 분사 작업을 진행해왔다. 4월에는 신설 3개 법인을 포함해 자회사 2개까지 총 6개 법인이 새로 출범했다. 현대일렉트릭은 전기·전자 사업을 하고 현대건설기계는 건설장비 사업, 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등 로봇 관련 사업을 각각 맡는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플랜트·엔진 사업에만 집중한다. 거대한 몸집을 6개로 나눠 각자도생하는 전략이다. 신설 회사는 2021년까지 각 분야에서 세계 상위 5위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분할을 통해 기업 미래가치가 더욱 높아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달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대부분의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분할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재무구조개선과 순환출자 해소, 투명성을 확보하면 세계 기업과 경쟁할 때 맞설 힘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다. 비조선 사업 부문의 분사는 앞서 현대중공업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 계획의 마지막 단계, 즉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 취할 조치였다. 그동안 조선업 구조개편 국면에서 업계가 취한 행보가 비주력 업체 정리에 그쳤다면, 독립회사로 인적분할 하는 이번 결정은 보다 공격적인 결단이었다. 선제 조치를 취하면서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의지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분사 발표 이후 후속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분사 발표 꼭 한 달 만인 12월15일 그룹의 기술경영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조직 신설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 중심의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도 공개했다. 혁신안에는 현대중공업 기획실 내에 그룹의 기술경영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기술·ICT기획팀’ 신설 등을 담았다. 기술·ICT 팀은 제조업 혁신의 핵심키워드로 부상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의 스마트화를 추진한다. 현대중공업을 제조 중심에서 ICT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조치다.

그룹 지배구조의 대대적인 변화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두는 형태의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현재 13% 수준인 자회사(현대중공업·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 지분을 공정거래법상 기준인 20% 이상(상장사 기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분 추가 확보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주주구성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10.2%), 현대미포조선(8%), 아산복지재단 및 나눔 재단(3.2%), KCC(7%), 국민연금(5.3%), 자사주(13.4%) 등으로 분포돼 있다.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통한 구조조정도

다만 분사 뒤 비조선 분야의 신설 법인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비관론도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현대중공업 매출액에서 주력 부문인 조선·해양·엔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58%)을 넘는다. 전기전자·건설장비·그린에너지 등의 매출을 다 합해도 전체의 11.8% 정도다. 로봇은 그동안 엔진사업부의 일부였고, 서비스는 이제 막 출범한 부문으로 실적이 없다. 특히 현대건설기계의 주력 사업부문이 될 건설장비 부문은 현재 국내외 상황이 좋지 않아 앞으로 갈 길이 험난하다. 현대중공업 건설장비 부문은 지난해 내내 적자를 봤다. 선박 사후 관리나 그린에너지 부문도 당장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노동조합의 극심한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또 한숨 돌렸다지만, 조선업에 과거와 같은 호황이 다시 찾아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정점에 맞춘 설비나 인력을 꾸준히 줄여가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울산조선소 독(dock) 2기를 가동 중단했고, 군산조선소는 7월1일부터 멈출 예정이다. 군산조선소는 현대중공업이 축구장 250개 크기(181만 ㎡) 부지에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2008년 5월 공사에 들어갔지만 얼마 안 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조선업 불황이 시작돼 결국 준공된 지 7년 3개월 만에 잠정 중단에 이르게 됐다. 인력도 3500여 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업계에서는 부실의 원인이 됐던 해양플랜트(바다에서 원유·가스를 뽑아내는 구조물) 사업도 가격 경쟁력이 없는 만큼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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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호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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