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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으로 파고 든 인공지능 

임문영 인터넷 저널리스트
인공지능은 점점 더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장애물을 인식해서 스스로 피해 나는 드론, 날씨나 주식, 지진 등을 실시간 뉴스로 만들어주는 기자, 기상캐스터가 등장했다. 예일대는 고난도의 음계를 작곡하는 인공지능도 만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도 나타날 것인가.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플랫폼 ‘ 알렉사’는 많은 로봇과 기기에 적용됐다. 알렉사가 탑재된 로봇 ‘ 링스’(중국 유비테크)가 지난 1월5일(현지 시간) CES 2017 전시장에서 이동하고 있다.
미지수를 나타내는 ‘X’는 고대 아랍으로부터 시작돼 근대의 철학자인 데카르트가 ‘알 수 없는 수(미지수)’를 뜻하는 기호로 정의하면서 현대까지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미지수. 그 알 수 없는 수에는 수많은 것을 대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 덕에 수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인간 또한 과학적 성장을 이뤘다. 컴퓨터는 바로 이 미지수 X처럼 알 수 없는 기계다.

1950년대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컴퓨터를 고안해냈다. 컴퓨터는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 중 가장 목적이 불분명했다. 냉장고는 음식을 보관하고, 자동차는 이동을 위해서 존재하지만, 컴퓨터라는 기기는 애초부터 특별한 목적이 없었다.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컴퓨터를 사줄 때는 ‘공부에 도움되라’는 것이 목적이겠지만, 아이들의 목적은 딴 데 있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컴퓨터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목적이 달라진다. IBM의 토마스 왓슨이 컴퓨터 산업 초기에 컴퓨터는 지구상에 5대만 있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미지수 X처럼 수많은 대입 가능성 지닌 인공지능


▎팀 쿡 애플 CEO 는 지난해 6월13일 (현지시간) 인공지능 음성비서 ‘시리’를 외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에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시리는 생활 속에서 인공지능을 직접 체험하게 한 선구자적 서비스로 꼽힌다.
컴퓨터 자체에 특별한 목적이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컴퓨터는 그야말로 다목적 기기가 됐다. 컴퓨터는 프로그램이 주어져야 비로소 어떤 역할을 한다. 스프레드 시트를 깔면 계산기가 되고, 워드프로세서를 깔면 타자기가 된다. 포토샵을 설치하면 스케치북이 되고, 음악을 실행시키면 음향기기가 되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인간이 의도한 대로 값을 찾아내고 계산해 컴퓨터에 목적을 불어 넣는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 중에서도 목적이 가장 불분명한 것이 있으니, 바로 컴퓨터로 구현하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도 무엇을 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이 없다. 다만 인간의 두뇌를 흉내 낼 뿐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프로그래머가 결과를 예측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상황과 의도를 스스로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학습해서 무엇인가를 해낸다. 만든 사람도 결과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미지수 X처럼 수많은 대입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바둑을 배우면 바둑 인공지능이 되고, 날씨정보를 학습하면 기상 인공지능이 될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과 예측할 수 없는 변화,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인공지능을 바라보며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갖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늘 그렇듯이 모든 창의적인 생각과 미래에 대한 비전은 문학과 예술작품이 먼저 꿈꾸었던 것들이다. 인간이 아직 달에 가기도 전인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SF영화 사상 최고의 걸작이라고 일컫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발표했다. 이 영화에서 관객들은 ‘인공지능’ 컴퓨터의 이름을 처음으로 듣게 된다. 바로 인공지능 ‘HAL9000’이다. 영화에서 할 (HAL: Heuristically Programmed Algorithmic computer)은 유명한 대사를 한다. “미안합니다. 데이브, 유감이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라는 대사다. 이 대사는 주인공인 데이브가 인간을 배반한 할의 메인 메모리를 중단시키기 위해 격납고 문을 열라고 명령하는데, 할이 이를 거부하며 하는 말이다. 여기에서 보여준 ‘인공지능의 배반’은 컴퓨터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거의 모든 SF 영화의 클리셰가 됐다. HAL9000처럼 붉은 불빛, 기괴하고 음산하며 무미건조한 목소리의 인공지능은 시대가 바뀌자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2016년에 나온 영화 <엑스 마키나(Ex Machina)>에서는 스웨덴의 미녀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고혹적인 모습의 인공지능 로봇으로 등장한다. 인간이 만든 과학실험실 안에 갇혀 있던 이 아름다운 인공지능은 실험실을 방문한 주인공을 바라보며 “나를 여기에서 내보내줄 건가요?”라고 물어본다. 그녀의 눈빛은 지적이며 매혹적이지만 그 안에 놀라울 만큼 깊은 의도가 숨겨져 있다.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면서도 주인공은 그녀가 로봇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관객들은 로봇이 인간을 완벽하게 닮을수록 불쾌감이 증가한다는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

“제페토 할아버지가 통나무를 깎아 나무인형을 만들었는데 살아 움직이는 아이 피노키오가 됐다”는 그런 옛날 동화의 시대는 갔다. 어느덧 아톰, 터미네이터, 스타워즈의 R2D2를 거쳐 아이언맨의 비서 ‘자비스’까지 거의 모든 이야기에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시대다. 인공지능은 너무 익숙해져서 우리가 그 존재를 다시 따져 확인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가 됐다. 우리는 영화 <허(HER)>에서처럼 ‘사만다’를 인공지능이 아닌 이성으로 받아들여 사랑에 빠지고,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길을 잘못 가르쳐주면 마치 사람에게 하듯 짜증을 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다.

튜링은 컴퓨터를 만들면서 ‘생각하는 기계’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그는 컴퓨터와 대화를 나눠 인간인지, 컴퓨터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면 그 기계에 지능이 있을 것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른바 ‘튜링테스트’다. 이후 존 매카시 박사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이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까지 인공지능 연구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인공지능은 ‘추론과 탐색’이 연구 주제였다. 간단한 문제 풀이는 할 수 있었지만 좀 더 복잡한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다. 이후 1980년대 시도된 ‘전문가 시스템’도 컴퓨터가 지능을 갖게 했다기보다, 지능으로 할 수 있는 많은 일 가운데 특정한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수준이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새로운 도약 기회 맞아


1990년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인공지능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는다. 검색엔진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가 생겼고,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통해 수많은 빅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스스로 학습하는 시스템으로 진화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2006년 제프리 힌튼 교수가 딥러닝(Deep Learning)을 처음 발표한 이후 얀레쿤, 앤드류 응, 요수아 벤지오 같은 ‘인공지능 구루’ 과학자들에 의해서 발전을 거듭해 놀라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IBM이 만든 컴퓨터 딥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천재 카스파로프를 이긴 것이 1997년,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었다. 딥블루는 인간과 시간제한이 있는 체스경기에서 이긴 최초의 컴퓨터였지만 인공지능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이때 딥블루는 체스 거장들의 정보와 모든 경우의 수를 미리 입력하고 대국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2011년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이 미국 최고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해 제퍼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우승자 2명과 퀴즈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왓슨의 승리. 우승상금 100만 달러 전액을 통 크게 기부한 왓슨은 4테라바이트의 용량에 2억 건의 구조화, 비구조화 콘텐트를 미리 입력해 놓았었다. 이때 왓슨의 능력은 특정 주제에 맞는 답을 검색해 찾아주는 것이었다.

2016년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5전 4승 1패로 이긴 사건은 인공지능의 혁명을 실감나게 했다. 알파고는 한 해 전인 2015년 유럽 챔피언 판후이와 대결에서 보여줬던 실력보다 훨씬 발전해 있었다. 사람의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지능인 알파고는 기보나 바둑의 수를 미리 입력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둑을 학습했다. 알파고의 인공지능에는 다음 번에 어디에 돌을 놓을지 위치를 선택하는 ‘정책망’과 수를 두었을 때 승리를 예측하는 ‘가치망’이 적용됐다고 한다. 구글은 이것을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고급 트리 탐색(Monte Carlo tree search)을 연계해 바둑을 두었다는 것이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10의 170승(10 )으로 10의 40승(10 )인 체스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복잡하다. 흔히 우주의 원자보다도 많다고 한다. 인공지능은 체스에서 인간을 이긴 지 20년 만에 바둑에서 인간을 이겨 우리에게 그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두려움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인공지능을 실현한 선구자는 애플이 만든 아이폰의 ‘시리(Siri)’였다. 2011년 아이폰 4S와 함께 발표된 시리는 사용자에게 ‘개인음성비서’라는 개념을 알게 해주었다. 시리는 음성만으로도 전화번호를 찾고, 문자를 보내고 앱을 실행시켰다. 나온 지 벌써 6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시리와 대화를 처음 해보고 놀라는 사람이 주변에 늘 한두 명씩 있다. 시리는 “넌 사람이니?”라고 물어보면 “우리 사이에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하고 “누가 널 만들었지?”라고 물으면 “상자에 적힌 대로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에서 디자인되었다”고 대답한다. 시리의 영특함에 초기 사용자들은 일종의 문화충격을 받았다.

시리는 먼저 사용자의 음성을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라는 회사의 음성인식기술을 활용해 텍스트로 바꾼다. 이어서 이 텍스트 내용을 SRI의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동작을 한다. 이런 기술 때문에 IT기기 입력 인터페이스는 키보드에서 마우스로, 다시 터치로, 또 다시 음성으로 옮겨가게 됐다. 애플과 경쟁회사인 삼성은 이듬해 ‘S보이스’를 내놓았고 LG도 ‘Q보이스’를 내놓는 등 휴대폰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사생활까지 지원하는 인공지능 비서들


▎롯데자산개발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한식당 대장금에 인공지능 서비스 로봇 ‘장금이’를 도입했다. ‘장금이’는 메뉴 소개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에 맞춰 댄스공연을 펼치기도 하고, 카메라 기능을 활용한 사진 촬영 서비스를 한다.
IT 거인들도 인공지능 비서를 앞다퉈 만들었다. 구글은 2012년 ‘구글 나우(Google Now)’를 발표했다. 구글 나우는 명령을 받아 실행하는 방식보다 한발 더 나아가고자 했다. 구글 나우는 사용자의 사용습관을 분석해서 미리 카드 형태로 알려준 것이다. 구글은 검색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자사의 인터넷 정보가 있었고 이를 사용자의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정보와 결합해 유용한 정보로 해석해 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능력 때문에 예를 들어 퇴근할 때면 가족들에게 알려준다거나 나에게 막차 정보를 알려주고, 내 주차 위치를 자동으로 기억해 알려주기도 한다. 출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에는 환율 정보를 보여주는 등 눈치가 빠르다. 하지만 의도를 미리 앞서 읽음으로써 “내 사생활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가?”라는 두려움을 주기도 했다. 음성검색 위주의 구글 나우는 2016년 발표된 구글 어시스턴트(Assistant)에 통합돼 대화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우10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코타나(Cortana)를 선보였다. 코타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통해 음성인식 데이터들을 좀 더 자연스럽게 해석하는 머신러닝을 수행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코타나의 학습이 더해질 것이고, 데이터 해석 능력이 점점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는 아직 지원하지 않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구체적인 형태를 가진 인공지능도 나타났다. 아마존은 스마트홈 스피커 ‘에코(Echo)’를 중심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에코는 7개의 마이크, 소음제거 기능 등을 갖춘 원통형 모양의 스피커로 알렉사(Alexa)라는 인공지능이 내장돼 있다. 6~7m 거리에서 명령을 내려도 알아듣는 능력에다 사용자의 영어 발음 패턴을 인식하는 기능도 있다. 특히 제3협력자인 서드 파티에게 개발자도구인 ASK(Alexa Skills Kit)를 제공해 다양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결합한 하드웨어로 구글홈을 내놓았다. 에코를 ‘알렉사’라고 부르는데 반해 구글홈은 ‘OK 구글’이라고 부른다. 구글 크롬 캐스트와 연결해 유튜브 동영상을 TV로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필립스에서 만든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전구 ‘휴(HUE)’와 연동하면 집안 조명색깔도 음성 명령으로 바꿀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SK가 ‘누구(NUGU)’를 내놓았다. 스마트폰 2배 정도의 길이를 가진 하얀 원통형의 ‘누구’는 LED조명을 탑재해서 조명등과 같은 느낌이다. ‘누구’는 음악을 들려주고, 날씨와 일정을 검색하는 것은 물론 집안의 조명을 끄거나 TV를 켜는 일 등을 돕는다. 앞으로 차량용, 신체부착형 기기로도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KT는 인공지능 ‘기가 지니(GiGA Genie)를 공개했다. 28cm 높이의 둥근 타원형의 이 기기는 카메라, 인터넷 전화, 스피커를 결합한 셋톱박스에 가깝다. 이용자와 지능형 대화가 가능하고 딥러닝 플랫폼 기반으로 음성인식 및 대화기술이 진화할 수 있다. 카메라가 탑재돼 TV와 연동시켜 화상전화 등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벤처기업인 마인즈랩도 ‘초롱이’라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내놓았다.

스피커, 조명, 셋톱박스 등 어떤 형태든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는 이제 점점 집안의 집사가 되고 있다. 조명과 전원, 가스를 통제하는 것은 물론, TV와 음악기기, 전화, 냉장고와 차고문까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해 가정 내 모든 것을 통제하게 된 것이다.

한편, 인공지능 비서는 점차 사람과 교감을 목적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시리와 코타나가 단순한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기계가 아니라 친절하고 똑똑한 여성 이미지로 인격화된 이유는 사무적인 대화보다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가 인간에게 더 끌리기 때문일 것이다.

집안의 집사이면서 인간과의 교감도 시도


▎도요타가 만든 키로보는 운전자를 위한 말동무 로봇이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릴 수 있고 높이 10cm, 무게 183g의 블루투스와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떨어져 있는 상대방에게 감정을 전달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다양하게 있었다. 키신저(kissinger)는 부착된 실리콘 패드에 입술동작을 그대로 전달해주는 원격키스 기계로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졌다. 필로우톡(pillow talk)이라는 제품은 원격으로 떨어진 연인들이 각자 손목에 스마트 밴드를 차고 스피커를 베개 밑에 두면 서로 상대방에게 심장 박동소리를 들려주는 장치다.

인공지능 애인은 인간끼리의 원격 연애가 아니라 가상의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교감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일본 기업 윈크루가 만든 여자친구 로봇 게이트박스(Gatebox)는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프로필과 신체조건을 입력해 캐릭터를 만들 수 있고, 이 캐릭터와 채팅앱을 통해 대화를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 메신저 ‘위챗’을 위해 내놓은 ‘샤오빙(小氷)’은 인공지능 기반 채팅로봇, 즉 챗봇(chatbot)이다. 샤오빙은 감성지능(EQ)까지 갖추고 있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의 상처를 위로해주는 역할도 한다. 샤오빙에게 자기 속마음을 전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전하며 살아가는 나홀로족이 늘고 있다고 한다.

홀로 사는 할머니에게 일기 예보를 알려주고 신문을 읽어주는 장면이 방송 다큐멘터리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된 파르미(Palme)는 간병 또는 말벗 로봇이다. 이 로봇은 퀴즈도 내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할머니의 데이터를 기억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친해지는 능력을 갖췄다. 일본의 독거노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도요타가 만든 키로보는 운전자를 위한 말동무 로봇이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릴 수 있고 높이 10cm, 무게 183g의 블루투스와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시동을 끄면 “나를 차에 두고 가면 안돼요!”라고 말할 정도로 깜찍하다. 장거리 운전자에게는 졸음도 막아주고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가 될 듯하다.

이외에도 핸슨로보틱스가 만든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Sophia)는 62가지의 표정을 지으며 상대방의 표정을 읽고 대화할 수 있다. 애완용 강아지로봇 아이보(Aibo)를 만든 소니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최근 칩(chip)이라는 강아지로봇을 내놓은 와우위(Wowwee)는 기대가 크다. 이 반려로봇은 주인의 동작을 따라 움직이고 공을 인식해서 공놀이도 할 수 있다. 가격을 저렴하게 하기 위해 구현하기 복잡한 4족 보행보다는 아예 바퀴를 채택해서 구르는 강아지 로봇이 됐다.

궁극적으로 로봇은 인간을 닮아야 더 친근할 것이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을 닮은 로봇이다. 우리가 흔히 로봇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로봇이기도 하다. 2000년 일본 혼다가 만든 아시모(ASIMO: Advanced Step in Innovative Mobiloty)는 인간처럼 두발로 걷는 이족 보행에 성공한 로봇이다. 이후 미국 보스톤 다이내믹스에서도 이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를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휴머노이드 ‘휴보’가 유명하다. 휴보는 2015년 세계 재난로봇대회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적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가정용으로는 사용하기 어려운 로봇들이다. 2005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가정용 휴머노이드 와카마루(Wakamaru)를 출시했지만 너무 비싸 실패했다. 이후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시스템으로 지능형 서비스가 더욱 발전하면서 새로운 가정용 로봇 시장이 열렸다. 현재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Pepper)’가 대표적이다.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는 가정용 로봇 페퍼(Pepper)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페퍼는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상태를 분석해 감정을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감정엔진이 들어있어 사람의 기분을 수치화하고 대화를 반복하면서 학습을 할 수가 있다. 키도 120cm 정도로 작은 초등학교 어린이 정도라서 기계라는 거부감을 줄이고 인간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귀여운 외모와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과 매장에서 고객의 주문을 받기도 하고, 단골 손님을 기억해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 외에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제작된 지보(Jibo)라는 소셜 로봇, 가족들을 구분해서 돕는 버디(Buddy)라는 패밀리 로봇, 노인이나 장애자를 돕는 HSR(Human Support Robot) 등 다양한 로봇이 만들어지고 있다. 영화 ‘월-E(WALL-E)’를 닮은 젠보(Zenbo)라는 로봇은 비상영상전화를 이용해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고, 경찰이 젠보를 제어해 신고자 상황을 알 수도 있다.

미국 소매 일자리 800만 개 사라질 수도


▎아마존 직원들이 시애틀에 문을 연 편의점 ‘아마존고’ 입구에 서 있다. 아마존고는 필요한 물건을 집어 바로 나오면 자동 결제돼 계산대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
페이스북은 사진 속에 있는 친구를 알아서 찾아내고 태그를 추천해준다. 구글은 포토 서비스에서 얼굴을 분류해 개인별로 앨범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감정인식 서비스는 선택한 사람의 표정을 분석해 그 사람의 분노·행복·슬픔·놀람 수치를 보여준다. 구글의 페이스넷(FaceNet)은 99.96%, 페이스북의 딥페이스(DeepFace)는 97.25%의 얼굴 인식률을 보인다고 한다. 인간의 평균적 능력 97.5%를 넘어선 것이다.

프리즈마(prisma)라는 아이폰용 앱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진을 유명 화가의 화풍으로 다시 그려내는 앱이다. 러시아 화가 ‘칸딘스키’,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화가 ‘팬시스 피카비아’, 팝아티스트 ‘리히텐슈타인’, 벨기에의 일러스트레이터 ‘길리스 프랑스’까지 다양하다. ‘딥아트’라는 웹사이트도 비슷한 기능을 한다. 모두 인공지능으로 사진을 인식해서 다시 그려주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점점 더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장애물을 인식해서 스스로 피해 나는 드론, 날씨나 주식, 지진 등을 실시간 뉴스로 만들어주는 기자, 기상캐스터가 등장했다. 예일대는 고난도의 음계를 작곡하는 인공지능도 만들었다. 구글의 딥드림은 이미지를 재해석해 추상화를 그리는 인공지능 미술가다. 가전회사들은 사람이 주로 머무는 공간을 찾아 쾌적한 바람을 내보내는 인공지능 에어컨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식 투자와 자산관리를 하는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다.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 프라이빗뱅커(PB) 대신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한다.

번역에도 인공지능이 쓰이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언어 번역은 통계기반 기계번역(SMT)으로 오류가 잦았다. 그러나 2015년부터 인공신경망 번역(NMT)기술이 나오면서 머신 러닝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간의 뇌처럼 문맥을 이해, 스스로 학습하고 시간이 갈수록 정확도가 올라가고 있다.

쓰임새가 다양해질수록 인공지능은 잡킬러(JobKiller)가 되어 가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상황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는 아마존이 시범 운영하는 오프라인 마트 ‘아마존고’다. 이 매장은 매장 운반직원, 상품 진열직원, 계산원이 없다. 고객은 줄을 설 필요도, 계산할 필요도 없다. 그냥 집어들고 가면 된다. 고객이 쇼핑을 하는 동안 자율주행 센서를 가진 카메라가 고객을 따라다니며 구매목록을 확인하고, 고객이 매장을 나서면 앱의 결제수단으로 비용이 결제된다. 컴퓨터비전, 딥러닝 알고리즘, 센서퓨전 등의 기술이 적용됐다.

아마존의 상품을 기획하는 MD들은 ‘A9’라는 개인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과 경쟁했고 그 결과 로봇에게 패배해 모두 정리해고됐다. 더구나 아마존은 배송도 드론과 자율주행트럭으로 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이렇게 사라질 미국 소매 일자리가 800만 개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완전한 인공지능은 인류의 멸망” 회의론도 대두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백악관 대통령실 이름으로 발행된 ‘인공지능 자동화, 그리고 경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기계가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거나 인간의 수준에 근접할 것은 분명하다”고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AI가 자동화를 통해 부를 창출하면서 미국 경제도 좋아지고 혜택도 받겠지만 일부 불이익을 받게 될 미국인을 돕고 인공지능의 혜택을 모든 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보고서는 “3개월마다 약 6%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인공지능이 활성화되고 대다수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되려면 기술 변화의 속성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좋은 정책과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①가능한 많은 혜택을 창출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개발할 것 ②미국인들을 교육하고 훈련시켜 미래의 일자리에 대비할 것 ③성장의 과실을 많은 이들이 나누도록 전환기의 노동자를 지원하고 역량을 강화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백악관 인공지능 보고서는 “향후 20년 내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거나 비견할 수준이 되어 전 분야에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UN 미래포럼은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웨일이 말한 기술적 특이점인 싱귤래러티(Singularity)가 온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하나로 통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점점 기계처럼 되고 기계는 점점 인간처럼 된다는 것이다.

과연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은 나타날 것인가? 초지능은 우리를 배반할 것인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완전한 인공지능은 인류의 멸망을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현대판 아이언맨이라는 사업가 일론 머스크도 “컴퓨터가 인간을 애완견 래브라도 리트리버처럼 기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터미네이터’ 영화 속 배경은 2029년. 핵전쟁 이후 잿더미 속에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고 말살하는 때다. 따져보니 12년 남았다.

대부분의 미래 SF 영화들은 인공지능 로봇의 배신을 다뤘다. 그렇게 수많은 경고를 들으면서도 인간은 왜 인간을 해고시키고 로봇을 더 고용하려고 하는 것일까? 정작 사람들끼리는 서로 가까이 하지 못하면서 왜 인간을 닮은 로봇에게서 위안을 받으려고 하는 것일까? 아이러니한 일이다.

- 임문영 인터넷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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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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