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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늪’ 에 빠지지 않으려면?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연구소 대표
오만은 패망의 선봉이고, 자만은 넘어짐의 앞잡이다. 기업은 오만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오만의 징조를 발견할 수 있는 체크시스템(Check System)을 만들어야 한다.

경영자의 오만(Hubris)은 기업의 성공에 비례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기업이 성공하면 할수록 경영자의 오만은 더욱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성공해왔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자신이 유능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성공시켰다’는 위험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되고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모든 결정권은 최고경영자에게 집중되고, 최고경영자가 없으면 되는 일이 없는 조직으로 변질된다. 경영자의 오만이 심화될수록 보좌하는 가신이나 측근들의 영향력도 덩달아 절대적인 힘을 갖게 되어 이들이 조직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위기가 조직에 형성되면 주변 사람들은 최고경영자가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사실만 전달하고, 그 외의 것은 전부 차단된다. 결국 반대하는 목소리가 사라지면서 최고경영자는 본인의 결정이 항상 완전무결할 뿐더러 모든 조직원이 찬성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경영자의 오만은 더욱 심해져 아무런 견제나 검증 없이 주변의 의견을 무시하고 중대한 사안도 혼자 결정하는 패턴이 만들어진다. 회사의 성장이나 이익을 위해 당장 추진하지 않아도 되는 ‘판매 1위’와 같은 ‘상징적 목표’를 세워 자신의 경영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긴급한 문제를 제쳐두고 조직의 역량을 최우선으로 집중해 추진하게 한다. 자기 실적을 선전하기 위해 최고위과정 같은 교육 프로그램과 방송, 신문 등에 자주 등장하며 비즈니스와 관계없는 사람들을 만나는 등 업무시간을 허비한다.

트라우마·휴브리스 판단 오류 요인

이렇게 되면 경영상의 판단을 내릴 때 충분한 고민과 토론 없이 지난 성공의 감으로만 결정하게 된다. 당연히 ‘판단의 오류’가 스며들면서 조직의 경쟁력은 추락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가 오만해지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경영자의 경영적 판단을 오도하는 요인은 두 가지다. 트라우마(Trauma)와 휴브리스(Hubris)다. 경영 활동에서 실패한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아 경영상의 결정을 내릴 때 두려움이 생겨나 업무 진척이 느려진다. 반대로 성공의 기억은 휴브리스에 빠져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지고 기업을 위기에 빠뜨린다. 트라우마와 휴브리스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휴브리스는 ‘인격적 휴브리스’와 ‘경영적 휴브리스’로 구분된다. 2009년 8월28일 미국 샌디에이고의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ES350)의 사고로 4명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도요타의 품질 문제가 본격 제기됐다. 마침내 대규모 리콜(Recall)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 당시 도요타는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도요타의 시급한 문제는 판매량의 급증으로 인해 부품 공급이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 미국 내 협력 업체의 품질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하지만 점유율 1위 달성이라는 목표에 ‘올인’하다가 치명적 품질 문제를 발생시켜 ‘품질의 도요타’라는 명예에 먹칠하고 ‘몰락의 위기’ 직전까지 갔다. 이 사건은 경영자의 ‘의욕에 의한 오만’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확인시켜 줬다.

그럼 경영자의 오만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제도적인 체크시트(Check Sheet) 시스템 운영으로 방지해야 한다. 다음의 11개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즉시 ‘휴브리스 제로(Hubris Zero) 위원회’와 같은 협의체를 열어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영자 스스로 오만 방지 활동 최선

오만은 사후 개선이 어렵다.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조직이 제도적으로 체크해 발견하고 조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오만은 외적으로 구분하여 판단하기 어렵다. 이유는 오만의 징조를 발견하기 위한 규정이나 체크시트가 개념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명쾌하게 명문화할 수 없는 실정이고 현실에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경영자 스스로가 오만을 방지하기 위한 활동이 최선의 방법이다. 청룽그룹의 리카싱 회장이 좋은 예다. 아시아 최고 갑부인 리카싱 회장은 자신의 오만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현재 마음 자세를 수치화해 평가할 수 있는 ‘자부지수(自負指數)’라는 네 가지 평가방법(교만해진 것은 아닌지, 타인의 지적을 들으려 하지 않는지, 내 언행의 영향을 따지지 않는지, 예상되는 문제와 해법을 미리 세워놓고 토의를 하는지)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자문자답하면서 오만에 빠지는 것을 방지했다고 알려진다.

리카싱 회장은 자신의 말과 태도, 그리고 행동까지도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자신이 오만과 겸손 사이의 균형이 잡힌 마음 자세를 가지기 위해 자부지수를 이용해 ‘자기 억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오만이 없는 경영을 실시해 아시아 최고 부자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인격적 오만(Personality Hubris)’ 또한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 인격적 오만은 권력의 논리와 인간의 심리에 의해 발생한다. 경영적 오만만큼이나 조직을 위태롭게 한다. 오만불손한 태도에서 오는 문제는 대부분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경영자나 임원에 해당하므로 알아도 막기 어렵다.

한국의 기업 풍토에서 임원의 생각·판단·행동에 대해 제동을 걸거나 조언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경영자가 “괜찮아요, 솔직히 이야기해주세요”라고 웃으며 유도해도 지금의 환경에서는 진솔한 대화나 논의를 기대하는 게 힘들다. 누구든 반대 의견 없이 아부꾼과 ‘예스맨’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권력의 자리에 오래 있으면 자만과 오만으로 인해 ‘자기 과잉’이 되고 주위가 보이지 않는 성격으로 바뀌는 일종의 ‘인격 장애의 인간(personality disorder)’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격적 오만은 개인의 성격과 주위 환경에 의해 생겨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부도 전략이다”는 식의 사고를 막아야 한다. 아부는 각 개인의 인격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쉽게 가르쳐서 되는 것은 아니다.

2014년 12월에 발생한 KAL 땅콩회항 사건은 곱씹어볼 만하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소동을 일으켰다. 비행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이 사건에서 기장은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실무자가 직속 임원에게 조언 자체가 불가능한 풍토였기 때문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본인의 오만이 가져오는 파급 효과가 이렇게 클 줄은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이 인격적 오만의 무서움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각 기업은 이런 오만을 방지하기 위해 사내교육 등 여러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게 됐다.

조 전 부사장의 경우와 같은 사건은 휴브리스라는 오만 병에 걸린 기업 문화의 산물이다. 오만 방지를 위해 기업 문화부터 바꾸는 활동을 전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업 조직은 리카싱의 자부지수와 같은 휴브리스 인덱스(Hubris Index)를 만들어 경영자와 임직원들이 스스로 평가하고 억제할 수 있는 교육을 제도화해야 한다.

오만은 패망의 선봉이고, 자만은 넘어짐의 앞잡이

인격적 오만은 자신감으로부터 시작된다. 업무 실적이 향상되면 자신감이 생기는데, 자신감을 방치하면 자만감이 생긴다. 자만감은 사람을 교만하게 만든다. 이 단계에서 겸손과 제로베이스적 사고에 대한 교육이 되지 못하면 자만감이 오만으로 변한다.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은 “경영자가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오만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경영자는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충고는 귀에 들어오지 않거나 들어와도 머물지 않고 쉽게 빠져나간다. 그저 듣기만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역사에서 배우려고 하지만 결코 배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만의 사례는 매우 많지만, 그 병을 치유 또는 예방하려는 경영자는 매우 드물다. 치유 방법은 ‘너 자신을 알라’는 경고와 같이 ‘자기 인식(自己認識)’의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며 자기 인식에 대한 교육이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오만은 패망의 선봉이고, 자만은 넘어짐의 앞잡이다. 오만이 없는 겸손한 업무 처리만이 애써 얻은 성공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뛰어난 장수기업을 보면 오만에 빠져 있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오만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오만의 징조를 발견할 수 있는 체크시스템(Check System)을 만들어야 한다. 이후 휴브리스 인덱스(Hubris Index)를 만들어 전 사원의 사고를 변화시켜야 한다. 오늘날의 글로벌적이고 초스피드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오만으로 인한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은 급격한 몰락(Sudden Death)으로 몰고 갈 수 있다. 향후 오만을 도덕성 관리와 함께 기업경영 관리의 한 축으로 운영해야만 지속경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박스기사] 휴브리스 체크시트

□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누가 봐도 위험하다고 느끼는 위험 요소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인다.

□ 전문가나 조직이 추진할 역량이 없는데도 경영자 의지로 추진한다.

□ 일을 추진하는 데 정신력을 강조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식의 무모한 행동으로 일을 추진하려 한다.

□ 기존 사업에 대해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향후에도 잘될 것이라고 사업을 방치하고 있다.

□ 경영자 자신의 성공 사례를 자화자찬 식으로 언론에 자주 홍보한다.

□ 외부에 성공 사례를 발표하기 위해 외출, 출장이 잦다.

□ 자기애적 성향을 자주 드러낸다.

□ 회의 때마다 과거의 성공을 이야기한다.

□ 무비판적으로 자신에 대한 칭찬을 수용한다.

□ 규칙이나 제도를 무시하고 결단을 내린다.

□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 고집대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경향과 현실 판단에 근거하지 않은 허황된 결정을 내린다.

[박스기사] 오만의 징조 14가지

2007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EU 금융위원회는 금융위기의 원인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금융기관의 경영자들이 오만에 빠져 판단의 오류를 저질러 일어난 금융 사고이고, 해당 경영자들이 오만에 빠져 냉정한 판단을 방해하는 ‘자기과잉(自己過剩)’상태에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후 휴브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금융 사태가 유럽에서 발생했으므로 유럽을 중심으로 2011년 런던에서 ‘오만학회’가 결성되면서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오만학회는 14가지의 오만증후군 증세를 발표했다.

1. 자기도취의 경향이 있고, ‘이 세상은 기본적으로 권력을 휘두를수 있는 영달을 목표로 하는 무대이다’고 생각한다.

2. 무언가 할 때 일단은 자기를 잘 드러내보이게 하고 싶어 한다.

3. 이미지나 외견에 많은 신경을 써서 돋보이게 하려고 애를 쓴다.

4. 위대한 지도자와 같은 태도를 취하려고 하며, 말하는 가운데 혼자 흥분해 자아를 잃은 적도 있다.

5. 자기 자신은 ‘국가’나 ‘조직’과 동일시하고, 생각이나 이해(利害)도 같다고 생각한다.

6. 자기 자신을 높게 보이기 위해 ‘우리’라고 말한다거나, 자신을 크게 보이기 위해 ‘그는’, ‘그녀는’ 등 3인칭을 자주 쓴다.

7. 자신의 판단에는 지나칠 정도로 자신이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비판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8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다. ‘나에겐 무한에 가까운 능력이 있다’고도 생각한다.

9. ‘나에 대한 시비는 동료나 여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를 심판할 수 있는 것은 역사나 신뿐이다’고 생각한다.

10. ‘언제나 자기의 옳음을, 역사나 신이 판단해 줄 것이다’고 믿고 있다.

11. 현실 감각을 잃고, 방 안에 틀어박혀 있던 적이 있다.

12. 조급하며, 앞뒤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충동적이다.

13. 큰 비전에만 신경을 쓴다. ‘내가 하려는 것은 도의적으로 타당한 것이므로 실용성이나 비용, 결과에 대해 전혀 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14. 정책이나 계획을 진행할 때 기본을 소홀히 하거나 세밀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실수나 실패를 초래한다.

-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연구소 대표

201710호 (2017.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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