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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가 높을수록 인간은 왜 오만해지는가? 

 

박진영 심리학자
인간은 기본적으로 꽤 오만하고 뭐든지 자기 좋은 대로 해석하고 마는 동물이지만 문제는 ‘권력감’을 작게라도 맛보게 되면 이러한 현상이 더 심해진다. 왜 그런 걸까?

▎연구에 따르면 90% 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신은 다양한 방면에서 적어도 평균은 간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동물이다. 연구에 따르면 약 90%에 달하는 사람이 자신은 다양한 방면에서 ‘적어도 평균’은 간다고 생각한다. 최근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운전 실력을 물어보면 90% 이상이 ‘적어도 평균은 간다’고 응답한다. 정직성·도덕성·따뜻함·친절·성실함·창의성·논리력 등 다양한 성격적·능력적 면들에 대해 스스로의 위치를 평가해 보라고 하면 역시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은 ‘적어도 평균은 간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향을 보인다.

약 90%의 대학 교수는 ‘자신은 적어도 평균 이상으로 학생들을 잘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일반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주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업무 능력이 얼마나 되는가를 물어보면 역시 90% 이상이 자신은 ‘평균 이상’이라고 응답하는 경향을 보인다.

‘모두가’ 평균 이상을 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문화권에 걸쳐 보편적으로 나타나며 ‘평균 이상 효과(better than average effect)’ 또는 ‘우월성에 대한 착각(illusion of superiority)’이라고 불린다.

착각하는 사람들


▎역할놀이 등을 통해 권력감을 느낀 사람들이 근거없는 과도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은 적어도 세상의 절반보다 잘났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남들은 얼마든지 실수하거나 실패하고 불행한 일을 겪을 수 있지만 자신만은 그런 일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 커플 중 한 커플은 이혼하고, 네 명 중 한 명이 암에 걸리고, 또 몇%의 확률로 교통사고가 일어난다고 알려준 후 보통 사람이 이런 일을 겪을 확률이 얼마나 될 것으로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알려진 확률만큼 이혼하고 암에 걸리고 사고가 날 것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어떨 거 같으냐고 물어보면 갑자기 확률을 축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일반적인 확률대로 나쁜 일을 겪지만 왠지 세상이 자신에게는 유독 다른 확률을 적용하며 특별대우라도 해줄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타인’은 생각이 모두 행동으로 드러나고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단순한 동물이지만 자신은 평소에도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고 때로는 원치 않는 행동을 하는 등 겉모습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모두를 향해 나는 단순한 너희를 잘 알지만 너희는 심오한 나를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는 모두가 자신의 ‘내면’에만 접속이 가능할 뿐 타인의 내면은 얼마나 복잡하든지간에 결코 그 깊이를 직접 체험할 수 없는 비대칭 때문에 생기는 판단 오류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각을 하거나 실수를 하게 된 데에는 오늘 따라 길이 막혀서, 컨디션이 나빠서 등 수백 가지 정당한 ‘외적’ 이유가 있지만 ‘타인’이 잘못한 건 그냥 ‘걔가 멍청해서, 게을러서’라고 안정적인 내적 특성을 잘못의 원인으로 뽑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잘된 일’에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성실한 자신의 공로가 크고 남의 성공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과 타인의 행동을 해석하는 데 있어 매우 다른 시각을 적용하는 귀인 오류(attribution error)를 보인다. 이런 귀인 방식을 통해 많은 사람이 어느 정도 자신은 잘났고 열심이지만 항상 과소평가 받거나 운이 따라주지 않는 사람인 반면, 타인은 실력도 없으면서 ‘운빨’로 승승장구하거나 아님 그냥 멍청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인간은 기본적으로 꽤 오만하고 뭐든지 자기 좋은 대로 해석하고 마는 동물이지만 문제는 ‘권력감’을 작게라도 맛보게 되면 이러한 현상이 더 심해진다는 사실이다. 심리학에서 권력(power)이란 ‘타인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으로 정의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의 심리학자 켈트너(Keltner) 등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상사와 ‘부하 놀이’ 같은 역할놀이를 시켜서 권력감(sense of power)을 느끼게 하거나 또는 평소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권력감을 많이 느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이 같은 오류를 잘 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력이 이해심을 떨어뜨린다

권력감을 느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팀의 공로를 자신에게 돌리는 반면, 일이 잘못됐을 때는 타인에게서 잘못을 찾아내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복잡한 자신과 다르게 다른 사람들은 단순하다고 생각하며 외모, 출신 지역, 성별 등 다양한 ‘고정관념’에 더 크게 사로잡혀 타인을 쉽게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사람을 제대로 보고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해짐에도 권력이 적을 때에 비해 사람을 잘 볼 줄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권력감이 높아질수록 자기가 하면 다 잘될 거라고 여기는 자신감과 낙관주의적 성향도 더 강해져서 ‘일이 잘 안 될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스탠퍼드대 너새니얼 패스트 연구팀은 역할놀이 등을 통해 권력감을 느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근거 없는 과도한 자신감을 갖게 되고, 그 결과 정확한 상황 판단이 중요한 투자 게임에서 경제적 손실을 내는 현상을 확인했다. 또한 권력감이 높아진 사람들은 같은 주사위도 남들보다 자신이 던지면 더 높은 숫자가 나올 거라든가 본인이 입사하기만 하면 회사가 잘될 거라거나 또는 자신의 힘으로 국가 경제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등 보통 인간의 힘으로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을 왠지 ‘나만은’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통제감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을 크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력감이 높아지면 사람들에 대한 이해력도 떨어진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심리학자 갈린스키(Galinsky)의 연구에 따르면 상사-부하 역할놀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권력감을 느낀 사람들은 권력감이 낮았던 사람들에 비해 타인의 ‘표정’을 보고 그 사람이 느꼈을 감정을 맞히는 공감 능력 과제 등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실험실에서 단 몇 분간 아주 작은 권력감을 느끼게 했을 뿐인데도 사람에게 관심을 두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보다 낮은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무엇을 하든, 타인이 나의 행동으로 인해 불편하든 말든 신경 쓸 필요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의도했건 아니건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을 오해하고 제멋대로 판단하는 일이 늘게 된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며 오만한 존재다.
주변 사람들을 잘 의식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게 되다 보니 사람들의 의견이나 조언도 잘 듣지 않게 된다. 의견을 무시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자신이 폭주할 때 브레이크를 걸어 줄 사람들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점점 더 막무가내로 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심리학자 켈트너(Keltner)에 따르면 권력자들은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에 대해 제지받지 않고 불편함을 별로 느끼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지 않은 채 그대로 살아갈 확률이 높다. 한번 오만함이 질주하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경험이 많아지고 전문성이 높아질수록 올챙이 적 시절을 더 잘 까먹게 되기도 한다. 어떤 분야에서 잔뼈가 굵어서 경험과 지식이 많을수록 좋은 조언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심리학자 캠벨 연구팀은 때로는 경험이 많을수록 최악의 조언자가 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어떤 사람이 그 일을 처음 할 때 느끼게 될 어려움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똑같은 문제를 이미 수십 번씩 가르쳐서 하나도 어렵지 않은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너희는 왜 이런 걸 어려워하냐고 묻는 것처럼, 다양한 어려움들에 익숙해진 지 오래인 사람들은 익숙해지기 전의 기억을 잘 떠올리지 못하고 그 일이 지금의 자신에게 쉽기 때문에 남들에게도 쉬울 것이라 판단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쉽거나 어려운 것이 타인에게는 다를 수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당히 자기중심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앞서 살펴봤듯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며 오만한 존재다. 여기에 성공을 하거나 작은 권력을 얻게 되는 등 기회만 되면 자기중심성과 오만이 더욱 폭발하게 된다. 이것이 경험이 많아지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스스로 이런 위험을 유념하고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수정할 줄 아는 동물이기도 해서 사람들에게 인간이 범하는 흔한 오류들에 대해 알려주면 이후 비슷한 실수를 하게 될 경우 ‘아차!’를 외치며 자신의 행동을 멈추게 된다는 발견들도 있었으니 노력해볼 만한 일이다.

- 박진영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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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호 (2017.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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