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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51인의 신년 에세이 | 인생과 경영(2)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조선혜(지오영 회장) | 목표


사실 나는 약대 입학을 원치 않았다. ‘아들은 의대, 딸은 약대’가 목표였던 어머니와 옥신각신 끝에 떠밀리듯 들어갔으니 학과 공부를 등한시한 것은 당연했다. 졸업 후에도 디자인 분야를 기웃거리는 등 진정 내가 원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많은 시간을 방황했다. ‘뚜렷한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졸업한 뒤로도 한참 시간이 지나서였다.

병원에서 약제과장으로 근무하며 접했던 의약품 유통회사의 영업사원들과 운송시스템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국민 건강을 책임진다’는 중요성과 달리 현실은 너무나 낙후되어 있었다. “그래, 내가 한 번 바꿔보자.”

서른여섯, 비교적 늦은 나이에 국립병원의 약제과장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의약품 유통업에 뛰어든 이유다. 그 목표는 지오영 출범으로 이어졌고, 지금 지오영은 수많은 M&A를 통해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우리나라 대표 의약품 유통회사가 됐다.

뒤늦게 목표를 정한 이후 나의 하루는 달라졌다. 기존 방식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게 됐고, 경쟁자를 따라 하기보다는 나만의 차별화 전략을 짜냈다. 그 결과 우리는 영업과 배송을 분리 운영하는 상물 분리를 시작해 안착시켰고, 시장에 생소했던 웹 주문 시스템을 오픈했으며, 업계 최초로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국내 의약품 유통업계에서 나름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남이 장사를 할 때 우리는 길을 닦았다.’ 혁신적 인프라는 제약사·약국·병원 등 전략적 파트너들과의 상생을 통해 동반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지오영 출범 후 쉽게 지나갔던 해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도 지속되는 약가 인하와 이에 따른 제약사의 유통마진 축소, 일련번호제도의 시행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제비용 상승 등 의약품 유통업계의 환경은 녹록치 않다. 하지만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의 틀, 즉 새로운 목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의 개발과 확장, 스마트 주문을 통한 약국의 자동주문시스템 구축, 배송시스템의 효율화 등이다.

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실행계획 수립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지난해 국내 제약유통을 통틀어 매출 3조원이라는 신기록을 세웠지만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지금 나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걷고 있다.

김철호(본아이에프 대표) | 감사


간단한 일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삶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처지가 어렵고 힘든 사람도 있고, 반대로 좋은 여건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적인 요소는 행복을 보장해주는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하루하루 행복을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평생을 불행하다고 여기며 살기도 한다. 그 차이는 ‘감사하는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작은 일에 감사하고 또 매사에 감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살아가면서 항상 뜻대로 이뤄지는 일은 없고,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상황이 벌어져 자신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내 능력으로 어쩌지 못하는 상황, 내가 원하는 것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 힘들어 한 적이 있다. 실제로 본아이에프 설립 이전 사업에 실패해 깊은 좌절감을 맛본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고 지원해 준 가족, 건강한 몸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악조건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을 갖는 마음가짐은 모진 풍파를 이겨내며 지금의 본아이에프라는 기업을 일구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계속 감사하며 고객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신혜성 신뢰(와디즈 대표) | 경영


누군가를 믿어주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첫 직장에서 만난 사수는 조금 달랐다. 나는 여느 사람들처럼 ‘이제껏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사수가 날 믿어준 덕분에 자신감을 얻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수를 보면서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신뢰를 준다면 그 신뢰가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처음 신뢰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크라우드펀딩은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런 식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 것은 SNS로 사람이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개인 간 연결로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신뢰 자본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같은 목표나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제안자는 비즈니스 모델뿐만 아니라 진정성과 능력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평가받는다. 이것이 바로 신뢰 자본이 쌓여가는 과정이다. 신뢰는 크라우드펀딩의 주춧돌이자 기초 자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뢰는 한 순간에 쌓이지 않는다. 우리는 신뢰가 대단한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 온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과의 약속,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약속,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신뢰 경영의 원칙이다. 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면 신뢰 경영은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김용범(Mnet 제작국장) | 파티 플래너


2009년 처음 ‘슈퍼스타K’를 만들 때도, 2013년 ‘댄싱9’을 제작할 때도 그리고 ‘프로듀스101 시즌2’를 총괄했던 2017년에도, 마지막 방송 전날엔 여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허각이야? 존박이야? 누가 우승해?” “용범아! 강다니엘? 박지훈? 누가 센터가 되는 거냐?” 마치 제작진이 정답을 알고 있다는 듯 캐묻는 대학 친구가 얄밉기도 하지만 매번 신나게 예상을 빗나가는 내 예측에 이제는 열이 나서 급히 전화를 끊는다.

“나도 몰라!!!”

프로그램의 ‘창조주’가 되기 위해 난 PD가 됐고 지옥 같던 조연출의 시간도, 메인 피디가 되어 창조할 내 프로그램을 고대하며 견뎌냈다. 하지만 이젠 ‘PD는 창조주가 아니라’는 걸 머리뿐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있다. 출연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허리를 구부려 스피커에 귀를 대고 기린처럼 목을 뽑아 구석에 앉은 출연자를 구석구석 살피는 습관.

그게 몸에 밴 촬영장 내 모습이다. PD는 ‘창조주’가 아니라 파티에서 손님들의 안위를 살피는 ‘파티 플래너(party planner)’였던 것이다. PD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지만 정작 프로그램의 즐거움은 찾아온 손님들의 이런 저런 만남을 통해 이루어 진다는 걸, 그래서 ‘파티 플래너’처럼 파티는 기획하지만 파티의 주인 행세는 의미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요즘 예능의 대세인 ‘관찰형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특히 참가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레전드 장면(혹은 무대)이 탄생하고 새로운 스타가 나온다.

요즘 타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비해 ‘프로듀스 101’의 장점이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때마다 난 ‘프로듀스 101’은 소수의 제작자나 심사위원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직접 뽑는 파티의 장을 멋진 후배들이 만들어 줬다고 대답한다. 그렇게 PD들은 ‘최고의 연출은 아무것도 연출하지 않는 것’이란 점과 ‘나의 예상과 다른 오답이 펼쳐질 때가 시청자가 원하는 정답’이라는 걸 알고 있다. 시청자의 흐름은 언제나 전에 본 적이 없던 길을 찾아 뻗어나가고, 스타 탄생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벌어진다. 그게 예능의 숨은 성공 공식이고, 서바이벌 음악예능에선 100전 100승 전략이다.

송지오(송지오옴므 대표) | Creativity


패션 비즈니스는 디자인과 생산,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때론 다이내믹하고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도 같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고 치열한 경쟁 구도의 리그에서 항상 우위를 유지하는 데는 아주 특별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별한 것이 나의 무모한 도전이었는지,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기량인지를 과거를 돌아보며 정리해 보게 된다.

패션계에서 지금의 독보적인 자리를 만들어준 그 특별한 기량은 25년 전 소수의 인원으로 시작한 압구정동 부티크에서부터 지금까지 수십 차례 이어온 패션쇼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판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언제나 창의력을 중요시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 본연의 역할에 집중한 덕분에 오늘의 송지오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패션을 천직으로 삼고 있는 나의 모토는 ‘독창성(Creativity)’이다. 독창성은 디자이너에게 자부심과 만족감을 안겨준다. 또 고객들을 자극하고 흥분시키며, 그 자극은 삶의 모든 측면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긴 여정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들이 아직까지도 나를 자극하고 발전시키는 촉매가 되는 것 같다.

금난새(지휘자) | 교감


음악계에 몸담은 지 40년. 수많은 연주자, 청중과 호흡해왔다. 클래식을 듣는 이들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게 음악인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난 내 음악 인생을 이런 교감을 향한 벤처 오케스트라로 표현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서 ‘돈키호테’라는 별명도 붙었다.

도전이 따랐다. 나는 1999년 12월 31일 포스코 건물 로비에서 밀레니엄 제야의 음악회를 제안했다. 콘서트 홀이 아닌 새로운 음악 공간을 만든 시도로 상징성을 가졌다.

기업이든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면 우리도 돌려줘야 한다. 음악으로 말이다. 18년간 뉴월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면서 정부의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오케스트라의 자립심을 위해서였다. 100억 넘게 지원 받는 곳과 1원도 받지 않았던 우리 연주 수준에 차이가 있었냐고? 전혀 없었다. 음악인으로서 과연 우리가 사회에 환원하는 음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본보기 사례가 됐다.

음악은 청중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반드시 콘서트 홀에서 해야 하고 웅장한 무대에서 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공간의 제약이나 자신의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 관객의 니즈는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지휘자는 군주가 아닌 CEO의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무대에 선다는 이유로 군림해서는 안 되며, 음악을 자랑을 위한 매개체로 삼아선 안 된다. ‘나 이렇게 멋진 요리를 했는데 너 왜 안 먹니?’라고 말할 게 아니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난 그동안 수많은 ‘클래식 콤플렉스’를 봐왔다. 음악을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로 착각하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이 오히려 작품과 연주자를 망친다.

음악은 올림픽 메달이 아니다. 청중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오케스트라의 일이다. 서비스업이다. 음악의 기쁨을 전달하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위대한 것은 음악 자체가 돼야 한다. 연주자는 위대한 작품을 아름답게 전달하는 메신저다. 앞으로도 난 무모하고 창의적인 상상으로 아시아 음악의 브리지(bridge) 역할을 해나가려 한다.

봉준호(영화감독) | 고통


잠시 정신을 차려보니 2017년 한 해를 혼자, 고독하게 앉아 시나리오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6번째 영화 [옥자]를 마치기가 무섭게 [기생충]이라는 이상하고 기괴한(?) 영화 시나리오에 돌입했다. 8월부터 썼으니 정확히 말하면 5개월째다. 지난하기만 하던 키보드와의 전쟁도 이제 연말이면 끝날 것 같다.

주변에서는 채근한다. 늘 하던 일(시나리오 작업) 뭘 새삼스럽게 그렇게 힘들어하냐고. 뭐 사실 그렇다. 1999년 [플란다스의 개] 데뷔 이후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까지 19년간 7편의 시나리오는 모두 내 손에서 태어났다. 익숙해질 법한 시점 같기도 하다. 그런데 ‘7번째 작품’은 여전히 숫자만 바뀌었을 뿐이다. 새 작품은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새로움이고, 창작은 한번도 쉬워지지 않았다. 어쩜 이렇게 매번 고통스럽고 어렵게 느껴지기만 한지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시나리오 전문 작가 입장이 아닌 영화 감독 입장에서 각본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직접 카메라와 배우들을 이끌고 나가서 찍게 되는, 아니 찍어야만 하는 연출의 무게 앞에 머릿속에선 만 가지 고민들이 아우성친다. 결국 이 작업은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한 편의 영화를 머릿속에서 먼저 찍어보는 과정이다. 아마 거기에 고통의 근원이 있지 않나 싶다.

조금은 다행스러운 듯한 점도 있다. 그래도 제일 처음 각본을 시작했을 때보다 ‘고통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 고통의 크기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지만 인지는 하고 있으니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백지에 깜빡이는 커서로 한 글자씩 채워 넣어 관객의 반응을 얻기까지 작품의 처음과 끝은 내 손 끝에, 이 고통의 끝에 달려 있다. 그 과정 사이사이를 촘촘하게 채우는 모든 괴로움과 토로할 길 없는 고뇌는 이제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인 것 같기도 하다. 하, 마무리라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부디 좋은 시나리오를 손에 쥔 채 새해 첫 태양을 맞이하기를!

김삼중(S.T.듀퐁 회장) | 진심의 힘


늦은 나이에 패션업계에 뛰어들어 25년 가까이 기업을 경영하다 보니 관련 업계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 많은 이들이 어느 정도 가까워지고 난 후 이렇게 묻는다. “아니, 외국어도 제대로 못하시는 분이 어떻게 듀퐁 같은 명품 브랜드를 오래 운영해 오실 수 있지요?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솔직히 무슨 특별한 생각이나 철학을 가지고 그렇게 해온 것은 아니다. 내 세대의 누구나가 그렇듯이 그냥 열심히, 끈기 있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거야 말을 못하는 만큼 마음으로 대화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심을 가지고 대하다 보면 그쪽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하게 되는 법이지요.” 물론 미리 준비해 놓은 대답도 아니고 아무 말이나 하는 것도 아니다. 내게는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며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해외 파트너만 있는 것이 아닌지라 직원들을 포함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요새 갑질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지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한다면 갑질을 하기는 어렵다. 나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고집불통이고 고압적으로 비칠 때도 있겠지만 어떻게 진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대하면서 경우에 어긋난 언행을 하겠는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물론 세상 사람들이 다 선인이 아닌지라 속이려는 사람도 있고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어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오랜 세월 사업을 영위하면서 돌이켜보면 이런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보다는 도와주려고 했던 사람들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드니 나도 진심이 안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둘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은 쌓인 것 같다.

고객을 대할 때도 그러하다. 4차산업혁명이니, 인공지능끼리 바둑 챔피언을 논하는 시대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1만원짜리 쿼츠 시계와 2000만원짜리 고급 시계 사이에서 과연 인공지능이 가치 판단을 하고 구매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만이 가진 욕망에 소구하는 패션 상품의 구매는 결국 인간이 결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로봇 판매사원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생존에 필수적이지도 않은 상품을 구매하려 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려면 ‘진심’이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당장 상품 하나 팔고 보자는 속셈은 고객에게도 읽히게 마련이고, 그런 속셈에 걸맞은 결과를 얻게 마련이다. 고객의 충성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무한경쟁 시대에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면 진심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윤성태(휴온스글로벌 부회장) | 투자(M&A)


1997년 작고하신 선친(윤명용 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을 맡았을 당시 우리 회사의 연매출은 60억원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20년, 어느덧 주력회사 휴온스는 매출 3000억원 수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2004년 이후 연평균 매출 증가율 20%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그 바탕엔 적극적인 투자 전략이 존재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기업 성장의 원동력은 ‘오픈 이노베이션’과 ‘과감한 인수합병(M&A)’이다. 특히 성장 동력을 수혈하기 위한 M&A에 적극적이다. 전략은 명쾌하다. 대상 기업·사업의 규모가 작더라도 제대로 된 자체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면, 통합 시너지를 창출해 우리의 비전인 ‘인류 건강을 위한 의학적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모두 수혈 대상이다. 당장의 성장과 수익 못지않게, 독보적인 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는 것이다. 나에게 M&A란 마치 ‘흙 속에서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한 진주를 찾는 과정’인 셈이다.

그 결과 휴온스그룹은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을 주축으로 4개의 자회사와 3개의 손자회사를 거느리게 됐다. 지주사와 제약회사 휴온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과감한 M&A를 통해 확보한 미래의 성장 동력이자,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할 ‘숨은 진주’들이다. 우리의 M&A 행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엔 소독 관련 의료기기 사업 분야에도 진출했다.

특히 M&A 이후의 과정엔 더욱 엄격한 원칙이 존재한다. 인수 후 사업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생산라인 증설, 연구개발 지원 등 시기적절한 투자를 단행한다. 다행히도 인수된 자회사들은 사업성과를 통해 성공적인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2020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세웠다. 이 꿈은 성공적인 M&A를 통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해선(코웨이 대표) | 준비


토머스 프리드먼은 ‘돌이 다 떨어져서 석기 시대가 온 것이 아니다’라며 시대 변화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 폭발기(퍼펙트 스톰)다. 그리고 우리는 변화를 준비하는 때를 맞이했다. 기업에게 준비란 사업전략이다. 변화를 위한 전략 수립에 필요한 자세는 늘 새로운 생각을 하고(think first), 변화를 잘 활용하며(change smart),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act fast)이다. 변화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잘 준비한다는 뜻이다. 보다 중요한 실체는 일하는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혁신을 함께 이룰 인재를 채용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다. 기업은 큰 생각(big think)을 하는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에 많은 기능과 일자리가 대체되겠지만 실상을 바꿀 혁신적 아이디어인 큰 생각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비즈니스는 인류 역사에 있어서 크리에이티브한 과정이다. 많은 상상력이 요구된다. 생각의 규모가 시장의 규모다. 환경이 변할수록 함몰되지 말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 세분화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비즈니스는 업종과 품목, 지리와 문화 등 다양한 요소로 시장을 세분화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전문성은 로봇이나 AI처럼 첨단 기술뿐 아니라 모든 직무 분야를 포함한다. 4차산업혁명은 1, 2, 3차 모두 결합된 양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다양한 전문성의 조합과 연결이 필수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유일하게 혁신을 실행할 수 있는 집단’이라고 말했다. 시대 변화에 어떻게 제대로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노아의 방주가 되거나, 속절없이 가라앉는 타이타닉 호가 될 것이다.

이상현(KCC정보통신·KCC오토그룹 부회장) | 미래 혁신(CAR 2.0)


지난 9월에 찾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기존의 모터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New Mobility World’라는 주제의 포럼이 열린 2층 전시장에는 수백 개의 IT회사들이 전기 자동차·자율주행자동차·커넥티드카 기술 등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솔루션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카 셰어링 서비스와 자율주행차의 본격적인 도입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과 더불어 구글·애플과 같은 ICT업체들이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2007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PC가 30년간 누렸던 플랫폼의 지위를 순식간에 가져왔듯이 이제 ‘CAR 2.0’으로 불리는 모빌리티 혁명의 시대에서는 스마트폰의 지위를 스마트카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0여 년 동안 단순히 이동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온 자동차가 ‘움직이는 생활·사무 공간’의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액센츄어의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30년 이내로 자동차산업은 신차 판매라는 하드웨어 매출보다 셰어 모빌리티와 커넥티드카 서비스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는 ‘구매(purchase)’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subscribe)’하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지능형 교통시스템을 수용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서둘러야 할 것이며, 구태의연한 각종 법적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통합된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는 환경 파괴, 교통 혼잡, 주차장 부족, 교통사고 등 도시 모빌리티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는 먼 미래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황철주(주성엔지니어링 회장) | 성실


젊은 시절, 창업하기 전 회사 생활을 했다. 똑똑하고 학력 앞서고 실력 있는 동료들과 일했다. 내가 가진 무기는 하나뿐이었다. 인내와 성실이다. 부지런하게 일에 매달렸다. 남이 보지 않는다 해서 다른 딴짓하거나 게으름 피우지 않았다. 새벽 첫 차 타고 출근해서 막차 타고 퇴근하며 일을 배웠다. 나는 몰랐지만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 제품 담당자뿐만이 아니었다. 직원 식당 아줌마, 기업 정문 수위 아저씨, 심지어 버스 기사도 나를 알아봤다. 그들은 나를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나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 줬다.

내가 창업하고 물건을 들고 대기업을 찾아 다닐 때, 나에게 붙어 있는 ‘성실한 사람’ 이란 꼬리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감사한 일이다.

성실은 지금 더욱 중요해진 미덕이다. 기업하는 입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신뢰가 필수 항목이다. 혁신은 자기 스스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신뢰는 다르다. 주위의 평가에 달려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신뢰를 쌓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발판이 바로 성실이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내 삶을 강요할 생각 없다. 우리는 세대와 살아가는 시대, 환경이 다르다. 하지만 나는 성실의 미덕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세대 사이에서 통하는 ‘성실’한 사람이라는 또래 간의 기준이 있다고 본다. 나는 권한다.

주위 동료들 사이에서 성실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왜 그런지 보고 배우며 닮아가길 권한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인생에서 성공하는 길을 걷고 있다고 본다.

나이가 들수록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바란다. 그 첫걸음을 말해주고 싶다. 성실이다. 처음에 힘들고 가는 길도 멀어 보이겠지만, 그럼에도 권한다. 성실해야 신뢰를 얻는다. 인생에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백복인(KT&G 대표) | 워·라·밸*


“당신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남편과 가정에 충실한 남편 중 어떤 쪽을 원해?” 내 질문을 들은 아내는 사회적 성공을 택했고, 나는 20여 년 동안 직장에 헌신했다. 해외 출장을 가서 새벽 6시반부터 일정을 시작하고 비행 중에도 미팅을 이어가는 빡빡한 삶을 살았다. 그 결과 나는 평사원으로 시작해 CEO 자리에까지 올랐다.

치열하게 살아온 만큼 많은 것을 이뤘다. KT&G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담배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평가받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나는 직장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됐지만 평소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해 개인적인 아쉬움이 크다. 때를 놓친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삶의 방식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요즘은 더 그렇다.

그래서 최고경영자가 된 후 기업 문화를 개선하고 있다. 각종 휴가 사용과 휴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 회사 구성원들의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구축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기업 문화를 개선하자 직원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휴직과 휴가 활성화로 전체 근로시간이 줄어든 덕분에 KT&G는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있었다. 직원의 워·라·밸이 자리 잡으면서 일자리가 창출된 셈이다. 그래서 휴가를 신청한 영업사원은 요즘 판매점주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한다. “점주님, 젊은이들이 취업을 못해서 고생하고 있는 거 아시죠? 저희가 휴가를 많이 가게 되면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요. 이해해 주세요.” 영업사원이 없으면 귀찮아질 텐데도 판매점주가 휴가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기꺼이 건네는 이유다.

※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의 준말.

조웅래(맥키스컴퍼니 회장) | 역발상


수 년 전부터 일선 학교나 행정기관·기업체·연구기관·최고경영자 모임 등으로부터 강연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2006년 계족산 임도에 황토를 깔고 꾸준히 관리해 ‘에코 힐링’의 성지로 만들고, 2007년부터 연 130여 회 문화 소외계층이나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힐링 음악회를 열어 온 사실이 여기저기 알려지면서다. 주류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건강과 환경, 문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역발상의 창조경영’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주문이다.

역발상(逆發想)은 원래 사전에 없던 말이다. 그대로 해석하면 ‘뒤집어봤더니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정도가 될 것이다. 창업 초창기 삐삐 인사말과 음악메시지로 성공을 거둔 전화정보사업 ‘700-5425’는 음악을 통해 내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서비스였다. 소리(음악)를 ‘듣는 것에서 들려주는 것으로 바꿔보자’는 발상에서 시작해 대박을 쳤다. 술 만드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미친놈’ 소리까지 들어가며 임도에 황토를 깔고 건강과 치유를 이야기한 것도 발상을 바꾼 것이고, 그렇게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해 계족산을 힐링의 명소로 만들었다. ‘숲 속에다 피아노를 옮겨 오페라 극장을 만들면 재미있겠네. 바닷가나 계곡에서 술을 마셔보니 덜 취하고 빨리 깨더라. 그러면 소주에 산소를 넣어볼까?’

나는 지난 26년간 사업을 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늘 접하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달리 보고 실행에 옮기는 일을 많이 해왔다. 밑천도 없이 혼자 창업 한데다, 경쟁상대는 덩치가 엄청나게 크다보니 같이 붙어 싸우면 백전백패라 발상을 바꿔 다른 길을 찾지 않고는 답이 없었다. 지난 10월엔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에 IT 기술을 접목한 아트랙티브 테마파크 ‘라뜰리에(L’atelier)’를 7년여의 준비 끝에 개관했다. 그림을 보는 것에서 체험하는 것으로 만든, 이 역시 역발상이다.

소리·소주·황톳길·클래식공연·미술테마파크까지 얼핏 보면 공통점이 없는 사업들이지만 이것은 모두 연결돼 있다. 발상의 전환으로 시작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으로 귀결된다. 새로운 콘텐트를 접하며 사람들이 즐거워하니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이을 맥(脈)자와 키스(kiss)를 합성한 맥키스컴퍼니다.

늘 똑같은 것이라 해도 좀 달리 보고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나를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드는 큰 에너지원이다. 역(逆)으로부터 창(創)하는 게 나의 인생살이인 셈이다.

조태권(광주요 회장) | 우리 문화의 세계화


1988년 나는 광주요라는 전통 도자기 업체를 가업으로 물려받았다. 당시 국내 수제(手製) 도자업체의 유일한 수출 창구는 일본이었다. 국내 수제 도자시장에서 일상용 제품은 고가란 이유로 외면되고, 모조 상품은 투기 대상으로 와전됐다. 차 문화의 계승 발전이란 측면을 방관·방치한 무지의 결과였다.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했다. 도자기가 생활 문화의 일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전체를 담아내는 대표적 장르로서의 역할을 상상해 보았다. 길이 보였다. 도자기에 담을 다양한 한식 메뉴를 개발하고, 나아가 한식의 맛을 돋보이게 할 술을 개발했다. 바로 증류식 소주 화요다. 다음은 음식과 술의 수준에 걸맞은 요소들을 조화시켜 한국 문화의 감동을 만들어 낼 융합의 차례였다. 한식당 가온을 통해 나는 그 이상을 실현시켰다. 도자기라는 가업을 물려받은 지 17년 만에 드디어 광주요·가온·화요라는 브랜드가 탄생된 것이다. 식당이란 공간을 문화의 박물관이요, 체험관의 역할을 다하도록 만들 수 있는 시점은 지금부터다.

21세기는 기업이 문화를 이끌어가고 창조하는 시대이다.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그 길은 노력과 투자는 물론이고 좌절·배신·경멸·구설·비웃음 등 상상을 초월하는 인고의 여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단 목표한 곳에 도달하는 순간 그 모든 부정적인 편견들은 눈 녹듯 사라지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라고 되묻기라도 하는 듯 모든 것이 친화적으로 변하고 사업의 기회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손주은(메가스터디그룹 회장) | 嗔(화나게 할 진): 정직과 배려


나의 입은 항상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20여 년 전 윤리사상사 강의를 준비하며 불교의 삼독(三毒)인 탐·진·치(貪,嗔,癡) 중 하나였던 화나게 할 진(嗔)이란 글자를 처음 본 순간 충격에 휩싸였다. 화나게 할 진(嗔)은 口(입 구) + 眞(참 진)이 결합한 것인데도 남을 화나게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진실과 정직으로 합리화하여 본인의 주장만 내세우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진실을 정직하게 주장하는데 왜 우리는 서로 다투고 대립할까? 이는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남을 설득하려면 자신의 생각이 아무리 진실된 것이라 할지라도 우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이런 의미로 볼 때, 화나게 할 진(嗔)이란 단어는 실로 놀라운 한자의 조어가 아닐 수 없다. 입(口)이 진(眞)하면 도리어 인간관계가 깨지고 공동체가 와해될 수도 있는 것이다. 2007년 메가스터디그룹 CI 리뉴얼과 함께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면서 3대 핵심가치(정직과 배려, 도전과 혁신, 최고 지향)를 정했다. 아직까지 우리 그룹의 문화로 완전히 녹아들지 못했지만 작금의 현실을 볼 때, 우리 사회가 정직에 기초해서 신뢰를 드높이고 더 나아가 이웃과 상대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가 있으면 한다.

송승환(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 조화


세계 75억명의 축제가 얼마 남지 않았다. 평창으로 시작해 평창으로 일과가 끝나는 달력의 숫자도 더 빠르게 바뀌는 것처럼 느껴진다. 공연에 필요한 의상과 소품, 무대세트 제작도 막바지에 돌입했다. 내 인생 다시 오지 않을 평창올림픽 무대 준비에는 흥분과 걱정이 공존한다. 감동적인 ‘와우 포인트(wow 감탄사가 나올 만큼 놀라고 인상적인 무대)’를 심어뒀지만, 관객들이 실제 어디에서 ‘와우’할지 무대 막을 올려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난타 20주년을 맞은 2017은 내겐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하지만 난타 공연과 다르게 올림픽 무대는 딱 1회로 끝난다. 그 영상이 역사에 평생 남을 기록이기 때문에 준비 내내 무게감은 더하다.

조화와 융합. 이번 평창 무대의 콘셉트다. 크리에이티브 팀 40~50명 정도의 감독들과 작업하면서, 정작 우리의 융합부터가 과제였다.(^^) 감독들의 의견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가령 어느 신 오브제 색깔을 무엇을 할지를 두고도 몇 시간을 끌기도 했으니.

보통 난 의견이 어느 정도 조율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시나리오 수정을 수백 번 거치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브레인스토밍을 침범하지 않는다. 공연은 정답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도 ‘옳다’란 게 없다.

올림픽은 전 세계 불특정 다수가 본다. 무학력자부터 고학력자, 인종도 문화도 다른 글로벌 보편성을 찾기 쉽진 않다. 과연 외국인들이 봤을 때 동양에서 중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은 한국은 뭐가 다를까. 그걸 ‘조화’로 봤다. 중국의 건축은 자금성, 만리장성 등 웅장한 스케일이 자연을 압도하고, 일본은 자연을 오밀조밀한 인공미가 산다. 우리 건축은 거대하거나 인공적이지 않은 어울림의 미가 있다. 경북 안동 병산서원 대청에 앉으면 나지막한 담벼락 너머의 산은 내 집 정원이 된다. 이어령 선생은 한국 문화를 ‘컨버전스, 하이브리드’라고 했다. K-웨이브는 이런 융합의 산물이다.

무대도 오각형인 이유가 있다. 원형무대라 마치 360도 야외공연을 보는 듯 관객과 무대가 어우러진다. 모든 객석의 이목을 집중시켜 제대로 된 ‘쇼’ 느낌을 낼 수 있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세계로 뻗어가는 ‘모던 코리아’의 모습을 담아낼 예정이다. 30년 전 88서울올림픽의 ‘굴렁쇠 소년’에 이은 감동은 시간을 초월한 조화로 탄생할 것이다.

차태진(AIA생명 대표) | 변화와 도전


학창 시절 민주화 운동에 소극적 가담자로 동참하던 중 읽었던 어떤 책에 쓰여 있던 문장.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진실을 꼽으라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처럼 대기업 공채사원이 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되지 못했다. 지도교수와의 상담과정을 거쳐 1991년 당시로서는 낯선 분야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실제 업무의 전문가들을 앞에 두고 기업전략 수립과 실행에 대해 컨설팅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과제였다. 생소한 분야의 클라이언트를 처음 담당했을 때 교보문고로 달려가 관련 서적을 수십 권 사서 밤을 새워가며 공부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연히 맡게 된 모 보험사의 글로벌전략 프로젝트에서 생명보험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한 외국계 보험사에서 주관한 직무설명회까지 귀신에 홀린 듯 참가한 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지만 재미와 가치 그리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는 확신이 들었다. 직업을 바꾸는 과정은 영화처럼 드라마틱했다.

하지만 역시 영업은 만만치 않은 분야였다. 고객들의 마음을 아니 그들의 사인을 받아내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어려운 성역처럼 느껴졌다. 깊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주변 선배들의 진심 어린 조언과 매니저들로부터의 엄격한 훈련을 통해 영업 좀 하는 설계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객들과의 상담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상담을 진행했던 수천 명의 가망 고객들이 나의 위대한 멘토였고 큰 스승이었다.

22년 동안 보험분야에서 성장하면서 크게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성공한 개인이나 조직의 공통점은 세상과 시장, 대중의 변화에 맞춰 카멜레온처럼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몸담고 있는 AIA생명도 지난 수년간 많은 도전과 변화를 겪었다. 리더는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해 조직원들을 관성과 타성에서 끌어내야 한다.

거대한 함선의 엔진에 불을 붙일 성화같이 타오르는 리더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변화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강호(PMG그룹 회장) | 모든 중심은 사람


새해를 맞으며 모든 경영자들과 핵심 매니저들의 최대 관심사라고 생각되는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무엇일까?’에 대해 자문해 보았다. 지난 33년 동안 대표이사로서 기업 경영에 참여해 오면서 경제적인 호황과 위기의 시대를 두루 경험하며 내린 결론은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 셋째도 ‘사람’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PMG(Predictive Management Group)의 사업을 위한 경영 목적(Purpose)은 ‘사람 생각-Think people!’이다. 미래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사람을 연구하고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시켜 개인의 행복한 성장뿐 아니라, 각 부서가 서로 하모니를 이루고 이를 통해 기업 전체에 생산성과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에 전력하고자 한다.

많은 기업들이 제품의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는 매출액 대비 %는 자랑스럽게 발표 하고 있지만 사람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투자 금액이나 %가 발표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기업을 구성하고 경영하는데 있어서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인 사람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정확히 분석되고 연구되어지지 않고 있는 현상이다. 새해에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고, 사람마다의 다름을 존중하면서 우리 사회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데 조그만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새해의 슬로건은 ‘개인과 기업이 함께 행복한 조직을 향해!’이다. 사람, 사람, 사람이 핵심이다. 사람 생각!(Think People!)

이한주(스파크랩 공동 대표) | 창업가 정신


생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26살에 두려움과 설렘으로 첫 창업을 했다. 그리고 어느덧 20년, 연쇄 창업을 통해 쌓은 창업에 대한 경험을 후배 창업자들에게 나누고 싶은 열망은 초기 창업자들을 육성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길로 이끌었다. 특히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지만 길을 알지 못하는 스타트업에게 세계라는 큰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지도와 나침반이 되고 싶었다. 또한 우리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창업 환경을 조성해서 스타트업에게 마음껏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도전의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이를 목표로 지난 5년간 80여 개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열정과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성장을 지원해왔다. 그 결과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뿌리내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그 중 일부는 실패를 하고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살아남고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면서 전 세계를 무대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

새롭게 열리는 2018년,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거대한 흐름에 적응하고 선도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발걸음에 반드시 전제돼야 할 것은 창업가 정신이다. 창업가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담대한 희망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유연하고 열린 의식이 요구된다.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에어비앤비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 놓은 것은 바로 창업가 정신이 있었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바로 창업가 정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가 정신으로 무장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새로운 기회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이택경(매쉬업엔젤스 대표) | 혁신과 고객


노키아는 성능과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휴대전화를 생산하여,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40%를 넘기며 1위 자리를 오랜 기간 유지하였다. 하지만 피처폰 시대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시장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해 몰락했다. 132년 역사의 코닥(Kodak)은 디지털카메라에 밀려 결국 파산보호신청을 하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한 것은 바로 코닥이었다.

이와 같이 자기잠식효과로 기존 시장을 잃는 것에 대한 우려보다는, 필요한 혁신은 과감하게 실행하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변하는 시장 속에서 언젠가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위한 행사들이 많다 보니, 스타트업들이 경진대회에서의 수상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것을 자주 본다. 짧은 시간에 진행된 경진대회에서의 심사는 한계가 있기에 그 결과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장기간에 걸친 여러 번의 미팅을 통해 투자심사를 통과하여 투자유치를 해도 아직 성공한 것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시장에서 가장 정확하면서도 공정한 심사위원은 바로 고객이다. 스타트업이든 중견기업이든 항상 시장과 고객에서 정답을 찾고자 노력하고, 이를 위해 혁신하는 것만이 성공으로 다가가는 길일 것이다.

원대연(한국패션협회 회장) | 업의 개념


하고 있는 사업이나 일은 그 성격에 따라 ‘업(業)의 개념’이란 게 있다.

회사에 들어와 20년이 넘도록 주어진 매출과 이익목표 달성을 위해 영업현장을 열심히 뛰어왔다. 사업 본부장 때 어느 날 그룹 회장께서 하고 있는 사업의 ‘업(業)의 개념’이 무엇이냐고 물으셨을 때 순간 멍하여 답을 할 수 없었다. 맡은 사업의 업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최적의 업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한 끝에 ‘패션은 지식정보산업이자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문화창조산업’으로 정하였다. 관점에 따라 정의는 다를 수 있겠지만 당시 섬유, 의류산업은 제조중심으로 성장기를 지나 사양 산업으로 치부되었고 IT, BT는 미래 먹거리로 바람을 탈 때였으니 ‘업의 개념’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매우 중요하였다. 의류산업은 제조경쟁력이 상실되면 사양이되지만 패션은 두뇌로 하는 사업이므로 소비자가 원하는(정보) 아이디얼한 상품(지식)을 세계 어디에서나 만들면 되고 소득이 증가되고 선진국이 될수록 더 잘 팔리는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성장 가능성과 비전을 갖는 사업이다. 그 후 이 업의 개념에 맞게 목표와 사업전략을 세워 10년 만에 국내최고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성공시킨 사업이 바로 빈폴(Bean Pole) 브랜드이다. 최고의 브랜드가 되면 1만 원짜리가 10만원, 100만원으로 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사업인 것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서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세계 패션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뒤늦게 배운 ‘업(業)의 개념’은 CEO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경영을 맡은 리더의 입장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가장 의미 있는 경영의 지침이 되고 있다.

김종훈(한미글로벌 회장) | 생활 인프라


평소 필자는 양재천 인근에 있는 달터공원을 산책코스로 즐겨 찾는다. 양재천과 바로 연결돼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풍경도 꽤 아름답기 때문이다. 달터공원을 지나면 구룡산까지 갈 수 있는데 양재대로에 막혀 가는 길이 복잡하고 성가셔 지척인데도 거의 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1월 양재천과 달터공원, 구룡산 정상을 연결하는 녹지 연결로가 개통됐다. 구룡산뿐만 아니라 대모산, 헌인릉 등 서울둘레길까지 이어지면서 산이 생활 속 가까이 다가왔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실제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하루 2만 보를 목표를 가벼운 등산이나 걷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놀랄 정도로 몸 컨디션이 좋아졌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맑은 자연 풍광을 보고 있으면 좋은 아이디어나 영감도 많이 떠오른다. 달터공원에서 구룡산 입구로 진입하는 70m 길이의 교량 하나로 생활의 활력이 생기고 삶의 질이 나아진 것이다.

이처럼 생활 인프라의 구축은 작지만 소중하다. 우리나라는 고속도로·철도·항만 등 대규모 인프라는 잘 갖추고 있지만 국민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생활 인프라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특히 국토의 70%가 산지임에도 산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이 중심이 되는 인프라의 확대가 우선이다. 직장에서 행복한 사람이 가정에서도 행복하고 이는 곧 사회적 행복과도 직결된다. ‘행복한 구성원이 탁월한 기업을 만든다’는 우리 회사의 슬로건은 개개인 삶의 질이 기업 생산성 향상에 가장 중요하다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삶에서 작지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볼 때다. 기업과 국가가 각자의 자리에서 ‘구성원’이 희망하는 ‘행복경영’을 펼쳐 보이는 2018년이 되었으면 한다.

이정희(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 | 전문서비스업의 미래


몇 해 전부터 정부는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주창하여 왔다. 그런데 정부의 선진화 정책 대상 분야가 금융, 관광, 물류, 의료 등에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선택과 집중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필히 포함되어야 할 분야가 있다. 전문서비스업이 그것이다. 법률, 회계, 조세, 특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행 제도상 이런 전문서비스는 모두 개별 법률에 의하여 규제되고 있다. 예컨대 법률산업은 변호사법, 회계산업은 공인회계사법에서 전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그 분야에 한해 사업을 허용하는 것이다. 강력한 칸막이 체제다. 그런데 전문서비스 수요자의 다수는 기업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칸막이 체제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인수합병의 경우 회계, 조세, 법률, 시장 등 제반 영역의 문제점과 위험요소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들 요소 간 상호 연관성을 체계적, 종합적으로 살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각 분야를 다른 전문서비스업체가 개별적으로 담당하면 서비스 결과물은 부분최적의 합에 불과할 뿐 전체최적에 이르기는 어렵다. 경제학에서 지적되는 ‘구성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전문서비스산업 선진화 차원에서 산업의 미래를 새롭게 전망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활발한 논의와 제안, 그리고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한국 전문서비스산업의 미래가 새롭게 열리기를 기대한다.

김소희(극단 연희단거리패 대표) | 마음 탐험


우리 극단은 연극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사는 곳이다. 처음 연기를 하러 온 친구들에게 연기를 왜 하고 싶은지를 물으면 “좋아서” “하고 싶은 걸 하려고”라는 대답을 많이 한다. 그런데 막상 연기훈련을 하다보면 남의 인생에 대한 이해도, 남과 소통할 준비도 안 돼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으로 연기는 완성되지 않는다. 남이 나의 연기를 좋아하고 다시 보고 싶어 해야 계속 연기할 수 있다. 연기는 남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배우의 일은 끊임없이 남의 마음을 상상하고 쫓아가고 이해하는 일의 연속이다.

처음 대본을 받으면 작가와 배역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연출가와 함께하는 다른 배우의 마음속으로, 공연에선 관객의 마음까지, 배우는 끊임없이 남의 마음을 탐험해야 한다. 타인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일, 그것이 배우가 하는 일이다. 바꾸어 말하면 모든 사람은 연기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는 하루 종일 역할을 부여받은 채 살지 않는가. 누군가의 어머니로, 누군가의 아들로, 선생으로, 친구로, 사장으로 불리면서. 지하철에서, 마트에서, 식당에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명배우인 어느 날을 꿈꿔본다.

조창환(더홈 회장) | 공간의 가치


나의 아버님과 형님(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모두 건축가였다. 덕분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집이라는 주거공간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이 좋아하는 곳이어야 하며 무엇보다 각자의 개성에 맞는 특별함이 담긴 공간이어야 한다. 집에서 편안함과 기쁨을 온전히 누리려면 이 빈 공간들을 채우는 가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는 지난 40년간 가구업계에 몸담으면서 주거공간에 가장 잘 만들어진, 가장 잘 디자인된 가구를 제안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하이엔드 퀄리티의 가구들을 즐기며 주거공간을 나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채워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더홈의 성장동력이자 가치이다. 앞으로 보다 다양한 제품과 유통 영역의 확대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고급 주거문화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머천다이징과 온라인몰 활성화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침실과 부엌, 사무용 가구에서 거실 가구 중심으로의 변화 등 가구업계의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화고 있다. 나는 지금 기성 가구에서 1인 가구로의 이동과 욜로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소비 패턴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도래와 그에 걸맞은 새로운 니즈에 재빠르게 반응하고 이에 앞장서는 것이 바로 더홈이 추구해온 새로운 주거문화 선도의 비결이다.

한현옥(클리오 대표) | 혁신


“Every Pouch, One Clio!” 혁신을 통해 마켓 리더를 꿈꾸는 클리오의 미래 비전이다. 전 세계 모든 이들의 가방 속에 우리 회사 제품을 1개씩 반드시 넣자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화장품 산업에 높은 관심이 쏠리면서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색조시장에서 지속 성장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우리 회사의 DNA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혁신’이다.

지난 24년 ‘클리오’의 세월엔 혁신의 스토리가 가득하다. 3년 연속 20%씩 하락했던 아이섀도우 시장에서 오븐에 구운 ‘베이크드 섀도우’는 300% 이상의 독점 성장을 이뤄냈다.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화장품 용기에 적용하는 ‘아트 화장품’은 뷰티·아트 컬래버레이션의 효시가 됐다. 회사 지향성은 한마디로 ‘시장 선도자’, 즉 ‘마켓 리더’다.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장을 흔든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에는 ‘페리페라’의 활약이 돋보였다. 페리페라는 립 틴트 시장을 대폭 성장시켰고, 마켓 리더의 잠재력을 한 번 더 입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일궈온 성공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혁신의 역사를, 이제 한국만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펼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흔드는 마켓리더’로 성장하고자 한다.

서정선(한국바이오협회 회장) | 인간중심의 유전체학


21세기 인류 사회에는 3가지 특징이 있다. 글로벌화, 기술의 빠른 발전, 그리고 고령화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의료의 축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예측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예방 의학의 발달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거대한 시장이 열리고 있다. 질병 치료 중심 의학은 신약 개발이 수반돼야 하지만, 유전체 정보 기반의 예방 의학은 진단 비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는 저비용 고효율 구조다. 대신 ‘정보’의 처리와 예측이 중요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학과 정보통신기술(ICT) 모두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우리의 막강한 의료 집단지성 인프라와 ICT 경쟁력이 한국을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게 해줄 것이다.

나는 1997년 학내 벤처 형태로 마크로젠(Macrogen)을 창업했다. 20년만에 미국, 유럽 일본에 독립법인을 갖추고 어느덧 매출도 1000억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최대 유전체분석 전문기업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갈 생각이다. 목표는 5년 이내 바이오 빅데이터 전문 기업으로 변신할 것이다. 나는 ‘인간 중심의 유전체학’이 미래 고령화 사회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 믿고 평생 기업을 이끌어 왔다. 한반도에는 북방계 아시아인과 남방계 아시아인이 모여들어와 살고 있다. 한국인 유전자를 분석하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게놈 연구가 가능하다. 마크로젠이 10만 명 아시안게놈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기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유전체학이 인간 사회를 더욱 빛내고 고령화 시대에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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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호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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