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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51인의 신년 에세이 | 인생과 경영(1)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리더는 늘 관심과 동경의 대상이다. 많은 이들이 성공한 리더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성장 과정과 고난 극복 스토리 속에서 가르침을 찾고 그들의 남다른 안목과 강철 같은 의지, 불도저 같은 실행력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포브스코리아는 2018년 새해를 맞아 인생과 경영의 등대가 되는 리더 51명의 에세이를 직접 받아 지면에 담았다. 다양한 경험,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이 담긴 에세이는 표면적으로는 기업 경영의 성공 비결을 다루고 있지만 내면엔 신념·결단·꿈 등이 담겼다. 숫자로 평가받는 기업 환경이지만 위대한 리더들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추구한다. 그들의 인생이 곧 경영이고, 경영이 곧 인생이라 할 만하다.

에세이를 찬찬히 일어보면 경영 리더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목표는 적당한 지, 방향은 올바른지, 성공에 취해 초심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을 통해 일시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에세이는 짧은 자서전이자, 경영 지침서다.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CEO들의 에세이는 표현은 다소 투박하고 서툴지만 경험에서 나온 신념과 통찰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풍성한 울림과 배움을 준다. 워런 버핏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과 사귀어야 하고 평생의 멘토로 삼을 만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51인 리더의 에세이가 독자들에게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홍성열(마리오아울렛 회장) | 초심의 힘


패션유통업에 뛰어든 지도 어느덧 40년이 다 되어간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 하나가 “어떻게 맨손으로 시작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울렛을 만들었나”다. 1980년대 초 니트 브랜드 까르뜨니트를 론칭하고, 외환위기 시절에 뚝심 하나로 마리오아울렛을 오픈하면서 수많은 굴곡과 고비를 겪었다. 그때마다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도 매일 되뇌는 초심 덕분이다. 바로 ‘정직하고 올곧게 걷자’는 윤리경영이다.

한국 제품이 홀대 받던 시절 토종 브랜드인 까르뜨니트는 일본 바이어들을 불러들였고, 한국 최초로 일본 게이오백화점에 입점했다. 이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생산하고 거래했기 때문이었다. 제품에 사소한 하자라도 생기면 밤낮이고 현해탄을 넘어가 문제를 해결했다. 최고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세계 유수 명품 브랜드를 연구하고 벤치마킹했다.

‘유명 브랜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자’고 마리오아울렛 사업을 시작할 당시 주변에선 “실패할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귀에 담지 않았다. 위층에서 만들고 아래층에서 판매하는 가격 혁신으로 개점 2~3개월 후부터는 건물이 무너진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고객이 몰렸다. 이후 성장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견제와 왜곡으로 사업의 존폐까지 고민했지만 오직 ‘정도(正道)’만을 고집하며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묵묵히 매 고비를 이겨냈다. 이는 국내 아울렛 유통 개척의 원동력이 됐고, 최근 대형 유통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지속성장의 원천이 되고 있다.

높은 매출 실적은 기업의 가치와 성공을 측정하는 척도다. 그러나 정직하지 않은 변칙 플레이를 통한 성장 결과는 언젠가는 엎어질 모래성과 같을 뿐이다. 한 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유일한 방법은 ‘정직과 신뢰’다. 그리고 이 같은 초심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만이 기업을 영위할 수 있는 힘이다.

양윤선(메디포스트 대표) | 19년 전 초심


6월 26일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다. 1991년 이날 첫딸을 낳고, 9년 뒤인 2000년 같은 날 메디포스트를 창업했다. 소중한 두 존재의 생일이 같은 걸 보면 신기하다. 둘 다 산고의 고통을 주었지만, 지나서 보니 아픈 기억은 전혀 남아 있지 않고 그저 사랑스럽고 대견할 뿐이다.

그리고 생각할수록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줄기세포 기업을 설립하면서 의사로서 병원에서보다 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9년 전 신생아의 탯줄 속 혈액, 즉 제대혈에도 골수처럼 줄기세포가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골수 기증을 받지 못하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제대혈이 필요하다는 사명감에서 제대혈 줄기세포를 보관하는 ‘제대혈은행’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난치병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의약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많은 질병을 대상으로 신약 연구개발에 도전했고, 지금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 첫 번째 결실이 손상된 연골을 재생시켜 관절염을 치료하는 ‘카티스템’이라는 줄기세포 치료제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을 다시 일어서게 했다는 뉴스로 잘 알려져 있다.

인내가 필요한 여정이었다. 수만 번 배양 조건을 바꿔가며 최적의 줄기세포를 확보하고 더 효과적인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치료 개념 탓에 공상과학소설 취급을 받기 일쑤였고 투자 유치도 쉽지 않았다. 때때로 임상은 중단되고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고단한 여정이 눈 깜짝할 사이처럼 짧게 느껴지는 건 이 사업이 가진 가치와 매력 때문이다. 또 선한 마음과 열정이 가득한 동료직원들과의 즐거운 나날이었기 때문이다.

첫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이후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 한 번의 성취감 이후 다른 제품들도 성공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줄기세포는 많은 사람들에게 난치병 치료의 마지막 희망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기에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긴 여정에서 지치지 말자 다짐하며 다시 19년 전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본다.

이충희(에트로 대표) | 나눔


패션 브랜드 에트로의 사훈이 ‘감사와 나눔’으로 정해진 것은 아마도 회사 설립 초창기부터일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사훈으로 정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재활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아내의 권유로 매달 3만원씩 기부를 한 것이 그 시작이다.

‘감사’의 의미는 에트로 제품을 사주시는 고객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고객들 덕분에 나를 비롯한 우리 직원들이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눔’은 고객들을 대신해서 우리 모든 직원들이 불우이웃들에게 고객들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은 불우이웃만이 아닌 폭넓은 활동을 하게 되었다.

나눔은 내 인생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나는 2002년 백운장학재단을 설립해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육군 15사단, 20사단과 자매결연을 맺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전국의 군부대를 누비며 장병들을 위한 문화 공연이나 그림 전시, 군자녀 교육을 위한 어린이 도서 지원, 장병들을 위한 강연을 16년째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부모님의 교육과 보살핌, 직장 상사와 선배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오늘의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해 내 재능과 능력을 나누는 것이 그 분들에 대한 보답이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이라 생각한다. 나눔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더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금부터라도 감사와 나눔을 생활화해 보자.

권도균(프라이머 대표) | 꿈


13년 동안 5개 회사를 창업하고 두 회사를 코스닥에 등록했다. 넘어지고, 상처받고, 성취하는 과정이 었다. 이를 통해 사업은 나 자신과 이웃과 사회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업은 나의 돈과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주변 이웃, 고객의 고통과 필요를 해결하는 이타적인 활동이며 성공은 단지 결과물이다. 평범한 엔지니어였던 저 같은 사람도 사업을 이만큼 할 수 있다면 모든 보통의 젊은이들도 도전할 기회를 주고, 길을 보여주고 도와주면 성공의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지고 컴퓨터를 통해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었었다. 이제는 경영이라는 지혜를 가지고 사람에게 더 큰 창조적인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투자자이자 멘토가 되었다. 결국 사람을 남기는 것이 국가와 사회에 가장 큰 기여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성공적인 창업과 엑싯(회사를 매각)의 경험을 한 창업가 출신들이 있다. 그들이 경험과 자유로운 돈과 시간을 가지고 돈 버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기 바란다.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새로운 종족이 등장하기를 새해에 꿈꿔본다.

이영애(배우) | 기부의 행복


요즘 주위에서 기부를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많이 묻는다. 그저 마음 따라 하는 행동이 너무 주목을 받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기도 하다.

사실 베푸는 행위에 원칙이나 기준은 없던 것 같다.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살면서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 표현이자 보답이었다. 갑작스레 어려운 처지에 놓인 분들을 배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꼈을 뿐이다. 신문과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홍수나 지진 등 자연재해 피해지역을 보면 마음이 앞선다. 당장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다. 나이가 들고, 아이 엄마가 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확연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지난 이란 지진 때 기부한 걸 보고 한국 배우가 한국을 돕지 왜 해외에 기부하냐는 질문도 받았다. 사실 해외에 기부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도와준 나라, 그리고 한류를 사랑한 국가의 국민에게 보답하는 마음 때문이다. 해외 시청자들은 내가 출연한 드라마를 사랑해주고 덩달아 한국에 큰 관심을 가져줬다. 기부를 내가 한다 해도, 받는 곳에선 한국이 돕는다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내 인생은 보람과 기쁨의 연속이었다. 배우로서 감당하기 과분한 큰 사랑을 받았다. 작품을 보고 인생 설계를 하며 희망을 갖고 지낸다는 팬의 편지를 읽으며 보람을 느끼고, 우연히 마주친 분들이 팬이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순간들은 기쁨을 더한다. 이 감정에 큰 보탬이 되는 건 물론 가족이다.

엄마가 된다는 건 인생에 큰 변화를 안겨준다. 배우로선 작품을 선택하는 데 내용이나 역할을 더 신중히 들여다보게 됐고, 연기를 할 때 감정표현은 더 넓고 풍부해졌다. 인간 이영애로선 삶을 돌아보게 되고, 주변을 볼 줄 알게 됐다. 저소득층 미혼모, 다문화가정, 장애 임산부들에게 나의 손길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는 소식이 들리면 만족과 기쁨은 배가 된다. 우리 일곱 살 쌍둥이에게 놓인 어려움이란 생각이 들면 지나치기 어렵다. 세상 모든 엄마들은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난 작은 실천을 보태면서 한 걸음 더 크게 성장한다.

권혁운(아이에스동서 회장) | 신뢰의 힘


모델하우스 개관 이틀 전, 망치를 손에 들고 다니며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을 부수었던 경험이 있다. 현관문 구조가 사람 동선에 불편하니 고치라고 했지만 “개관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직원들이 난감해했다. 그래서 망치로 깨버렸다. 결국 직원들은 밤을 새워 모델하우스 오픈 전까지 고쳐 놓았다.

지난 10여 년간 아이에스동서는 전국에 3만2000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공급했다. 새해 초 완공하는 부산의 초고층 주상복합 W까지 대부분을 직접 시행·시공했다. 그동안 미분양 주택이 한 채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업체는 소비자의 신뢰가 없으면 그날로 소멸된다’는 위기의식이 만들어낸 성과다. 특히 내가 살 집을 짓는다는 마음이 중요했다. “병든 주인이 머슴 다섯 노릇을 한다”는 선친의 말씀처럼 주인 입장에서 보면 답이 보인다. ‘주인의식’은 사업철학이자 늘 강조하는 말이다.

1980년대 초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연대보증을 섰던 나는 큰 타격을 받았다. 이후 ‘제조업은 망해도 공장이나 기계라도 남지만 건설회사는 부도나면 빈 책상의 먼지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속 성장이 힘들고, 경기에 취약한 건설회사를 ‘부도 나지 않는 회사’로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 방향은 연관 업종에 대한 사업다각화, 전략은 인수합병(M&A)이었다.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 성장은 무엇보다 내부 임직원 간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업 경영의 아이디어는 언제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내부의 소통을 통해서 탄생한다.

망치로 모델하우스의 시설을 깬 것은 ‘직원들이 내 본심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밤샘작업으로 시설을 개선한 직원들의 마음엔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나에 대한 신뢰가 쌓였을 것이다.

권동칠(트렉스타 대표) | 스마트 팩토리


지난 몇 년 동안 준비해왔던 신발지능형공장(스마트 팩토리)의 이름을 최근 ‘핸즈프리 팩토리(Handsfree Factory)’로 확정했다. 새해 1월부터는 설비를 시작하고 시범 제조라인을 구축해 시험가동도 할 예정이다. 신발제조의 핵심공정을 수행할 로봇 6대와 각종 첨단장비가 투입된다.

국내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발 스마트 팩토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경쟁력이 높아져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떠났던 기업들이 하나 둘씩 유턴할 것이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한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자동화 설비는 내수시장에서 유통시스템과 융합을 통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직접 주문도 활성화해 고객들이 오프라인·온라인 매장 어디서든 원하는 신발의 모델과 색상을 선택하고 바로 주문할 수 있다. 한국 신발산업은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1981년부터 대한민국 신발산업의 부침을 봐 왔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절대 없어지지 않을 신발산업이 대한민국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나의 모든 역량을 바치겠다는 생각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김봉진(우아한형제들 대표) | 기술 혁신


2010년 ‘배달의민족’이라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나온 즈음 대한민국은 ‘인터넷 혁명’ 이후 불과 10년 만에 찾아온 또 한차례의 거대한 물결, ‘모바일 혁명’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전단지를 스마트폰에 옮겨보자’는 재미있는 일을 벌이면서도 정작 그 당시에는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변화에 대해서는 그다지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직감하고 있었다. ‘모바일 혁명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것이다. 이 물결에 올라타지 않으면 안된다 ? 바로 지금!’

“기업가는 혁신을 주도하고, 사업가는 혁신을 모방한다.” 20세기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와 사업가를 이렇게 구분 지었다. 진정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은 기존의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공상과 만화적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이가 바로 혁신적 기업가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불굴의 도전정신과 기업가 정신이 바로 10년 후, 20년 후 우리의 미래를 바꿔놓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여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더 나은 우리의 삶’ 그것이어야 할 것이다.

반원익(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 일자리 해결책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들이 비정규직과 임시직의 질곡에서 희망을 잃어간다. 등 굽은 가장들의 힘겨운 뒷모습은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삶의 불안은 절망을 이끌고 사회의 온기는 차갑게 식어간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키에르 케고르는 말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별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에서 한국은 139개 국가 중 83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세계적인 인하 추세를 거슬러 과세표준 3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25%로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더해 역대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전 앞에 놓인 우리 기업의 현실이다.

기업은 경제의 혈류를 공급하는 핵심 주체다. 미움 받을 일도 많았지만 최소한 ‘상대적인’ 오늘의 물질적 풍요는 이들에 빚진 바 크다. 기업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다.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일자리는 줄어든다. 산수에 가까운 단순한 논리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이들의 활력을 회복시키면 된다. 더 이상 쉬울 수 없는 얘기다. 해법도 간단하다. 투명한 경쟁의 틀을 제공하고 기업이 분방하게 뛰도록 놓아두면 된다. 몰역사적인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가 아닌 공정과 정의가 살아 있는 역동적인 성장의 공간을 꿈꿔야 할 것이다. 낡은 이념의 잣대를 버리고 모두가 솔직해져야 한다.

안건준(벤처기업협회 회장) | 혁신 성장


지금 우리는 ICT기술과 각종 첨단기술이 광범위한 융복합을 통해 확산되며 기존에 없던 다양한 신산업과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미래 예측이 점점 불가능해짐에 따라 새로운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혁신과 변화가 없으면 바로 도태되어 버리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제 대기업 생태계와 벤처 생태계 간의 진정한 결합을 통해 상호 보완적인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경쟁에 맞서야 할 시점이다. 대기업 생태계는 효율의 극대화와 국내외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고 있고, 벤처 생태계는 핵심기술과 혁신 DNA를 보유하고 있어 서로 상호 보완적인 이상적 조합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기업의 국내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이 조금씩 물꼬를 트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신호다.

새해에는 국내에서도 더욱 많은 대기업들이 혁신벤처생태계 참여를 통해 선순환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인재들이 혁신벤처창업으로 뛰어들 수 있는 계기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국가경제의 혁신을 주도하고 혁신동력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한다면 고용절벽을 해결하고 단절된 계층사다리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서경배(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 혁신의 출발점


내가 생각하는 혁신의 출발점은 강한 열망(Aspiration)이다. 누구보다 뜨겁고 간절하게 열망해야 혁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혁신을 향한 ‘절박함’과 ‘인내심’이다. 스티브 잡스가 ‘Stay Hungry’를 이야기한 것처럼, 혁신에는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모레퍼시픽이 걸어온 길도 그러했다. 20여 년 전만 돌이켜봐도 당시엔 우리나라의 화장품 산업은 미래가 불투명한 산업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앞날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혁신의 DNA로, 창업 때부터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 왔다.

2000년대엔 어떻게 하면 화장을 보다 간편하게 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주차 스탬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액상 형태의 화장료를 팩트에 담아낸 ‘흐르지 않는 액체’인 쿠션 화장품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모순된 도전이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계속 도전한 결과 전 세계 여성들의 화장 문화를 바꾸는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천외유천(天外有天)’이 있다. ‘눈으로 보는 하늘 밖에도 무궁무진한 하늘이 있다’는 뜻이다. 어느 곳을 향해, 어떤 믿음을 갖고 가느냐에 따라 눈에 보이는 하늘 밖의 세상에서 각자 도달할 수 있는 하늘은 달라진다. 무한히 열려 있는 세계를 향해 새롭게 도전하며 노력하는 2018년이 되기를 바란다.

강수진(국립발레단 예술감독) | 첫 마음


발레리나에서 국립발레단 감독으로 시작한 2막 인생은 감사의 연속이었다. 예술 무대를 만드는 일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책임의 무게는 더해졌지만, 모든 순간이 즐겁고 감사했다. 경험과 연륜이 쌓일수록 난 초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첫 마음. 불이 붙는 그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사랑을 할 때 배 밑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그런 느낌이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때 느껴지는 전율이 초심이다. 사실 난 발레를 했을 때부터 늘 초심이어서 행복한 행운아였다. 누구나 과정에서 열정이 사라지기도 하고, 주변 도움이 식어가는 과정도 있다. 결국 내가 이것을 왜 하는지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다. 그때마다 난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삶의 소중함은 거대한 것에 있지 않다. 세월이란 가치에서 소중한 것은 굉장히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요즘은 인간적인 면에서 그걸 찾고 있다. 주변에 대한 사랑, 정, 배려를 잃어가는 모습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진심도 중요하다. 나부터 긍정적으로 아침을 시작해야 한다. 부정적인 마음은 주변도 힘들게 하고 관객에게도 전해진다. 발레리나의 무대는 관객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발레 단원들마다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무대의 롤(역할)을 가르칠 때도 한 명씩 진심으로 대하려고 한다.

무대를 마치고 관객과 무용수들이 행복해할 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과를 만들기 위한 발레리나들의 의지를 볼 때 감독으로서 보람도 느끼고 에너지도 많이 받는다. 다행히도 난 힐링(healing)할 수 있는 예술 분야에서 살아가고 있다. 명작을 만나면, 전체적으로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의상과 시놉시스에 빠져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후배들에게 늘 조언한다. 올라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경험들은 아프면서도 전율의 한 부분을 만들어낸다고. 되도록이면 그 순간들을 놓치지 말라고 한다. 행복을 누릴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으니 말이다.

배중호(국순당 대표) | 정성


사랑방을 찾은 귀한 손님에게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좋은 술을 대접하며 반기던 우리 고유의 문화가 있었다. 이런 정성으로 탄생한 술이 바로 ‘백세주’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이해 한국을 방문한 세계인들에게 대접할 제대로 된 전통주가 없어 한국을 대표할 좋은 술을 만들어보자는 생각과 노력으로 개발했었다. 고서에 나온 ‘생쌀발효법’을 복원하고 몸에 좋은 약재들을 넣어 드시는 분의 건강과 함께 즐기는 우리 문화를 담고자 했다. 곧 지구촌의 큰 축제가 30년 만에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다. 30년이라는 시간만큼 우리 술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국순당도 다양한 우리 술을 알리기 위해 여러 활동을 벌여왔다. 문헌에만 존재하던 우리 술을 복원하여 다시금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 하는 ‘우리 술 복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전통을 빚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인다. 가장 최근 선보인 신제품 ‘수리’는 소비자에게 신선한 재료인 야관문을 자연발효로 빚어 우리의 제법과 특성을 담아낸 술이다. 이런 남다른 노력이 전통주의 재활 성화를 꾀하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찾아온 귀한 손님을 대접하고, 특별한 가족 행사에 올리고, 편한 사람과 즐거운 자리에서 나눌 수 있는 술이 좋은 술 아닐까. 정성의 마음은 진심으로 전해지니 말이다.

존 리(메리츠자산운용 사장) | 활력


한국이 새로운 활력을 찾으려면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창업정신, 여성인력, 금융교육이다. 먼저 창업정신이다. 단순히 공부 잘해서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한국이 앞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미국이나 중국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우수한 젊은이들이 창업하고자 하는 간절함을 가져야 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두 번째는 여성인력이다. 선진국은 성별 다양성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여 여성 경영 참여율을 꾸준히 늘려온 반면, 한국의 여성임원 비율은 2%에 불과하다. 한국기업은 남성 위주의 회사 경영으로 인해 수직적이고 경직된 문화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여성이 지닌 유연성과 공감 능력 등의 전략적 활용이 기업경쟁력과 직결될 것이다.

세 번째는 금융교육이다. 현대사회 경제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가정과 학교, 사회 그 어디에서도 돈을 제대로 모으고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은 돈을 몰라야 한다는 이상한 관념이 있다. 하지만 이제 금융에 대한 무지는 과거의 문맹과 다를 바가 없다. 금융교육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강호갑(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 역사적 책무감


수출 대기업 중심의 산업정책이 수명을 다했다. 과신했던 낙수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결론났다. 1990년대 이후 급격히 가속화된 세계화의 도전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나날이 약화되고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정부의 시혜적 지원에 의존해 위태로운 생존만을 이어갈 뿐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을 이을 단단한 성장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중견기업이 희망이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견기업의 몫은 작고도 크다.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은 높고, 세상에 알려진 이름은 크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경제의 생존을 버텨내고, 성장을 이끌었다. 전체 기업의 0.1%에 불과한 이들은 총 매출의 약 17%, 고용의 약 5%를 감당한다. 우수 인력이 메마른 지역의 귀퉁이에서 세계 최고의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희망은 중견기업에 있다고 믿는다. 독일의 재건을 이끈 히든챔피언도 대부분 중견기업이다.

함께 행복한 풍요로운 내일은 오늘의 노력 없이 달성될 수 없다. 우리가 처한 시공간은 후대에게 빌린 것이고 더 나은 무엇을 그들에게 남겨야 할 책임은 온전히 지금, 여기 우리의 몫이다.

최현만(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 성실한 실천


나는 금융업을 영위하면서 훌륭한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고, CEO로 살아오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다. 요즈음 많은 사내외 후배들과도 같이 나누고 싶은 주요 주제는 이런 경험을 통해 배운 성공담이 주종을 이룬다.

나름대로 내 자신이 내린 성공의 법칙은 ‘내가 속한 조직과 주파수를 맞추어 성실하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모든 물건은 자신의 고유 진동수가 있으며, 외부에서 고유 진동수에 힘을 가해 준다면 아주 작은 힘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나는 미래에셋대우의 CEO다. 조직이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배들과 먼저 공감하고, 성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덕목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전략이 있어도 결국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김동녕(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 포석


바둑의 규칙은 비교적 단순하다. 가로세로 19줄 위에 검은 돌과 흰 돌을 가지고 승패를 가른다. 하지만 한 수, 한 수에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고 상대의 한 수가 승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가 바둑을 좋아하는 이유도 무수한 복잡함을 품은 단순함 때문이다.

한세통상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한 1972년 당시 한국의 무역 규모는 100억 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제조업 중심의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수를 둘 수 있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른바 ‘스마트 매뉴팩처링(Smart Manufacturing)’ 시대는 생산자에게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바둑에서 말하는 판세가 변한 것이다.

판세가 변하니 수를 읽는 방법이 변하고, 지능화된 상대가 어려운 수를 내놓으니 이를 읽고 대응해야 할 내 포석도 고도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초반에 수를 잘 읽고 포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35년 동안 적자 없는 회사로 한세실업을 이끌었던 것도, 2000년대 초 미국과 베트남 간 관세 정상화를 미리 내다보고 베트남에 선제 투자한 것도 이와 같다. 한세실업은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할 부서를 만들고 일찍부터 포석에 들어갔다.

하지만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근로자의 비중이 준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우려를 사람 중심의 시스템 구축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과거 한국 의류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던 것은 수많은 우수 기술자들의 헌신이었다. 은퇴 시기를 맞은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스마트 팩토리에 녹여 내는 능력에 한국 의류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다.

판세를 읽고 바둑의 수를 생각하고 포석을 한다는 것은 화점부터 계가까지의 전략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의미다. 전략에는 나의 수를 받고 상대방이 응수하면 그 수에 전술을 생각하고 새로운 수를 들고 임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고 가야 할 곳은 정해졌지만 시장의 반응에 따라 한세실업의 한 수, 한 수를 놓는 점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천변만화(千變萬化) 이치에 위기십결(圍棋十訣)의 원리로 새로운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려 한다.

박인비(프로골퍼) | 승부


승부. 참 잔인하지만 골프 선수로서의 삶을 선택했을 때부터 함께 안은 숙명이다. 모든 사람의 일상엔 크고 작은 승부들이 항상 숨어 있는데, 내게 이것은 살면서 겪고 이겨내야 할 숙명인 듯하다.

매주 결과로 이야기해야 하는 운동 선수에게는, 힘들지만 이만한 보상 또한 없다. 다이내믹함이 있다.

승부에 있어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익숙함과 일상이 되는 것이다. 운동 선수로 오래 활동하면서 웬만한 일에는 크게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좋아졌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처음에는 서툴기도 했고 일부러 애써보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그저 이 일상에 익숙해지고 내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유지한다.

나라고 왜 무너질 때가 없을까? 주어지는 승부마다 매번 이길 수도 없다. 사실 그때마다 벌떡 일어나는 건 참 어렵다. 주위에서 빨리 일어나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다. 충분히 추스를 시간을 갖고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데 있어서 남편은-많이 언급했지만-나의 버팀목이자 동기부여다. 이제 그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일상을 견디는 가장 큰 에너지는 나의 행복을 넘어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에서 얻기 때문이다.

요즘 난 누군가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려고 하진 않는다. 솔직히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그동안 당당하고 후회 없는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해왔다면 분명 그 모습대로 주위에서 기억해줄 것이다. 그저 오늘의 생활에 충실하고, 성실하고,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프로가 되려 한다. 승부에 상관없이.

신춘수(오디컴퍼니 대표) | 도전


나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뮤지컬 제작사를 설립했다. 세계적인 뮤지컬/콘텐트 제작을 목표 삼아 오디컴퍼니 대표 직함을 달았을 때 내 나이는 30세였다. 당시 나는 뮤지컬 제작자로서 많이 부족했지만 열정과 도전정신만으로 잘 헤쳐나갔다.

전날 밤 계획을 세우고 아침에 일어나면 곧바로 실행했다. 작고 큰 실패를 반복하며 성장해왔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나는 힘들기도 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도전은 내 삶의 원동력이다. 목표로 향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실패는 크고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성공으로 향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도전할 때 실패는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2014년 나는 해외 진출에 도전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동양인 뮤지컬 제작자(리드 프로듀서)로서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실패했다고 섣불리 말하지 않는다.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내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어렵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자신을 믿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면 삶은 더욱 행복해지고 풍성해질 것이다.

조성수(에쓰푸드 대표) | 도전


에쓰푸드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에쓰푸드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육가공 사업에 도전했다. 서구식 정통 육가공이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시절,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고 안전한 양질의 육단백질을 공급해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하고자 했던 것이 그 시작이다. 국내외 마이스터들과 함께 개발한 수많은 에쓰푸드의 제품들은 외식 업계 셰프들의 큰 호응을 얻게 되었고, 덕분에 육가공 B2B 시장 점유율 1위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쓰푸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정통 델리미트 브랜드를 론칭해 그동안 외식 업계에서만 알려졌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에쓰푸드는 식품을 단순히 먹는 것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닌, 쿠킹 클래스와 델리카 같은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에쓰푸드는 도전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건강한 육가공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만나왔다면, 이제는 한 끼의 식사(Meal)를 제공하는 회사로 거듭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라는 비전을 달성하고, 더 좋은 식품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성공은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끊임없는 도전들이 모여 실패라는 어려움을 겪어낸 후에는 반드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명관(아카데미과학 대표) | 상상력


스마트폰 시대다. 아이들이 태블릿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 나도 빠져든다. 화면도 예쁘고 내용도 재미있다. 분명히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모바일이나 태블릿 앱들이 너무 완벽해 보인다. 아이들이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미리 다음 필요한 것을 준비해서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상상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못할까 염려가 된다.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장난감 로봇 한 대만 있으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달나라나 바닷속에도 보내 본다. 우주에서 온 악의 무리를 생각한 다음 내 손에 쥐고 있는 로봇과 싸움을 붙여보곤 했다. “로케트 펀취~~~”를 중얼거리며 제 상상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적에게 일격을 먹이고 있으면 어머니가 부른다. “그만 하고 밥 먹어라.”

요즘 아이들은 상상력이 부족해 보인다.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해져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완구 회사 사장이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태블릿을 가지고 공부하고 노는 것 환영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경험이 또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손에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들고 그 감촉을 느끼는 일이다.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자 성장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중요한 양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에 장난감을 들고 동네 골목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조금은 더 건강하지 않겠는가.

심찬구(스포티즌 대표) | 한국 축구의 미래


2018년은 월드컵의 해이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여 있는 2018의 대한민국에서도 월드컵은 가장 중요한 뉴스 중의 하나일 것이고, 우리 국민과 사회가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고 한 목소리로 몰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기왕에 좀 성적이 좋아서 예선 세 경기를 잘 치르고 본선까지 올라가서 누적되어 있는 스트레스도 좀 해소시키고,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정체성을 공감하는 시간도 좀 길게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일단 대한민국의 세계랭킹이 출전 32개국 중 31위인 62위다. 그리고 같은 조에 편성된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 각각 1위, 16위, 18위이다. 객관적으로 실력이 열세인 팀이 게임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2002년 4강의 기억을 가지고 러시아 월드컵을 관전하다가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혹시 이기는 게임이 나오면 맘껏 즐기되 혹시 지더라도 너무 괴로워하지 않기를 권한다.

그러나 실패가 두려워 안전한 선택만을 우선하는 것을 삼가고, 단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장점을 강조하며, 단기적 결과보다는 팀과 구성원의 육성에 방점을 두는 가치체계, 주입식 반복훈련보다는 독창적인 움직임과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문화, 그리고 계급이나 나이에 묶인 서열주의의 파괴 등이 이루어진다면 의외로 월드클래스의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and this is not only about football and the national team!

조태룡(강원FC 대표) | Why? Why not?


‘Why’라는 물음을 참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결과엔 원인이 있다. 반대로 모든 의사결정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Why’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불확실성을 하나씩 없애 나간다. 지양하는 키워드는 ‘Not’이다. 부정적인 시각은 모든 일을 망친다. 부정적인 마음은 전염성이 강해서 조직을 멍들고 병들게 한다. 그래서 항상 “안 돼”라는 말을 경계하고 멀리한다.

이렇게 다른 두 단어가 하나로 만났을 때 혁신의 씨앗이 된다. ‘Why not?’이라는 물음에서 대부분의 역사는 시작됐다. 나 역시 인생 초기 공대 출신 대기업 직원에서 보험 세일즈맨으로의 변신했다. 남들이 부정적인 목소리로 ‘Why?’라고 물을 때 나의 머리에는 ‘Why not?’ 이 먼저 새겨졌다. 나의 가치를 돈이라는 기준으로 가장 명확히 측정 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죽도록 일한 결과 생명보험 업계에서 종신보험 계약 건수 1위를 기록한 보험왕이 될 수 있었다.

서울히어로즈 프로야구단(넥센히어로즈)의 단장을 맞은 2008년도 마찬가지였다.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야구단 살리기에 도전하자 부정적인 시선이 날아들었다. 나는 ‘Why not?’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제조업·금융업을 거치며 터득한 마케팅 노하우를 접목해 스폰서 유치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그 결과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한국 프로스포츠의 관행을 깨고 구단의 재정자립과 독자생존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처음 강원FC 대표로 부임했을 때, 구단은 2부 리그 7위팀이었다. 가장 먼저 ‘안 돼’라는 패배 의식에 빠져 있는 선수단을 변화시켜야 했다. 끊임없이 소통하며 부정의 마음을 긍정으로 돌리려고 노력했다. 결국 선수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경기에 나섰고 우리는 승격했다.

승격 사흘 만에 선수 영입을 위해 숨 가쁘게 움직였다. 그 결과 창단 첫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혁신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나지막이 외쳐보자. ‘Why not?’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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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호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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