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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다운’ 기획으로 승부한 15년 

 

조용탁·이기준 기자 lee.kijun@joins.com
‘한국의 50대 부자’, ‘한국의 셀러브리티’, ‘한국의 유망주 2030’은 지난 15년간 포브스코리아가 만든 가장 포브스다운 기사들이다. 색다른 시각으로 한국의 리더들을 소개하며 한국 산업의 변화와 현황을 보여줬다. 포브스코리아가 매년 심혈을 기울여온 특집 기사들의 진면목을 소개한다.









한국의 50대 부자 | 한국 산업의 변화를 한눈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5년 첫 한국 부자 순위에서 3위를 기록한 뒤 매년 상위권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5조107억원으로 5위를 차지했다.
한국 50대 부자 순위는 포브스코리아가 가장 오래 연재하고 기획해온 기사다. 2005년 시작해 매년 소개해왔다. 부자 순위 조사를 위해 처음엔 전문업체에 의뢰했지만 틀이 잡힌 다음부터는 포브스코리아 자체 조사를 거쳐 발표했다. 정리한 내용은 포브스 글로벌판과 공유하며 세계 부자 순위 자료로 사용한다. 순위 정리는 쉽지 않다. 작은 실수가 신뢰를 흔들 수 있다. 자료를 만들고 검토하고 다시 검토한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간다. 그럼에도 실수가 나온 일이 있다. 자산 규모를 잘못 표기하거나 주가 계산을 틀린 일이 있었다. 잊지 못할 실수도 있다. 2006년 한 기업 오너가 배우자와 이혼했다고 잘못 적은 일이 있었는데 회장 지인들이 놀라 문의가 쏟아졌고 우리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순위와 관련한 항의도 많이 들어온다. ‘나는 그만한 부자가 아니다’부터 ‘금융자산 100억원이 빠져 있으니 합계해서 순위를 올려달라’는 요청까지 극과 극이었다. 한국 부자 50인 순위표를 보면 기업의 흥망성쇠와 산업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2005년 첫 조사에선 대기업 오너 일가가 단연 강세를 보였다. 50명 가운데 39명이 대기업 오너 일가 소속이었다. 삼성 일가가 가장 막강했다. 10위권 안에만 이건희(1위), 이재용(2위), 이명희(4위), 홍라희(9위), 정재은(10위) 등 무려 5명이 포진했다. 이 외에도 현대, LG, SK, 롯데 등 대기업 일가가 다수 상위권에 자리하며 한국에서 대기업의 영향력을 한눈에 보여줬다.

대한민국 부자 1위 자리는 거의 고정석이었다. 12년의 조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계속 1위를 달렸다. 지금도 이 회장의 자산은 늘어나는 중이다. 한국 대표주로 증시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 영향이 크다. 그런 점에서 2008년은 포브스코리아 조사팀에게 이변의 한 해로 기억된다. 이건희 회장이 무려 3위로 내려왔다. 1위는 정몽준 전 의원이었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로 2007년 10위에서 9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조선업 호황 덕에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큰 폭 올라 재산이 급증했다. 2위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었다. 중국과 인도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두며 주가가 급등했다. 늘어난 재산 평가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 회장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006년 벌어졌던 글로비스 관련 비자금 사건 공판이 진행 중이었다. 결국 실형을 면하기는 했지만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은 2위에 오른 회장님의 부자 순위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들이 바라는 희소식인 ‘집행유예’라는 판결을 듣고 나서야 한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매년 부자 순위를 조사하며 가장 많은 관심과 화제를 모은 분야는 새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신흥 부자들이다. 누가 새로 리스트에 등장했는지, 라이벌 기업가의 순위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매년 흥미로운 이야기를 남겼다. 혜성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기업가도 있지만, 매년 50위 안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인물도 늘었다. 특히 본인의 힘으로 기업을 일으킨 부자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자수성가형 부자의 증가는 한국 산업의 체질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2017년 50대 부자 조사에서 무려 20명이 자수성가형 부자로 나타났는데 대부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분야의 신성들이었다. 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열정과 실력을 갖춘 기업가들이 부자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술 발전과 산업 구조의 변화가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다.

인터넷 부자에서 모바일 부자로 이동


▎신흥 부자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김정주 NXC 대표는 2005년 자산 3538억원으로 24위였지만 자산을 꾸준히 불려 지난해 7위(3조3405억원)에 올랐다.
신흥 부자의 선두 주자로는 NC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넥슨(NXC)의 김정주 대표, 네이버의 이해진 전 의장을 꼽을 수 있다. 한국 게임산업과 포털 기업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다음카카오의 김범수 의장과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도 이들의 뒤를 이어 50대 부자에 올랐다. 이들을 보면 한국 ICT 산업에서 가장 돈 되는 사업이 무엇인지 흐름이 나온다. 인터넷 포털과 PC 게임에서 소셜네트워크와 모바일 게임으로 산업의 중심이 이동했다.

먼저 부자 50위에 안착한 신흥 부자는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다. 2005년 김택진 대표는 자산 4951억원을 기록하며 16위에 올랐다. 김정주 NXC 대표는 3538억원으로 24위였다. 2007년엔 김정주 대표 25위, 김택진 대표 36위로 순위가 바꾸었고, 2008년엔 이해진 당시 NHN 최고전략책임자가 33위에 올랐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 대표는 2008년 한게임과 합병해 NHN을 만들며 부자 순위에 등장했다. 2012년엔 김정주 대표의 순위가 다시 크게 올랐다. 넥슨재팬을 일본 도쿄 증권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 가치가 급상승했다. 2014년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를 성공시킨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구 한게임) 회장까지 가세해 벤처기업가의 힘을 보여줬다. 이듬해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가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의 덕이다. 이후 권 회장은 계속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며 신흥부자로서 이름값을 한다. 2016년에도 새로운 자수성가형 기술기업 창업자들이 부자 순위에 등장했다. 34위의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와 36위의 김범석 쿠팡 대표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옐로모바일은 아직 안정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쿠팡도 낮은 수익성 문제를 풀지 못해 논란의 중심에 오르는 중이다. 이상혁 대표와 김범석 대표는 강렬한 인상을 주며 등장했지만, 빠르게 사라질 가능성도 높은 셈이다.

포브스 부자 명단을 보면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짧은 한국 50대 부자의 어제와 오늘 시간 밤하늘을 수놓고 사라진 혜성 같은 기업인들이 있었다. 2007년 7위로 처음 등장했던 차용규 카작무스 사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당시 그의 자산은 1조2085억 원에 달했다. 차 사장은 삼성물산 직원으로서 카자흐스탄의 구리 채광 · 제련업체 카작무스(Kazakmys)를 위탁경영해 살려낸 뒤 자신이 인수해 카작무스를 지난해 기준 매출 50억 달러에 시가총액 100억 달러의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이듬해인 2008년 4월 카작무스 지분을 모두 정리하고 지인과 연락을 끊는다. 지인들 사이에서 이혼, 납치, 자살 루머가 돌았다. 취재 결과 조용히 살기 원해서 인맥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포브스가 소개한 오세영 코라오홀딩스 회장도 풍운아로 꼽힌다. 한국에서 코라오 주식을 상장하며 6009억원의 자산을 형성해 37위 부자에 오른다. 하지만 이후 주가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라오스 현지 사업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결국 50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소문 없이 강한 교육부자, 거세지는 바이오 바람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올해 파워 셀러브리티 상위권 진입이 유력한 신예 스타다.
부자 순위를 계속 지키는 일은 어렵다. 신흥 부호가 아니라 오랜 기간 착실히 기업을 일군 기업가들도 순위에서 밀려나곤 했다. 산업 지형의 변화와 투자 실패, 신성장 동력 개발에 실패한 경우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이 웅진과 이랜드다. 웅진의 윤석금 회장과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80년대 이후 창업가 가운데에선 손꼽히는 인물들이다. 후발 주자로 대기업군에 이름을 올렸고, 20년 넘게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2005년 윤석금 회장은 13위 부자였다. 이후 꾸준히 10위권을 유지하다 2013년 순위에서 사라진다. 박성수 회장은 70위에 신규 진입한 이후 꾸준히 순위를 올려 2010년엔 40위까지 올라온다. 하지만 그 역시 사업 난조로 순위에서 사라진다.

부자 순위에서 가장 꾸준한 실적을 보여준 산업으로는 교육을 꼽을 수 있다. 국내 최대 교육 기업으로 교원과 대교가 있다. 기업을 이끄는 장평순 교원 회장과 강영중 대교 회장은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부자다. 2005년 부자 순위에서 강영중 회장은 8위, 장평순 회장은 12위를 기록한다. 그리고 지난 12년간의 조사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장평순 회장은 22위, 강영중 회장 순위는 다소 밀렸지만 40~50위권에 머물며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 수년간 바이오·제약 바람이 거셌다. 제약·바이오 기업인들의 순위가 전체적으로 높아졌다. 2017년 부자 12위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풍운아 같은 기업인이다. 10여 년간 셀트리온은 갖은 루머에 시달렸다. 서정진 회장이 장담한 바이오시밀러 생산 능력을 놓고 평가가 갈렸다. 이 와중에 서 회장은 경영진 사퇴, 지분 매각 예정이라는 강수를 던지며 논란에 대처해왔다. 2015년 셀트리온은 제품을 수출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서정진 회장의 자산도 2조원을 넘어섰다. 제약 대표주인 한미약품은 셀트리온에 비하면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었다.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확보한 제약 파이프 라인을 글로벌 제약사에 라이선스 수출하며 각광을 받았다. 주가가 폭등하며 임성기 회장의 자산도 급증했다. 2017년 조사에서 임회장은 1조8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며 부자 15위에 올랐다. 한미약품 주가가 폭등할 당시 친구 따라 부자가 된 기업인도 있다. 2016년 부자 31위에 오른 신동국 회장이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한양정밀의 창업자인 신 회장은 7위에 오른 지인 임성기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미사이언스에 투자한 덕분에 억만장자로 올해 순위에 데뷔했다.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라다 보니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한미약품은 이후 일부 직원의 주가조작 사건과 소액주주 피해를 불러온 늦장 공시 건으로 질타를 받았다. 한미약품이 이끌던 코스피와 코스닥 제약 바람도 한때 추춤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힘을 회복하며 순항 중이다. 제약·바이오가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인정받았고, 기업들의 연구 개발 투자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한국의 연구 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글로벌 파트너로 인정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위상이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포브스코리아 부자 순위에서도 제약·바이오 기업인의 이름이 자주 올라올 것이라 예상한다.

한국의 파워 셀러브리티 40 | 스타 순위는 매년 큰 변동


‘올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는 누굴까?’ 포브스코리아가 2009년부터 매년 실시해온 ‘한국의 파워 셀러브리티 40’은 이처럼 단순한 물음에서 출발했다. 누가 인기가 가장 많은지를 따지는 피상적 인기투표를 넘어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타의 영향력을 산출해낸 국내 첫 시도였다. 이후 ‘파워 셀러브리티 40’은 ‘대한민국 부자 순위’와 함께 매년 발표 때마다 국내 주요 언론에 일제히 인용 보도될 만큼 신뢰성을 인정받는 포브스코리아의 대표 콘텐트로 자리 잡았다.

9년간 축적된 ‘파워 셀러브리티 40’ 명단은 그동안 한국 연예·스포츠계의 트렌드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셀러브리티 순위는 상위권으로 갈수록 큰 변화가 적은 부자 순위와 달리 매년 새롭게 뜨고 지는 스타들로 요동쳤다. 올해의 1위가 내년 순위에선 10위권 밖으로 떨어지고 이듬해부터 완전히 자취를 감추거나(싸이, 2013년 1위→2014년 13위), 첫 등장에 3위로 진입했다가 이듬해엔 순위에 들지 못하는 경우(손연재, 2013년 3위)도 있었다.

지난 자료를 살펴보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158명의 셀러브리티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5명이 단 1회만 순위에 들고 사라진 ‘반짝 스타’였다. 특정 드라마나 노래가 크게 히트해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 인기를 지속하지 못한 경우다. 2008년 ‘텔미’로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원더걸스는 2009년 첫 순위에서 3위를 기록했으나 이후 명단에 들지 못했다. 인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주연을 맡아 2011년 12위로 순위에 첫 진입한 윤시윤, 2014년 그룹 EXID의 ‘차트 역주행’을 이끌었던 하니(16년 37위), 2015년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2세 조태오 역을 맡아 “어이가 없네”라는 유행어로 돌풍을 일으킨 유아인(16년 2위) 등도 1회 순위에 오르는데 그쳤다.

3회 이상 순위에 들었던 셀러브리티는 48명으로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조사 초기 3~4년에 걸쳐 이름을 올리다가 2014년 이후 명단에서 자취를 감춘 셀러브리티도 13명이나 됐다.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와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각종 신인상을 휩쓸며 일약 스타가 된 황정음(2010년 20위→2011년 18위)이 대표적이다. 강호동, 비, 이효리 등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연속 순위에 들었으나 2013년부터는 한 번도 순위에 들지 못했다.

특히 강호동은 2010년대 초까지 유재석과 함께 국내 예능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혔으나 2011년 탈세 의혹이 불거져 은퇴하면서 그를 향한 대중의 관심도 크게 줄었다. 강호동은 2013년 KBS ‘달빛 프린스’ 등 예능 프로그램으로 활동을 재개했지만 좋지 않은 성과로 한동안 재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년의 고투 끝에 최근 JTBC ‘아는 형님’ 등의 흥행으로 다시 입지를 굳혀가는 강호동의 사례는 다시 대중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숨가쁜 순위 변동 속에서 꾸준히 큰 사랑을 받은 스타도 있었다. 김연아와 유재석은 9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순위에 올랐다. 빅뱅과 소녀시대가 8회, 박지성과 추신수가 7회로 그 뒤를 이었다. 인기의 지속성에선 배우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김연아, 유재석을 제외하고 2009년과 2017년에 모두 이름을 올린 셀러브리티는 모두 배우(송혜교, 전지현, 정우성, 하정우)였다. 한효주는 한 번도 30위 내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지난해를 포함해 5회나 순위에 이름을 들며 꾸준함을 자랑했다.

반면 가요계는 심한 등락을 보였다. 이승기, 아이유, 수지 등 4회 이상 순위에 오른 가수들은 대부분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우로서 두각을 나타낸 경우였다. 또 파워 셀러브리티 순위에 올랐던 가수는 ‘강남스타일’로 깜짝 흥행한 싸이와 서태지(2009년 21위), 백지영(2014년 36위)을 제외하면 모두 20대~30대였다. 배우 정우성(2009년 31위, 2015년 16위, 2017년 21위)이나 송강호(2009년 36위, 2014년 20위), 김혜수(2011년 19위, 2017년 40위)처럼 오래 주목 받는 40대 이상 파워 셀러브리티를 가수 중에선 찾기 어려웠다.

가요계에선 세대교체도 두드러졌다. 가수 중에서 첫해부터 8년 연속 상위권을 차지하며 보기 드물게 꾸준함을 자랑했던 소녀시대와 빅뱅이 2017년 순위에선 빠졌다. 카라, 티아라 등 2010년 이전 데뷔한 아이돌도 2015년 이후 순위에서 사라졌다. 엑소, 방탄소년단, 걸스데이 등 2010년 이후 데뷔한 아이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빅뱅이 2014년을 기점으로 순위가 하락하다가 2017년 제외된 반면 2014년 처음 순위에 오른 엑소는 2015년과 2016년 잇따라 1위를 차지하고 2017년에도 4위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그러나 소녀시대와 빅뱅처럼 향후 수년간 상위권을 노릴 만큼 입지가 굳건한 가요계 스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트렌드와 작품 흥행에 따라 영향력이 결정되는 연예인과 달리 운동선수의 순위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경기 성적이었다. 운동선수들은 연예계였다면 활동 자체가 위태로워질 법한 논란을 겪고도 경기에서 활약하면 꾸준히 순위에 올랐다. 추신수는 2011년 음주운전으로 미국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2012년 18위를 기록했다. 2013년 현지에서 그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로 평가받을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자 2014년엔 6위까지 순위가 올랐다. 그러나 2016년 타율 2할4푼, 17타점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내자 이듬해 파워 셀러브리티 명단엔 들지 못했다.

기성용은 2011년 일본과 겨룬 아시안컵 4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인종 차별적인 원숭이 세리머니를 하고 2013년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던 최강희 감독을 소셜미디어에서 비난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수차례 물의를 빚었다. 그럼에도 기성용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스완지 시티로 이적해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록한 2013~2016년 4회에 걸쳐 순위에 올랐다.

한국의 2030 파워 리더 | 샛별서 ‘거성’ 된 젊은 리더들


▎임정식 정식당 오너 셰프는 2012년 2030 파워리더로 선정된 이듬해 미쉐린 가이드 뉴욕에서 한국인 최초로 별 한 개를 받으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포브스코리아 창간 15주년을 맞이해 돌아본 2030 파워 리더 상당수는 유망주를 넘어 업계의 선도자로 자리 잡고 있었다. ICT부문의 부동산 중개앱직방’을 개발한 안성우 채널브리즈 대표(2015년 선정), 모바일 송금 서비스 ‘토스’의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2015년), 소셜 번역 플랫폼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2015년) 등은 파워 리더 선정 당시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샛별’들이었지만 지금은 각 분야의 최고로 우뚝 섰다. 이 세 업체는 지난 수년 간 해외 투자사로부터 수백 억원대 투자를 유치하며 자사의 가치를 입증했다.

푸드&와인 부문에서도 파워 리더로 선정된 셰프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첫해인 2012년부터 4년 연속 이 분야 파워 리더로 선정된 임정식 정식당 오너 셰프는 이듬해 뉴욕에서 문을 연 정식당으로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한국인 최초로 별 한 개를 따냈다. 뉴욕 정식당은 2014년 한식당으로선 처음으로 별 두 개를 받는 기록을 세운 데 이어 2018년 서울 정식당도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별 두 개를 받는 쾌거를 이뤘다. 임기학 레스쁘아 오너 셰프(2012년), 김은희 더그린테이블 오너 셰프(2013년), 이유석 루이쌍끄 오너 셰프(2014년)는 2018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인 ‘더 플레이트’ 등급을 받았다.

여러 젊은 리더가 자신의 꿈을 좇아 새로운 무대를 찾아갔다. 메종 드 라 카테고리의 총괄셰프로 2013년부터 2년 연속 파워 리더에 선정됐던 이형준 셰프는 2014년 한남동에 프랑스 음식점 수마린을 열었다. 양지윤 큐레이터(14년)는 2017년 디렉터를 맡고 있던 코너아트스 페이스를 떠나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2017년 12월 아르코미술관의 사운드 아트 전시회 ‘혁명은 TV에 방송되지 않는다: 사운드 이펙트 서울 2017’을 기획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ICT 부문에서 특히 젊은 리더들의 이동이 두드러졌다. ICT 파워 리더들은 2010년 전후로 붐이 일었던 소셜미디어 업계를 떠나 핀테크와 가상현실(VR)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대거 옮겨갔다.

표철민 전 위자드웍스 대표(2014년)는 2015년 위자드웍스를 매각하고 군에 다녀온 뒤 지난해 8월 블록체인 전문업체 체인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체인파트너스는 대형 서버가 없는 일반 중소기업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 서비스 업체다.

2015년 전격 퇴사한 이제범 전 카카오 대표(2012·2013년)도 지난해 실리콘밸리에 VR업체 오프2(off2. inc)를 설립하고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다. 모바일 설문조사 업체 아이디인큐의 김동호 전 대표(2014년)는 2015년 대표직을 사임하고 4개월 만에 회계 서비스 업체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했다.

타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리더의 영향력이 적었던 금융 부문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의료·제약 같은 바이오 산업과 게임·연예 등 젊은 세대가 향유하는 문화 산업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다. 이에 따라 지난 명단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소프트뱅크벤처스, 매쉬업엔젤스 등 벤처캐피털(VC)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금융부문 2018 파워 리더 5인 가운데 4명이 헬스케어 및 벤처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었다. 제약·바이오 종목 전문 애널리스트로 파워 리더에 선정된 구완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포브스코리아에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바이오·게임·엔터 등 특정 영역에서 2030세대들이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근 파워 리더 명단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변화는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튜브 출신 스타들이다. 지난해엔 ‘뷰티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박수혜 씬님 대표가 유튜버로선 처음으로 파워 리더에 선정됐다. 독특한 메이크업 방송으로 여성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는 박 대표는 유튜브에서 140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에도 구독자가 130만 명이 넘는 뷰티 유튜버 이사배 이사배컴퍼니 대표가 파워 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일부 파워 리더는 뛰어난 역량을 입증하고도 잘못된 선택으로 몰락을 자초했다. 함영준 전 일민미술관 책임 큐레이터(2015년 선정)는 2016년 복수의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임했다. 장애인 보조 공학기기 ‘인텔리카’를 개발해 기대주로 꼽혔던 김성진 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지난해 수백 억원대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다.

- 조용탁·이기준 기자 lee.kij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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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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