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거대해졌고, 기업도 커졌으며,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각각은 거대해졌고, 단절돼 마케팅은 더 힘들어졌다. 클라우드 시스템은 서로 다른 사업을 결합한다. 고객의 생각이 곧바로 제품·서비스로 구현되는 세상. 김근모 아이투맥스 대표가 전도사로 나섰다.
▎“한국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는 이제 막 단절을 뛰어넘고 있다.” 김근모 아이투맥스 대표의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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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MUJI) 매장에 들어섰다. 간단한 주방용품을 사려고 미리 인터넷 매장을 둘러본 터였다. 냄비세트, 칼, 도마 등이 오늘 살 품목이다. 매장에 들어선 지 3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스마트폰에 무지 매장용 주방용품 할인쿠폰이 뜬다. 재빨리 카트에 담아 나가려던 찰나 컵세트 할인 쿠폰이 왔다. 50% 할인 쿠폰에 계산대 앞에서 다시 진열대로 돌아선다. 오늘 이 쿠폰을 받은 이는 매장에서 나 혼자였다.#. 최근 캐딜락 CTS 세단 차량을 장만했다. 새로 차는 샀지만, 출퇴근 경로는 같다. 일주일에 두 번은 한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 던킨도너츠 매장에 들러 커피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동료들 커피까지 두세 개 더 들고 간다. 던킨도너츠 매장에서 멀지 않은 신호등 앞에 차를 세울 때면 내비게이션 화면에 ‘커피 1+1’ 쿠폰이 뜨기 때문이다. 덕분에 던킨도너츠 매장 갈 일이 평소보다 두 배나 늘었다.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활용한 외국 기업들 사례다.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면서 기업들의 마케팅 방식도 완전히 바뀌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란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 발전이 가져올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방식, 조직 구조까지 근본적인 기업 활동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특히 애플리케이션(앱)과 기반기술·플랫폼 등을 자체 설치하거나 보유하지 않고, 인터넷상에서 빌려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은 디지털 전환의 한가운데 서 있다.한 기업 내에서 부서 간 따로 저장했던 데이터베이스를 한데 엮어 활용하고 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끼리 협약하면 서로가 가진 마케팅 정보를 공유해 서비스할 수도 있다. 이게 구현되면 앞서 본 사례가 현실이 된다.한국에선 이제 막 들이닥친 변화로, 최근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사실 한국 기업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몰랐던 건 아닙니다. 한국 산업계가 활용할 방법을 몰랐고, 일종의 ‘캐즘(Chasm)’이라는 단절을 겪은 탓이죠. 제프리 무어 박사가 처음 쓴 말로 혁신기술이 주류로 자리 잡기까지 초기 단계와 대중화 단계 사이에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클라우드 서비스가 이제 막 단절을 뛰어넘고 있는 거죠.”김근모(47) 아이투맥스 대표가 한 말이다. 지난 2월 9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요즘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클라우드 솔루션을 도입하려는 기업들과의 미팅 자리가 줄을 잇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행처럼 퍼지는 ‘클라우드 컴퓨팅’
▎그는 ‘타임투밸류 (Time to Value)’ 전력을 강조한다. 타임투밸류란 집중해야 할 가치에 역량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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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이투맥스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요한 인프라(IaaS), 플랫폼(PaaS), 소프트웨어(SaaS)를 직업 만드는 회사는 아니다. 소프트웨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하되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최적화해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컨설팅서비스 기업이다. 조금 더 설명하면 이렇다. 세계 1위 기업용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회사인 세일즈포스를 중심으로 오라클, SAP가 이 시장을 주무른다. 아이투맥스는 세일즈포스와 손잡고 이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려는 기업이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기업이다. 여기에 기업 특성에 맞는 영업·마케팅·서비스에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제작해 플랫폼에 얹혀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역할도 맡는다.김 대표는 스마트폰 앱을 예로 들었다.“안드로이드 쓰는 스마트폰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고, 애플 아이폰을 쓴다면 앱스토어를 활용합니다. 아이투맥스는 이 거대 플랫폼에 비즈니스에 특화된 앱을 공급하는 업체라고 보면 됩니다.”실제 아이투맥스는 전 세계 1위 고객관리 솔루션 업체 ‘세일즈포스’의 공식 파트너이자 리셀러 업체로 아시아에 6개밖에 없는 플래티넘 컨설팅 파트너다. 한국에선 세일즈포스의 소프트웨어를 파는 파트너 업체는 더 있지만, 사실상 맞춤형 컨설팅까지 하는 곳은 아이투맥스가 유일하다.그를 만난 한국 기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김 대표는 “기존 한국 기업에선 부서마다 쌓인 고객 정보를 이용하려면 부서 간 업무 협력 기안을 보내서 얻은 정보로 새로운 서비스를 마련해야 해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면 고객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든 부서가 통합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직원·파트너가 단일 데이터 기반으로 상호 작용을 지원할 수 있는 곳에 한데 모이는 셈이다.단순히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함은 아니다. 성장 정체에 빠진 한국 기업이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출구로도 삼는다. 김 대표는 “기존엔 시장 수요 조사 하나만 해도 여러 부서가 가진 데이터를 공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시장조사업체에 맡겨도 원했던 결과가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며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반응이라도 조사하려면 SNS 플랫폼마다 다른 DB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완료될 때쯤 시장 수요는 또 변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CNN이나 CNBC 등 유력 방송사도 SNS상 정보수요자의 반응을 조사할 때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했다.
소프트웨어 도입부터 경영 컨설팅까지물론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우리 데이터를 뭘 믿고 맡겨요?”클라우드 서비스에 처음 뛰어든 2010년 김 대표는 한 금융기관 관계자로부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는 “불과 8년 전 한국 상황으로, IT 서비스를 활용하는 최대 업계인 금융업계와 공공기관 문을 두드렸지만, 반응은 냉담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그리고 6년 후 한국 대기업이 아이투맥스와 손잡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기 시작했다. 서비스 도입은 한국 내 기업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이투맥스에 프로젝트를 맡긴 기업만 국내외에서 157개나 된다.클라우드 컴퓨팅에 이해도가 높아진 것도 이유지만, 아이투맥스만의 특유의 꼼꼼함 덕분이다. 일단 기업이 서비스 도입을 결정하면 그 회사가 처한 마케팅 환경부터 산업환경까지 이들이 성장할 방안을 시스템에 녹여낸다. 시스템 컨설팅을 맡겼더니 경영 컨설팅이 덤으로 따라오는 셈이다.김근모 대표는 “이 시장이 앞으로 10배 이상 커질 것”이라며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1878년 전기조명회사를 설립한 에디슨 사례를 꺼내며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가 새로운 기회임을 재차 강조했다.“에디슨이 세운 GE는 전기를 직접 생산했습니다. 이후 전기는 빌려 쓰고 전선, 전봇대, 계량 등 관련 산업이 100년 넘게 성장했죠. 클라우드 컴퓨팅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를 공유할수록 고객·직원·파트너는 더 스마트해지고, 생각지도 못한 시장이 열립니다. 클라우드 분야에서 코어(핵심) 기술을 쥐려면 메모리 반도체 투자처럼 막대한 돈이 들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처럼 사람과 아이디어가 성패를 좌우하는 일이죠.-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