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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 듀퐁클래식에 새긴 그의 스토리-크리에이터 나희선 

5년에 압축한 1만 시간의 법칙 

대담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진행·정리 유부혁 중앙일보 이노베이션랩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도티’란 이름의 크리에이터 나희선은 이제껏 만난 인터뷰이 중 가장 젊다. 10년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가졌던 앞선 인터뷰이와 비교해 그의 업력은 5년 남짓이다. 하지만 매일 올라오는 콘텐트 조회수는 쉽게 400~500만을 기록하고, 그가 출연한 도티TV의 월간 방문객은 7000만 명이 넘는다. 콘텐트 소비층은 10대가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 그의 스토리가 궁금했다.

▎서울 삼성동 위워크에 위치한 샌드박스 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만난 크리에이터 나희선. 샌드박스 네트워크는 나희선씨가 대학교 동문 이필성 대표와 공동 창업한 MCN기업이다. / 사진:S.T.듀퐁클래식
송길영: 유튜브 게임 채널 최초로 구독자 200만명을 돌파했다. 대부분이 10대 초반이다. 욕설 또는 선정적인 표현을 하지 않은 점도 돋보인다.

나희선: 2013년 당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방송국 입사를 준비하면서 콘텐트 아이템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대중적인 게임 중 하나인 마인크래프트를 콘텐트 제작을 위한 도구로 삼았다. 원래 유저는 아니었다. 10대 눈높이를 맞추려고 한 게 아니라 편안하게 친구들에게 말하듯 제작했다. 나란 사람이 과격하지 않고 자극적인 언어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마인크래프트 역시 부드러운 게임이다. 그러다 유저들의 취향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송길영: 영상을 보면 높은 톤으로 크게 떠들더라. 역할극이나 상황극도 많고. 이런 포맷을 만든 동기는?

나희선: 몰입하게 하려면 하이톤이 유리하니까 그랬다. 역할극이나 상황극은 내 성향과도 맞닿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상상하고 혼자서 상황극을 연출해 이야기하는 걸 즐겼다.

송길영: ‘도티’가 워낙 인지도가 높다. ‘나희선 아닌 도티만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없나?

나희선: 나 역시 내적으로 갈등하는 부분이다. 도티는 인플루언서지만 나희선은 도티에게 지는 기분이 든다. 사람들이 나희선은 모르니까. 솔직히 도티로 살지 못할 때 나희선은 의미 없는 사람이 될까 두려움도 있다. 그래서 도티와 실제의 나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선 현실의 나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나희선으로 존중받는 일, 사업도 그중 하나이지 않을까. IP를 이용해 교육, 도서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송길영: 꼭 영역을 확장해야 할까? 그리고 콘텐트도 결국 소비되고 흘러가는 것인데. 도티 역시 나중에 식상한 IP가 될 우려는 없을까? IP제국이라 불리는 디즈니도 계속해서 IP를 인수한다.

나희선: 유튜브는 조금 다르다. 우리가 하는 일은 디즈니처럼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매일 친구처럼 만나는 콘텐트를 만든다. 디즈니의 주인공, 엘사를 만나는 게 아니라 옆집 형을 만나는 셈이다. 하루 20분 정도 힐링하는 친근한 존재. 그게 도티다. 가족을 매일 만난다고 지겹다고 하진 않는 것처럼 말이다.

송길영: 가상화하는 방법은 어떤가? 목소리는 나오되 다른 형태의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도티는 조금 뒤로 빠지는 방법도 있다. 지금은 마치 트루먼쇼 같다. 나희선 개인에게도 어려운 문제 아닌가?


나희선: 트루먼쇼. 동의한다. 그래서 도티는 뽀뽀뽀의 뽀미 언니처럼 대체가 불가능하다. 나 또한 도티가 힘을 잃었다고 누구에게 물려줄 생각은 없다. 범대중이 아닌 특정인들을 위해서라도 콘텐트는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디지털 콘텐트의 장점이니까.

송길영: 5년 후 모습은 상당히 다를 것 같다.

나희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더 어려 보이게 하거나 나이를 숨기려 하지 않는다. 지금 또래의 아이들과 계속해서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송길영: 더 많이 나이가 들면 다르지 않을까? 도티는 늙지만 (시청 연령대의)아이들은 여전히 10대 초반 정도일 테니까.

나희선: 사실 매일 콘텐트를 만들다 보니 그렇게 진지한 고민은 하지 못했다. 디지털 미디어 속성은 그때가 중요하다. 그때가 되면 그 시기에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지 않을까?

송길영: 하는 일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법대 출신이다.

나희선: 국어국문학과로 입학했다. ‘시인이 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재능이 없단 생각이 들더라. 그러나 법학 수업을 듣는데 문학처럼 추상적인 이야기 대신 정답이 딱딱 떨어지는 이야기를 하더라. 재미있었지만 법조인이 될 생각은 없었다. 4학년 땐 PD가 되려고 신방과 수업만 들었다.

송길영: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1인 미디어로 진로를 정한 이유는?

나희선: PD가 되려고 했다. 단지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구독자 1000명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자소서에 한 줄 적을 스펙이 필요했으니까. 그런데 구독자가 빠르게 늘더라. 재능보단 재미를 찾아 달리다 보니 이렇게 됐다.

송길영: MCN 업계에선 몸담고 있는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이미 대기업이다. 생산하는 콘텐트가 많아지면 중소형 1인 미디어 성장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나희선: 철저히 기술 기반인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그런 염려를 해소한다. 시청시간, 이탈률, 조회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취향에 맞는 콘텐트를 제공하니 억지로 콘텐트를 원하지 않는 독자들에게 도달시킬 순 없다. 내가 아는 한 유튜브는 취향이 중요하지 자본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는 어찌 흘러갈지 모르는 일이지만.

송길영: 도티를 포함, 샌드박스네트워크의 크리에이터는 100여 명이다. 매니지먼트 이슈는 없나?(나희선은 이필성 대표와 함께 샌드박스네트워크 공동창업자이다.)

나희선: 우리가 하는 일은 복합적인 비즈니스다. 기획사 역할뿐 아니라 제작사, 나아가 채널까지 가지고 있으니까. 샌드박스라는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월 10억 뷰가 나온다. 법무법인과 같은 전문가 집단이 되면 된다. 유튜브의 속성을 스터디해서 대체할 수 없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송길영 부사장 (좌측)과 나희선 / 사진:S.T.듀퐁클래식
송길영: 수익원은 대부분 유튜브인가?

나희선: 유튜브에서 얻는 수익을 기반으로 하지만 계속해서 브랜디드 콘텐트를 만들고 있다. 얼마 전 캔 커피 브랜드 ‘콜롬비아나’와 크리에이터 ‘장삐쭈’가 컬리버레이션한 광고도 제작했다. 직접 채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송길영: 최근의 웹툰 산업 역시 같은 방식으로 수익원을 마련했다. 결국 샌드박스네트워크는 기획사와 방송국, 광고대행사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별도로 마련했나?

나희선: 아카데미 형태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교육뿐 아니라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고려해서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서 10~30대에 영향을 끼치는 20명을 조사했는데 10명이 유튜브 크리에이터였다.

송길영: MCN의 이런 행보에 맞춰 기존 기획사나 제작사 역시 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YG의 경우 작가를 영입 중이고 CJ E&M은 드라마 제작전문 회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을 만들어 상장했다. 송은이, 김숙의 경우 비보TV를 만들고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들 역시 레거시 미디어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경쟁자인 셈이다.

나희선: 중요한 점은 디지털 감수성은 레거시 미디어와 다르다는 점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누가 출연하든 어떤 포맷이든 외면당할 수 있다.

송길영: MCN이 현재는 틈새시장이다. 그런데 유튜브가 메인이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나희선: 유튜브에선 틈새전략을 가진 콘텐트가 대세다. 범대중을 대상으로 히트하긴 힘들지 않을까?

송길영: 셔츠에 새긴 문구는 뭔가?

나희선: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드라마 대사로 기억하는데 극중 인물이 상대방을 위로해주는 대사였다. 콘텐트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 사명이다. 10대를 위한 콘텐트가 별로 없어 문화 콘텐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송길영: 10대들의 말, 어떻게 해야 잘 듣나?

나희선: 듣고 있음을 표현해야 한다. 나 역시 콘텐트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하는 것이 10대들의 바이오리듬을 이해하고 이들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다. 가령 수행 평가가 힘들다고 하면 곧장 관련 콘텐트를 만든다. 영상에 달린 댓글에 답글을 반드시 단다. 글에 담긴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 대담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진행·정리 유부혁 중앙일보 이노베이션랩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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