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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꽃보다 아름답다 | 정수정 이랜드월드 대표] ‘손 대면 성공’한 6조 패션기업 CEO 

 

조득진 기자
이랜드월드는 이랜드그룹의 재무구조 개선과 신성장동력 개발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1996년 이랜드 입사 후 로엠, 미쏘, 스파오 등 브랜드 론칭에 성공한 정수정 대표가 그 키를 잡고 있다. 연 매출 6조원이 넘는 기업에서 40대 젊은 여성 CEO가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1972년 서울 출생, 고려대 가정교육학과 졸업, 1996년 이랜드그룹 입사, 2003년 이랜드월드 로엠 브랜드장, 2014년 이랜드월드 글로벌 미쏘(MIXXO) BU 본부장, 2017년 2월~ 이랜드월드 대표
이랜드월드는 지난해 4분기에 1000억원 영업이익을 넘긴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영업이익 2008억원으로 전 년 동기 대비 34%나 성장했다. 지난해 매각한 티니위니와 모던하우스의 매출을 빼면 8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그룹에서 패션사업을 담당하는 그룹 내 핵심 법인이자 사업형 지주회사다. 최근 이랜드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과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선 기업이라 매출 성과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를 ‘정수정 효과’라고 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정수정 이랜드월드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발탁 당시 “대표 자리는 단일 브랜드 운영만 책임지면 되는 본부장 역할과 다르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데다 현안이 중대하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 대표는 대대적인 사업부 개편과 매출 증대로 그것이 ‘기우’였음을 보여주었다.

9월 중순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만난 정수정 대표는 “취임 후 핵심에 집중하는 것을 전략으로 잡으니 가지치기가 필요했다”며 “그 결과 우리가 운영하는 20개 패션·주얼리·스포츠 브랜드 모두 1,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브랜드의 약 3분의 1이 적자 상태였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1년 만에 거둔 대단한 성과다. 패션 대기업 중 전 브랜드에서 흑자를 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는 “이제 슬림화 작업을 끝내고 SPA(제조ㆍ유통 일관)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오너와 같은 마음으로 회사를 보다


1972년생으로 고려대 가정교육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1996년 이랜드에 입사했다. 입사 초기 그의 ‘부산행’은 아직도 사내에서 회자된다. 당시 부산은 기가 센 대리점 사장들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여직원으로는 처음으로 숙녀복 브랜드 로엠의 부산지역 영업담당에 배치된 것. 다들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관심이었지만 정 대표는 단 한 번의 잡음 없이 임무를 마쳤다. 끈질긴 노력과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대리점주들과 소통한 덕분이다. 정 대표는 “기본적으로 성격 자체가 활동적이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만나서 설득하고 교육하면 그 결과가 나오는 것에 만족했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2003년 로엠 브랜드장, 2008년 이랜드 차이나 로엠 브랜드장에 올랐다. 2012년엔 SPA 브랜드 미쏘 BU장을 맡아 이듬해 3월 일본 미쏘 1호점과 4월 중국 매장을 여는 데 앞장섰다.

이랜드 차이나 로엠 브랜드장 시절엔 중국 전역의 지사장들에게 전년 대비 2배 성장 목표를 내세워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지사장들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결국 정 대표가 세운 목표가 관철됐고, 1년 후 그의 계획대로 이랜드 차이나의 연 매출은 2배 이상 성장했다. 중국 지사장들 사이에서 ‘장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정 대표는 “아버지가 군인 출신이라서 그런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며 “칭찬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정 대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영 시스템 개선에 집중했다. 여러 사업부 본부장들과 브랜드 책임자들을 이끄는 한편 사업적으로는 굵직한 결단들을 내리고 실행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중·소형 매장 위주로 운영되던 아동복 9개 브랜드를 유통사업 법인인 이랜드리테일로 영업을 넘겼다. 이어 이랜드월드 SPA 브랜드를 대형화하고, 저수익 브랜드와 적자 매장을 철수하는 등 경영 시스템을 개선해나갔다. 20년 넘게 패션사업부 현장에서 쌓은 전략과 경영 노하우가 판단과 실천의 탄탄한 배경이 됐다.

이랜드월드는 스파오, 미쏘, 후아유 등 굵직한 SPA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스파오는 2009년 국내 최초 ‘토종 SPA’로 시작했다. 유니클로, 자라 등 해외 유명 SPA는 물론 국내에도 다수의 SPA 브랜드가 생겨났지만 이랜드는 속도와 가성비로 경쟁자들과 격차를 벌려왔다. 정 대표는 “우리는 중저가 시스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SPA 상품 생산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며 “자체 공장을 갖추고 퀄리티 실험 등으로 최선의 제품을 만들 때만 브랜드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파오의 올해 2분기 매출은 942억원, 영업이익은 76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7%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이 200% 늘었다.

정 대표는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매장을 방문한다. 고객이 어떤 식으로 쇼핑하는지, 매장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관찰한다. 가끔은 직접 설문조사에 나서기도 한다. 막상 고객들과 대면해보니 소재가 얼마나 고급스러운가보다는 직접 만졌을 때 부드러운 터치감, 입었을 때의 옷 무게를 가장 염두에 둔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롱패딩 같은 메가 트렌드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고객 니즈를 얼마나 빠르게 캐치하는가에 승부가 달려 있다”며 “빅데이터나 스몰데이터를 분석해서 볼 수 없는 진정한 포인트를 찾으려면 현장에서 직접 묻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여성친화경영 분위기가 인재 키워


이랜드월드는 올해 스파오 매장을 최대 30개 더 늘릴 계획이다. SPA가 회사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매장만 확장하는 것은 아니다. ‘짱구 파자마’, ‘세일러문 티셔츠’ 등 합작(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완판했듯이 매장을 ‘체험형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스파오 해외 매장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미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에서도 진출 요청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랜드는 여성친화경영이 돋보이는 회사다. 정 대표는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 것은 남녀 구분 없이 능력과 성과에 따라 인재를 기용하는 그룹 인사 철학 덕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엔 민혜정 이랜드파크 상무가 대표에 취임했다. 이로써 그룹 핵심 계열사 이랜드월드(패션), 이랜드파크(호텔·레저), 이랜드리테일(유통) 등 세 곳 가운데 두 곳을 여성 CEO가 맡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이랜드그룹의 여성 임원 비율은 32% 수준이다.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 2.7%와 비교하면 12배가 넘는다. 임원뿐만 아니라 평직원 중에서도 여성 비율이 타 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랜드월드는 지난해 전체 과장급 이상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이 36%에 달한다.

채용에서부터 배치, 평가, 승진에 이르는 모든 인사 시스템에서 남녀 차별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평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하는 것도 이랜드의 강점이다. 특히 창업 초기부터 이어져온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사제도가 바탕이 되어 성별과 학력 등의 구분 없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이렇게 여직원이 높은 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데는 여직원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도 많이 작용했다. 이랜드는 공식적인 회식 자리에서 음주를 금지한다. 술 회식 및 접대문화가 없어 여성 직원들이 업무 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도 2000년대 초반 임신하자마자 유산기가 있어 잠시 퇴사를 고민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장기간 육아휴직이 힘든 때였다. 하지만 유산 소식을 들은 당시 여성복 브랜드 사업부 본부장이 사원이었던 자신을 직접 불러 놓고 “아무 걱정 말고 쉬고 싶을 때까지 쉬고 오라”고 다독였다고 한다. 정 대표는 “아직도 그때 출산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준 회사가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된다”며 “여성이 기업에서 자리잡아 성장할 수 있는 기업문화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능력 위주의 철저한 인사 시스템과 인재운용 방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한 직장인으로서 후배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가 있겠지만 기회는 어느 정도 동일하게 주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준비 정도에 따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달라진다”며 “맡겨진 상황에서 충실하게 자신을 증명하는 것만이 성공을 향한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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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호 (201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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