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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길을 찾다]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 

다니고 싶은 회사가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라 

모든 임직원이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리기 위해서는 모두가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윤자영 대표는 “날 믿어주는 직원들, 큰돈을 빌려준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 밤에 침대에 누우면 아직 못 갚고 있는 빚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사업을 하다 보면 감당하기 힘든 일이 많고 스스로 헤쳐나가기 막막한 일도 많죠. 슬럼프가 온 순간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나 돌아보게 됐죠. 우리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직원들이 스타일쉐어를 자기 회사처럼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며 슬럼프를 극복했던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 윤자영(30) 스타일쉐어 대표와 마주치면 열에 아홉은 똑똑한 여대생이라 생각할 것이다. 아담한 체구와 앳된 얼굴, 수줍은 미소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해 매출 1200억원을 기록한 스타트업 ‘스타일쉐어’를 이끌고 있는 CEO다. 윤 대표는 깔끔한 블랙 재킷에 볼륨감 있는 블랙 스커트로 심플하면서도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복장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스타일쉐어의 창업 동기가 된 ‘쟤가 입은 옷은 어디 꺼지?’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패션 센스였다.

스타일쉐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쇼핑을 연결한 패션·뷰티 스타트업으로 윤 대표가 2011년 대학 재학 중에 설립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공대생이었던 그녀는 길을 걷다가 궁금해지는 스트리트 패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현실화했다. 윤 대표의 말을 빌리면, 원래 제일 궁금한 건 “바로 옆에 앉은 옷 잘 입는 친구가 어디서 쇼핑을 하는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스타일쉐어는 8년 만에 단순한 패션 애플리케이션에서 10~20대의 패션 트렌드와 이슈를 좌지우지하는 소통의 장으로 성장했다.

그녀의 성공 스토리는 이미 수없이 소개됐다.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재학 중에 디자인경영학회 동아리에 참여하며 창업 준비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이니시스 창업자인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등 여러 멘토의 도움을 받아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지금이야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동시에 온라인쇼핑을 함께할 수 있는 앱이 여럿 생겼지만 윤 대표가 스타일쉐어를 만들 때만 해도 패션 잡지 이외에 온라인에서 다양한 패션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다. 윤 대표는 패션잡지 속 고가 브랜드와 실생활 패션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싶었다.

스타일쉐어의 힘은 ‘공유’

스타일쉐어는 방대한 쇼핑 데이터를 한데 모아 사용자들의 패션 욕구를 충족해주며 성장했다. 하루 평균 25만 명이 스타일쉐어에서 패션과 뷰티 정보를 얻거나 공유한다. 초창기에는 단순히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앱이었지만 지금은 사용자들이 검색 후 원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 앱이 됐다.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마케팅 채널로 주목받게 되면서 최근에는 여러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출시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타일쉐어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탄탄한 ‘충성고객’들이 있다. 스타일쉐어 앱에서 패션과 뷰티 정보를 공유하는 ‘헤비 유저’들이다. 이들은 신뢰받는 인플루언서로서 더욱 정확한 상품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연예인이나 모델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직접 올리는 사용 후기가 사용자들의 쇼핑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사용자들이 오프라인에서 교류하는 ‘스타일쉐어 선데이 플리마켓(벼룩시장)’은 매년 수만 명이 몰리는 대규모 행사로 거듭났다.

스타일쉐어는 창업 8년 차를 맞아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창업 초기에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안정적인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규모 확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해 4월 에이플러스비의 온라인 패션몰 29CM와 손잡은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10~20대 여성의 패션과 뷰티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스타일쉐어와 20대 이상 고객층을 확보한 29CM가 각자의 강점을 결합해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들을 아우르는 종합 패션 앱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스타일쉐어와 29CM는 이번 M&A를 통해 2년 내 매출 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양사는 각자 서비스를 운영하며 상품 개발과 마케팅 등의 영역에서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K뷰티’ 트렌드를 타고 해외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타일쉐어는 이미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서 한국 패션과 뷰티에 관심 있는 유저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고민들도 생겨났다. 직원이 많아질수록 효율적인 조직 운용을 위한 방안들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신뢰받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야 했다.

윤 대표는 혼자 자취하는 직원들이 집을 비우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재택근무 제도를 만들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워하는 ‘워킹맘’들을 위해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또 회사 일을 모두와 투명하게 공유하기 위해 메신저 ‘슬랙’을 활용한다. 팀별 채팅방 등을 따로 만들지 않고 전 직원이 볼 수 있는 슬랙에서 모든 업무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다.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도 누구나 채팅방에서 회사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고, CEO부터 모든 직원은 담당 업무와 관련된 질문에 반드시 대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윤 대표는 “한번은 슬랙에서 매출과 관련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웃어 보였다.

힘들 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뭐였냐고 묻자 그녀는 ‘압박감’이라며 웃어 보였다.

경쟁사를 바라보는 그녀의 관점은 ‘쿨’하다. 한마디로 ‘따라 할 테면 따라 해보라’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녀는 “대기업이 마케팅에 거금을 들여 반짝 나타나도 결국엔 서비스로 판가름이 나게 돼 있다”면서 “사용자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것만이 최고의 방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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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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