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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응준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 

AI 전도사 된 엔비디아의 변신 

김영문 기자
대만계 미국 이민 2세 젠슨 황이 차린 엔비디아가 변신에 성공했다.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만들다 자율주행차 트렌드를 타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주도하는 미래기업이 됐다. 글로벌 IT·제조 업체도 앞다퉈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다. 유응준 대표는 엔비디아를 등에 업고 한국 업계의 AI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세계 최초의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테이션’ 뒤에 선 유응준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 ‘DGX스테이션’은 CPU 400개의 연산 능력을 지녔지만 전력 소비는 40배가량 적으며 책상 한쪽에 들어갈 수 있다.
‘구글·아마존·애플·삼성·바이두·텐센트’, ‘벤츠·BMW·볼보·현대차’

글로벌 IT 공룡과 자동차 업체가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쉽게 말해 글로벌 기업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운전자가 없는 로봇택시 개발에 꽂혔다는 얘기다. 이 중심엔 전 세계 게임용 그래픽카드의 80%(2017년 기준)를 생산했던 엔비디아가 있다. 이제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의 핵심이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에 있다고 보고, AI 컴퓨팅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 산업에서 AI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관리까지 종합적으로 서비스하는 거의 유일한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솔루션 제공 기업이다. 전 세계 1만여 명에 달하는 엔지니어 중 3000명이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벤츠는 물론이고 현대차도 관련 솔루션을 도입하고자 수없이 엔비디아의 문턱을 넘는다.”

지난 11월 6일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유응준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의 말엔 자신감이 넘쳤다. 볼보는 지난해 자율주행차 사업에서 엔비디아와 협력하겠다고 밝혔고, 올해 10월엔 엔비디아가 개발한 AI 차량용 컴퓨터인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자비에를 차량용 컴퓨터로 채택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 초부터 생산될 볼보 자동차엔 이 AI 플랫폼이 기본으로 탑재돼 나온다는 얘기다.

볼보, 차량용 컴퓨터로 엔비디아 채택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일반 도로에서 주행이 가능한 안정적인 시스템 개발의 일환으로 탄생된 DARPA 자율주행 자동차(DARPA Autonomous Vehicle, DAVE)의 후속 프로젝트(DAVE2)를 가동했다. 사진은 엔비디아의 딥러닝 기법의 나선형 신경망이 탑재된 자율주행 차량. / 사진:엔비디아 제공
차량 공유업체 우버는 한술 더 뜬다. 우버는 첫 자율주행 시운전 모델인 볼보 XC90 SUV 모델에 이미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우버는 자율주행 차량의 네트워크를 실현하기 위해 엔비디아 칩을 쓴다. 대체 자비에가 뭐길래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주인공이 됐을까. 유 대표는 “자비에는 엔비디아가 4년간 엔지니어 6000여 명을 투입해 10조원 가까이 들여 만든 자율주행차용 머신러닝 프로세서로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8개와 신형 볼타 그래픽처리장치(GPU) 코어 512개가 초당 테라바이트급의 연산을 처리한다”며 “올해까지 한국의 SK텔레콤, 일본의 도요타,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 독일 폴크스바겐 등과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들을 포함해 개발 협력 중인 300여 개 업체 모두 이 프로세서를 활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모바일·웹과 연동한 플랫폼 개발에도 나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용 그래픽카드만 만들던 회사가 AI를 주무르며 이젠 글로벌 기업을 선도하고 있었다. 이유가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AI는 각종 데이터에 기초해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과 인공신경망에 기반을 둔 딥러닝 등의 기법을 등에 업고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결국 ‘학습’이 중요하단 얘기로, 단순 반복의 연산 과정에 강한 GPU가 빛을 보게 된다. 유 대표는 “CPU는 자체 성능이 강하지만, 다양한 명령을 처리할 수 있는 범용 프로세서로 AI 기술이 요구하는 단순 반복 연산에선 효율이 떨어진다”며 “연산 가속에 활용하는 GPU를 병렬로 이어 붙여 알고리즘 처리능력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AI 기술에서 GPU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GPU 성능, 2025년까지 1000배 이상 성장”

실제 자율주행차의 운행방식이 그렇다. 실시간으로 사람과 도로 주변 상황, 장애물, 신호등까지 한꺼번에 인식해 판독하고 처리해야 사람의 조작 없이 도로를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이미지 처리 기술이나 딥러닝 추론 기술은 이미 CPU를 앞선지 오래다. 유 대표는 “전 세계 CPU 시장을 주름잡는 ‘I’사도 관련 기술에선 엔비디아에 2년 정도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이젠 매년 CPU 성능이 50%씩 성장한다는 법칙보다 2025년까지 GPU 성능을 1000배 이상 키울 수 있다는 ‘황(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의 법칙’이 시장에선 더 먹힐 정도”라고 자신했다.

유 대표는 자신의 설명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GPU에서 독보적인 기업답게 엔비디아는 2페타플롭 연산 능력을 지닌 단일 서버 ‘DGX-2’ ▶데이터센터 GPU ‘테슬라 V100’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이 가능한 엔비디아 RTX 기반의 엔비디아 쿼드로 GV100 GPU ▶CPU보다 최대 190배 빠른 딥러닝 추론 능력을 자랑하는 소프트웨어 ‘텐서RT4’ 등을 소개했다. GPU 자체도 진화하고 솔루션까지 정교하게 다듬으면서 범용성은 한층 커졌고, 이젠 전 세계 슈퍼컴퓨터 중 엔비디아 GPU의 연산 가속 기술을 쓰지 않는 업체가 없을 정도가 됐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슈퍼컴퓨팅 콘퍼런스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500대 슈퍼컴퓨터 중 엔비디아 GPU 가속기를 사용하는 시스템 수는 127개로 5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유 대표의 말대로라면 엔비디아의 변신은 단순히 새로운 먹거리 찾기가 아니라 완전한 체질 개선에 가깝다. 엔비디아가 창업 25년 만에 미래기술을 주도하는 AI 컴퓨팅 기업으로 변신하니 시장의 변화도 뒤따랐다. 2016년 30달러 수준에 머물던 주가는 11월 14일(현지시간) 나스닥 종가 기준 199.31달러로 6배 이상 뛰었다. 시장도 확 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4억 달러(약 14조원)에서 2021년 522억 달러(약 59조원)까지 5년 만에 4배 넘게 커질 전망이다.

단순히 게임용 시장만 보던 시야는 이제 모든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는 “거의 모든 기업이 분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AI 인프라를 키우고 있다”며 “아시아 AI 시장은 5년간 연평균 70% 성장이 예상되고, 한국만 하더라도 관련 업종이 2~3년 새 몇 배나 커졌다. 한국 기업도 AI를 본격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협력 방점은 ‘인력 양성’

물론 엔비디아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기술과 시장을 주무르니 자율주행차 기술에선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자율 주행차 업계도 인텔이 인수한 모빌아이를 중심으로 BMW·FCA(피아트 크라이슬러 그룹) 등이 뭉친 진영과 엔비디아를 축으로 한 테슬라·폴크스바겐·볼보 그룹 두 축이 전부다. 하지만 유 대표는 “엔비디아의 철학은 ‘독점’에 있지 않다”고 선을 그으며 “전략적 제휴를 맺은 기업 없이는 엔비디아의 미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협력의 증거로 ‘인력 양성’에 방점을 찍었다.

유 대표의 확신은 사실 엔비디아에 합류하기 전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6년간 삼성 전담 영업총괄로 활약했고, HP솔루션에선 컨설팅 업무를, 오라클에선 DB 관련 솔루션 사업을 맡았다. 컨설팅, 엔지니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전부 경험해본 셈이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선 당시 1700만 달러였던 매출을 3배 이상인 6700만 달러 규모로 키운 적도 있다. 비결이 뭘까. 당시를 떠올리던 유 대표는 “단순히 우리 제품이 좋으니 써달라는 홍보로는 부족했다”며 “파트너사가 봉착한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인재 영입, 기술 도입 등에도 같이 뛰어들어 인프라 구축에 힘을 보탰다. 일종의 파트너 에코시스템 구축이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됐고,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유 대표가 엔비디아에 와서 산학 양쪽 모두를 만나며 고민을 나눈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당장 AI 업계에서 가장 큰 고민은 ‘사람’이었다. 그는 “삼성전자, 현대차,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등도 AI 인력을 대거 채용했지만, 효과적으로 뽑지 못했을뿐더러 뽑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하물며 생각의 전환을 먹고 사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제대로 된 AI 인재를 만나보지도 못하고, 자율주행차 시장 진출을 포기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인력 양성’을 협력 방법으로 정한 동시에 한국 시장을 제대로 키울 핵심 키로 삼았다.

재취업 돕는 AI 양성자 과정도 지원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한국에서 매년 두 차례 AI 콘퍼런스 ‘딥 러닝 인스티튜트 프로그램(DLI)’을 진행하고, 학계의 교육인증을 도와 인력 양성의 저변을 넓히는 방법이다. DLI는 본사 엔지니어들이 대거 참여해 딥러닝의 기초부터 고급과정까지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육 대상자는 기업이 이미 채용한 딥러닝·AI 개발자들이다. 다음 타깃은 학계다. 엔비디아는 대학 교수들이 AI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자격제를 실시했으며, 포항공대와 연세대학교 관련 학과 교수들이 참여해 교육 저변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선 현재 CPU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교육은 많지만, GPU를 활용해 딥러닝이나 AI 개발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엔비디아의 자격 프로그램에선 빠졌지만, 각종 장비를 지원받고 있다. 파트너사들이 딥러닝 장비 인프라를 거의 무상으로 학교 측에 지원할 수 있게 돕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 연구가 꽤 활발한 서울대 연구팀엔 엔비디아에서 아예 오토 팀을 붙여주었다. 유 대표는 “지난해 본사 자율주행차 엔지니어가 한국을 찾았을 때 차상균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소 연구원과 만남을 주선한 적이 있다”며 “서울대학교 4차 산업혁명 아카데미에서 차 교수가 주도하는 8개월짜리 AI·빅데이터 양성자 과정도 지원함으로써 비전공자들의 재취업을 돕는 디딤돌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유 대표는 “한국의 실업률을 낮추고 기업의 신성장을 꾀하는 데 AI는 숙명과도 같다”고 강조한다. 뜬구름이라 외면받던 AI가 점점 윤곽을 드러나자 유 대표에게 한국 대기업들의 자문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진화를 꿈꾸면 당연히 보일 수밖에 없는 게 AI라는 것이 유 대표의 확고한 생각이다. 그는 관련 시장이 아직 10%밖에 열리지 않았다며 인터뷰 말미에 한국 업계를 향해 이렇게 조언했다.

“자율주행차는 하나의 표상이다. 신성장동력을 찾아 헤매는 한국 산업계에 AI 프로젝트를 뿌리내리게 할 좋은 기회라는 얘기다. 대기업들도 자율주행차 사업을 하면서 단기간에 성과를 따지거나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시행착오를 자산으로 삼았으면 한다. 동시에 대규모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써 한국의 고급 인력이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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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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