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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GLOBAL 2000]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오른 한국 기업 

삼성은 ‘전진 앞으로’ 현대차는 ‘후진 기어’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글로벌 2000 순위에 오른 삼성그룹의 8개 기업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순위 내 6개 기업 중 기아차를 제외하곤 모두 하락세다. 반도체 등 IT 산업의 확장과 자동차·조선업의 침체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GS그룹과 CJ그룹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올해 포브스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오른 국내 기업은 모두 62개다. 2017년 64개, 2018년 67개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67개 기업 중 9개 기업이 2000위 밖으로 밀렸고, 4개 기업이 신규 진입했다. 전체적인 순위도 지난해보다 하락해 신규 진입을 제외한 58개 기업 중 35개 기업의 순위가 떨어졌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빛’이 나는 기업이 늘고 있다. 3년 연속 순위가 상승한 기업이 16개에 이른다. 우선 삼성전자가 2017년 15위, 2018년 14위에 이어 올해 13위로 글로벌 경쟁자를 따돌리고 차근차근 순위를 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선전도 눈에 띈다. 같은 기간 349위에서 200위를 거쳐 올해 179위에 올랐다. 삼성물산 역시 697위, 485위에 이어 올해 440위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16개 기업 3년 연속 순위 상승


순위가 가장 크게 상승한 기업은 삼성SDI다. 2017년 1969위로 순위에 첫 진입한 후 지난해 1169위로 껑충 오르더니 올해 1000위를 차지했다. 2년 새 2000위 수준에서 1000위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CJ제일제당도 1601위에서 1033위로, 한국투자금융지주도 1936위에서 1441위로 각각 500위 정도 순위를 올렸다.

반면 3년 연속 하락한 기업도 있다. 2017년 104위였던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47위에 이어 올해 225위로 하락세다. 신한금융그룹도 265위에서 273위, 올해 281위로 완만한 하락곡선을 그렸다. 가장 크게 순위가 하락한 기업은 현대중공업이다. 2017년 616위에서 지난해 1182위로 급격히 떨어지더니 올해 1318위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2년 만에 순위가 702 계단이나 떨어졌다. 한국전력(138위-295위-588위)과 LG디스플레이(691위-778위-1116위)도 2017년 대비 순위가 400위 이상 밀렸다.


3년 연속 순위가 상승한 기업과 하락한 기업을 살펴보면 글로벌 시장의 환경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SDS 등은 반도체 등 IT 시장 확대로 기업가치가 상승했다. LG화학, 삼성SDI는 배터리 등 자동차 전장 사업에서 성과를 보이며 순위가 상승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중후장대 산업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 등에서 중국발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현대차와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순위가 뒤로 밀렸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은 전반적으로 글로벌 순위가 오르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후진 기어에 걸려 있는 모양새다. 글로벌 2000 순위에 든 삼성그룹 기업은 모두 8개로, 삼성증권을 제외한 7개 기업이 지난해보다 순위가 올랐다. 삼성전자는 테크기업 부문에서 애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포브스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The World’s Most Valuable Brands 2019)’에 7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1위를 차지한 애플부터 6위 코카콜라까지 미국 기업임을 감안하면 ‘비(非)미국’ 기업 중에선 가장 높은 순위다. 삼성전자의 올해 브랜드 가치는 531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1%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순위 내 6개 기업 중 기아차를 제외하곤 모두 순위가 하락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고전이 지속되면서 수직 계열화를 이룬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에도 영향을 끼친 탓이다. SK그룹은 5개 기업이 순위에 들었는데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곤 모두 순위가 떨어지거나 정체됐다. 반도체가 그룹 성장의 동력임을 다시금 보여주는 대목으로, 차세대 성장 동력 개발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LG그룹 역시 순위 내 6개 기업 중 LG화학, LG생활건강 정도가 순위를 유지하고 있고 LG전자 등은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2017년 691위에서 올해 1116위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구광모 LG 회장의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주목되는 이유다.

GS그룹의 약진도 눈에 띈다. GS홀딩스가 2017년 1070위에서 올해 1009위로 올랐고, GS엔지니어링은 같은 기간 1884위에서 1548위로 크게 뛰었다. CJ그룹도 CJ제일제당이 같은 기간 1601위에서 1033위로 올랐고, CJ도 1226위에서 1166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올해 새로 진입한 기업은 삼성전기, 롯데, 메리츠종금증권, 고려아연 등 모두 4곳. 카메라모듈, 스마트폰, 반도체, 자동차 등의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삼성전기가 시장 호황에 힘입어 단박에 1557위에 올라 눈에 띈다.

증권업계, 순위 낮지만 상승세 뚜렷


글로벌 2000 전체 기업과 국내 62개 기업의 업종을 비교해보면 국내 산업 분야의 경쟁력이 나타난다. 우선 글로벌 2000에서는 은행이 308개 기업으로 가장 많다. 증권사 등 기타 금융 기업이 145개, 건설이 123개로 뒤를 이었다. 석유 및 가스(110개), 보험(102개), 소재(102개) 순이다. 국내 62개 기업은 은행, 증권사 등 금융 기업들이 13개사로 가장 많았고, 무역상사와 보험이 각각 5개, 식음료 및 담배(4개)와 석유 및 가스(4개)가 뒤를 이었다.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 모두 금융 관련 기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순위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글로벌 2000을 보면 상위 10위 중 애플과 셸을 빼고 8개사가 은행 등 금융 관련 기업이다. 특히 중국 금융업계가 상위 10위권에 5개 기업이 이름을 올리며 약진했다. 올해까지 7년 연속 정상을 지키고 있는 중국공상은행은 4조 달러가 넘는 자산과 50만 명에 가까운 임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건설은행(3위), 중국농업은행(4위), 중국은행(8위) 등 4대 국영기업과 핑안보험(7위)이 10위 안에 들었다. 그러나 한국 62개 기업을 보면 여전히 수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포스코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반대로 국내 금융 관련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실제로 올해 순위를 보면 국내 증권업계의 약진이 눈에 띈다. 글로벌 2000 순위에 든 국내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등 모두 5개. 글로벌 증권사에 밀려 순위는 전반적으로 낮지만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7년 1738위였던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1427위를 기록했고,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1936위에서 1441위로, NH투자증권은 1852위에서 1785위로 올라섰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1915위로 신규 진입했다. 올해 1421위를 기록한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종금증권이 순위권에 새로 진입하면서 ‘메리츠’ 브랜드 홍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혁신적 아이디어로 3중고 뚫어야


한국 재계는 ‘창업자·2세 경영’의 시대에서 ‘오너가 3·4세 승계’로 경영권이 이전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최근 대한상의에 따르면 국내 기업인들은 신흥국의 역전 위협과 선진국과의 격차 확대 등 샌드위치 현상, 신기술 활용 애로, 미래 수익원 부재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기업의 미래와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날로 불안해지고 있어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의는 “조사 결과 대외경쟁력은 악화일로이고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한 신사업도 잘 진척되지 못하고 있어 성장 원천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두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기술과 생활 패턴이 급변하면서 기존의 사업 모델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고, 한국경제의 미래와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골든타임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은 신기술과 혁신적 아이디어로 다양한 사업모델 개발에 도전하고, 정부도 새로운 기회와 시장을 만드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제도와 플랫폼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규모의 성장과 함께 고용과 근무환경 등 글로벌 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최고의 고용주(World’s Best Employers) 500’ 명단을 보면 한국 기업의 숫자는 2017년 18개에서 9개로 줄어 반토막 났다. 이 순위는 글로벌 2000 기업 가운데 각국 직장인이 평가한 자료 약 43만 건을 분석해 500위를 추린 것으로, 사실상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로 여겨진다.

9개 기업을 보면 삼성전자 76위, 신한금융그룹 116위, 한국투자금융지주 140위, 미래에셋대우 319위, LG 339위, LG전자 352위, 현대글로비스 354위, LG디스플레이 357위, 삼성증권 386위 순이다. 국내 기업 중 1위인 삼성전자는 전년 65위에서 11계단 하락했다. 글로벌 2000 순위에서 13위에 오른 삼성전자가 좋은 직장 순위는 한참 떨어지는 이유는 규모에 비해 근로 여건이나 다양성 측면에서 저조한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박스기사] 어떻게 선정했나

포브스 글로벌 2000대 기업은 4월 18일 기준으로 매출, 이익, 자산, 시장가치로 전 세계 상장회사의 규모를 산정해 만든 순위다. 자료는 미국 금융데이터 업체 팩트셋리서치가 제공했다. 포브스는 네 가지 척도를 동등하게 적용해 최종 점수를 산출했다. 중국 화웨이나 뉴질랜드 폰테라 같은 종업원 지주사 및 협동조합은 포함하지 않았다. 일부 대형 사모 기업처럼 유한 합자회사로 설립된 기업은 회계상의 불일치로 인해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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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호 (201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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