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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 대기자의 ‘CEO의 서재를 위한 비즈니스 고전’(6) 

글로벌 기업을 사로잡은 세일즈 전문가 제프리 기토머 『판매의 작은 빨간 책』 

코카콜라, BMW, IBM, 타임 워너케이블 등은 제프리 기토머에게 세일즈 트레이닝을 의뢰한 기업이다. 매일 전 세계 100여 개 경제 신문에도 칼럼을 싣는 그의 영향력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세계 3대 ‘빨간 책’이 있다. 우선 영어권에서 ‘더 리틀 레드 북(The Little Red Book, 작은 빨간 책)’이라 불리는 중국의 『마오 주석 어록(毛主席語錄)』(1964)이다. 지금까지 65억 부가 인쇄됐다고 한다. 두 번 째 ‘빨간 책’은 ‘19금 책’을 의미하는 속어다.

세 번째 ‘빨간 책’인 『Little Red Book of Selling(판매의 작은 빨간 책)』은 전 세계에서 50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레드 세일즈북』으로 번역됐으나 절판됐다. 중고 도서 시장에서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저자가 굳이 노란색이나 파란색, 검정색이 아니라 빨간색을 내세운 이유는 빨간색이 정열과 사랑을 상징하며 가장 잘 눈에 잘 띄는 색이기 때문이다.

저자 제프리 기토머는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자, 비즈니스 훈련가다. 템플대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독일로 떠났다.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포함해 15권을 저술했다. 그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집필에 몰두한다. 그는 세일즈맨들에게 글쓰기를 이렇게 권한다. “글쓰기 강의를 수강하라. 글쓰기를 배우면 여러분의 생각을 명료하고 간결한 아이디어로 만들 수 있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나는 글을 많이 쓸수록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셰익스피어(1564~1616)의 『햄릿』이 명작인 이유는 아포리즘의 연속의 연속이라는 주장이 있다. 『판매의 작은 빨간 책』도 아포리즘의 대향연이다.


▎한글판 『레드 세일즈북』 표지 (저자 제프리 기토머) / 사진:김영사
저자는 이 책에 “새로운 내용은 없다”고 ‘고백’한다. 책을 많이 읽거나 세일즈 경험이 많은 영업인이 모두 아는 내용이라는 것.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고백’은 겸손이다. 정독하다 보면 모르는 내용이 더 많다. 새로운 내용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습도 중요하다. 이 책은 총정리용이다.

이 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은 없다. 새로운 유행에 편승하는 게 이득일 때도 있다. 딱히 따라 할 만한 유행이 없을 때는 유행을 타지 않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본은 영원한 유행이기도 하다.

대충대충, 띄엄띄엄 보면 되는 책이 있고 한 줄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책이 있다. 세일즈의 핵심을 담은 『판매의 작은 빨간 책』은 송두리째 소화해야 하는 책이다. 좋은 책은 전문가와 ‘왕초보’ 모두 얻는 게 있다. 이 책이 그렇다.

판매왕과 왕초보 세일즈맨이 모두 공감할 내용으로는 다음 네 가지 문장이 있을 것 같다.

- “최대의 성공 요인(그리고 최대의 장애물)은 여러분 자신이다.(The biggest secret (and the biggest obstacle) to success is you.)”

- “오늘 일진(日辰)이 나쁠 것이라고 여러분이 생각한다면 오늘 일진은 나쁠 것이다. 오늘 일진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늘 일진은 좋을 것이다.”

- “네트워킹은 인생 스킬과 사회 스킬을 세일즈 스킬과 결합한 것이다.(Networking is life skills and social skills combined with sales skills.)”

- “여러분의 세일즈팀에서 가장 힘 있는 사람은 여러분의 고객이다.(The most powerful person on your sales team is your customer.)”

『판매의 작은 빨간 책』은 『역대 최고 100권의 비즈니스 서적(The 100 Best Business Books of All Time)』(2009)이라는 책에 소개되기도 했다. (우리말로는 『100 BEST BUSINESS BOOKS 당신이 찾는 비즈니스의 모든 것』으로 번역됐으나 절판됐다.)

사람이 모든 분야에 정통할 수는 없다. 이 책은 다른 경영 분야는 잘 알지만, 세일즈는 잘 모르는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세일즈 문화는 물론 다르다. 하지만 미국에 진출하려는 회사가 알아야 할 미국식 세일즈의 ABC를 망라한 책이다.

세일즈와 연관된 사람은 결국 두 종류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다. 또 세일즈와 연관된 행위는 결국 팔기와 사기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왜 사는가’라는 질문은 ‘나는 어떻게 파는가’라는 질문보다 수천 배, 아니 수백만 배 더 중요하다.” “사람은 팔리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사는 것은 사랑한다.(People don’t like to be sold, but they love to buy.)”


▎멕시코 우아툴코에서 관광객이 세일즈맨이 판매 중인 목걸이들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크리스 머리
사람은 사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은 매일매일 뭔가를 산다. 단 하루도 뭔가를 사지 않고 보낼 수 없다. 그럼에도 팔기는 어렵다. 우선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다. 사는 사람이 당신을 좋아한다면 팔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100% 보장은 없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그들이 여러분을 좋아하고, 여러분을 믿는다면··· 그렇다면 그들은 여러분으로부터 살 수도 있다.” “호감(好感)은 세일즈 관계에서 가장 강력한 단일 요소다.(Liking is the single most powerful element in a sales relationship.)”

사람은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낄까. 자신감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까. 사고파는 행위는 항상 리스크(risk)를 수반하다. 파는 사람의 자신감은 사는 사람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털어낸다.

이 책의 저자는 굉장한 자신감으로 넘치는 사람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여러분이 성공을 위해 내가 제시한 전략을 사용할 수 없다면, 내가 여러분에게 할 수 있는 최상의 권유는 하루빨리 세일즈계를 떠나라는 것이다.” “소수만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이해하는 소수는 정상에 오를 것이다.”

호감은 감정이다. 감정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감정 중 하나는 우정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일즈는 감정이 주도하며 감정이 결정한다.(The sale is emotionally driven and emotionally decided.)” “모든 조건이 같다면, 사람들은 친구들과 비즈니스 하기를 바란다.(All things being equal, people want to do business with their friends.)”

『판매의 작은 빨간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세일즈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도 읽어볼 만한 성공의 일반 원칙을 정리한 책이라는 것. 세일즈를 포함해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원리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철학·책임·실패·저축·추자·투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철학에 대해 기토머는 이렇게 말한다. “성공과 평범함의 차이를 낳는 것은 철학이다.(The difference between success and mediocrity is philosophy.)” 여기서 철학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다.

저자의 다음 말도 상당히 철학적이다. “우리는 부정적 조건화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3대 동기는 공포·탐욕·허영심이다. 이 세 가지는 미국의 세일즈 과정, 그리고 미국 영업인을 움직이고 있다.(We live in a world of negative conditioning. The three big motivations are… fear, greed, and vanity. They drive the American sales process and they drive American salesperson.)” - “질문이 답이다.(Questions are the answer.)”

책임에 대해 기토머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도 여러분도 탓하지 말라. 여러분의 행동과 결정에 책임을 지라.(Don’t blame others or yourself. Take responsibility for your actions and decisions.)”

저축과 투자에 대해 기토머는 이렇게 말한다. “지출하지 말고 투자하라. 수입과 지출 사이에는 10~20% 차이가 있어야 한다.(Invest, don’t spend. There should be a 10-20% gap between earning and spending).”

준비에 대해 기토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진짜 이유는, 사람들이 운에 맡기고 뭔가를 해보는 데 필요한 자기 신뢰를 낳을 준비나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토머에 따르면 준비는 ‘숙제하기’다. 우리는 초·중·고 시절부터 준비·숙제에 대해 배운다. 영업인은 거래처 사람을 만나기 전에 만날 사람과 그 회사에 대해 ‘사전 조사’라는 숙제를 충분히 해야 한다. 기토머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선생님과 부모님)이 여러분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은 숙제가 여러분이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 숙제는 직업 생활과 인생살이에 필요한 숙제의 훈련장이다.(What they didn’t tell you is that homework doesn’t stop when you graduate from school. Rather, school homework is a training ground for career homework and life homework.)”

상대편에 대해 사전 조사라는 숙제를 해야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좋은 질문은 상대편이 기꺼이 답할 준비가 된 질문이며, 상대편을 성장시키는 질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잠재고객에게 강력한 질문을 하면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Asking powerful questions will make prospects think in new ways.)”

실패에 대해 기토머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은 실패한다. 하지만 실패는 상대적이다. 실패의 측정은 주관적이다. 실패는 주로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발생한다. ‘나는 실패했다’와 ‘나는 다시는 해서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배웠다’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이다.”

“실수하라. 실패는 최고의 스승이다.(Make mistakes. The best teacher is failure.)”

창의성에 대해 기토머는 이렇게 말한다. “창의성은 여러분이 배울 수 있는 과학이다.(Creativity is a science that you can learn.)”

유머에 대해 기토머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이 그들을 웃게 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그들이 사게 만들 수 있다. 유머는 최후의 프런티어다. 유머는 언어 숙달의 최고의 형태다.(If you can make them laugh, you can make them buy! Humor. The final frontier. Humor is the highest form of language mastery.)”

다음과 같은 대목은 기토머가 특유의 유머를 발휘해 쓴 것들이다. (우리말로는 조금도 웃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영어로는 나름 웃긴다. 비교적 쉬운 영어로 쓰인 『판매의 작은 빨간 책』을 영문으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 “세일즈하는 사람들은(물론 여러분은 아니다) 징징거리는 경향이 있다.(Salespeople (not you of course) tend to whine.)”

- “여러분의 보스가 나쁜 놈이라고 내게 투덜거리지 말고 새로운 보스를 찾아라.(Don’t whine to me that your boss is a jerk. Get a new boss.)”

- “우주 사업 본부장이라는 여러분의 자리에서 사임하라.(Resign your position as general manager of the universe.)”

- “다른 사람의 일, 다른 사람의 문제, 다른 사람의 드라마에 여러분이 덜 시간을 쓸수록,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성공을 위해 쓸 시간이 더 많아진다.(The less time you spend in other people’s business, other people’s problems, and other people’s drama, the more time you’ll have for your own success.)”

- “여러분이 TV를 더 많이 볼수록 경쟁자들이 여러분을 더 크게 박살 낸다.(The more you watch TV, the more the competition will kick your ass.)” (여기서 ‘TV를 더 많이 볼수록 대신에 ‘스마트폰을 더 많이 볼수록’ ‘게임을 더 많이 할수록’으로 바꿀 수도 있겠다.)

최고경영자의 서재에 『마오 주석 어록(毛主席語錄』과 더불어 나란히 『판매의 작은 빨간 책』을 꽂아두면 어떨까. 그렇게 한다면 많은 스토리와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생산할 것이다.

※ 김환영은… 중앙일보플러스 대기자. 지은 책으로 『따뜻한 종교 이야기』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 33선』 『마음고전』 『아포리즘 행복 수업』 『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말하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가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와 스탠퍼드대(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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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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