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Cover

Home>포브스>On the Cover

리더 52인의 신년 에세이(9) 박영철·김지원·정재훈·이의현·윤문현 

 

박영철 바이오리더스 회장 | CEO, 아들 그리고 아버지로서


내 버킷 리스트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사업가로서 죽기 전에 꼭 이뤄보고 싶은 것들이고, 또 하나는 인간 박영철로서 해보고 싶은 일들이다. 지금 당장 CEO로서 하고 싶고, 가능하다고 보는 건 신개념 암치료제 개발이다. 분명 인류 생명을 연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페니실린의 등장이 그랬듯 암 정복을 위한 인류의 노력에 큰 보탬이 되고 싶다. 그간 다들 말도 안 된다며 날 말렸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암 정복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특정 부위에 발병한 암세포를 공격하는 타깃 항암제 같은 치료제도 나오는 등 그 방법 또한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2019년에 얻은 큰 소득은 세계 5대 기초과학 연구소로 꼽히는 와이즈만연구소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것이다. 암 억제 유전자 p53 관련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면 우리가 생각한 근본적인 차원에서 암 치료가 가능할 것 같다. CEO로서 갖는 사명감도 있다. 최근 많은 사람이 바이오 거품을 운운하지만, 이 분야에서 십수 년간 꾸준히 달려왔다.

한국에서도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어깨를 견줄 회사가 나올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이 있어서다. 그런 기업이라면 10조 클럽에 드는 건 당연지사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 그간의 경영 노하우와 경험을 후배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바람도 버킷 리스트에 적었다. 한국엔 꿈이 있는 젊은 인재가 많다. 번 돈으로 이들을 위한 ‘경영인 양성 프로그램’ 같은 걸 만들고 싶다. 강연자로도 나서고 싶다. 글로벌 저명인사가 초대되는 TED 강연에 나서는 꿈을 꿔본다. 이곳에서 내 인생과 철학이 깃든 강의를 펼쳐보자는 목표도 적었다.

소소한 목표도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면서 느꼈던 짜릿함을 다시 느끼고 싶다. 젊은 시절 상당히 모험적이었다. 이때 아니면 못한다는 생각에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스쿠버다이빙, 스카이다이빙, 레이싱 등을 몸소 체험했다. 점점 나이가 드니 다시금 도전하고 싶어졌다. 60세가 넘으면 스쿠버다이빙과 스카이다이빙은 물론 레이싱 자격증까지 따보고 싶다. 골프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3년 전 정말 운 좋게 홀인원을 했었다. 홀인원은 실력이라기보다 운이라고들 하는데 골프채를 놓기 전에 이븐파(더도 덜도 아닌 규정 타수를 치는 것)를 기록하는 것도 꿈이다.

여행도 내 버킷 리스트 한쪽을 차지했다. 해외 출장을 숱하게 다녔지만,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 비즈니스가 아니라 순수 여행자 입장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건강을 지키고,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갖춰야 할 터.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께 좀 더 자랑스러운 아들로 남았으면 하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및 한세드림 각자 대표 | 진정한 기쁨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열연한 영화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 2007)]를 보면 두 가지 질문이 나온다.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는가?”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음을 맞을 때 신께서 내리는 이 두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천국행이 정해진다고 얘기한다. 내 인생에서 기쁨을 찾고,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버킷 리스트라면, 내가 책임지고 있는 회사와 가족이 기뻐할 수 있는 일을 매일매일 조금씩 해나가는 것으로 첫걸음을 뗄 수 있겠다.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집중한 것은 단연 ‘직원들의 복지’다. 현재 한세드림에는 휴게실과 수유실 같은 직원 휴게 공간을 비롯해 개인적인 일을 할 수 있는 프라이빗룸을 만들고 있다. 한세엠케이에서는 영화와 볼링 등 동호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가죽공예 같은 자기 계발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직원 복지와 더불어 마케팅과 디자인 업무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세드림과 한세엠케이에서 운영 중인 총 12개 브랜드에 각각의 아이덴티티와 철학을 재정비하는 전략을 세워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려고 한다. 또 한세엠케이에 부임했을 때부터 재정비한 ERP 시스템을 바탕으로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고, 이미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RFID 시스템을 고도화한 실시간 위치추적시스템(RTLS)을 도입해 이천 매장에서 시험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이 활발히 운영된다면 매장에서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피팅룸에 가져가고, 구매로 이어지는지를 분석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그 옷과 잘 어울리는 옷에 대한 추천까지 피팅룸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매장 VMD 환경 개선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부임 첫해부터 준비해 2019년 선보인 ‘매장 직원 인센티브 제도’는 매장 직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어 일에 대한 동기부여와 사기를 높여주고자 도입됐다. 이 모든 일은 함께 일하는 능력 있는 대표와 믿음직스러운 임원진, 전사 직원들 덕분에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 믿는다.

한편, 나 자신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오롯이 주어진다면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 새로운 곳은 늘 설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얻는 즐거움은 혼자서 느끼는 기쁨의 배가 된다.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겠지만 언젠가는 꼭 가보겠다고 마음속에 품은 프랑스 샹파뉴와 브르고뉴 지역의 와이너리에 가고 싶다. 한때 요리를 배웠을 정도로 음식을 좋아하는지라 여전히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맛있는 음식과 와인은 인생에서 누리는 큰 기쁨 중 하나다.

“우리네 삶은 흐르는 물 같아. 하나의 강에서 만나 폭포 너머 안개 속 천국으로 흐른다네.”

영화에서 모건 프리먼이 죽기 전에 남긴 말처럼, 내 삶도 아름답게 흐르다가 폭포 너머 안개 속에 다다를 때 스스로가 기쁘고, 남을 기쁘게 만들 수 있는 삶이기를 바란다.

정재훈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 탐욕을 넘어서는 가치


이 세상은 무한 방정식의 연속이다. 수치로만 따지면 반올림하면서 쉽게 풀 수 있거늘 어째 인생에선 반올림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대차대조표로 풀어봐도 상황은 마찬가지. 인생을 차변과 대변으로 나누고 회계적 숫자 놀음으로 정의내리기도 쉽지 않다. 우린 늘 인생 대차대조표를 보면서 얼마를 더 벌었는지, 빚은 얼마나 지고 사는지, 내가 가진 게 얼마인지 등을 따져본다. 이렇게라도 인생을 평가해보지만, 항상 오답 투성이인 듯한 ‘현실’을 마주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등가가 아닌 것을 치환한 방정식은 오답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분명 기업 재무제표는 딱딱 떨어지는데 왜 인생에만 끼우면 어그러질까. 난 ‘돈’을 둘러싼 탐욕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인생이 정답에 가까워지는 명쾌한 답도 있다. 인생에서 남을 위해 의미 있는 무언가에 도전해보는 일이다. 탐욕을 뛰어넘는 가치를 추구하면 좀 더 ‘뭔가’ 명확해진다. 이 자릴 빌려 내 버킷 리스트에 담을 3가지 목표도 여기에 근거한다.

뜬금없지만, 가장 먼저 이 세상에서 가장 전망 좋고 등급 높은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 레스토랑은 좀 특이하다. 전국 각 도시에 있는 노숙자와 빈민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밥을 먹을 수 있다. 서울역처럼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차리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혼자 전국 각지에 적절한 장소도 물색해봤다. 난 이를 ‘플랫폼 다이닝 레스토랑’이라 명명한다. 누구는 돈이 많이 들 테니 얼토당토않은 생각이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도움을 받고, 사람들이 기부해 공익펀드를 만든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내부엔 스타들의 맛집 인증 사인보단 기부한 분들의 이름이나 회사명을 써두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커리어 측면에서도 생각해봤다. 아직 운용사를 이끌고 있으니 꽤 많은 직원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운용사인 회사를 좀 더 키워 플랫폼 증권을 설립하고 싶다. 단순히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직 개화하지 않은 연금시장을 열고 싶어서다. 이 시장엔 ‘공략’이란 말보단 ‘당위’라는 숙명이 더 어울려 보인다. 한국은 이미 고령화, 저성장, 저금리, 연금 시대에 진입했고, 우리 삶은 한층 더 팍팍해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에겐 훨씬 더 고된 노후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전국 마트에 라이프스타일 증권사 지점을 열어 이자가 꾸준히 나오는 금융상품을 팔고 싶다. 이 상품으로 많은 이의 은퇴 자산을 잘 관리해 좀 더 풍족한 노후를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카드를 하나 만들고 싶다. 일명 ‘플랫폼 카드’다.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에게 발급하는 일종의 ‘아너스카드’다. 여기에 쌓인 마일리지는 자동으로 연금상품에 가입돼 쌓인다. 단순히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도 존경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살벌한 경쟁사회에서 내가 도전해야 할 일은 이번 기회에 더 명확해진 것 같다. 탐욕만 빼면 우리 인생은 차변과 대변이 딱 들어맞을지도 모른다. 탐욕을 넘어서는 가치,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자신의 버킷 리스트에 꾹꾹 눌러 담길 바란다.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 | 버킷 리스트를 대신 이뤄주는 일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거라….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요즘 나의 하루하루는 너무 감사해서, 이미 가진 것들로도 충분해서 그런 것 같다. 가진 것들을 잃지만 않았으면 하는 게 버킷 리스트겠다.

아마 100명 중 99명의 버킷 리스트에는 ‘○○○로 떠나기’가 무조건 있을 것 같다. 로우로우는 TRIPWEAR를 만든다. 미래의 TRIP은 무엇일까? TRIP의 끝은 달이라고 생각했고 6개월 가까이 NASA의 문을 두드리며 제안서를 보내보았고 1년여간 제품개발 끝에 2019년 12월 10일 보름달이 뜨는 날 시립서울천문대에서 트렁크와 가방을 발표했다. 수백 명이 모여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천체망원경으로 50년 전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했던 지점을 보기도 하고 18m 돔 스크린을 갖춘 천체투영실에서 별과 달을 마음껏 즐겼다.

우리가 선보인 트렁크와 가방은 NASA의 승인을 얻어 만든 우주선스러운 디자인이며 지금껏 내놓은 제품 중에 가장 튼튼하다. 무중력 공간에서도 짐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각각의 제품을 라이프 라인으로 연결할 수 있다. 죽기 전에 달에 가보는 것이 버킷 리스트인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다. 실제로 2020년부터 NASA에서는 국제우주정거장 ISS를 일반인에게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하룻밤 숙박비만 3만5000달러라나? space X에서 2023년 띄울 우주선에 일본의 패션 쇼핑몰 조조타운 창업자 마에자와 유사쿠가 아티스트 6인을 함께 태울 티켓을 전량 예약했다고 한다. 1인당 티켓값만 25만 달러라나?

요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 하는 많은 브랜드가 주로 집 안을 얘기하는 것 같았고 내가 살고 있는 서울과 서울 사람들은 집 안보다 집 밖에서의 일상과 문화와 양식이 더 풍부하고 활기차기에 서울 태생 브랜드로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딘가로 떠나려면 많은 짐을 챙겨야 하고 그 많은 짐을 가장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트렁크다. 그 이외의 짐들을 쉽게 걸고 다닐 수 있게 손잡이를 양옆으로 뻗게 한 세계 최초의 TT HANDLE ™을 만들어 올해의 제품 디자인에도 선정됐고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했다. 고객 만족도는 매우 높다.

로우로우는 집 떠나 놀 생각뿐인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우리는 그것을 TRIPWEAR라고 부른다. 이제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며 수많은 사람의 버킷 리스트를 이뤄주는 일이 나의 버킷 리스트라고 생각하니 이미 높이 솟은 보람이 더 꽉 차오른다.

윤문현 길림양행 대표 |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일, 잘될 것이라고 믿었던 일들이 결과가 좋지 않거나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있다. 나는 그때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속이 쓰렸다. 그리고 두고두고 잊지 않도록 마음속에 담아두려 노력했다. 이것이 일이 끝나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행동이 나를 소모적으로 만들고 지치게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또 겸손하지 못한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는 완벽한 존재일 수 없고 경영은 개선의 연속일 텐데, 나는 언제까지 반복적으로 속상해하고 괴로워해야 할 것인가.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짐해본다. 새해엔 좀 더 최선을 다할 것. 일이 잘 안 풀릴 상황까지 고려해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준비할 것. 그래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 또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을 것. 그리고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 이것이 새해 나의 버킷 리스트다.

/images/sph164x220.jpg
202001호 (2019.1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