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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성 티몬 의장이 만난 스타트업] 김형우 모바일퉁 대표 

외환전문은행 꿈꾸는 환전 플랫폼 

한국에서 ‘외환’은 핀테크 업체엔 상당히 까다로운 분야다. 외화를 국부라 여겼던 수출 중심의 성장 문화 탓인지 외국환거래법은 엄청 까다롭다. 환전과 송금 등 외환 서비스도 제한액이 있거나 은행을 거쳐야만 환전이 가능하기도 했다. 모바일퉁이 운영하는 환전 앱 트래블월렛은 이런 불모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글로벌 결제 서비스 기업 비자(VISA)가 세계 두 번째로 손잡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한국에 있다. 바로 모바일퉁(모바일 환전 애플리케이션 ‘트래블월렛’ 운영사)이다. 지난 4월 1일 비자는 핀테크 스타트업 모바일퉁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모바일퉁이 비자 정회원사가 됐음을 알렸다. 비자가 첫 번째로 손잡은 핀테크 업체인 영국 레볼루트(Revolut)만큼이나 성장성과 IT·보안 등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6월 19일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40개 ‘아기유니콘’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선정된 기업은 시장개척자금 3억원과 최대 150억원이 넘는 연계 지원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다.

여세를 몰아 모바일퉁은 지난 7월 14일 75억여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서울대기술지주, 두나무앤파트너스 등 기존 주주 대부분이 다시 참여했고, 키움인베스트먼트, IBK투자증권, 이앤벤처파트너스, 인탑스인베스트먼트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유치액이 약 100억원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모바일퉁 사무실에서 만난 신현성(35) 티몬 의장은 “모바일퉁은 기존 금융권 시스템하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외환시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며 “외환이라는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전문성과 자체 시스템을 기반으로 외환 전문 기관이 되겠다는 비전이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바일퉁의 트래블월렛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인기를 끌었다. 앱에서 환전한 외화를 그것도 수수료 ‘0원’으로 현지 은행에서 직접 찾을 수 있게 했다. 세계 최초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출시 6개월 만에 5만 명 이상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현재 모바일퉁은 아시아 9개국 30개 은행과 협약을 맺고 6만 개 지점에 끈이 닿아 있다.

외화선불카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비자와 손잡고 연말에 출시할 예정인 외화선불카드는 해외여행보다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겨냥한 상품이다. 그간 외환 서비스를 이용하던 소비자의 불편을 최대한 반영한 선택이다. 신 의장과 마주 앉은 김형우(35) 모바일퉁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외화선불카드, 캐시 딜리버리 서비스 출시에 집중하면서 더 바빠졌다”며 “모바일 환전 앱이 시장에 안착하면 외환 관련 솔루션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기관이 되는 목표를 구체화하려고 했는데 되레 더 앞당겨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신 의장이 주목하고, 김 대표가 그리는 그 목표 얘길 더 들어봤다.

코로나19 이후 ‘외환’이라는 본질이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

김형우 모바일퉁 대표(이하 김 대표): 그렇다. 학업도 그랬지만, 창업 전 근무한 운용사에서도 외환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환전은 외환시장의 불합리성과 비효율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외환 딜링을 하거나 한국 기업이 수없이 맞닥뜨리는 수출입 외환 업무로 가면 단순히 불합리성으로 치부하기엔 덩치가 커지고 한층 복잡해진다. 외환시장에서 가격, 편의성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고, 특히 기업들의 환전, 송금, 환헤지, 무역금융 등 모든 외환 업무 분야를 취급하는 게 목표다.

외환이라는 분야 자체가 어렵지 않나.

김 대표: 정말 어렵다. 관련 학문을 전공하고 국제금융센터, 영국 유학을 거쳐 자산운용에서 외환 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어렵다고 느끼는 게 이 분야다. 외환을 기초로 한 옵션 상품 설계도 상당히 고난도에 여파도 크기 때문에 기관도 섣불리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회 초년생일 때 키코 사태(2008년 수출 중소기업 수백 곳이 외화파생상품 키코에 가입했다가 줄도산했던 사건)가 터졌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영국으로 유학까지 갔다. 다녀와서 외환 수수료를 낮춰보겠다며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는데 받아주지 않더라. 난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고, 창업을 결심했다.

그래서 환전 수수료 ‘0원’을 내세운 건가.

김 대표: 지금은 0.5%를 받지만, 지난해엔 정말 수수료 ‘0원’을 내걸었다. 그 덕분에 트래블월렛이 큰 인기를 끌었다. 환전 시장에서 무는 비용은 실물 지폐가 오가는 유통비다.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 그나마 낫지만, 동남아 화폐의 경우 원화→달러→동남아 화폐로 바꾸는 식이다. 변화무쌍한 수요 탓에 보관료도 비싸다. 실제 베트남 화폐를 먼저 바꿔 출국하면 수수료가 최대 10%가 넘을 때도 있다. 이걸 줄였다. 장기적으로 수익은 개인 간 거래가 아니라 기업의 외환거래에서 내야 한다. 외환전문은행이 되겠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비전에 공감하나.


▎모바일퉁은 올해 글로벌 결제 시장의 강자 비자와 손잡고 외화선불카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더 나아가 기업들의 환전, 송금, 환헤지, 무역금융 등 모든 외환 업무 분야를 취급하는 게 목표다. 사진은 김형우 모바일퉁 대표(오른쪽)와 신현성 티몬 의장이 회의하는 모습.
신현성 티몬 의장(이하 신 의장): 외환전문은행이란 목표에 공감한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파트너 자격으로 김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인상 깊었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외환에 대한 전문성이 탁월했고 규제가 심하고 투자 장벽이 상당히 높은 분야임에도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현재 스타트업이 해결하겠다고 하는 문제는 3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답을 찾는다. 물론 어떻게 실행하느냐는 모든 스타트업의 관건이지만, 문제 해결 포인트는 여기서 갈린다. 하지만 모바일퉁은 훨씬 더 높은 장벽을 넘어서려고 했다.

‘높은 장벽’ 탓에 초기에 투자받기가 쉽지 않았겠다.

김 대표: 모든 투자자가 신 의장 같진 않았다.(웃음) 다행히도 2018년 3월 창업 후 베이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1억원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 강준열 베이스인베스트 파트너가 투자자를 연달아 소개해줬고, 혹여 문제의 소지가 될 투자자를 걸러주기도 했다. 수십 차례 기업설명회(IR)를 하러 다니는 동안 외환시장의 불합리성을 이해하는 투자자를 만나긴 어려웠지만, 신 의장과 강 파트너는 정확하게 이해했다. 규제 탓에 자기자본을 긴급 수혈해야 할 때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다른 면에서 도와준 건 없나.

신 의장: 나보다 강 파트너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할 것 같다.(웃음) 지난해 강 파트너가 트래블월렛을 직접 사용하면서 순수 사용자 입장에서 의견을 냈다고 들었다. 사실 강 파트너와 마찬가지로 나도 비즈니스에 관한 직접적인 조언은 잘 하지 않는다. 투자를 고민하기에 앞서 관련 기업이 풀고자 하는 문제와 방안을 숙고했고 이미 이해했다. 스타트업이라면 꼭 겪는 데스밸리를 넘는 과정은 체력을 키울 기회라고 믿고 지켜본다. 투자자로서 모바일퉁이 급할 때 최대한 자금을 끌어내주면 된다.

스타트업이 겪는 문제는 많은 것 같다.

김 대표: 맞다. 데스밸리는 신 의장이 얘기한 것보다 훨씬 더 무겁게 다가온다. 투자를 유치하기도 쉽지 않은데, 회사 운영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조직, 사람, 업무, 검토, 조율까지. 회사를 운영한다는 게 이렇게 복잡한지 몰랐다. 하지만 베이스인베스트먼트는 다른 각도에서 도움을 줬다. 몇 달 전부터 베이스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스타트업 CEO를 대상으로 독서모임을 연다. 강준열 파트너가 책 한 권을 정하면 모두 읽고 와서 토론하는 식이다. 처음엔 구글이나 아마존 사례가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책에 나온 사례를 두고 서로 토론하면서 경영에 필요한 교훈을 얻는다. 우리같이 작은 회사는 경영이 곧 사람인데, 인재가 절실하기도 하지만, 엉뚱한 이가 들어와 망할 수도 있는 곳이다.

조언한다면.

신 의장: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 식상할까.(웃음) 이재후 번개장터 대표를 만났을 때도 강조했지만, 스타트업에선 ‘사람’이 갖는 힘이 훨씬 더 크다. 미국 스타트업에서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에서 인재들이 속속 건너와 유감없이 능력을 발휘하지만, 아직도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선 그런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 스타트업 업계 기반이 그만큼 약하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CEO에겐 경영과 인재 영입은 늘 풀기 힘든 숙제다.

모바일퉁은 어땠나.


김 대표: 신 의장 말대로 ‘사람’이 걱정거리였다. 내가 개발자 출신이 아니다 보니 앱 개발 면에서 특히 그랬다. 개발자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적당한(?) 사람을 뽑을 기회도 있었지만, 꾹 참았다. 내가 믿고 맡기지 못할 사람이라면 결국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NHN 출신 개발자로,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앱을 출시한 경험이 있는 김성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했다. 6개월 넘게 사정하며 쫓아다녔던 것 같다. 그야말로 삼고초려였고, 그 덕분에 비자에서 기술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나.

신 의장: 비자가 세계 최초로 손잡은 핀테크 스타트업 레볼루트가 있다. 이미 2015년 레볼루트는 자체 계좌에 연결된 선불카드나 모바일 앱 카드 한 장으로 미국, 독일, 인도, 브라질 등 120여 개국에서 환전수수료를 1원도 물지 않고 실시간 환율에 따라 물건값을 결제할 수 있게 했다. 금융 국경을 무너뜨려 기존 금융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모바일퉁이 주목하는 건 더 밑단에 있다. 레볼루트의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는 커런시클라우드(Currency Cloud)란 회사가 있다. 모바일퉁은 두 회사의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커런시클라우드는 어떤 곳인가.

김 대표: 글로벌 핀테크 업계에선 유명한 B2B 국제 송금 플랫폼이다. 이미 200개가 넘는 나라의 40개 통화를 대상으로 연간 수백억 달러를 해외에 송금한다. 통화 종류나 대상 지역과 상관없이 송금액의 0.25% 단일 요율만 적용한다. 레볼루트를 살펴보면 중간에 송금하는 과정을 커런시 클라우드가 맡는 식이다. 모바일퉁은 이 두 회사의 기능을 합칠 수 있다고 봤다. 결제, 송금, 지급 등 모든 과정을 한 플랫폼이 끌어안고 이익을 거두는 모델이다.

김승현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이사가 합류하면서 인터뷰는 아이디어 회의로 변했다. 그럴 법도 한 게 모바일퉁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글로벌 결제 시장을 꽉 잡은 비자가 손을 잡아준 덕분에 글로벌 서비스 출시에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김형우 대표는 “국내 규제도 어느 정도 풀린 상황이다. 올해 정부와 금융지주가 오픈뱅킹(공동 결제 시스템) 도입에 합의하면서 핀테크 기업이 하나의 앱만으로 결제와 대출, 자산관리 등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오픈된 환경에서 모바일퉁이 역량을 제대로 갖추면 기업, 은행이 항상 까다롭게 여기는 외환 업무를 자연스레 우리에게 위탁해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성 의장도 “온라인·모바일 공간은 개방형 플랫폼이란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성벽같이 높았던 규제가 풀리고, 거대 지배적 사업자가 IT 역량을 제대로 품으면 기존 결제, 대출, 보험, 신용평가 등 여러 금융 서비스는 훨씬 더 진보할 것이다. 모바일퉁은 이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말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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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호 (20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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