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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에코마케팅 대표 

손대는 제품마다 대박 

데일리앤코의 마사지기 ‘클럭’, 센스맘의 ‘에어매트리스’, 글루가의 젤네일 스티커 ‘오호라’…. 시장에서 잊혀져가는 상품들을 ‘인싸템’으로 등극시킨 기업. 바로 에코마케팅이다. 2003년 설립 이후 끊임없는 도전으로 광고마케팅업계 퍼스트 무버 역할을 해온 에코마케팅이 최근 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어 연이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에코마케팅은 인기가 시들해진 브랜드에 직접 투자하고 성장 전반을 도움으로써 ‘기업의 병원’이 되겠다는 창업 목표를 실현해가고 있다.
사례1. 2018년, SNS 대란템에 등극했던 데일리앤코의 마사지기 ‘클럭’. 사실 이 제품은 전에 없던 새로운 물건이 아니다. 40여 년 전 우주인의 근육 강화를 위해 소련에서 개발한 저주파 EMS 마사지기와 기능이 같다. 이미 시중엔 20가지가 넘는 비슷한 제품이 판매 중이다. 다만 모두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경쟁할 때 에코마케팅은 효과에 주목했다. 저주파가 근육을 직접 자극해 뭉친 부위를 풀어주는 마사지 기능을 강조해 ‘휴대용 안마기’란 이미지로 차별화한 것이다.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광고 영상은 SNS 채널에 집중 바이럴했다. 그러자 클럭 마사지기는 출시 1년 만에 300만 대 넘게 팔렸다.

사례2. 5~6년 전 홈쇼핑에서 인기를 얻은 후 잊혀져가던 센스맘의 ‘에어매트리스’ 역시 에코마케팅의 솔루션으로 지난해 여름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에코마케팅은 가벼워서 이동이 간편한 에어매트리스의 편의성을 강조했다. ‘여름마다 에어컨이 있는 거실에 모여 다 같이 자는 가족에게 유용하다’며 구체적으로 타깃팅을 하기도 했다. 주로 방 안에서 사용하던 매트리스의 활용도를 다양화하고, 고급 매트리스 브랜드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3개월가량 지나자 판매량이 급상승했고, 당시 4억원이 안 되던 이 회사의 연 매출액은 50억원대까지 껑충 뛰었다.


에코마케팅은 마케팅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김철웅 대표가 2003년에 창업한 광고마케팅 회사다. 데이터를 활용해 매출과 직결될 만한 소비자를 찾아 그들만 집중 공략하는 ‘퍼포먼스 마케팅’ 시대를 열었다. 이 기법으로 ‘나이키’, ‘틱톡’ 등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대행에 성공하며 차근차근 성장했다. 설립 이후 10여 년간 성장 가도를 달려온 에코마케팅은 2016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후 클럭의 제조사 데일리앤코를 인수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마친 뒤 2018년, 제품을 직접 제조·유통·마케팅하는 커머스 산업에 뛰어들었다. 첫 타자였던 ‘클럭’이 히트를 치고, 연이어 ‘에어매트리스’까지 성공을 거두며 기업 가치는 수직 상승했다. 그 덕분에 현재 에코마케팅의 시가총액은 6600억원대 규모에 이른다.


▎김철웅 대표가 에코마케팅과 데일리앤코가 함께 한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사진:김경빈 기자
커머스 사업에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에코마케팅 실적 또한 가파르게 상승했다. 클럭을 출시하자마자 연 1114억원대 매출 기업(2019년 연결 기준)으로 단숨에 도약했다. 클럭이 출시되기 전해인 2018년의 매출 규모는 621억원대였다. 2005년 100억원에 미치지 못했던 광고 취급고 또한 올해 2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글루가라는 네일 스타트업의 지분을 20% 인수했고, 올해는 이 회사의 브랜드 ‘오호라’를 본격적으로 마케팅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현재 우리 직원 50명을 글루가에 파견해 제품 기획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함께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코마케팅의 마케팅 참여로 글루가는 조금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기준 연 매출액 25억원이었던 데서 올해 1분기에만 약 13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7월엔 15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했다.

항상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17년 연속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김 대표에게 성장 노하우와 앞으로의 계획을 더 들어봤다.

경험이 없던 네일시장에 투자한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 네일시장을 블루오션, 즉 ‘비어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우리나라 네일 산업은 해외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다. 미국의 18분의 1, 중국의 14분의 1 정도다. 미국엔 편의점보다 네일숍이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전 세계 네일 산업이 14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아직 잠재 수요가 큰 시장이다. 또 다른 이유는 네일을 ‘아트’가 아닌 ‘패션’으로 만들 여지가 충분해 보여서다. 네일은 액세서리처럼 기분에 따라, 복장에 따라 쉽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네일숍에서 관리를 받으려면 수만원에서 십만원대까지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시간도 많이 든다. 어렵게 받은 네일 ‘아트’를 쉽게 지우고 교체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우린 가성비 좋고 간편한 셀프네일 시장의 수요가 커질 것으로 생각했다. 오호라의 젤네일 스티커가 네일을 패션화하는 데 일조할 거라 기대한다.

오호라 제품의 특징과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

글루가는 미국의 데싱디바(1세대), 국내의 젤라또랩(2세대)에 이어 3세대 셀프네일 기업으로 불린다. 젤 매니큐어를 바른 젤네일 스티커를 제조한다. 일반 매니큐어보다 오래 유지되는 젤 매니큐어는 보통 손톱에 직접 발라 LED 램프로 굳혀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지속성이 좋은 만큼 떼어낼 때도 자극적인 특수 용액을 사용해야 한다. 글루가는 이 과정을 간편화하기 위해 3년간 기술을 개발했고, ‘반경화 젤네일 스티커’를 만들었다. 쉽게 말해 스티커에 젤네일을 바른 뒤 절반 정도만 경화한 상태의 제품이다. 스티커를 손톱에 맞게 붙인 뒤 LED 램프로 30초간 굳히면 밀착된다. 가격도 한 세트에 1만원대로 합리적이다. 마케팅은 젊은 여성층만 공략했던 1, 2세대 셀프네일 제품보다 폭넓게 진행하고 있다.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여성을 상대로 광고하는 것이다. 메시지엔 차별화를 둔다. 학생들에겐 저렴함을, 아기 엄마에겐 간편함을, 연령대가 높은 세대에겐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광고 영상을 따로 제작했다.

손대는 제품마다 ‘대박’이다. 비결이 뭔가.


▎데일리앤코의 클럭 마사지기. / 사진:김경빈 기자
‘기업의 병원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에코1 마케팅을 창업했다. 즉, 품질은 좋은데 시장에서 화제성을 잃은 제품을 발굴해 다시 고쳐주고 싶었다. 그래서 5~6년 전 홈쇼핑 채널에서는 잘나갔지만, 지금은 소비자에게 잊힌 제품을 눈여겨본다. 센스맘 에어매트리스가 그 조건에 딱 맞았다. 홈쇼핑에서 잘 팔렸다는 건 제품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단 뜻이기 때문에 적절한 마케팅 솔루션만 제공해주면 다시 날개를 달 수 있다. 물론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협조도 중요하다. 우리가 뛰어들었을 때 믿고 맡겨줄 수 있는 회사를 원한다.

함께하는 기업에 물적·인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하는데 실제 그런가.

우선 물적인 부분을 말하자면 계약 기간 동안 발생하는 광고비는 광고주에게 청구하지 않고 우리 측이 선불로 지급한다. 예를 들어 계약기간이 6개월인 광고주의 한 달 광고비가 30억원이라면 총 180억원을 우리가 먼저 낸다. 우린 이것을 일종의 투자로 생각한다. 우선 그 돈으로 공장을 짓고 직원도 채용해서 성장에만 집중해달라는 뜻이다. 물론 계약이 끝나면 광고주에게 광고비 전액을 청구한다.(웃음) 인적 투자란 직원 파견이다. 우리 직원들은 마케팅 전문가다. 이들이 기업 내부에 들어가 의사결정의 모든 단계를 함께해야 효율이 올라간다. 센스맘의 경우 20명, 글루가의 경우 50명을 파견했다.

매번 새로운 업종, 기업을 맡아 성과를 내고 있는데 ‘혁신’이란 뭐라고 보나.


▎글루가의 오호라 젤 네일 스티커. / 사진:김경빈 기자
혁신(革新)의 한자어를 해석하면 ‘가죽을 벗겨 새살을 돋게 한다’는 의미다. 결국 혁신은 낡은 것을 완전히 제거해야만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이 마케팅에 실패하는 이유는 오래된 관습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문가들에 비해 가죽이 벗겨진 상태, 즉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없는 상태다. 실제 우리는 ‘왜 안 돼?’라는 마음으로 여러 시도를 해나가고 그것이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커머스 사업에 주력할 계획인가.

지금은 커머스 산업이 우리가 갖고 있는 사업군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다만 커머스 산업에는 물적·인적 자원이 많이 들기 때문에 기존에 진행하던 광고주를 많이 정리했다. 5년간 광고주 숫자가 3분의 1로 줄었지만 광고주당 평균 집행액은 오히려 6배가량 늘었다. 현재 요기요, 네이버 웹툰, 뮬라웨어 등이 우리 광고주다. 하지만 내년엔 또 달라질 수 있다. 2003년 검색광고 마케팅으로 시작해 SNS 마케팅, 커머스 산업으로 넘어왔듯 새로운 시장이 보이면 또 다른 포트폴리오를 짤 것이다.

에코마케팅은 업계에서 획기적인 인사정책을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직원 170여 명 대부분이 20대인데,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을 받는다. 리더가 되면 억대 연봉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리더가 되기 위한 평가제도인 인사고과, 진급제도가 없다. 이 회사에서 진급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진해서 ‘손을 드는 것’뿐이다. 김 대표는 “전 직원 앞에서 진급을 해야 하는 이유, 진급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무슨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등을 발표한 다음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책은 ‘아우토반 원칙’에서 따왔다.

“아우토반은 속도 제한이 없죠. 그럼에도 사고율은 낮아요. 본인의 실력과 컨디션에 맞는 속도로 달리니까 무리하지 않는 겁니다. 실력을 갖춘 사람에겐 오히려 먼저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죠. 우리도 직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해요. 휴가나 휴직도 자율에 맡깁니다. 10년을 다녀도 같은 직급에 머물러 도태될 수 있다는 점늠 명심해야겠죠.”

김 대표는 에코마케팅의 포부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앞으로 매년 커머스 사업을 2~3개씩 진행할 생각입니다. 각 기업에 직원도 100명씩 파견하고요. 파견 나간 직원이 그 회사에서 마케팅 총괄(CMO)이 돼도 뿌듯하겠네요.”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김경빈 기자

202008호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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