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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내려놓고 ‘홀로서기 창업’ 성공한 2세 경영인 | 최정훈 이도 대표 

세상에 없던 ‘O&M(Operating & Management) 플랫폼’을 만들다 

왕좌를 마다하고 홀로서기에 나선 2세 경영인이 대체투자와 인프라 운용관리 비즈니스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과 시설 통합운영관리 노하우를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은 국내외를 통틀어 이도가 처음이다.

▎이도의 환경 부문 포트폴리오를 대표하는 인천수도권환경 사업장을 찾아 현장 경영에 나선 최정훈 대표.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점심 메뉴 같은 사소한 고민부터 학업과 결혼, 출산, 취업과 창업에 이르기까지 삶의 방향을 결정할 저마다의 이정표를 쉴 새 없이 세워야 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오너 2세 기업가라면 어떨까. 승계라는 숙명을 받아들일 선민의 자세가 익숙한 그림일 테지만 어디서든 ‘갑툭튀’ 돌연변이는 있게 마련이다. 때론 익숙한 생태계에서 벗어난 이들의 활약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기도 한다.

최정훈 이도(YIDO) 대표이사도 그런 인물이다. 지난 2014년 창업에 나선 40대 젊은 CEO는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대보는 건설과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을 주축으로 하는 중견그룹이다.

“본격적인 창업 전 아버지의 부름을 받아 대보그룹에서 10여 년간 일했습니다. 경영이 무엇인지 뼛속 깊이 새긴 시간이었죠. 조직관리와 인사, 임직원과의 소통과 경영 목표 공유에 이르기까지 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경험이 지금 이도의 바탕이 됐죠.”

이도는 대형 오피스빌딩과 민자도로 등 주로 대체투자 자산을 통합 운영·관리하는 전문기업으로, 최근 투자업계에서 눈에 띄는 활약과 폭발적인 성장세로 주목받고 있다. 올 초 빈 사무실로 몸살을 앓던 서울 시청역 인근 씨티스퀘어 빌딩의 공실률을 인수 후 6개월 만에 0%로 낮춘 사례가 대표적이다. 텅텅 비어 있던 사무실이 수개월 만에 만실로 바뀌자 시행업계에선 “도대체 이도가 어떤 회사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해당 건물은 이도의 주선으로 국내 대형 생보사와 연기금 등이 펀드를 조성해 인수했다. 이후 임대차를 비롯해 건물 유지·보수까지 이도가 직접 관리하면서 공실률 제로를 실현했다. 현재 씨티스퀘어에는 이도 본사와 서울시(서소문 2청사)가 입주해 있다.

텅 빈 대형 빌딩, 공실률 제로 달성으로 화제


씨티스퀘어 사례는 국내 대규모 시행사업 관례와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일반적으로 펀딩을 주선한 금융사는 금융 조달 이후 임대차나 시설관리 부문에선 손을 뗀다. 반면 이도는 초기 금융 조달부터 수익률 관리, 임차인 모집, 건물 시설관리 등을 원스톱으로 해결했다. 사업 시작부터 사후관리까지 한 회사가 맡아 효율성을 극대화한 사례다.

최 대표는 이처럼 특정 자산을 단순 매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후 유지·보수까지 토털 케어하는 ‘O&M(Operating & Management) 플랫폼’ 전략을 펼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금융사가 주도하는 바이아웃 딜이 늘면서 이도 같은 전문 통합운영사에 대한 니즈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 조달부터 자산 구조화, 직간접 투자 같은 금융 역량뿐 아니라 투자자산 운영관리 노하우까지 더한 비즈니스 모델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찾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수익률이 최우선이지만 시설관리와 운영 역량이 없는 투자자(금융사·연기금 등) 입장에서도 믿고 맡길 만한 운영사를 찾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이도는 지난 2015년 5월 울산대교를 시작으로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금융 조달 및 주선, 이에 더해 사후 운영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모델을 이어왔다.

대학에서 건설환경공학을 전공한 최 대표는 사회 초년생 시절 국내 대형 건설사 근무를 시작으로 MIT 부동산금융 석사를 거쳐 증권사 사모투자(PE) 파트에서 사회 경험을 쌓았다. 대체투자 및 M&A 금융 업무에 몸담은 이력과 대보에서 받은 경영 수업은 이도를 창업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현대건설 해외토목 견적부서에서 2년간 일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반년간 근무했는데, 당시 민간 주도 건설사업의 설계·조달·시공을 건설사가 아닌 디벨로퍼(시행사)가 주도하는 것을 보며 선진 기법을 체감했습니다. 이후 KTB PE에서 기업투자와 프로젝트 발굴 등의 업무를 익혔어요. 투자 수익률을 정교하게 다듬고 관련 시장을 보는 눈을 키웠죠. 특히 대체투자나 M&A 딜을 이끄는 핵심이 금융이란 걸 배웠습니다. 돌이켜보면 건설사, 증권사, 대보에 이르기까지 세 번의 큰 경험이 지금 이도의 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금수저’의 삶. 하지만 막상 무게를 짊어진 2세는 가업승계 대신 독립을 택했다. 최 대표는 “내 길을 개척하고픈 욕심이 컸다”고 말했다. 가업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새로운 트렌드와 기술을 접목한 비즈니스를 스스로의 힘으로 열고 싶었다는 뜻이다.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운동을 좋아해 철인5종경기도 즐기고, 군대는 특전사를 나왔어요. 유학도 온전히 제 스스로 결정했죠. 안정지향형은 아닌 것 같습니다(.웃음)”

해외에서 보고 익힌 선진 금융 시스템은 창업에 대한 기대를 더욱 커지게 했다. 전통 투자자산에서 벗어나 도로와 항만, 부동산, 폐기물 처리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든 자산에 금융투자가 수반되는 과정을 보며 기대는 점차 확신으로 바뀌었다. 사후 운영 노하우가 없는 금융 투자사가 자산 매입 후 시행착오를 겪는 국내 시장을 목격하며, 금융과 O&M 플랫폼을 접목해 니치마켓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과거에는 투자사는 투자만, 운영업체는 운영만 했죠. 자산 인수 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로를 예로 들면 하이패스 같은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도로 유지 관리, 시설물 관리, 교통순찰, 통행료 수납 등을 하나하나 분리 발주했어요. 당연히 효율성과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이도는 금융 조달부터 사후 운영관리까지 한꺼번에 맡는 통합운영관리 서비스를 제공했고,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았습니다.”

금융 조달부터 사후 운영관리까지 한 번에


시장의 니즈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해도 실제 창업과 경영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었다. 특히 인프라 운용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천안논산고속도로 같은 곳만 해도 300명에 달하는 인력이 시설 운영관리에 투입된다. 최 대표는 현장을 완벽히 이해하는 베테랑 운영 인력을 확보하며 길을 터갔다. 자체 IT사업부를 가동해 효율적인 플랫폼과 시스템 개발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임직원들에게 ‘우리 자산은 사람이다, 우리는 전문가 집단’이라고 항상 말합니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최고의 운영 능력과 안정적인 시스템을 접목하는 것이 이도의 목표이자 원칙입니다.”

이도의 비즈니스 모델을 한 분야로 콕 집어 담아내기는 어렵다. 재활용·건설폐기물 처리·소각과 최종 매립으로 이어지는 환경 부문에서 첫발을 뗐고, 이후 민자고속도로 등 교통 인프라 통합운영, 빌딩과 기숙사 같은 부동산 운영관리, 여기에 골프장 운영까지 4개 주요부문을 핵심 축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언뜻 사업부별 연관성이 없는 포트폴리오 같지만, 특정 종류의 자산을 넘어 다양한 투자자산을 전문적으로 ‘통합운영관리’한다는 개념을 적용하면 일맥상통하는 흐름이 보인다.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산을 맡아 전문 통합운영관리로 정상화를 이룬 후 이를 바탕으로 자산가치를 확장하는 내는 ‘밸류 애디드(Value-added)’ 전략이 근간이다. 이도는 지난 2018년 5월 경영난을 겪던 ‘클럽디(CLUBD) 보은’ 골프장을 금융사와 협업해 인수한 뒤 추가 설비투자를 거쳐 재개장했다. 이도가 인수한 후 클럽디 보은은 1년 만에 매출이 이전보다 109% 늘며 충북 지역을 대표하는 골프장으로 자리 잡았다.

창립과 함께 시작한 환경 사업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인천에 자리한 폐기물 중간처리업체인 ‘인천수도권환경’ 시설의 현대화가 대표적이다. 외부에서 진행하던 폐기물 선별 작업을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옥내 설비로 바꿔 오염원인 비산먼지 발생을 억제했다. 사무 공간과 직원들을 위한 휴식시설도 개선해 열악하고 낙후된 근무 환경을 정비했다. 시설 정비와 근무 환경 개선 이후 건설폐기물 처리 규모도 대폭 확대됐다. 이도 인수 이후 인천수도권환경의 하루 처리 폐기물 규모는 기존 3360톤에서 7200톤으로 2배, 건설혼합폐기물은 100톤에서 400톤으로 4배 늘며 업계 톱으로 도약했다.

부동산 부문은 씨티스퀘어 공실률을 6개월 만에 0%로 낮추며 업계를 놀라게 한 일을 비롯해, 최근에는 최장 10년인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상업시설의 전문 운영관리 사업권을 따내 화제가 됐다. 현재 이도는 프라임 오피스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 43개, 학교 기숙사 33개, 임대주택 1곳을 맡아 통합운영관리하고 있다.

인프라의 경우 민자도로를 중심으로 원스톱 운영관리를 제공해 효율성을 확보하고 이용자 편의성까지 잡는다는 전략이다. 현재 이도는 국내 두 번째 민자고속도로인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비롯해 국내 최장 단경간 현수교인 울산대교 등 7개 사업장을 운영관리 중이다.

경영 악화로 위기에 처한 자산을 인수해 가치를 키우고, O&M 기반의 통합운영관리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가능케 한 비결은 무엇일까? 최 대표는 무엇보다 금융 전문성을 꼽았다. 창업 초기부터 금융 전문가들로 구성된 BE(Business Engineering) 그룹을 조직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투자자산의 수익률과 사업성 분석 및 제안, 투자구조 수립, 금융 조달 및 컨설팅, 인수합병(M&A) 등을 전담하는 부서다. 증권사 투자은행(IB) 업무와 비슷한 모델로, 금융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산운용사·증권사·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검증되고 수익성이 높은 자산을 발굴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도도 직간접 투자자로 참여해 20~30년 장기 운영관리 사업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단순 O&M 회사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투명경영·지속성장 위해 상장 추진

혁신적인 사업 모델은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이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472억원, 영업이익 156억원을 달성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122% 대폭 뛰어올랐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6년 약 6억원에서 지난해 26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3년(2016~2019)간 연평균 EBITDA 성장률은 257%에 달한다.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이다. 최 대표는 “창립 이후 7년간 키워온 기업가치를 공정하게 평가받고, 재무 건전성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고, 이르면 11월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개인투자자가 몰려 변동성이 큰 코스닥시장보다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한 코스피시장을 택하는 결단도 내렸다. 코스닥에 비해 상대적으로 깐깐한 자본시장 규제를 받지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자산가치 상승을 주도하는 기업의 정체성이 코스피시장에 더욱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상장을 통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는 500억원 정도의 자금은 매립장·소각장 등 환경부문 설비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폐기물처리 시장은 최근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IB들도 앞다퉈 뛰어들 만큼 성장성이 크다. 처리해야 할 쓰레기 물량은 폭증하는 반면 이를 처리할 공급, 즉 대체 매립장이나 소각처리 시설 등이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현재 18조원 수준인 국내 폐기물처리 시장이 당분간 연평균 15% 이상 성장해 2024년에는 24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활발한 자산 인수와 M&A도 상장 이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이도는 환경 사업장을 대부분 직접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상업시설 관리를 위해 세운 자회사 코어밸류를 인수하기도 했다. 트랙레코드가 시장 진입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운영관리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였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직원 급여는 줘야 한다’는 게 아버님의 경영 원칙입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구체적인 조언보다는 경영자로서 가져야 할 철학을 조언해주실 때가 많습니다. 저 역시 직원들에게 ‘혼자서 기업을 경영할 수 없다’고 늘 이야기합니다.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전문 역량을 발휘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가는 게 궁극적인 사업 목표죠. 투자자에게 적정한 수익을, 직원들에게는 보상과 보람을, 나아가 이해관계자 전체의 삶에 이바지하는 역동적인 경영자가 되고 싶습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010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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