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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15) 

 

상하이의 마천루와 사냥꾼 이야기

▎101층 상하이 세계금융센터에서 내려다 본 88층 진마오타워와 동방명주탑을 비롯한 상하이의 마천루. 황푸강이 상하이를 동서로 나누며 유유히 흐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약 45분간 남쪽으로 비행하면 산과 바다를 건너 아름다운 제주도가 나타난다. 한라산의 멋진 백록담 분화구도 비행기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그곳에서 다시 45분간 서남쪽으로 비행하면 중국 비즈니스의 중심지인 상하이(上海)에 도착한다. 지난 30여 년간 여러 차례 상하이를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발전상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뉴욕 맨해튼 못지않게 세워진 수많은 마천루의 모습에 우선 감탄하게 마련이다.

오래전 상하이 출장 때 그곳의 마천루 중 가장 높은 건물은 푸둥(浦東)에 있는 진마오타워(Jin Mao Tower)였다. 당시 상하이에서 제일 높은 빌딩에서 묵고 싶다는 호기심에서 1998년에 지어진 지상 88층, 높이 421m 건물인 진마오타워 또는 진마오빌딩(金茂大厦)에 있는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숙박하며 초고층 건물이 주는 느낌을 가져보려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진마오타워보다 더 높은 건물이 생겼다. 지난 2008년 바로 옆에 101층, 492m짜리 상하이 세계금융센터(上海環球金融中心, Shanghai World Financial Center)가 들어서며 최고층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이 건물은 최상층부의 모양을 빗대서 ‘병따개(Bottle Opener) 빌딩’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당시 상하이에서 제일 높은 이 건물에 있는 파크하얏트호텔에 묵으면서 바로 앞에 있는 진마오타워를 내려다보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런데 상하이 세계금융센터보다 훨씬 더 높은 건물이 2008년 11월에 착공해 2014년에 완공됐다. 이 초고층 빌딩은 상하이타워(上海中心大厦, Shanghai Tower) 혹은 상하이센터 빌딩이라고 불린다. 높이 632m, 128층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부르즈 할리파 빌딩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용이 용트림을 하며 승천하는 듯 하늘을 향해서 꼬이면서 올라가는 특이한 외관이 단연 눈에 띈다. 앞으로 상하이 출장 기회가 생기면 또다시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이 상하이타워에 있는 호텔에 숙박해보려 한다. 상하이에서 제일 높은 건물 세 개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촬영도 해보고 싶다.

글로벌 기업들이 모여드는 쑤저우 공단


▎항저우 서호에 중국풍 유람선과 윈드서핑이 어울려 현대판 서호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에는 중국을 방문하지 못했다. 1년 남짓 전인 재작년 가을, 중국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를 거쳐서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항저주’를 찾았다. 항저주는 항저우(杭州)와 쑤저우(蘇州)를 함께 이르는 말이다. “하늘에는 천당이 있으며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上有天堂 下有蘇杭: 상유천당 하유소항)”는 격언은 항저주의 가치를 드러낸다. 상하이의 관문은 푸둥국제공항이다. 공항에 도착해 긴 게이트를 따라 걷다가 얻은 느낌을 2013년 12월 언론에 기고하기도 했다. “긴 게이트를 따라 푸른색의 삼성, 빨간색 로고의 LG와 분홍색의 하이얼까지 3사의 평면 텔레비전이 되풀이되며 전시되어 있다. 푸둥공항의 3색 비중이 바뀌지 않고 한국 기업의 로고가 찬란하게 지속적으로 빛을 발하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2019년 방문 때 관심을 갖고 다시 공항 게이트를 따라 걸으며 여전히 세 가지 색깔의 평면 TV가 전시돼 있는지 유심히 관찰했다. 6년 만에 찾은 그곳은 어땠을까? 그 자리에는 삼성도 LG도 하이얼도 아닌 또 다른 브랜드의 조그만 평면 TV가 설치되어 있을 뿐이었다.

상하이에서 낮에는 중요한 역사적 건축물을 돌아보고 밤에는 호텔 옥상 바에 올라가서 그 유명한 상하이 야경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튿날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장품 기업 코스맥스의 중국 공장을 방문했다. 코스맥스는 오래전부터 해외 직접투자에 나서 중국 공장을 건립하고 거대한 규모의 중국 내수시장 및 해외시장을 공략해왔다. 참으로 감동 어린 우리 기업의 활약이 아닐 수 없다.

다음 목적지인 항저우로 향했다. 상하이에서 180km쯤 떨어져 있고 인구가 약 900만 명에 달하는 대도시다. 상하이 훙차오역에서 출발해 고속열차로 약 1시간 정도 달리면 항저우역(杭州站)에 도착한다. 항저우는 중국 저장성(浙江省)의 성도이고 관광지로도 명성이 높은 도시다. 중심지에 자리한 호수 ‘서호(西湖)’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서호에서 배를 타고 거닐면 옛 중국풍 건물처럼 생긴 유람선이 지나가고, 윈드서핑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도 볼 수 있다. 현대판 서호의 모습은 ‘서호에 배를 띄우고 시를 읊던’ 옛 모습과는 전혀 다른 중국의 변화를 실감 나게 전해준다. 항저우에서 중요한 일정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알리바바(Alibaba) 캠퍼스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매니저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캠퍼스를 돌아보고 회의실에 올라가 회사 소개와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알리바바 캠퍼스를 거닐 때 들은 안내자의 한마디 말이 머리를 두드렸다. 한 달 정도 뒤에 있을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이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光棍節) 준비를 위해서 거의 모든 임직원이 두세 달 정도 회사에서 숙식을 할 정도로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고 한다. 우리는 주 52시간을 잘 지켜서 일하고 있는데, 중국 대표 기업이 밤을 새가며 일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이었다. 글로벌 경쟁을 위해 근무 시간을 산업별로 유연하게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재미있는 건 알리바바 임원들이 사무실 위치를 정할 때 풍수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이었다.

알리바바 캠퍼스를 나와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모여 있는 쑤저우 공단을 방문하기 위해서 항저우 고속열차 역으로 이동했다. 항저우역의 규모와 열차를 타기 위해서 운집해 있는 수많은 승객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인접 국가인 거대한 중국 대륙이 거미줄 같은 고속열차 망으로 연결 되어 십수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했다. 앞으로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어떤 전략으로 전개해야 할지 깊이, 신속하게 연구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쑤저우로 향하는 열차의 비즈니스 객실에선 음료와 과자를 제공하는데 과자 케이스에 쓰여 있는 문구가 재미있다. 케이스를 열차 창가에 올려놓고 몇 번이나 되풀이해 읽었다. “LIFE IS A JOURNEY, ENJOY THE RIDE. 生活就是一次旅行 祝旅途愉快. 인생은 한 번의 여행, 행복한 여행을 기원합니다.” 마음에 와닿는 문구다.

먹이를 잡을 사냥꾼을 키워라


▎상하이에서 제일 높은 초고층 빌딩. 왼쪽부터 상하이타워, 진마오타워, 상하이 세계금융센터.
30년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상하이에서 쑤저우까지 고속도로가 완공되지 않았었다. 그 후 곧 고속도로가 뚫렸지만 이용하는 자동차가 드물어서 푸둥공항에 내려 자동차 편으로 쑤저우로 출장 다니기가 편했다. 당시는 고속도로 주변에서 빌보드를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자 고속도로 위 자동차들이 밀리기 시작하면서 교통체증이 극심해졌다. 고속도로 주변 빌보드도 광고를 찾아보지 못할 정도로 빽빽하게 줄을 지어 서 있다. 놀라운 사실이다.

세계 펌프 시장에서 최대 기업인 덴마크 그런포스그룹은 중국 쑤저우 공단에 대규모 공장 부지를 매입해 공장을 건설했다. 지난 30년 동안 초기 과정부터 현재 최첨단 장비를 갖춘 대형 공장으로 발전하기까지 모든 내용을 관찰해오면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세계에서 내로라할 만한 제조기업들은 거의 모두 쑤저우 공단에 공장을 세우고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거나, 중국을 생산기지로 삼아 세계로 뻗어나가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필자는 오랜 기간 정부 관계자나 기업가들에게 제조업을 하려면 중국 쑤저우 공단을 방문해보라고 이야기해왔다. 그곳에는 전 세계 최고 기업들이 해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를 통해서 공장을 건립하며 생산 활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쑤저우 공단은 이미 한국의 삼성전자를 포함해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면서 이들의 집중 투자 지역으로 부상했다. 싱가포르와 중국 정부가 조성한 거대한 산업 공단이다. 전 세계 많은 공단을 돌아보았지만 입주 기업의 세계적인 영향력과 규모, 조경, 심지어 다양한 디자인의 가로등까지 가장 크고 아름답게 조성된 공단이 바로 중국 쑤저우 공단이다.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만, 흔히 상상하는 공단의 겉모습과 달리 마치 싱가포르에 온 듯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상하이가 자랑하는 야경. 왼쪽이 푸동(浦東) 신도시, 가운데가 황푸강(黃浦江), 오른쪽이 구도시 푸시(浦西)이다.
쑤저우 공단을 방문해 엄청난 발전상을 보면 항상 한 가지 생각이 든다. 마치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다. 『손자병법』 작전 편의 전략도 생각난다. “지혜로운 장수는 적지에서 군량을 얻기 위해 힘쓴다. 적지에서 얻은 식량 1종은 본국에서 수송한 식량 20종에 해당하며, 사료 1석은 본국에서 수송한 20석에 해당한다(故智將務食于敵, 食敵一鐘, 當吾二十鐘; 芭杆一石, 當吾二十石: 고지장무식어적, 식적일종, 당오이십종, 기간일석, 당오이십석; 『글로벌 시대 손자병법 해설』, 신병호, 2021).” 이를 비유해 해석해보면 중국은 글로벌 기업들이 쑤저우 공단에 거대한 해외직접투자를 하도록 유인하여 중국 자체에서 직접 투자하는 것 대비 수십 배의 경제적 국익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Inward Foreign Direct Investment)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쑤저우 공단의 성공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도 많은 글로벌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해 외환 보유고를 늘리고 선진 기술 도입, 고용 창출, 수출 증대 등 경제적 효과를 확대하길 기대한다.

회사 임직원들과 종종 사냥꾼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동굴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석기시대 사냥꾼이다. 첫 번째 이야기다. 사냥꾼이 돌로 만든 창을 들고 동굴 밖으로 나가 매복했다가 사냥에 성공하여 사슴 한 마리를 잡아 동굴로 돌아온다. 동굴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 사슴을 요리해 즐겁게 나누어 먹는다. 두 번째 이야기다. 사냥꾼이 다시 사냥을 나가서 하루 종일 먹잇감을 쫓아다녔지만 실패하고 빈손으로 동굴로 돌아온다. 이때 동굴에 있는 가족은 모두 쫄쫄 굶는 형편이 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사냥꾼이 또다시 동굴을 떠나서 사냥을 하러 나갔다가 사냥감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사냥꾼이 맹수에게 잡아먹히는 이야기다. 이때 동굴에 있는 가족은 굶어 죽든지, 다른 종족에 의해서 잡아먹히던지, 아니면 다른 종족의 포로나 노예가 된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시나리오는 첫째가 최선의 시나리오(Best Scenario), 둘째가 보통의 경우(Most Likely Scenario), 셋째가 최악의 시나리오(Worst Scenario)이다. 기업 활동을 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해서 판매에 성공하지 못하면 손실이 누적되어 결국은 도산하고 만다. 기업이나 국가를 성공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사냥꾼을 많이 양성해야 된다. 잘 키운 사냥꾼들은 많은 결과를 창출해낼 것이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선 반드시 많은 사냥꾼, 즉 프로 글로벌 비즈니스맨, 프로 공무원, 프로 학자, 프로 학생들을 양성해내야 한다. 사냥꾼을 배출하기는커녕 집 안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가족만 늘어난다면 결국 그 가족이나 종족은 경쟁사회에서 영원히 도태되고 말 것이다.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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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호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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