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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28) 박재완 맥스트 대표 

산업 패러다임 바꾸는 K-메타버스 리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는 단어가 있다. 바로 메타버스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정의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그 속에서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메타버스 관련 기술은 정확히 무엇이며 우리 삶에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까. 10여 년 전부터 메타버스 산업을 준비해온 업계 리더 맥스트(Maxst)의 박재완 대표를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만났다.

▎박재완 대표가 이끄는 맥스트는 오픈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오픈형 플랫폼이란 공급자와 수요자가 정해져 있지 않고 플랫폼 내에서 누구나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형태를 말한다. 박 대표는 미국의 로블록스를 오픈형 플랫폼으로, 카카오와 네이버를 폐쇄형 플랫폼으로 꼽았다.
먼저 맥스트의 창업 배경과 사업 분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맥스트의 AR 네비게이션.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환경을 스캔하면 화살표와 위치, 간판이 AR로 증강된다. / 사진:맥스트 홈페이지
창업 전 직장 생활을 7년 정도 했다. IT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기술 노하우를 쌓았고, 증강현실(AR) 분야를 국산화해보자는 비전으로 창업했다. AR 원천기술 개발에서 시작해 전 산업을 아우르는 글로벌 메타버스 리더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메타버스를 이루는 기술과 플랫폼, 솔루션을 모두 제공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AR 개발 플랫폼 사업과 산업용 AR 솔루션 사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2년 전부터 메타버스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메타버스 산업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 메타버스 산업은 어떤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지, 그 안에서 맥스트는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설명해달라.

메타버스 산업은 콘텐트,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미국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 AR 게임 ‘포켓몬고’ 제작사인 나이언틱, 한국의 위지윅스튜디오 등이 대표적인 콘텐트 제작사다. 우리는 플랫폼 사업자다. 맥스트는 메타버스 앱 개발 도구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또 메타버스 산업의 필수재인 5G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는 통신사들과 스마트 글라스, 디스플레이 등 메타버스 구현에 필요한 디바이스를 만드는 애플,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주요 플레이어로 들 수 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기술 용어들의 정의부터 짚고 가는 게 좋겠다.

우선 AR(증강현실)은 현실 세계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VR(가상현실)은 컴퓨터로 만든 가상 세계에서 사람이 현실과 똑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그리고 AR, VR를 아우르는 혼합현실(MR) 기술을 망라하는 실감형 기술 및 서비스를 XR(확장현실)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현실 같은 가상 공간을 만들고 AR 기술로 각종 서비스를 연결한 XR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유일한 기술력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왼쪽)과 박재완 맥스트 대표가 지난 9월 14일 강남구 도곡동 맥스트 사무실에서 만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맥스트는 AR 기술 개발과 관련해 민간 과제 50여 건, 정부 과제 20여 건의 수행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20여 개에 달하는 특허 기술을 갖고 있다.
AR 개발 플랫폼 사업과 산업용 AR 솔루션 사업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확장해나간다는 전략인 것 같다. AR 개발 플랫폼 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AR 개발 플랫폼 사업은 사용자가 AR 콘텐트를 제작할 수 있는 도구와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 전 세계에서 8개 업체만 이 기술력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맥스트가 유일하다.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1만2000여 개 개발사가 우리 플랫폼을 활용해 7000여 개에 달하는 앱을 제작했고,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교육, 헬스케어, 소셜, 여행 등 다양하다.

2016년 맥스트가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에 AR 매뉴얼 솔루션을 공급한 것을 인상 깊게 봤다. 산업용 AR 솔루션의 경우 어떤 수요가 있나.

산업용 AR 솔루션은 스마트공장 및 헬스케어 산업과 연계한 비즈니스다. 기업들의 제조 설비가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책자로 된 매뉴얼 대신 AR 매뉴얼로 현장에서 작업 절차를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점검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했다. 이 같은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맥스트가 국내 최초로 산업용 AR 솔루션을 만들었고, 지금은 많은 기업이 앱 하나로 현장에서 AR 매뉴얼을 활용해 바로 작업을 완료하거나 원거리 비대면으로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 외에도 삼성전자 공장관리 태블릿PC에 맥스트의 AR 솔루션이 적용됐고, SK텔레콤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외 50여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다. 산업용 AR 솔루션은 중소기업벤처부의 2023년 스마트 공장 3만 개 보급 확산 계획에 따라 더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메타버스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가야 할지 앞으로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메타버스 산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 거라고 보는가.

기술연구단체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AR, VR, 거울세계(Mirror World), 일상을 기록하는 라이프 로깅(Lifelogging) 등 4가지로 구현된다. 메타버스 세계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동시에 일어나는 확장현실을 기반으로 현실과 흡사한 거울세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의 모든 행위가 라이프 로깅으로 기록된다. 진정한 메타버스는 이 라이프 로깅을 관리할 수 있는 시대를 말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라이프 로깅의 초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메타버스 기술이 발전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피부로 느낄 변화는 무엇일까.

우선 비대면 업무, 오프라인 공간들이 메타버스와 만나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은행, 보험설계사 등 비대면을 선호하는 업종들이 메타버스 공간에 지점을 만들어 대응하게 될 것이다. 백화점, 미술관, 박물관, 영화관, 공연장, 놀이공원 등 여러 지역기반의 오프라인 공간들도 메타버스 환경에 동일한 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백화점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VR로 옷을 입어보면서 쇼핑하거나 실제 현실과 동일한 가상현실에서 비대면 근무, 강의, 콘서트, 종교활동 등이 활발해지면서 가상 공간에서도 임대 수익이 발생하는 비즈니스가 등장할 것이다.

맥스트가 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전체를 메타버스 환경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맥스트는 앞으로 3년간 전세계 150 곳의 주요 거점을 메타버스 환경으로 만들 예정이다. 올해 코엑스 실내외 50만㎡일대를 메타버스 환경으로 만들었고, 내년에는 인사동, 익선동, 북촌 한옥마을 등 여러 지역으로 확대된다.

전국 핫스폿에 메타버스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인가.

그렇다. 현재 코엑스 인근 지역에 3D XR 공간 지도를 구축하고 있다. 360도 카메라를 메고 걸어다니면서 촬영한 이미지로 3D 지도를 만드는 방식이다. 메타버스의 핵심인 VPS(Visual Positioning Service) 기술로 우리가 주요 거점 지도를 만들면,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때마다 지도가 업데이트된다. 이렇게 3D 공간상에서 모바일 기기의 위치와 방향을 오차 없이 계산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조만간 GPS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향후 출시될 맥스트 메타버스 플랫폼의 특징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가장 큰 특징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현실 기반의 오픈형 플랫폼이라고 하겠다. 현시점에서는 미국의 로블록스가 대표적인 오픈형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들이 로블록스에서 직접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에서 메타버스 시대로 넘어가면서 공급자와 수요자 간 경계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네이버의 ‘제페토’는 공급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용자들은 소비만 하는 폐쇄형 플랫폼이다. 우리는 공급자와 사용자가 정해져 있는 폐쇄형 플랫폼이 아닌, 누구나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만들고 그 안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확장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 70억원


▎맥스트의 공간기반 AR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백화점 할인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맥스트 홈페이지
지난달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2배를 넘겨 화제였다. 그만큼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방증인데.

기술 중심으로 한 우물만 파온 것이 인정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난 10여 년간 AR 기술을 국산화하고 계속 발전시키면서 해외 기업들과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 됐다는 자신감이 있다. 기술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름과 동시에 시장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앞으로 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상장을 통해 앞으로 맥스트가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지.

다양한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상품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 집중할 것이다. 지난해 매출액이 19억8000만원이었는데 올해는 7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경영학과 출신인데 이 분야에 뚝심을 갖고 몰입해오신 게 대단하다.

스티브 잡스도 아이폰을 직접 만든 건 아니지 않나.(웃음) 리더로서 팀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무엇을 선택해 집중할 것인지 판단하는 게 내 역할이다. 회사 규모가 작아서 가진 리소스로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매출의 9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구성원 76명 가운데 개발 인력만 57명이다. 연구소도 8년째 별도로 운영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기술적 진입장벽을 만들고 시장을 리드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메타버스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디바이스다. 얼마 전 페이스북이 세계 최초로 AR 글라스를 출시했다. 상용화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내년과 내후년에 많은 기업이 관련 디바이스를 출시하면서 상용화의 길이 열릴 것이다. 얼마 전 샤오미도 제품 라인업을 공개했고, 애플과 삼성도 각각 내년과 내후년에 AR 글라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도 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AR 디바이스 솔루션을 개발하고 업데이트해왔다. 유리가 디스플레이로 대체되고 5G 통신 기술과 XR 칩이 탑재된 AR 글라스가 내년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하면 10년 내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거라 본다.

10년 뒤엔 메타버스가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이 침투해 있을까.

시공간의 제약이 줄어들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우리가 날짜와 시간을 정해 모이자는 약속을 하면, 각자 AR 글라스를 착용하고 메타버스 공간에 모여 마치 대면한 것 같은 회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현실 세계를 똑같이 구현한 메타버스 공간에서 쇼핑, 내비게이션, 게임, 여행, 광고, 교육, 의료,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다양한 활동이 일상화될 것이다.

※ 박재완 대표 이력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미래창조과학부 창조혁신대상 장관상(2015)
산업통상자원부 AR VR부문 장관상(2020)
국무총리 표창 벤처창업진흥부문(2020)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2020)

-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정준희 기자

202110호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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