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불편 해결에 올인하다“최근 커머스 장벽이 낮아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엄청 넓어졌어요.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와 프로모션, 자극적인 마케팅으로 점철된 시장에서 정말 좋은 제품을 발견하기란 오히려 더 어려워졌죠. 이런 상황에서 비슷비슷한 대안을 파는 커머스 업체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어떤 제품보다 우수해 선택의 기준이 되는 솔루션이 되자고 마음먹었죠. 그게 바로 앳홈의 존재 이유입니다.”출시한 상품의 면면부터 자신만의 경영 비전에 이르기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이야기들이 쏟아지지만, 양 대표는 올해 막 30대를 맞은 청년 창업가다. 스스로의 말처럼 ‘아무것도 손에 쥔 것 없던’ 청년이 2017년 이후 5년 동안 써내려온 창업 스토리가 자못 궁금해진다.“지금은 사람들이 잘 믿지 않지만 군대 가기 전까지 기초생활수급자였을 정도로 집안 형편이 어려웠어요. 남들처럼 취업해 돈 모으고 하다간 다 죽겠다 싶었죠. 사업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2017년 군대 전역 후, 무자본으로 집에서 1인 창업에 나섰고 이듬해에 앳홈이라는 법인을 세웠어요.”체대 출신인 양 대표는 “원래 퍼스널트레이너를 꿈꿨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 바닥마저 난다 긴다 하는 경쟁자들이 이미 줄지어 서 있었고, 헬스 트레이너라는 직업만으로는 어려운 집안 형편을 빠르게 일으키기도 쉽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돈 때문에 고통받는 모습을 보는 것이 늘 가슴 아팠던 양 대표는 ‘뭐가 됐든 사업을 하자’고 마음먹었다.“포털에 카페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아프니까사장이다’라는 네이버 자영업 카페 회원 수가 현재 120만 명인데, 그걸 제가 만들었다고 하면 다들 놀라요. 사람이 모이면 경제적 가치도 커진다, 자본 없이도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카페 개설과 운영에 1년 넘게 열정을 쏟았다. 하지만 실제 손에 들어오는 수입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사업에 대한 절실함이 더 커진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당장 뭐라도 팔아야 한다’는 조급함에 인터넷카페를 헤매던 중 ‘판매자를 찾는다’는 글을 보게 됐는데, 포항의 30년 문어숙회 장인이 올린 글이었다. 사업자등록증도 없었지만 그 길로 포항까지 찾아가 판매권한을 얻었다.“2017년 무렵이었는데, 당시 포털에서도 커머스 투자에 집중할 때였어요. 마케팅, 고객응대(CS), 디자인까지 집에서 혼자 다 했는데 신기하게도 판매가 되더군요. 하지만 저도 문어숙회 장인도 초보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톡톡히 거쳐야 했습니다.”야심 차게 출발한 문어숙회 판매는 결국 얼마 안 가 접어야 했다. 양 대표는 이후로도 6개월간 이 제품 저 제품 판매에 나서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먹히는 게 어떤 제품인지, 온라인 커머스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직접 경험하며 배운 시간이기도 했다. 작은 실패의 경험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시장을 보는 눈을 키워준 셈이다. 반전은 이듬해 찾아왔다.
무자본 창업에서 연 매출 500억원까지2018년 뷰티업계 최고의 히트 상품은 LED 마스크였다. TV 광고를 보던 양 대표는 ‘저거다!’라는 직감에 무릎을 쳤다. 대기업까지 뛰어든 만큼 관련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즉각 국내 LED 마스크 제조사에 한 곳도 빠지지 않고 전화를 돌렸고, 딱 한 곳에서 회신을 받았다.“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어요. 자동차부품사가 신사업차 만든 제품이었는데, LED칩의 종류부터 효능까지 대기업 제품과 똑같았어요. 하지만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 사업을 접기 직전이었죠.”‘100만 명이 넘는 네이버카페 운영자다, 온라인 판매 노하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설사 실패한다 해도 아무런 리스크가 없다’ 등등 밤을 새가며 제안서를 만들었다. 그렇게 20대 중반의 빈털터리 청년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물건의 판권을 따오는 데 성공했다. 사입할 돈도 없었지만, 운 좋게도 판매 후 제품 값을 정산하겠다는 약정도 얻어냈다. 그야말로 무자본 창업이었다.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기업과 똑같은 제품을 브랜드와 디자인만 달리해 20만원에 팔았다. 타사에선 번외로 사야 했던 관리도구들도 사은품으로 끼워 넣었다. 하루에 10~20개씩 팔리던 제품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하루 만에 100개 넘게 팔려나갔다. 택배 포장, 마케팅, CS 전화 응대를 모두 혼자 해냈다. 시간이 없어 시리얼로 끼니를 때우고 먹은 그릇을 치울 시간도 없을 정도로 대박을 쳤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자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됐다. 사무실을 구하고 같이 일할 직원들을 1~2명씩 뽑기 시작했다. 2018년 4월 들어 앳홈이라는 이름으로 법인 전환에 나섰다. 가족의 끼니를 고민해야 했던 가난한 청년이 한 달 순수익 1억원이 넘는 청년 사업가로 변신했다.그토록 바라던 대박 아이템을 내는 데 성공했지만 진짜 고민이 시작된 것도 그 즈음부터다. 총판 개념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20대 젊은이에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조금 잘 팔린다 싶으면 판매권을 회수해가기 일쑤였고, 그 과정에서 ‘나이가 어리다’며 무시당하는 일도 잦았다. 자기 브랜드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절감했다.“우리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토퍼 매트리스 브랜드인 자몬스가 시작이었어요. 유명 브랜드 못지않은 제조 역량을 가진 곳을 찾아냈고, 저렴한 가격에 속 커버까지 무료로 나눠줬죠. 2018년 한 해에만 LED 마스크와 자몬스로 매출 60억원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