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피던 봄날 전주술박물관에서 술기행을 떠났다. 1박2일 일정, 전라도 낙안읍성 초가에서 하루를 묵으면서 낙안 사삼주를 맛보고, 해남 보해농원에서 매화꽃을 구경하며 해남 진양주를 맛보는 일정이었다. 그동안 여행사로부터 술기행 제안을 몇 차례 받았지만, 본격적인 단체 술기행의 안내자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울·천안·고성(경남)에서 참석한 사람들까지 모두 33명이 전세버스를 타고 길을 떠났다.
낙안읍성을 둘러보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사삼주를 한잔 마시면서 술 얘기를 꺼내려 했는데, 참석자 중 한 분이 “술은 밥 먹기 전에 마셔야 제맛을 알 수 있으니, 술부터 먼저 풀어 놓으라”고 목청을 높였다. 맞는 말이다. 배부르면 어찌 술맛을 알겠는가. 입이 가벼워야 맛을 가늠할 수 있는 일이다. 술을 먼저 풀 수밖에 없었다. 식사하고 나서 전통주 얘기를 했다. 너무 진지하게 진행되는 통에 술을 빙자한 맛여행이 아니라 전통주 세미나 같은 자리가 되고 말았다. 술의 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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