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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탐구 - “소총수보다 더 힘든 연예 사역의 연속” 

歷代 국방홍보원장 4인이 말하는 ‘연예병사’ 16년사 

16년 만에 제도 자체가 폐지된 ‘연예병사’ 보직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연예병사들은 그들이 가진 스타성으로 인해 군 입대 후에도 늘 화제의 대상이 됐다. 사라진 연예병사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은 비판과 동정, 폐지와 부활 찬반론이 교차한다.

▎가수 세븐과 상추. 두 사람은 지난 5월 강원도 춘천에서 ‘위문열차’ 공연 후 안마시술소를 출입해 연예병사제도 폐지의 발단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수 세븐(본명 최동욱)과 상추(본명 이상철)는 올해 가장 무더운 여름을 보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연예병사였던 두 사람은 7월말에서 8월초에 걸쳐 10일 동안의 군 영창 생활을 해야 했다. 그리고 둘 다 이른바 ‘연예병사’에서 ‘말단 소총수’가 되어 최전방부대에서 근무 중이다. 한 달도 채 안된 기간에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두 사람의 징계 사유는 성실근무 위반 및 근무지 이탈 등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난 5월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위문 열차’ 공연 후 지정 숙소를 이탈해 안마시술소를 출입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들은 지난 6월 방영된 SBS TV프로그램 <현장 21>을 통해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의 주인공처럼 등장해 국민의 따가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안마시술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반적 인식이 퇴폐 업소라는 점을 떠올리면 ‘공인 대우’를 받고 있는 연예인으로서는 쉽게 용납받기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그들은 현역 군인 신분으로서 ‘중죄’에 해당하는 근무지 이탈이 추가됐다. 군에서 어떤 처분을 받아도 변명하기 곤란한 처신이었다.

이들 두 사람이 최근 또다시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이 8월 9일 정훈병에서 보병으로 병과가 바뀌어 야전 부대로 재배치됐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세븐은 경기도 포천의 8사단으로, 상추는 강원도 화천의 15사단으로 각각 재배치됐다.

전방 소총수로 재배치된 연예병사들

국방부는 이 두 사람을 마지막으로 그 사이 전역자를 제외한 연예병사 12명의 부대 재배치가 끝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배우 김무열(12사단)·가수 박정수(12사단)·가수 이혁기(21사단)·개그맨 김민수(27사단)·뮤지컬 배우 김호영(2사단)·가수 이석훈(7사단)·배우 류상욱(6사단)·가수 이지훈(5사단)·배우 최재환(수기사)·가수 이준혁(3사단) 등이다.

국방부는 7월 18일 연예병사 제도를 전격 폐지했다. 연예병사의 공식 명칭은 ‘홍보지원대원’이다. 국방부는 이날 진행된 브리핑을 통해 “국방부 홍보지원대원에 대한 감사 결과, 후속 조치로 ‘홍보지원대원’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홍보지원대원 제도는 군 홍보와 장병 사기를 위한 것이었는데 연이어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군 이미지가 오히려 실추됐다”면서 “성실하게 복무 중인 다른 병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킨 것이 원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국방부가 연예병사 제도 폐지를 결정한 발단이 된 사건은 앞서 말한 SBS TV프로그램 <현장 21>이었다. 그 내용은 이 방송을 본 국민들에게 충격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연예병사들은 이날 공연이 끝난 후 숙소로 지정된 모텔로 돌아간 뒤 밤 10시쯤 스태프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메뉴는 닭갈비였고, 소주와 맥주 등을 곁들인 평범한(?) 식사 자리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된 장면은 대략 3~4가지로 요약된다. 군인 신분으로 자유로운 휴대전화 통화 장면이 그중 하나다. 사복 차림으로 숙소를 나온 연예병사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누군가와 분주히 통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연예병사 두 명이 밤 11시30분쯤 외출을 감행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새벽 2시쯤 다시 숙소로 복귀하는 장면도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앞서 술에 취한 기색이 역력한 병사가 술집에서 혼자 뒤늦게 나오는 장면도 방송에 포착됐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연예병사들의 안마시술소 출입이었다. 앞서 언급한 가수 세븐과 상추가 그들이다. 새벽 2시반쯤 숙소를 나온 두 사람은 근처 안마시술소를 들렀다가 10여 분 뒤 되돌아 나왔다. 그들은 다시 택시를 타고 춘천 시내의 또 다른 안마시술소에서 30여 분 머물고 나오다 취재진과 맞닥뜨렸다. 그리고 이어진 장면에서 한 연예병사와 취재진 사이에 충돌까지 빚어졌다.

연예병사들의 이 같은 군기 일탈행위는 홍보지원대 특별관리 지침을 위반한 것이었다. 이 지침에 따르면 “군 주관 행사지원시 가능한 한 부대 내 지원시설 또는 복지시설 숙박”, “일과시간 준수:일일 업무 종료 후 22:00 이전 복귀 원칙―단, 정기 프로그램으로 인해 복귀 제한시 복귀 대책/시간, 인솔간부 임명 조치”, “간부 인솔하 업무수행/병사 개인 출타 금지”, “업무 시작, 종료 후 복귀시까지 해당 간부에 의한 통제”, “서울지역에서 출타 후 외박 금지·당일 복귀” 등의 조항이 있었다. 이 지침의 기타 항목에는 “출타 및 행사 간 군인 기본자세(복장, 두발, 제식 군기) 확립 교육”, “외부 인원 사적인 접촉 통제” 내용도 들어있다.

가수 비 때문에 만든 특별관리 지침도 ‘헌신짝’

사실 이런 지침들은 같은 연예병사 출신인 가수 비(본명 정지훈)에 대한 복무 중 특혜논란이 올해 1월 초 일어난 뒤 국방부가 말 그대로 ‘특별히 마련한 것’이었다. 당시 국방부가 밝힌바에 따르면 2011년 10월 입대한 가수 비는 2012년 1월부터 10월까지 공식 외박과 휴가를 합쳐 모두 28일 동안 부대 밖에서 밤을 보냈다.

그 기간에 외출 회수도 30회를 넘어 특혜 논란의 빌미가 됐다. 이 같은 논란은 가수 비와 여배우 김모씨의 열애설이 나오면서 덩달아 증폭됐다. 일반 병사들은 복무 기간 중 신병 위로휴가(4박5일) 1회, 정기 휴가(9박10일 1회, 8박9일 2회) 3회 등 총 33일로 규정돼 있다. 외출도 한 달에 1회, 외박은 분기당 1회에 불과하다.

이와 비교하면 당시 비에 대한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국방부로서도 별로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국방부 근무지원단에서 당시 서둘러 연예병사 특별관리 지침을 만든 배경이다. 국방부는 지침을 만든 목적으로 “국방부 홍보지원대 장병의 원활한 업무수행 여건 보장을 위한 통제관리 등 제반 사항을 정립하기 위함”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랬음에도 연예병사들이 이 지침을 또 헌신짝처럼 어긴 셈이 됐다. 다시 연예병사들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민들의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제도개선 여론이 비등했다. 국방부로서는 어떤 선택을 통해서든 ‘비상 탈출을 모색해야 할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 그 선택이 ‘연예병사 제도 폐지’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적지 않다.

전직 국방홍보원장 4명은 하나같이 “국방부가 연예병사들에 대한 관리 잘못을 제도 자체의 잘못으로 오판했다”고 입을 모았다. ‘군 특유의 전형적인 미봉책’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뿔을 고치려다 소를 잡은(교각살우, 矯角殺牛) 격’ 또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셈’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먼저 홍보지원대 특별관리 지침을 어긴 연예병사는 징계하고, 관리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순리였다”는 것이다.

전 국방홍보원장 A씨는 ‘이중적인 연예병사 관리’의 맹점을 지적한다. “연예병사들의 자대는 국방부 근무지원단 홍보지원대이고, 그 부대에 지휘권이 있다. 국방홍보원은 엄밀히 말하자면 연예병사를 활용할 뿐이고, 일과시간 중 관리를 위임받은 정도다. 그것도 국방홍보원 방송 관련 부·차장 등 실무간부들이 권한을 대행하는 실정이다.”

전 국방홍보원장 B씨는 “경직된 조직 분위기에 익숙한 군과 공무원들이 시대 변화에 민감하고 자유분방한 연예병사들을 관리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고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다. “효율적인 연예병사 관리를 위해 외부의 전문 공연기획사 등에 의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구나 연예병사들은 입대 전에 개개인의 특성을 잘 아는 소속 매니지먼트들이 있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들 회사에 관리를 맡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는데 국방부가 폐지 결정 이전에 이런 고민을 했다는 흔적이 없어 많이 아쉬웠다.”

전직 국방홍보원장 C씨는 “연예병사 제도의 도입 취지는 살아 있고, 또 그들의 필요성도 여전하다”고 강조한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미디어 발달에 연예계 스타들이 양산되고 있다. 그들의 특기를 군에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 연예병사 제도 도입의 취지와 목적이다. 매주 1번꼴로 열리는 ‘위문열차’ 공연은 군 복무의 일환으로 무료 출연하는 연예병사들이 크게 기여했다”고 말한다.

국방홍보원에서 그동안 연예병사를 주로 활용했던 분야는 국방TV와 국방FM 같은 방송 출연, ‘위문열차’와 같은 공연 출연 등이었다. 때로는 군 홍보나 장병들의 사기 진작, 민·군유대에 도움이 되는 드라마·영화· 뮤지컬에도 연예병사들을 출연시킨다. 이런 분야에서 연예병사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전직 국방홍보원장들은 설명한다. 이 때문에 연예병사제도가 시작됐고, 벌써 16년이나 지났다. 그동안 연예병사를 거쳐간 수가 100명을 훌쩍 넘는다.

사실 연예병사 제도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전쟁 시기의 ‘문선대(문화선전대)’까지 연결되고, 그 역사를 60년 넘게 보는 전문가도 있다. 전 국방홍보원장 D씨는 “월남전 기간에 숱한 군 위문공연을 펼쳤던 남진·나훈아 같은 인물을 연예병사 원조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명칭만 달랐지 그들이 했던 역할은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 뿌리가 깊고, “그들의 적성과 특기를 살려 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D씨는 말했다.


▎7월 10일 전역한 가수 비가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비는 군 복무 중 국방부가 ‘홍보지원대 특별관리 지침’을 만들게 한 특혜 논란의 장본인으로 꼽혔다.



군 방송 프로그램, 공연에 절대적 기여

그런데 국방부에서 ‘홍보병사 운영실태 감사’ 기간 중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6월 26일 시작된 국방부의 이번 특별감사 결과는 원래 7월 4일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7월 18일로 그 발표가 미뤄진 사이에 연예병사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가수 비는 7월 10일 전역했다. 또 오철식 당시 국방홍보원장은 감사 결과 발표 하루 전인 7월 17일 퇴임했다. 2009년 5월 취임한 그는 해군 정훈공보실장과 대변인 출신으로 재임 중에 가수 비를 연예병사로 선발하고 관리한 장본인이지만 책임을 물을 기회를 잃어버렸다.

연예병사들의 선발은 분기별 1번 꼴로 전군(全軍) 대상의 공모를 통해 이뤄진다. 국방홍보원의 TV·라디오 방송과 <국방일보> 등을 통해 모집공고를 낸다. 대개 복무 중인 연예인 출신 병사들이 소속 부대장의 승인을 얻어 지원하는 형식이다. 이때 지원병들은 경력 및 출연 확인서·추천서 등 자신이 연예병사로서 적격자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한다. 이후 서류심사, 실기 테스트, 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엄선한다’는 것이 이번 취재에 응한 국방홍보원장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그런데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국방부로부터 제출 받은 ‘홍보병사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검토한 후 7월 하순 “가수 비를 포함한 10여 명의 홍보지원대원이 필수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고, 홍보원은 사실상 이를 확인하고도 이들을 연예병사로 선발했다”고 선발 단계부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김 의원은 “연예병사와 직원들의 징계가 아닌 근본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국방홍보원장과 국방부 관리책임부서 등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그 때문이다.

D씨는 “대체로 서류심사 과정이 실기 테스트보다 엄격하고 까다로운 편이다. 사실 실기 테스트는 사회에서 대부분 연예인 활동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형식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데 필수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연예병사를 선발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일 앞서 말한 김광진 의원의 지적이 옳다면 민간인 출신에서 군 출신이 다시 국방홍보원장을 맡게 되면서 발생한 문제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국방홍보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부터 개방형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됐고, 이전 국군홍보관리소 명칭도 이때 변경됐다. 공모를 통해 민간인을 국방홍보원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 이후 노무현 정부 때까지 실제로 기자 출신 4명이 잇달아 국방홍보원장을 맡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두 명의 국방홍보원장은 공교롭게도 군 출신이었다. 그 이전 국군홍보관리소 시절에는 1~5대까지 모두 군 또는 국방부 관리 출신이었다.

이에 대해 B씨는 이런 지적을 한다. “개방형 책임운영기관으로 바꾼 근본 취지는 국방홍보원의 기관 특성상 군 출신이 독점하는 식의 순환보직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민간인 출신 전문가도 군 출신과 같은 조건에서 공모를 통해 임용되면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민간인 출신 원장 임용에 대해 군 출신 특히 정훈병과 지휘관 출신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겼다는 피해의식으로 반발하는 분위기가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이명박 정부 들어 국방홍보원장 임용 방식이 여전히 공개모집 형식이지만 다시 국군홍보관리소 시절로 되돌아간 인상을 지울 수 없다. B씨는 이번 연예사병 제도 폐지의 배경을 이렇게 진단한다.

“군 출신이 원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군 출신이 임용되면 국방홍보원을 독립된 기관이 아니라 상명하복(上命下服) 정신이 철저하게 관철되는 여러 국방부 예하 부대 중 하나로 성격이 변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예사병 제도와 관련 문제 발생과 처리 과정에서도 군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군 특성 드러낸 연예병사 제도 폐지 결정”

앞서 김광진 의원은 또 “전임 홍보원장(오철식)은 지난해 2월 비를 면접한 5급 사무관에게 ‘월드스타 정지훈의 면접을 감히 5급 사무관이 볼 수 있느냐’고 말해 홍보원 관계자들과 갈등을 일으켰다”고 말하면서 가수 비에 대한 ‘특별대우’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실 가수 비 정도의 유명 스타라면 “어느 원장이라도 욕심을 낼 만하다”는 데에 이번에 만난 전임 원장들은 대체로 동의했다.

A씨는 이와 관련 “유명 연예인 출신일수록 연예병사들이 출연하는 공연이나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장 재임 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연예병사들이 국방홍보원으로 파견 근무를 나오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그런데 국방홍보원 안에 연예병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부족한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것이 더욱 유명 스타들에 매달리는 이유기도 하다. 그래서 연예병사 공모 시기에 특정한 유명 연예인들이 입대할 것이란 정보가 있으면 전체 정원 중에서 자리가 비어도 채우지 않고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정원이 정해져 있어 유명 스타라고 해서 모두 연예병사로 선발할 수 도 없다”고 설명했다.

C씨도 특정 인물의 연예병사 영입에 욕심 낸 적이 있었다. ‘잘나가는 가수’ 중에 최전방 부대에 근무하는 J씨였다. 그래서 C씨는 직접 해당부대를 방문해 부대장을 통해 J씨에게 연예병사 스카우트를 제의했다. 하지만 C씨의 기대와는 달리 J씨는 뜻밖의 거절 의사를 밝혔다. “연예병사가 되면 힘들다고 들었다. 배치된 야전부대에서 그대로 군 복무를 마치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C씨는 Q씨가 연예병사를 거절한 이유가 “일리 있는 얘기”라고 동의했다.

“연예병사들의 스케줄은 정말 살인적이다. 내가 원장 재임 때 연예병사들이 아침에 출근을 하면 조그만 옥상 가건물이 대기소이자 연습실이었다. 그런 열악한 조건에서도 연예병사들은 중간 방송 출연 시간 외에는 하루 종일 연습을 하거나 공연 준비로 분주했다. 국방TV, 국방FM 등 방송 출연은 기본이다.

1주일에 한 번 있는 ‘위문열차’ 공연 외에도 각급 부대창설 기념공연에도 수시로 참가해야 한다. 밖에서 생각하는 만큼 결코 녹록한 군대생활이 전혀 아니라는 얘기다. 나도 원장 시절 연예병사들 입에서 전방 소총수로 갔으면 더 편하고 재미 있게 군대 생활을 했을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전직 국방홍보원장들의 증언을 모아보면 이번에 문제가 된 ‘위문열차’ 같은 일선부대 공연을 가면 “근무 여건은 더 열악해진다”고 한다. “병영의 일과 시간이 만일 6시에 끝나면 공연은 30분~1시간 후에 시작된다. 연예병사들은 최소한 공연 2시간 전에 공연 부대에 도착하도록 일정을 짠다. 일부러 자주 찾으려 노력하는 격오지 부대의 경우 아침부터 서둘러야 시간을 맞출 수 있다. 미리 도착한 무대 준비팀의 세팅이 끝나면 공연 시작 때까지 출연진들은 리허설을 한다. 그리고 본 공연까지 마치고 나면 연예병사들은 대부분 녹초가 된다.”


▎1 연예병사 출신인 배우 김재원이 2011년 3월 ‘국방홍보원 홍보대사’로 위촉된 뒤 당시 군 복무 중이던 연예병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 배우 박광현이 2006년 연예병사 복무 시절에 당시 국군방송의 공개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연예병사 거절하는 연예인도 많아

D씨는 이번에 문제가 된 연예병사들의 회식 상황을 이렇게 짐작했다. “위문열차 공연의 경우 끝날 때까지 식사 시간도 없어 연예병사들은 제때 저녁을 못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에 연예병사 제도 폐지의 직접 발단이 된 위문열차 공연 후 회식도 내 경험에 비춰보면 통상적으로 늦은 저녁을 먹는 자리였을 가능성이 높다. 나도 원장 재임 시절 위문열차 공연에 동행을 자주하는 편이었는데 가능한 한 고생하는 연예병사들을 위로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다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술을 곁들이지 않았을 뿐이다.”

이번 춘천 위문열차 공연이 끝난 후 숙소를 모텔로 정한 것을 두고도 ‘사시(斜視)’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앞에서 살펴본 ‘홍보지원대 특별관리 지침’ 중 “군 주관 행사 지원시 가능한 한 부대 내 지원시설 또는 복지시설 숙박”이란 규정이 있다. 그런데 ‘가능한 한’이란 전제가 붙어 있는 것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전직 국방홍보원장들의 이구동성이다.

“특별관리 지침을 준수한다면 행사 후 자대가 있는 국방부 근무지원단 홍보지원대로 복귀해 숙박하는 것이 원안일 것이다. 그런데 위문열차 공연지는 지방이 많은 데다 밤늦은 시간에 끝난다. 군 부대는 대체로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야간 이동에 사고 위험도 있다.

그래서 연예병사들의 다음 날 일정까지 감안해 편의상 현지에서 숙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현지에 연예병사들이 숙박할 만한 군 시설이 있으면 다행인데 외딴 지역을 말하는 ‘격오지’에 있는 부대에는 아예 없는 곳도 흔하다. 춘천이 그런 곳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상황에 따른 여러 여건을 감안해 모텔 등을 숙박지로 정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연예인들이 연예병사를 모두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직 국방홍보원장들은 입을 맞춘 듯 같은 말을 했다. “일반 국민들이 일반 병사들은 ‘많은 고생’을 하는데 연예병사들은 ‘놀고 먹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다. 연예인들은 연예병사 선배들을 통해 ‘고생담’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일부는 연예병사를 일부러 피해가기도 한다.” 오래전에 군 복무를 마친 인기 배우 Q씨가 그런 대표적 인물이다. 그가 입대하기 전에 국방홍보원에서 영입 방침을 세웠지만 같은 이유로 전방부대를 자원해 결국 무위에 그쳤었다.

실정이 그런데도 국방홍보원장들이 유명 스타 출신에 집착하다 보면 “무리수를 둘 수도 있다”고 A씨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원장이 연예병사의 선발이나 관리 과정에서 무슨 이유로든 특혜 등을 대가로 결탁하는 순간 발목이 잡혀 휘둘리게 된다”면서 자신의 경험담 한 가지를 털어놓았다. A씨가 관리하던 연예병사 중에 남성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 K씨가 있었다.

A씨는 국방홍보원 주최의 ‘전우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사인회에 출연할 것을 지시했다. 전우마라톤대회는 벌써 10년째가 됐을 만큼 연륜이 쌓였고, 옛 전우들을 군 주최 행사에 참가시킴으로써 ‘민·관 유대를 돈독히 하는 의미 있는 행사’라는 생각에서였다. “당시 연예병사 중 그만큼 유명세를 갖춘 연예병사가 없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그런데 K씨가 “몸이 아프다” 이유를 들어 이를 거절했다. 이 경우 만일 A씨가 K씨에게 외출·외박과 같은 ‘당근’을 조건으로 제시하면 일반 국민들에겐 특혜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A씨는 “단호하게 대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너는 앞으로 국방홍보원에 올 필요가 없다. 국방부 홍보지원대에도 홍보원에서는 활용할 여지가 없다고 얘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말을 듣고 K씨의 태도가 바뀌어 “그 이후 어떤 행사에서도 열성적으로 복무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전직 국방홍보원장들은 대부분이 연예병사 제도 폐지로 인한 새로운 부작용을 우려했다. 연예병사 제도 폐지로 당장 비상이 걸린 곳은 국방홍보원이다. 국방TV와 국방FM을 비롯한 방송, 위문열차 같은 공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로 국방홍보원은 이석훈이 진행했던 <충성! My Friend 이석훈입니다>, 정준일이 진행했던 <그대의 Friends FM>, 상추가 공동진행했던 <질주본능> 등의 프로그램 진행자를 다른 연예인이나 국방홍보원 PD·앵커 등으로 긴급 교체한 상황이다. 국방TV의 프로그램 <뮤직타운> <신병영통신―동고동락> 진행자 상추, 김민수도 다른 방송인으로 바뀌었다.

제도 폐지로 새로운 부작용 우려 시각도

군 장병들에게 큰 위안과 즐거움의 대상인 <위문열차> 공연도 축소 등의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SBS의 <현장 21>의 관련 프로그램 방영 후 <위문열차>는 근 한 달 동안 공연이 중단됐다. 7월 25일 공군의 ○○전투비행단을 시작으로 재개했지만, 1주당 1회꼴에서 당분간은 월 2회 정도로 축소된 상태다. 이 공연의 그 이전 진행자인 상추와 이특은 다른 방송인의 단독 진행으로 변경됐다. 위문 열차 공연의 더 큰 문제는 진행자 교체보다는 연예병사들이 주류를 이뤘던 출연진이 갑자기 한꺼번에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방 소총수로 재배치된 연예사병 출신들을 다시 출연시키기 위해 편법 동원 등 엉뚱한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D씨도 같은 입장이다. “연예병사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나 공연은 대부분 인기가 높은 편이다. 고품질, 밀착성 높은 프로그램이나 공연에 대한 장병들의 요구와 필요성은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데 국방홍보원의 예산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동안 국방홍보원이 저예산으로 이런 프로그램과 공연을 유지한 것은 사실상 연예병사들의 무료 출연에 기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 예산편성 때 획기적인 증액이 되기 전에는 이들 프로그램과 공연의 졸속 제작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C씨는 “연예병사들을 전방 소총수로 재배치했는데 과연 적재적소 인적자원 활용인지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은 인적자원의 주특기를 최대한 잘 살려 군의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연예병사들의 주특기는 바로 연예활동이다.

국방부는 제도 폐지 이전에 이런 방향에서 개선책을 모색했어야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C씨는 “전방 부대에서 새로 부여받은 주특기에 잘 적응하면 다행한 일이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해 사고라도 나면 그때는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궁금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201309호 (201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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