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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 호화 크루즈 타고 수상한 사람들이 몰려온다! 

 

백승아 월간중앙 기자
관광상륙허가제 허점 악용해 무단 이탈 시도하는 ‘불량 관광객’ 늘어…업무에 비상등 켜진 부산·인천 출입국관리사무소, 심사 인력은 1~3명에 불과해

▎6월 20일 부산 영도구 국제크루즈 터미널에 도착한 13만8000t급 크루즈선 ‘마리너’호의 승객들이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배에서 내리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비자 없이 나흘간 기항지 관광이 가능한 관광상륙허가제가 도입되면서 부산·인천항에 크루즈선을 타고 입항했다가 무단 이탈하는 관광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7월 4일 이른 아침,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제여객터미널. 7만5000t급의 호화 크루즈선 ‘코스타 빅토리아호(Costa Victoria)’가 항구에 닻을 내렸다. 중국 상하이(上海)를 출발해 제주를 들러 입항한 이 배에는 2000명이 넘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타고 있었다.

승무원 수만 760명에 이르는 거대한 크루즈선이다. 잠시 후 관광객들이 하나 둘씩 배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별다른 입국 절차가 따로 없다. 저마다 배낭에, 작은 가방을 둘러멘 가벼운 옷차림이다. 때맞춰 기다리던 60대의 관광버스가 이들을 태우고 시내관광에 나선다.

그런데 오후 2시께 부산 부전동의 한 백화점 면세점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관광버스에서 쏟아져 나온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뒤엉켜 인산인해를 이룬 면세점을 중국 여성 A(39)씨와 B(40)씨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이들을 안내하던 여행업체 인솔자는 쇼핑을 마친 관광객들이 버스에 올라 터미널로 돌아올 때야 비로소 그 사실을 눈치챘다. 끝내 두 여성을 찾지 못한 여행사는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이들 관광객의 이탈 사실을 신고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두 여성은 오후 5시, 크루즈선에 올라 상하이로 돌아갔어야 했다.

열흘 후인 7월 15일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5만t급의 국제크루즈선 ‘슈퍼스타 제미니호(Superstar Gemini)’를 타고 부산으로 들어온 네팔인 선원 B(23)씨 등 1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크루즈터미널로 입항한 B씨는 상륙허가를 받고 그날 오전 10시쯤 동료 10여 명과 외출한 뒤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무비자 크루즈 타고 ‘불법 입업’ 시도

4일과 15일 11일 간격으로 잇따라 벌어진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탈자 모두가 비자 없이 상륙이 가능한 크루즈를 타고 한국땅을 밟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크루즈를 타고 입항하면, 기항지인 한국에서 무단 이탈이 용이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이들이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크루즈선에 올랐을 거라고 판단하고 이들의 행방을 쫓고 있다. 하지만 한 달 여가 지난 후인 지금까지도 이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들처럼 관광상륙허가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밀입국을 시도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관광상륙허가제도는 지난해 5월부터 정부가 크루즈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외국 관광객들은 나흘 동안 개별 입국 심사 없이 기항지 관광이 가능해졌다.

한 차례에 적게는 500명에서 많게는 2000명이 넘는 관광객을 싣고 오는 크루즈선의 경우 1대1 개별심사를 적용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관광객 유치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크루즈선 관광객들에 한해 출입국 심사를 간소화하는 방책으로 기항지에서 비자 없이 상륙을 허가하는 ‘관광상륙허가제’를 도입했다.

정부의 아이디어는 침체됐던 국내 크루즈관광을 활성화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게 중국인 관광객의 눈에 띄는 증가다. 한국 관광을 위해서는 별도의 비자를 받아야 했던 중국인들에게 비자 없이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는 크루즈관광은 새로운 기회로 작용했다.

실제 부산출입국관리소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크루즈선을 통해 입항한 전체 여행자 중 52.5%가 중국인이었다. 6월 말까지 크루즈를 이용해 부산에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은 4만6555명으로, 5306명에 불과했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9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호황 뒤에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었다.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한 점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관광객을 가장한 이들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인솔자의 감시를 따돌리면 얼마든지 관광지 이탈이 가능하다는 허점을 노렸다.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김미향 계장은 “크루즈선을 타고 부산항에 들어온 관광객들이 불법 이탈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며 “앞으로 부산항에 입항할 크루즈선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관광객으로 위장하면서까지 무단이탈을 시도하는 이유는 ‘취업’이다. 현재 중국인이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면 구직비자(D-10)나 전문비자(E-7)를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비자를 취득하기까지 과정은 꽤 복잡한 편이다. 제출서류가 간소화되는 등 중국인의 비자 취득과정은 과거에 비해 용이해졌다지만 여전히 취업비자를 얻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한국에서 취업을 원하지만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편법에 눈을 돌리게 된다.

관광비자 등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가 불법취업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는 통계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국내 중국인 불법체류자는 전체 중국인 체류자 51만5301명 중 3만2255명을 차지했다. 이는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전체 불법체류자 94만876명 중 가장 많은 수다.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국장은 “중국동포들은 방문취업비자(H2) 등 합법적인 문호가 많이 개방돼 사실상 국내 취업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중국인들은 다르다”면서 “그렇다 보니 관광비자로 들어왔다가 불법취업을 하거나, 서류를 위조해 밀입국하는 일이 여전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광비자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는 크루즈선은 한국에서의 취업을 꿈꾸는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밀입국 방편이 된 듯하다. 올해 3월 인천 북항을 통해 입항한 크루즈선을 타고 들어온 중국인 4명 역시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자취를 감췄다. 중국 상하이에서 출항한 7만5천t급의 크루즈선을 타고 들어온 4명의 중국인은 국내 여행사가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서울로 이동해 면세점을 둘러보던 중 사라졌다.

무사증 관광도시 제주, 3년 전부터 이탈자 발생

이들이 이용한 크루즈 상품은 4박5일 일정으로 가격은 130만 원대다. 크루즈관광 상품은 일정과 크루즈선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평균 100만~200만원의 비용이 든다. 비행기를 이용한 관광상품과 비교해봐도 꽤 고가인 편이다.

하지만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오려는 이들에게 이 정도는 그리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니다. 오히려 여권을 위조하는 등 불법 취업을 위해 서류를 조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브로커를 끼고 들어올 때보다 훨씬 저렴한 편이다. 경찰에 따르면 통상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취업을 시도하는 경우 대부분은 현지 알선책과 국내 알선책을 통해 입국한다. 중국인들이 이들 알선책들에게 지불하는 금액은 평균 2만5000위안(약 500만원)에서 많게는 5만 위안(약 1000만원)까지 이른다.

실제 경찰 조사결과 크루즈선을 타고 들어온 중국인들은 중국 현지의 알선책과 국내 취업 알선책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l2월 말 인천출입국관리소는 국제여객선을 타고 들어와 불법 이탈을 시도했던 19명의 중국인 중 13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올해 1월 경남 거제시 등지의 건설현장 숙소에서 발견돼 본국으로 송환됐다. 수사 결과 이들은 한국에서 일하면 중국에서 일할 때의 월급인 3000위안(약 50만원)보다 3배 이상 많은 180만원가량을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현지 브로커에게 1인당 3만5000위안(약 600만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알선책과 손을 잡고 보다 교묘한 방법으로 단체로 이탈을 시도하는 사건도 있었다. 관광상륙허가제가 도입되기전 이미 무사증 관광이 허용된 제주도에서는 2010년부터 관광객들의 무단이탈 사건이 줄을 이었다. 2010년 10월, 중국인 관광객 44명은 이탈리아 호화 크루즈선 ‘코스타 클라시카호(Costa Classica)’를 타고 제주에 들어왔다가 관광 도중에 사라졌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제주지방경찰청과 공조해 이들의 행방을 쫓았다. 그 결과 제주 시내 호텔 2곳에서 종적을 감췄던 일행 11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200만원을 내고 크루즈선을 이용해 입항한 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2~3명 씩 짝을 이뤄 사라지는 수법을 썼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중국 현지브로커와 국내 알선책, 이동책 등에게 1인당 4만5000~5만 위안(약 800만~1000만원)을 주고 제주행 배에 올랐다”고 진술했다.

중국인에 대한 무사증 입국은 2002년 5월부터 제주도지사 또는 제주관광협회가 초청하는 5인 이상의 단체관광객에 한해 제한적 무사증 입국을 허용하는 제도다. 2008년 2월부터는 초청 확인서 제도마저 폐지되며 개별 관광객에게도 무사증 입국이 허용되고 있다.

외국인 입국자에 대해 무사증 입국이 전면 허용되면서 지난해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 수는 40만6000명으로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006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무단 이탈자도 크게 늘었다. 2008년에만 해도 398명에 불과하던 무단 이탈자 수가 지난해에는 1000여 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최근 관광상륙허가제의 도입으로 부산·인천 등에서 크루즈선 입항이 줄을 잇자 일각에서는 제주의 경우와 같이 이 제도가 무단 이탈자를 키우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법무부와 현장에서 관광객들의 상륙 허가를 돕는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업무에도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이탈을 작정하고 배에 오르는 중국인들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답답해한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출입국심사과 관계자는 “배에 오르기 전부터 무단 이탈을 마음먹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사전에 색출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관광객을 모객하는 중국 현지여행사와 협조를 통해 승객들의 정보수집을 확실히하는 등 승객 심사를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크루즈관광객들의 상륙을 허가하는 각 출입국관리사무소 심사관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홍윤화 계장은 “한 번에 2000명 넘게 들어오는 관광객들 틈에서 불법 이탈을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전력을 알아내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홍 계장은 또 출입국 심사를 돕는 인력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0명 입국자 심사에 파견되는 인력 달랑 1명뿐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출입국심사과에 따르면 현재 크루즈관광선을 타고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입국심사는 보통 배 안에서 이뤄진다. 과거에는 배가 입항한 후 터미널에 구비된 심사시설을 통해 승객 개인의 얼굴과 지문을 일일이 확인하는 개별 심사를 진행했지만, 상륙허가제가 도입 된 이후로는 심사관이 이전 기항지로 파견돼 직접 배에 오른다. 파견된 심사관은 선사(운수업체)가 미리 취합한 승객들의 정보와 명단을 전달받아 이를 바탕으로 규제자를 검색한다.

크루즈선에 올라 승객들의 심사업무를 수행한다는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김미향 계장은 “선사로부터 받은 승객의 정보를 가지고 관광객들의 상륙허가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계장은 “한번 크루즈선을 타고 들어오는 관광객 수가 3500~4000명 쯤 되는데, 일일이 개별심사를 하려면 6~7시간이 걸리는 반면 기항지에서 크루즈선이 대기하는 시간은 7시간으로 짧아 관광객들의 관광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별도의 입국심사가 없는 상륙 허가제의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역시 심사 인력의 부족 문제를 언급했다. 현재 법무부 출입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크루즈 승객 심사를 위해 파견되는 심사관은 크루즈 승객이 3000명일 경우 4명, 2000명일 경우 3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는 듯했다.

<월간중앙>이 확인한 결과 크루즈선의 규모와 상관없이 부산의 경우 3명, 인천의 경우 1명의 심사관이 파견되고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제대로 된 개별심사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이에 법무부 출입국 심사과 관계자는 “안전행정부와 함께 심사관 인력을 보충하는 것을 논의 중인데, 올해 안에는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크루즈선을 취항하는 부산과 인천의 국제크루즈터미널의 환경도 열악한 편이다. 현재 인천의 경우 7만t급 이상의 대형 크루즈선은 제1국제여객터미널에 정박할 수 없어 북항 민간부두에 입항한다. 이곳은 출입·검역·통관(CIQ) 관련 시설·장비가 전혀 없어 만약 입항 후 개별심사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당장 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부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에 두 척의 크루즈선이 입항할 경우 한 척은 공간이 없어 인근의 화물부두에 정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내 체류를 희망하는 17세 이상의 외국인들은 입국 후 최초 외국인 등록 때 열 손가락의 지문과 얼굴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크루즈관광 제도의 허점 막을 보완책 마련돼야

최근 일어난 관광객 이탈사건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여행업체들이다. 기항지에서 관광객들을 인솔하고 관리하는 역할이 국내 여행사에 달려있다 보니 관광객 이탈 사건이 발생하면 출입국 당국은 해당 여행사에 가장 먼저 책임을 묻는다.

하지만 관광객을 직접 모집하는 중국의 현지여행사와 달리 선사(운수업체)로부터 승객의 명단을 넘겨받아 관광객들을 인솔하는 역할을 소화하는 국내 여행사들은 사실상 규제자들을 파악할 책임도, 방법도 없다.

더구나 현재 크루즈관광을 통해 입항한 중국 관광객들을 전담하는 여행사는 매우 적은 편이다. 정부는 해마다 중국인 관광객 전담 관광사를 지정하는데, 그중 크루즈 관광객을 인솔하는 관광사는 전체 179개 여행사 중 10곳이 채 안 된다.

그마저도 대형 크루즈 관광객 인솔의 경우 소수의 대형 여행사가 맡고 있다. 그렇다 보니 중소 여행사들은 가이드를 구하는 일마저 쉽지가 않다. 한 번에 수천 명씩 쏟아져 나오는 관광객들을 인솔하려면 서울·인천 등에서 가이드들이 파견을 나와야 할 정도다.

부산 광보여행사 김인국 이사는 “부산 같은 경우 인바운드 여행사가 거의 전무해 가이드를 수급하는 것도 어렵다”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오는데, 처리해야 할 서류가 하나둘씩 느는 등 여행사 입장에서는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지난 3월 인천과 7월 부산에서 일어난 중국인 관광객 이탈 사건 때 현지 인솔을 맡아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경고 조치를 받은 L여행사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L여행사 크루즈사업본부 인바운드팀의 한 직원은 “국내여행사는 현지 여행사가 모집을 한 관광객들을 인솔하는 역할만 할 뿐”이라면서 “리스트만 보고 그 사람의 신분이나 정보를 샅샅이 알기는 어렵다. 애초부터 규제자를 색출해내지 못한 출입국 당국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항변했다.

한편 올해 크루즈 관광객은 최대치를 넘어설 전망이다. 부산의 경우 2011년 4만9861명이던 크루즈 관광객은 지난해에는 11만8568명으로 2.3배 증가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올해 하반기까지 확정된 크루즈 입항은 159회로, 지난해에 비해 25%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인천항도 마찬가지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올해 크루즈선 입항은 이미 66차례가 확정됐다. 인천항만공사 마케팅팀 관계자는 “연말까지 100여 차례 더 입항하게 될 것”이라면서 “올해 인천항을 통한 관광객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망대로라면 크루즈선 1척당 보통 500명에서 2000명까지 관광객이 타는 것을 감안할 때, 줄잡아 1000명 씩만 계산해도 연간 10만여 명의 관광객이 부산과 인천을 방문하게 된다. 게다가 부산롯데면세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기항지인 부산에서 하루 동안 사용하는 여행비는 평균 900 달러로, 일본 관광객(480 달러)을 훨씬 앞질렀다.

크루즈관광이 활성화되며 과거 ‘큰손’이었던 일본인 관광객의 자리를 중국인 관광객이 대체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입장에서는 무단 이탈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허점에도 불구하고 관광상륙허가제에 제동을 걸기 어렵다.

법무부는 지난달 말 공문을 통해 크루즈 관광객의 상륙 허가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과거에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거나 입국 허가가 거부됐던 외국인 승객을 위주로 대면심사 등을 거쳐 상륙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는 단체 관광객 가운데 무단 이탈자가 발생한 경우 여행사에도 책임 소재를 묻는 등 행정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륙 허가심사를 강화한다고 해서 작정하고 이탈을 시도하는 ‘불량 관광객’들을 속출해내기란 어려울 듯하다. 출입국 당국의 보다 책임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201309호 (201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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