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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 “ 송혜교, 김태희 닮으려 한국 왔어요” 

강남에 부는 ‘성형 한류’ 빛과 그림자 

김슬기 월간중앙 기자
압구정동·신사동의 ‘성형타운’ 외국인 환자 몰려 희색…브로커 난립으로 ‘부실 성형’ 시비도 일어

▎국내 성형1번지로 불리는 압구정역 일대에는 성형외과와 각종 뷰티숍이 어우러진 ‘뷰티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한여름에도 이곳에는 성형을 받으러 온 외국인 환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성형 1번지’로 떠오른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들에 중국·일본·동남아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대략 1만5000명. 3년 전 2009년의 2616명보다 6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성들에게 ‘한국 성형관광’은 선망의 대상이 돼간다. 강남의 호텔과 모텔 등도 쏟아지는 외국인 행렬에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강남 외국인 성형관광 붐의 현황과 문제점을 집중 취재했다.


중국 선양(瀋陽)에 사는 순하이잉(27·여) 씨는 8월초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병원에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는 중국에서 인터넷과 SNS 상담을 통해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에 수술 예약을 해두었다.

이번 방문에서 그는 눈 수술과 종아리 축소 수술을 받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성형 부위를 늘릴 심산이다. 병원에 지불해야 할 시술 비용은 대략 700만원. 중국의 물가를 감안하면 엄청난 비용이지만, 부모님이 선뜻 비용을 대주겠다고 나서서 용기를 내었다.

“더 예뻐지려면 이 정도 돈은 지불할 만하다고 봐요. 제 주변에서도 벌써 4~5명이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았는데 몰라보게 예뻐졌더라고요. 그것을 늘 부러워했어요.” 그는 왜 성형수술을 위해 한국행을 고집했을까? “중국의 성형기술은 아직 한국보다 많이 뒤처진다고 들었거든요.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믿을 수 있는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싶었어요.”

중국인 순씨가 성형수술을 예약해둔 서울 압구정역 근처. 이 곳 성형타운에서는 한여름인데도 유독 얼굴에 마스크를 쓰거나 붕대를 싸맨 여성들이 쉽게 눈에 띈다. 성형외과를 오가는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 여성들도 적잖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요즘은 환자들 가운데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이 반반은 된다”고 말했다. 병원들이 영업 비밀이라며 외국인 환자 수를 밝히길 꺼리지만 일반 성형외과에서도 하루 평균 서너 명씩 외국인 환자의 방문이 이어진다고 한다.


▎중국 의료관광객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여성들의 성형관광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성형외과 외국인 환자비중 3년 새 6배 증가

압구정동과 신사동 일대는 서울에서도 성형외과가 집중된 곳이다. 특히 압구정역과 신사역 근처에는 건물마다 성형외과 간판이 없는 곳이 없다.

말 그대로 성형타운이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2013년 8월 현재 강남구에만 크고 작은 성형외과 359개가 영업을 하고 있다.

신사역에서 가까운 BK성형외과는 강남 일대에서도 가장 큰 성형외과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병원은 15층 건물 전체가 통째로 성형외과로 종합병원을 방불케 한다.

층마다 대기실과 상담실·진료실·수술실·입원실 등이 잘 완비돼 있다. 전문의가 20명에 달하고 세 개 층에 수술실 17개, 병상 수는 48개를 갖췄다.

직원 수도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많아 간호사와 일반 직원을 포함해 150명에 이른다. 수술 분야는 눈 성형, 코 성형, 안면 윤곽성형, 가슴 성형, 체형 성형, 모발 이식, 지방 이식 등 다양하다. 고급 피부 관리실과 전문 치과의원까지 갖춰 미용이나 미백치료와 관련한 웬만한 수술은 모두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 초 발표한 ‘2012 외국인 환자 유치 상위 5개 의료기관’에서 이 병원은 4위를 차지했다. 전체 시술고객의 30%가 외국인이라고 한다. 매달 120~150명의 외국인 환자가 꾸준히 찾는다. 1위를 차지한 성형외과병원은 지난해 무려 2000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일대의 성형외과들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자 BK성형외과처럼 점점 대형화·고급화돼 가는 추세다. 내국인 환자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병원들이 새로운 돌파구로 외국인 환자들의 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의사 개인이 운영하는 의원급 성형외과보다는 3~4명의 성형외과 의사가 합쳐 중형병원을 만드는 식이다. 고급호텔과 병원이 연계된 ‘메디텔’도 늘어간다. 이들 호텔에 있는 병원들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진료를 함께 한다.

보건복지부가 4월에 발표한 ‘2012년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성형수술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수는 1만5428명. 이들 중 상당수는 중국인이 차지한다. 지난해 9833명의 중국인이 성형수술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3년 전인 2009년 791명보다 무려 1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앞서 소개한 신사동의 BK성형외과의 경우 전체 외국인 고객 중 중국인이 6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싱가폴·말레이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출신이 차지했다.

외국인 환자의 비약적인 증가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시아에 불고 있는 ‘한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연예인들을 선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중국인 순하이잉 씨도 “한국 연예인처럼 예뻐지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과 동남아 여성들 사이에서 이는 한국 연예인 닮기 신드롬은 이 지역에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성형이 새로운 한류 상품으로 떠오르자 이들 국가에서는 ‘성형 한류’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의 성형기술이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중국 등에서는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들을 컨퍼런스 등에 초청하는 일도 많다. 앞서가는 성형 기술을 배우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자신들의 병원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의 의료진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B 성형외과 전문의 김모(42) 씨는 “요즘 강남의 성형의과에서 한 번쯤 중국에 다녀오지 않은 의사는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중국에 가서 간단한 수술을 하기도 하지만, 한국 병원을 홍보한다는 차원에서 환자 상담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남 성형외과들은 선진 성형기술과 고급 마케팅 전략으로 외국인 환자를 모은다. 여자 연예인들이 수술받은 병원과 수술법은 해외 여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끈다(왼쪽). 한 성형외과 의사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연예인 사진을 예로 들며 상담하고 있다(오른쪽).



해외고객 유치 위해 상담자 30명 고용한 병원도

외국인 환자들은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는 데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한다. 2012년 9월 코트라(KOTRA) 분석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쓴 1인당 성형수술 비용이 3만5000위안(약 630만원)이나 된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 229만원(한국관광공사 통계)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비용이다. 중국인들이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도 한국 성형외과로 몰리는 것은 국내 성형기술의 실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중국 선양에서 온 쉬엔 메이난(27) 씨는 “중국 의료진의 수술 실력은 신뢰하기 어렵지만 ‘성형 강국’으로 소문난 한국 의사의 성형기술은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신사동 B성형외과에서 눈과 허벅지 성형수술을 받는데 500만원가량을 썼다. 쉬엔 씨가 지불한 수술비는 중국인들의 성형 견적서에 비춰보면 그래도 작은 금액에 속한다.

일부 중국인 환자는 양악수술이나 전신성형 같은 비싼 수술을 받는 데도 주저함이 없는 듯하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성형업계 관계자는 “최근 강남의 한 대형병원에서 한 중국 여성이 전신성형을 하는데 3000만원을 썼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여배우의 사진을 가져와 ‘똑같이 고쳐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큰손’들의 성형관광 행렬이 줄을 잇자 강남 성형외과들도 외국인 환자를 모시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대형병원들은 영어·중국어·일어 등 외국어 회화가 가능한 직원을 상시 대기시켜 실시간 인터넷 온라인 상담과 전화 상담, 방문 고객 상담을 진행한다.

신사동의 B성형외과에는 국내환자와 상담하는 10명보다 세 배가 많은 30명의 직원을 해외 홍보에 투입했다. 한국어 홈페이지 말고도 중국어·영어·일어·몽골어·베트남어 전용 홈페이지를 별도로 구축했다. 이 병원의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 한 사람과 20여 차례 넘게 온라인 상담을 진행한 경우도 있다”며 “해외 환자들이 성형 정보를 편리하고 쉽게 얻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들 병원은 성형고객을 유치하려는 마케팅은 기본이고 양질의 고객 서비스에도 관심을 쏟는다. 외국인 고객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는 기본이다. 외국인 고객이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병원 방문, 숙박, 관광까지 모든 서비스를 병원이 해결해준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JK성형외과는 공항픽업 서비스, 숙박 할인에다 한국에 머물 동안 사용할 휴대폰까지 대여해준다. 이 병원은 2년 전 ‘JK 해외환자 전용 호텔’을 만들어 외국인 환자가 별도로 숙박을 알아봐야 하는 불편함을 줄였다. 이 병원의 관계자는 “호텔에 하루 18명이 함께 숙박할 수 있는데, 올여름에는 빈 방이 없다”고 말했다. 이 호텔에는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상주하면서 고객들의 수술 후 관리까지 책임진다.

일부 성형외과 병원은 외국인들을 위한 공연 할인, 백화점·카지노 무료 픽업 서비스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B성형외과 관계자는 “내국인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라 해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병원들의 마케팅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법 브로커의 유혹에 빠져드는 병원들

외국인 성형고객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는 중급 이상의 대형 병원에 국한된 이야기다. 규모가 작고 자본력이 부족한 의원급 성형외과들은 대형병원과 경쟁하기 어렵다. 압구정동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 이모(36) 씨는 “대형병원의 경우 외국인 환자 유치에 쓰는 홍보비가 15억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강남 성형타운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성형외과 의사 김모(34) 씨도 “외국인 성형고객은 통역 비용을 비롯해 진료를 볼 때도 내국인 환자에 비해 3~4시간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된다”며 “의료진·상담직원 수에서 여유가 있는 대형병원과 경쟁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중소 성형외과들은 줄어드는 내국인 환자만 지켜봐야 할까? 성형업계에서는 강남의 성형외과들이 브로커를 통해 외국인 환자들을 유치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경영이 어려운 중소병원이 브로커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병원에 고객들을 소개하는 브로커는 국내 브로커와 해외 브로커로 나뉜다. 외국인 성형환자들을 유치해 병원에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사람들이다. 특히 중국에서 성형수술을 위해 한국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브로커들이 활개를 친다. 이들 브로커를 통해 성형수술을 예약하다 보면 많게는 50% 이상의 중간 수수료를 지불하게 돼 비용은 크게 늘고 의료서비스의 품질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중국인들 사이에 피해자도 빈번히 발생한다.

중국인 메이(22·가명) 씨는 2년 전 한국에서 콧대를 높이는 수술을 받았다. 중국에 온 한국 유학생의 소개를 받아 간 병원에서 메이 씨는 수술비로 600만원을 냈지만 실제 수술비는 300만원 선이었다. 그는 뒤늦게 가격이 부풀려진 걸 알았지만 유학생은 잠적한 뒤였다. 중국 포털사이트에는 메이 씨처럼 ‘한국 성형외과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글들이 쉽게 검색된다. 주된 내용은 성형수술 후 부작용으로 고생을 했으며, 한국의 실제 수술가격을 알아보니 3~4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 등이다.

강남의 성형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에서 성형브로커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많이 모이는 미용숍 주변에서 활동한다. 특히 1000평 이상의 대규모 미용숍에서는 여성들이 미용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 고객을 직접 모집하는 ‘1차 브로커’가 이들 미용숍에서 “실력 좋은 한국 성형외과를 소개하겠다”며 정보를 흘린다. 미용숍의 원장이 이들과 결탁하기도 한다. 이들이 고객을 모으면 다시 중국 전역을 관리하는 2차 브로커에게 넘기고, 다시 한국에 있는 3~4차 브로커를 거쳐 병원에 연결되는 식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성형수술비에는 통상적으로 50~60%의 중간수수료가 붙게 된다. 일반적인 쌍커풀수술에 100만원의 비용이 든다면 브로커가 끼게 되면 500만원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현행법에서는 보건복지부에 등록한 정식 유치업체만이 외국인 환자 알선행위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정부가 유치업체에 알선행위의 대가로 제시하는 수수료는 15~30% 선이다.

국내 브로커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환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수료 차이만 날 뿐 실제 수술비용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기 십상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브로커 지영(24·가명)씨는 “중국의 지인들을 한국 병원에 소개하곤 하지만,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브로커를 통해 병원을 소개받은 환자 입장에선 수술비에 수수료가 포함된 사실을 알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환자들이 뒤늦게 가격이 부풀려진 사실을 알게 되거나 성형 수술 후 부작용이 생겼을 때 발생한다. ‘한국 성형’에 대한 반감이 커지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그런 사례가 벌어지기도 한다. 바이두(Baidu.com) 같은 중국의 포털 사이트에는 ‘한국 성형외과가 돈을 지나치게 많이 받는다’, ‘바가지가 심하다’는 등의 글과 피해 사례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브로커들로부터 고객을 소개받는 성형외과병원들도 억울한 입장을 호소한다. 외국인 고객을 공급받지만, 실제로 남는 것이 없는 장사라는 것이다. 압구정동의 C성형외과 의사 홍 모(47) 씨는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챙기고 병원에는 꼭 수술비만큼만 챙겨준다”고 말했다.

일부 브로커는 지속적인 환자 공급을 명목으로 오히려 내국인 수가보다 낮은 금액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거액을 투자해서 병원을 운영해야 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불법 브로커들의 요청을 들어주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성형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릴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화장법과 화장품에 대한 외국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형을 비롯한 미용 관련산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는 성형업계에 해준 것이 거의 없다”

한국행 성형관광 붐에 일부 브로커의 개입이 문제가 되자 중국 정부도 경계하는 움직임이 인다. 2011년 4월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성형을 목적으로 한국에 가는 중국인들을 막기 위해 규제안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압구정동의 D성형외과 의사 김모(60) 씨는 “몇 해 전부터 ‘중국 정부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왔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서 규제를 가하지는 않지만 중국 언론에서는 ‘한국 성형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형업계에서는 새로운 한류 상품으로 떠오른 성형관광이 지속적으로 유지·발전하려면 브로커 활동을 근절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정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홍보이사는 “한국 성형관광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브로커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적정 수수료 이상을 과도하게 받는 불법브로커를 적극적으로 적발하고, 병원도 불법브로커 유혹에 빠지지 않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불법 브로커 단속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은 소극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브로커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이들을 강하게 단속하면 외국인 환자가 다른 의료관광 국가로 빠져나가는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브로커 문제에 신중히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성형업계는 성형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난 7월 의료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항, 시내 등 외국인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외국인 환자 유치 광고를 허용하고 의료서비스와 관광자원을 결합한 ‘의료관광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에 대한 성형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한 듯하다.

한 성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까지 성형업계에 해준 것이 거의 없다”며 “이번에 허용한 외국인 환자 대상 광고도 이전부터 당연히 허용했어야 할 조치인데 뒤늦게 규제를 푼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박대한 한국의료관광개발 대표는 “개별 병원에서 하는 해외 홍보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의 대대적이고 체계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한국 의료관광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성형관광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성형업계 관계자들은 선진 의료관광 국가들과의 관광서비스 차이를 좁히는 일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성형업계가 고급화된 의료서비스와 뛰어난 수술 실력을 갖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일부 동남아 국가를 제외하고는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관광에서 한 발 앞서나가는 국가들은 정부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태국은 관광자원과 의료를 접목시켜 해외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 전통 타이마사지와 온천, 피부 관리를 의료에 접목시킨 ‘헬스케어 서비스’로 200만 의료관광객 시대를 열었다. 성형 비용도 한국에 비해 낮다. 한국에서 100만원 하는 수술이 태국에서는 30만~40만원 선이면 가능하다. 박대한 대표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한국은 ‘성형강국’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태국처럼 의료와 뷰티 관광을 접목시킨 서비스가 발전한다면 의료관광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브로커문제를 해결하는 자정 노력과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현실화되면 성형업계의 미래는 밝다고 진단한다. 무엇보다 한국을 찾는 의료관광객 수가 매년 증가세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 수는 15만5672명. 2011년 12만2297명과 비교하면 27.3%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2015년까지 의료관광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

한국의료관광유치업협회 이원희 사무차장은 “2009년 한국의료관광 사업이 시작된 이후 한국 의료관광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미용·성형을 위해 방문하는 해외 고객의 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행인가, 대세인가’ 기로에 선 강남 성형외과

한국의 뷰티 트렌드에 대한 해외 여성들의 지속적인 관심 증가도 업계로서는 고무적이다. 화장품 업계에서 이런 효과가 두드러진다. 2011년 국내 화장품 매출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중국·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의 화장품 구매가 판매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서울 명동에서는 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 여성들이 화장품을 ‘사재기’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한류와 미용, 성형수술은 앞으로도 해외 여성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가 성형업계 지원에 나선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최근 강남구는 압구정동에 강남관광정보센터를 개관하면서 1층에 ‘메디컬 투어센터’를 열었다. 메디컬 투어센터는 피부·성형·한방·검진 4개 부스를 갖추고 병원들이 상주 직원을 두면서 홍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관광객이 중간 브로커나 에이전시를 거치지 않고도 올바른 성형 정보를 제공받도록 하려는 취지다. 강남구청 보건행정과 의료관광팀 오경임 주임은 “강남이 피부과·성형외과의 메카로 꼽히는 상황에서 환자와 병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며 “한국 의료관광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전달하고 성형시장의 자정작용을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유지된다면 한국 성형업계의 미래는 밝다. 하지만 불법 브로커가 활개치는 성형관광이 지속된다면 성형관광의 거품이 곧 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형한류를 이끄는 강남 성형시장이 도약의 기로에 섰다.

201309호 (201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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