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Home>월간중앙>히스토리

심영섭의 심리학 교실 | 인간은 악마인가, 천사인가 - 악은 평범한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지킬도 하이드도 될 수 있는 인간의 실존적 연약함 … 악은 구체적 권력관계 속에서 힘의 논리에 따라 좌우돼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 교수
인간 심성의 근원을 탐구하는 것은 심리학자들이 오랫동안 천착해온 작업이다. 선과 악, 사랑과 결혼, 배신과 우정, 성공과 실패, 범죄와 증오, 지배와 복종 등이 그 테마다. 인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탐구 과제이며,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내면의 적나라한 풍경이다. 필자는 현대 심리학이 성취한 다양한 성과를 섭렵해가며 우리들 마음속 양지와 음지를 속속들이 파헤쳐나갈 것이다.<편집자>
이스라엘의 한 법정. 저 멀리 아르헨티나에 도피했다 비밀경찰에 의해 납치된 사내가 최후의 진술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었다. 다소간의 출세욕이 있는 것을 제외하곤 모범적인 시민이자 관료였고, 자상한 가장이었던 사내는 앵무새처럼 이런 말을 거듭했다. “만일 내가 내게 주어진 일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것으로 인해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에게 주어진 일이란 유대인의 이주 및 이송. 400만~5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아우슈비츠의 사망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자리에서 희대의 유대인 학살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은 “당신이 한 일에 대해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느냐”라는 법관들의 질문에 “그렇다면 내가 맡은 일을 불성실하게 처리했어야 한다는 말입니까”라고 되물어 볼 뿐이었다.

인간의 본성은 악한가, 선한가? 철학, 심리학, 종교까지 연관돼 있는 이 방대한 주제에 대해 중세인들과 그 이전 사람들은 명료하고 속 편한 개념을 갖고 있었다. 악인은 악인으로 태어났기에 악인을 교화함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악인을 근절해야 하므로 ‘마녀사냥’은 악인 청소의 불가결한 과정이라고 믿었다. ‘순수한 악에 대한 믿음(BPE, belief in pure evil)’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세상에 대한 지각, 종교적 신념, 처벌과 용서라는 문제 모두에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순수한 악에 대한 믿음’이 큰 사람일수록 지은 죄에 상응하는 처벌과 사형 제도를 찬성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2007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미국인의 70%는 악마의 존재를 믿고 있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501호 (2014.1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