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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제15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참관기 

작가주의 버리고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다 

글·사진 베니스=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수제벽돌’, ‘쇠똥 집’부터 DMZ 가로지르는 ‘꿈의 정원’까지… “건축은 그 자체의 목표보다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발전한다”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내 자리잡은 한국관. 개막식부터 세계인의 호응을 받으며 수상 기대감을 모았다. /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5월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골목마다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가 적힌 빨간 입간판이 세워졌다. 이틀 뒤에 공식 개막해 11월 27일까지 6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가는 ‘건축계의 올림픽’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을 알리는 신호다. 1980년 시작된 건축전은 올해로 15회를 맞았다. 1895년 발족한 미술제와 격년으로 열린다.

비엔날레라는 용어가 베니스에서 시작한 만큼 인구 6만 5000여 명에 불과한 베니스는 이 무렵 세계 건축·미술계의 중심에 선다. 세계 각국의 미디어와 관련 전문가의 이목이 집중된다. 비엔날레 기간에 이곳을 다녀가는 관람객만 50만 명이 넘는다. 건축전과 미술전은 선정된 총감독이 그해의 전시 주제를 정한다. 전시는 해당 주제에 따라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국가관 전시와 총감독이 직접 아티스트를 초청·기획하는 국제전(본 전시)으로 꾸려진다. 초청받지 못했더라도 공식 전시장 밖에서 부대전시를 열 수 있는데 로고값이 비싸다. 참가비 2만 유로를 내고 비엔날레 재단 측의 승인을 받아야 비엔날레의 공식 전시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올해 건축전의 주제 분석을 위해서 총감독인 알레한드로 아라베나(48)의 이력을 살펴봐야 한다. 칠레 출신의 건축가인 그는 올해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역대 최연소 수상자다. 상을 제정한 하얏트 재단은 “아라베나의 작업은 저소득층에 경제적인 기회를 주고, 자연재해 영향을 누그러뜨리며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따뜻한 공공 공간을 선사했다”며 “사회 참여적 건축운동의 부활을 상징한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주제는 ‘전선에서 알리다’… 사회참여 강조


▎2012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중국 건축가 왕슈는 ‘수제벽돌’과 그 벽돌로 지은 집을 선보였다. 마을재건 공사에서 나온 폐기물을 모아 분쇄해 만든 수제벽돌.
아라베나는 2004년부터 자국 내 저소득층을 위한 ‘반쪽짜리 좋은 집(half of a good house)’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애초부터 집을 반쪽만 지어주고, 나머지는 거주민이 훗날 지을 수 있게 공간을 비워뒀다. 열심히 일하면 집을 늘릴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위한 것이다. 이는 공공건축 프로젝트의 부족한 정부지원금 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거주민에게도 동기부여 및 성취감을 안겨주는 프로젝트로 거듭났다. 그의 프로젝트는 멕시코 등 주변 국가로 확산됐다.

아라베나 총감독은 올해 비엔날레 주제를 ‘전선에서 알리다’로 정하면서 페루의 ‘나스카 라인’을 화제로 꺼냈다. 그는 “(나스카 라인은) 가까이서 보면 자갈인데 사다리에 올라 높이 내려다보면 재규어·새·나무가 보인다”며 “건축은 그 자체의 목표보다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발전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학적·문화적인 관점에서 건축을 논하던 것에서 전 사회적인 이슈로 논점을 확장시키자는 제안이었다. 올해 국제전에 참여하는 88명(37개국)의 작가와 59개국 국가관 전시는 주제에 맞춰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나섰다.


▎쇠똥으로 집 만들기에 도전해 주목을 끈 인도 뭄바이팀. 사무실에 앉아 건축도면을 그리는 대신에 현장으로 뛰어들어 지역민의 지식을 디자인에 반영한 결과다.
그 결과 올해 건축전에서는 건축가가 사라졌다. 그 대신에 난민·환경오염·교통문제·폐기물·지진과 같은 사회 이슈가 차지했다. 건축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건축 이론이나 형태를 강조하던, 이른바 ‘작가주의’에서 벗어나 건축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머리를 맞댔다.

아라베나 총감독은 자신이 진두지휘한 국제전의 첫 장부터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과거 베니스의 국영 조선소이자 무기고였던 아르세날레에서 열린 본전시의 입구를 100t의 폐기물로 만들었다. 지난해에 열린 미술전에서 쓰고 버려진 것들이다. 철제 프레임은 천장이 됐고, 석고보드는 벽으로 재활용됐다.


▎국제전 황금사자상을 받은 파라과이 건축팀의 아치 구조물.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로 만든 벽돌을 사용했다.
그는 공식 개막에 앞서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질은 가격만으로 그 가치를 정해서는 안 된다. 그것들을 다루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전에 참가한 88명의 건축가 중 다수가 건축 자재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골몰했다. 각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값싸고 빠르게 집을 지을 수 있게 하는 게 관건이었다. 2012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중국 건축가 왕슈는 ‘수제벽돌’과 그 벽돌로 지은 집을 선보였다. 중국 푸양시 인근 마을 재건 공사를 위해 길거리의 잡돌을 모아 분쇄해 만들었다. 인도 ‘스튜디오 뭄바이’는 쇠똥으로 집 만들기에 도전했다. 본전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파라과이 건축팀 ‘가비네테 데 아르키텍투라’도 지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돌로 만든 벽돌로 아치 구조물을 쌓아 올렸다. 건축가들은 도심 속 세련된 사무실에 앉아 건축 도면을 그리는 대신에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지역민의 지식과 노하우를 디자인 과정에 집어넣었다. 건축전 전반에 수제품이 넘쳐났다. 스위스 건축가 피터 줌터는 디자인 잡지 <디진(dezeen)>과의 인터뷰에서 “손이 돌아왔다(The hand is back)”고 말할 정도였다.

한국 건축의 최전선은 ‘용적률’


▎한국관이 내세운 한국 건축의 최전선은 ‘용적률 게임: 창의력을 촉발하는 제약’이다. 제약을 해법으로 활용한 젊은 건축가들의 건물 모형이 전시장 내 설치됐다. /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59개국이 참여한 국가관에서도 각국이 마주한 전선을 다양하게 풀어냈다. 스페인관은 경제위기로 짓다 말거나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는 건축물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미완의(unfinished)’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특별언급상을 받은 일본관과 페루관도 각각 경기침체로 인한 빈집 문제 및 아마존강을 중심으로 한 환경파괴 문제를 짚고 해결방법을 모색했다. 건축가 승효상은 “올해 건축전의 주제는 그간의 경제호황으로 건설에만 집중했던 건축가에게 지금의 사회적인 위기 속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유럽 국가관은 난민을 위한 주거지 마련에 골몰했다. 독일관은 ‘고향 만들기, 도착한 나라(Making Heimat, Arrival Country)’라는 주제로 지난해 받아들인 난민 100만여 명으로 도시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분석했다. 기존에 터키 이주민을 대거 수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모습을 예측했다. 또 난민을 위해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바로 설치할 수 있는 방 3개, 공용 주방의 나무집 등을 선보였다. 핀란드는 일반집의 지붕에 삼각형 공간을 추가해 난민 주거지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건축가 김찬중은 “올해 건축전의 국제전의 경우 특히 형태나 이론에 집중했던 건축의 ‘작가주의’에서 벗어나자는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했다”며 “건축가들이 자신을 낮추고 사회적인 문제에 실질적으로 접근하려 노력한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김성홍 서울시립대(건축학부) 교수.
국가관 전시는 국제전 전시 장소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자르디니 공원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공원 안에는 한국관을 포함해 30개의 상설 국가관이 있다. 1995년에 건립된 한국관은 공원 안에 자리 잡은 마지막 국가관이다. 공원 내 부지가 협소한 탓에 30개 국가관 외에 추가로 참가하는 국가관은 국제전이 열리는 아르세날레 및 베니스 시내 등의 장소에서 비상설 국가관 전시 형태로 열리고 있다.

국가관마다 자율적으로 주제를 정해도 되지만, 가능한 총 감독이 정한 전체 주제에 가급적 맞추려고 노력하는 게 공식이다. 수상의 영예를 안기 위해서다. 올해 한국관이 내세운 주제는 ‘용적률 게임(The Floor Area Ratio Game)’. 건축 설계의 테두리를 미리 정한 건축법규, 법규 허용범위 안에서 최대한 넓은 면적을 뽑아내는 데 몰두하는 건축주, 그런 환경에서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건축가의 고민을 담았다. 그래서 게임의 요소와 선수는 셋이다. 땅(건축주)-건물(건축가)-규칙(정부). 한국관 예술감독인 김성홍 서울시립대(건축학부) 교수는 “한국인들에게 용적률은 보다 친숙한 주제로, 건축보다 부동산의 영역에서 다뤄왔다”며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도시·건축의 변화의 밑바탕에는 용적률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땅 면적에 대한 건축물 연면적(바닥 면적의 합계)의 비율을 말하는 용적률은 전 세계 도시마다 존재하는 법규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 용적률 게임이 치열하다. 한국관 전시장 내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그래픽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젊은 건축가들, 다세대·다가구 건축의 변화 주도


▎DMZ를 가로지르는 대나무 보행로를 구상한 최재은 작가의 ‘꿈의 정원’. 지뢰 피해를 막기 위해 지면에서 3~6m 띄워 설치한 공중정원이다.
서울의 경우 인구가 100만에서 1000만 명까지 늘어나는 데 46년이 걸렸다. 런던과 뉴욕이 800만 명을 달성하는 데 각각 129년, 127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훨씬 더 가파른 상승세다. 급속도로 늘어난 서울 인구만큼 땅값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시팀이 서울시내 130만 개 필지를 조사했더니, 소득보다 땅값이 오르는 속도가 더 빨랐다. 게다가 새 건물을 짓는다 해도 공사비의 절반 이상을 땅값이 차지했다. 땅은 곧 돈이다. 더 많은 개발이익을 위해 주어진 한도 내에서 밀도를 더 꽉 채운 건축물을 지으려는 용적률 게임이 등장했던 배경이다.

김 교수는 “용적률 게임은 밀도 높은 도시의 공통현상이나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편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천루의 도시’ 뉴욕의 경우 1890~1930년 개발 시기를 거쳐 용적률 게임은 이제 거의 끝난 상태다. 일본 역시 20여 년 전쯤 왕성했던 주제나, 경제위기에 인구감소 이슈까지 겹쳐 현재는 주춤한 상태다. 올해 일본관의 경우 빈 집이나 도시 내 남는 공간을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를 주제로 내세웠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이후 도시 밀도가 높아짐과 동시에 경제력이 뒷받침이 되면서 게임의 양상이 더욱 강해졌다”며 “이 주제는 한국뿐 아니라 새로운 신축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아시아의 도시가 앞으로 겪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전시팀은 한국의 경우 2010년 이후 젊은 건축가들이 다세대·다가구 건축시장에 뛰어들면서 게임의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위 ‘집장사가 지은 집’으로 불리던, 비슷비슷한 외관을 지닌 건물의 진화다. 이번 전시 부제로 ‘창의력을 촉발하는 제약’이 달린 까닭이다. 전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하얀색 건축 모형 36개가 이를 설명한다. 서울 내 주거지역 중 도시계획법상 가장 많은 2종 일반주거지역에 지어진 건물이다. 비슷한 조건에서 지어진 건물인데도 모양이 각기 다르다. 건물을 디자인한 젊은 건축가들이 주어진 땅과 규제 사이에서 최적의 결과를 얻으려 고심한 흔적이다.

건축설계사무소 아르키움이 강남 서초구에 설계한 인터넷 보안업체 사옥 ‘질모서리’는 6층 건물이다. 건물의 바닥 면적을 합친 결과 용적률 제약 200%는 채웠지만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 60%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건축가는 건물에 구멍이 숭숭 나 있는 외피를 한 겹 더 씌웠다. 건물 외벽이 50% 이상 뚫려 있으면 건폐율에는 포함되나 용적률 계산할 때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참고했다. 게임의 결과 네모 박스가 아닌, 독창적인 부피감을 가진 건물이 태어났다. 이처럼 전시장에 놓인 36개 건물은 모두 용적률을 고심한 결과 다른 해법(디자인)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아파트로 대변되는 도시 재개발 방식에는 분명 한계가 왔다”며 “양의 게임이 아닌, 질의 게임이 되고 있는 용적률 게임의 변화가 동네의 풍경을 바꾸고, 건물과 길 사이 공간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관은 2014년 ‘한반도 오감도’로 국가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올해 전시도 공식 개막전부터 <뉴욕 타임스> 스타일 매거진이 꼽는 꼭 봐야 할 전시 6개에 포함되며 관심을 끌었다. 올해는 아쉽게도 수상 쾌거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전문가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전시장을 찾은 이탈리아 건축가 마시밀라노 카비아스카는 “경제·사회적 현상이 건축의 형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라며 “인구밀도가 높고 주거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탈리아에서도 이 주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4년 한국관 큐레이터를 맡은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건축학부)는 “올해 비엔날레의 전시 편차가 큰 와중에 한국관은 건축에 집중했고, 전시로써 명확하게 보여줄 것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전에 초청받은 설치미술가 최재은


▎(앞줄 왼쪽부터) ‘DMZ 공중정원’ 프로젝트의 최재은 작가와 반 시게루, 그리고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총감독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국제전이 열리는 베니스 아르세날레 전시장의 끝 무렵에 설치미술가 최재은(63)의 ‘꿈의 정원’을 볼 수 있다. 그가 정원을 만들고 싶은 곳은 비무장지대(DMZ)다. 정전협정서에 포함된 지도를 보면, 한반도 허리는 선 3개가 가르고 있다. 군사 분계선과 DMZ의 남북 경계선이다. 최 작가는 DMZ에 남북을 잇는 보행로를 설치하고 싶었다. 그래서 ‘꿈의 정원’은 공중정원 프로젝트다. 총 길이 13㎞의 보행로를 DMZ 내 지면에서 3~6m가량 띄워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뢰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 프로젝트의 전체 구상은 최 작가가, 건축물의 설계는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가 맡았다. 두 사람은 20년 지기 친구라고 했다. 전시장에는 실제 보행로를 1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이 설치됐다. 재료는 대나무다. 빨리 자라고 튼튼한 대나무를 DMZ에 심고, 이를 다리 삼아 대나무로 만든 보행로를 걸친다는 구상이다. 최 작가는 “DMZ 내에 대나무를 심기 위해 현재 담양의 대나무를 수원에 옮겨 심어 기후에 잘 적응하는 지 살펴본 뒤 철원 지역으로 한 번 더 이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은 “구조적으로 계산해본 결과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DMZ에는 힘을 상징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대신해 자연을 상징하는 대나무가 잘 어울린다”며 “통일도 힘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반은 건축계 사회공헌의 선구자다. 그는 1994년 르완다 내전 때 200만 명의 난민을 위해 종이 파이프로 임시 거주지를 만들었다. 종이를 건축자재로 선택한 이유는 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하고,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 그의 종이 대피소는 전 세계의 재난 현장에 등장했다. 그는 그 공로로 2014년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20년 넘게 이어온 사회공헌 활동은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도 주요한 이슈가 됐다. 자신의 작품에만 천착했던 건축가들이 반처럼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집짓기에 나섰다. 난민이나 산촌벽지의 저소득층처럼 지금껏 건축주가 될 수 없었던 이들을 위한 고민이 쏟아진 것이다. 덕분에 반과 최 작가가 함께 한 공중정원 프로젝트에도 더욱 힘이 실렸다. 반은 “2001년 평양을 방문한 적 있어 분단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며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 제안에 선뜻 응했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프로젝트 현실화를 생각하면 이제 출발선에 섰다”고 했다. 그는 기획안을 지난해 통일부에 제출했고, 올해 초 유엔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그에 대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건축가 반은 최 작가에게 악수를 권하며 말했다. “계속 걸어갑시다(Keep walking).”

- 글·사진 베니스=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201607호 (20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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