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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운명의 노리개가 된 위대한 천재의 일대기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신화와 전설에 가려진 인간 나폴레옹의 진짜 얼굴… 현대 세계의 인프라 구축한 위대한 실천력 보여줘

▎나폴레옹-야망과 운명 / 프랭크 매클린 지음 / 조행복 옮김 / 교양인 / 3만4200원
나폴레옹처럼 다양한 역사 해석의 대상이 된 사람도 드물 것이다. 사후 씌어진 그에 관한 책이 60만 권이 넘는다고 한다. 그는 우선 군인으로서 출중했다. 나폴레옹의 전술전략적 탁월함은 현대의 정치와 경영 분야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군사 천재로서의 나폴레옹만으로는 그의 전체상을 보기 어렵다. 정치 체제의 변혁가로서 ‘나폴레옹 법전’이라고도 불리는 <민법전>을 완성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프랑스혁명의 성과를 반영한 이 법전은 법 앞에서의 평등, 신앙의 자유, 사유 재산의 존중, 계약의 자유 등을 포함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적 삶과 민주적 기본 체제의 설계자라고도 할 수 있다. 그의 자장과 에너지는 그만큼 넓고 강력하다. 나폴레옹의 시대는 그가 처음으로 주요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오른 1795년부터 시작해 1820년의 위태로운 왕정복고 시대로 끝난다. 이 25년 동안 현대 세계의 기초가 마련되어 유럽 전체가 변화하게 된다.

2014년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나폴레옹의 시대>는 군인, 혁명가로서의 나폴레옹보다 문화 리더로서의 나폴레옹을 그렸다. 지은이 엘리어스 혼은 영어권 국가에서 가장 훌륭한 역사학자 중한 사람이다. 나폴레옹의 군사영웅적 측면에도 깊은 연구를 축적했지만, 문화인 나폴레옹은 그보다 더 능숙하게 그렸던 것 같다.

문화대국 프랑스의 기틀을 세운 나폴레옹의 야망과 정열 말이다. 나폴레옹은 이렇게 외친다. “파리를 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역사상 그 어느 도시보다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고 또 앞으로 존재할 것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라고. 그는 도시 미화 계획에 전력을 기울였다. 외국과의 전투에서 약탈한 보물로 루브르 박물관을 장식했으며 리볼리 가를 만들었다.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 파리에 운하를 건설했고, 아우스터리츠 전투의 승전을 경축하기 위해 개선문을 세웠다. 현재 아름다운 프랑스 파리의 모습은 나폴레옹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나폴레옹이 중용한 장군들은 젊었다. 어떤 장군이라도 45세에 이르면 더 이상 진취적인 기상이 없다는 것이 나폴레옹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행정부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나폴레옹은 그가 침략했던 나라, 특히 독일의 예술가와 사상가에게 큰 영향을 줬다. 헤겔, 괴테, 베토벤이 그들이다. 그가 추동한 독일의 낭만주의 운동은 ‘질풍노도’와 더불어 프랑스혁명에 내재한 폭력성을 내다보았다. 결국 비이성적인 죽음의 충동과 성애의 결합이다.

신화와 전설에 가려진 인간 나폴레옹의 진짜 얼굴을 보려면 바로 이 책 <나폴레옹-야망과 운명>을 보면 된다. 1000쪽이 넘는 분량에 스토리로 가득한 한 운명적 남자의 기승전결이 담겨 있다. 나폴레옹 독서의 가장 충실한 입문서로 보이나, 입문서 치고는 볼륨이 너무 큰 게 흠이다. 완독을 위해서는 단단한 결심을 해야 하리라. 게으른 독자, 한 권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 책 저 책 더듬는 독자라면 6개월은 족히 걸릴 대작이다.

“실존적인 영웅이자 운명의 노리개였으며 이성의 사도이자 몽상가였고 지적인 거인인 동시에 도덕적으로는 난쟁이였던 사람, 위대한 천재이자 흠결 많은 인간.” 저자가 규정한 인간 나폴레옹, 과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자의 명패다.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201607호 (20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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