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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그림을 읽다’] 정면으로 응시한 ‘나’ 

고독을 일깨우는, 자신을 찾는 순간 

정여울 작가, 문학평론가
‘자기애’의 커튼 속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의 세계…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지혜’, ‘고독을 깨치고 더 큰 세계로 나아갈 용기’가 공존하는 삶을 위하여
#1. 혼자임을 깨달을 때

요새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책제목에서 자주 눈에 띈다. 이런 식으로 ‘자존감’의 뿌리를 파고드는 책들이 눈길을 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자기를 사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감정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일까.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일이 많아질수록 자존감은 ‘꼭 있어야 하는데, 아무나 가지기는 힘든’ 그런 진귀한 감정으로 이상화된다. 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기애에 푹 빠진 나머지 타인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도 많다. 자존감은 확실히 과대평가된 가치다. 게다가 자존감(selfesteem)이라는 감정의 뉘앙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투명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자기를 실제보다 더 크고, 멋지게 생각하는 감정’에 가깝지 않은가. 자신을 크고, 대단하고, 빛나는 존재로 바라봐야만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과연 건강한 감정일까.

우리가 ‘자존감’이나 ‘자기애’라는 감정의 커튼을 걷어내고 진정 ‘자기를 인식하는 순간’은 어떤 때일까. ‘나는 더 강해야 한다, 나는 더 빛나야 한다, 나는 더 사랑받아야 한다’는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천천히 바라보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예술은 본질적으로 문명 안에 있지만, 훌륭한 예술작품은 반드시 문명의 안쪽에서 문명의 바깥을 추구하는 이중성을 지닌다. 위대한 예술 작품은 단지 문명이 약속하는 장밋 빛 환상에 갇히지 않고, 문명의 어둠을 날카롭게 응시하는 자기 안의 투시경을 지닌다. ‘나’를 비추는 마음의 거울 같은 작품들은 특히 ‘혼자인 순간, 인간이 진정으로 자기 자신이 되는 순간’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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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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