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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대선 출사표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신(新)보수론 

“보수와 진보의 거중조정자 역할 하겠다”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사진 공정식 프리랜서
보수 후보 결정되면 표심 결집되고 대선판도에 큰 변화 올 것… 조선의 당파 영수들도 상대를 신뢰, 정치권의 반목과 갈등 이제는 접어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공론의 장에서 토론을 통해 갈등 현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한국 유일의 현직 6선 지자체장인 김관용(75) 경북도지사는 평소 ‘주권재민(主權在民)’을 강조한다. 올해로 지자체장만 23년째. 해를 거듭할수록 국민은 ‘하늘과 같은 존재’임을 몸으로 더 체감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인지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안 인용에 대해 “헌재 심판 결과에 승복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집회에 참석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출생지(선산), 출신교(대구사범학교)가 겹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주창한 새마을운동의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새마을운동의 국제화에도 힘을 쏟아왔다. 탄핵 국면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상임고문으로 힘을 보탰다.

하지만 헌재의 선고에 대해서는 “법치야말로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가장 높은 가치”라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김 지사는 “오늘의 승복이 법치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고, 현명한 우리 국민들이 잘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더불어 탄핵 인용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도 함께 어루만져야 한다고도 했다.

김 지사는 이와 함께 한국 보수의 이념과 진영을 재정립하고 나라를 통합하는 일에 적극 나설 의향임을 밝혔다. 3월 14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평소에 강조해온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3월 4일 대면 인터뷰, 3월 14일 추가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 파면이라는 대혼돈기에 임하는 자신의 속마음을 열어 보였다.

헌재의 탄핵 인용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 온 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께 돌을 던지지는 말았으면 한다. 이러한 불행이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가운영 시스템을 대개조하는 일에 함께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헌재 선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태극기 집회나 촛불 집회 모두 방향은 서로 다를지 몰라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 태극기 집회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것이다. 정치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치권은 광장의 정치를 접고 국회라는 제도적인 틀 속으로 돌아와야 한다.”

“바른정당이 잘했다고 보는 (지역)주민은 소수”


▎김관용 경북지사가 3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제19대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선거에 임하는 국민들의 심정을 읽어준다면?

“국민은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자식의 취업문이 넓어지거나, 하는 일이 잘 풀린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좀 더 나은 사람이 돼서 나라가 안정화됐으면 하는 바람 하나 아니겠나? 우리는 이런 국민 앞에 정직해야 하고, 적어도 정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보수진영의 대통령이 파면당한 상황에서 보수의 힘을 결집할 방도가 있을까?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후보가 확정이 되고, 정책이 국민 앞에 펼쳐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보수가 대결집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관건은 보수진영의 통합에 있다.”

대한민국의 보수가 그다지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수는 앞으로도 국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갖게 될 것이다. 건강한 보수가 있어야 건강한 진보도 있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는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라고 봐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대구·경북도 탄핵이 찬반으로 갈렸다고 들었다.

“대구·경북 민심이 탄핵 찬성과 반대로 갈려 흔들린다는 보도는 사실과 좀 다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평가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고영태 녹취록 등 정작 국민이 알아야 할 내용을 검찰이 제때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여론도 편향된 정보에서 벗어나 다시 결집하는 중이다. 물론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 이상 그 결정에 따르는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구·경북 민심의 향배는 어떤가? 유승민 의원이 속한 바른정당에도 기회가 올까?

“(유승민 의원 등) 그런 문제는 (지역에서) 아예 신경을 안 쓴다. 관심 대상이 아니다. 물어보라. 올 3월 초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바른정당의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배신자’라는 규탄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대구·경북은 원래 반응이 늦다. 하지만 한번 달아오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게 이 지역의 특징이다.”

그러면 대구·경북의 민심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보나?

“지역의 여론은 (보수라는) 한 방향으로 결집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다 안다. 그런데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조건도 안 되는 걸 탄핵으로 몰아간 것에 대해서는 너무했다고 느끼고 있다. 탄핵에 찬성한 바른정당이 잘했다고 보는 주민은 소수에 그친다.”

갈등을 치유하고 힘을 모아 새 출발을 할 때 아닌가?

“기존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칠십 넘은 제가 정치에 나서고자 하는 것이다. 통합과 소통은 진영 논리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지자체 6선(구미시장 3선, 경북지사 3선)인 나는 여기서 그만두어도 명예롭고 인기 있는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기성 정치권이 불신을 받는 시점이라 행정 현장에서 평생을 보낸 제가 희생을 감수하고 중앙정치권에 뛰어든 것이다. 1971년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이래 정치공학이니 정치 기술과는 담쌓고 살았다. 오로지 야전에서 실용을 추구한 행정가일 뿐이었다. 권력욕이 없는 사람인데 (대통령 파면과 같은) 이런 상황이 오니까 다른 도리가 없었다. 불가피하게 자유한국당의 상임고문으로 와서 일하게 됐다. 말리는 이들도 많았다. 상처 입으리라는 점도 잘 안다. 그래도 가서 일을 해보자는 각오로 자유한국당에 들어온 것이다.”

“차별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2월 19일 자유한국당 대구지역 핵심당원 간담회에 참석한 김관용 경북지사와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나란히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도정이 부실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불편하진 않던가?

“(정색을 하며) 더, 더, 더 열심히 한다.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일처리를 다 하면서 정치 현장도 누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치를) 해본들 얼마나 잘하겠냐고 보는 고정관념을 깨주고 싶다. ‘낡은 개념의 연소’, ‘고정관념의 연소’를 통해 나라를 혁신·창조의 길로 이끌고자 한다.”

나라가 분열돼 있다.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한데 어떤 구상이라도 갖고 있는가?

“많은 정치인, 대선주자가 국가통합을 말하지만 그들의 정치 중심에는 ‘사람’이 없다. 사람을 수단으로 활용할 뿐이다. 이게 문제다. 지난해부터 내가 ‘사람 중심’의 가치관을 설파한 이유도 이것이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중심은 사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사람 중심 세상’, ‘차별 없는 나라’를 만들자는 생각을 굳혀왔다.”

그에 대한 액션플랜은 뭔가?

“갈라진 보수와 진보는 분명 차이는 있을지언정 눈이 세 개, 코가 두 개라서 다른 건 아니지 않은가. 각자의 철학과 정체성은 분명히 하면서도 같은 공기를 마시며 함께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다. 서로 다르다는 기반 위에 인간의 존엄성,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선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념에 따른 편가름에 치우쳐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의견은 달라도 서로를 인정하면서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노력을 쏟아야 한다. 그런 조정과 협상에는 노련미와 경륜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므로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는 그다지 순진한 것도, 낭만적인 것도 아니다.

정치는 그다지 순진한 것도, 낭만적인 것도 아니다. “저는 사람 중심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자고 하는 것이다. 말로만 싸울 게 아니라 만나 대화를 해야 한다. 만나 보면 풀린다.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시대를 거치면서 진영논리로 갈라지다 보니 이런 구조를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구도를 깨는 데 굉장한 투자와 노력이 요구된다. 비록 낙선하더라도 이런 주장을 하는 저 같은 사람이 등장한 것도 나라를 위해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얘기하면 낭만적, 목가적이라는 핀잔을 받을 수도 있다. 거듭 말하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어울려 사는 곳이 인간사회다. 정치는 그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면 되는 것이고. 국민이 편하면 지도자가 누구인지 생각할 일이 없어지는 법이다. 선진국이 그렇지 않은가.”

그게 정치권에서 말하는 협치, 대연정인가?

“정치권 용어가 어떤 것이든 훈련이 필요하다.”

듣다 보니 대통령 즉 국가 리더보다는 중재자, 거중조정자 역할을 염두에 둔 듯하다.

“그렇게도 볼 수 있을 거다. 그것도 이분법과 흑백논리로 세상을 오래 봐온 데서 오는 습관의 산물이다. 지도자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날 때부터 천부적인 재능과 조건을 겸비한 지도자는 없다. 환경에 따라 사후적으로 만들어진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같은 분이 한 방에 간 것도 그 때문이다.”

행정에 임한 자세와 각오를 말한다면?

“세상에 절대적인 선(善)이나 절대적인 악(惡)은 없다. 그에 대한 기준이 존재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했는데 당신은 왜 안 하느냐’고 타박을 줘서도 안 된다. 개인적으로 오랜 경험을 통해 찾은 교훈이라면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누구도 그를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사는 도지사 공관이 내게 합당하다고 여긴 적이 거의 없다. 자고 일어나면 ‘이게 과연 내게 어울리는 공간인가, 과분한 건 아닌가’라고 자문하곤 한다. 그런 자세로 도민들을 만났고, 그런 사람을 나라는 필요로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지도자의 덕목은?

“1차 덕목은 책임감이다. 저는 연역적인 사람이라기보다는 귀납적인 사람에 가깝다. 처음부터 목표를 정해서 살아오기보다, 살다 보니 그 목표를 향해서 가는 인생이라고나 할까. 그 단계마다 열심히 살았고 그렇게 축적된 결과가 현재의 제모습이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어렸을 적 꿈이 대통령이었나? 아니었다. 그저 야구하고 개구쟁이로 지내다 인생의 전기를 맞아 진지하게 진로를 개척한 것이다. 정치를 안배우고, 정치 기술을 모르는 게 오히려 제 장점이다. 개천에 용 나듯이 흙수저가 대선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참모들에게 이런 타이틀을 붙이자고 했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것인가?

“당연히 해야지. 내가 그 역할을 맡고자 한다. 보수의 바탕에서 조정하고 통합하는 지도자가 되겠다.”

“강(江)도 없는 곳에 다리를 놔준다는 정치인 경계해야”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일정으로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부인 김춘희 여사와 함께 수제비를 먹는 김관용 경북지사.
어떤 정책에 주안점을 두나?

“지금 대기업을 두드려서 경제정의를 이룬다고 믿는 이들에게 천부당만부당한 말이라고 전하고 싶다. 대기업의 탐욕은 억제돼야 하고 중소기업과 상생의 길을 가야 한다. 중소기업이 활성화되는 정책을 구상 중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일자리와 안보다. 한반도 주변 강국들은 자국중심주의, 대국주의 노선으로 돌아서고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안달이고, 국제사회의 보유와 거래를 금지하는 VX 가스로 김정남을 암살했다. 평소의 경험과 신념을 토대로 당면 현안에 대한 해법을 엮어가는 중이다.”

자유한국당 내 기반이 그리 탄탄하다고 보기 어려운데.

“영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강(江)도 없는 곳에 다리를 놔준다는 정치인의 말에 사람들은 박수를 친다’고. 이런 정치는 근절돼야 한다. 나는 ‘정치를 안 한 정치인’이라는 게 장점이다. 정치로 따지면 신인인데 약점 같지만 더 큰 장점이다. ‘위대한 정치?’ 이런 건 모른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실용주의, 실사구시를 앞세워 당원들의 동의를 구하고자 한다. 사람들을 만나 내가 누구인가를 알리면 반향을 일으키리라 기대한다.”

당내 세력화에 자신이 있다는 말인가?

“23년(구미시장 12년, 경북지사 11년) 동안 지방자치를 일군 사람이 바로 저다. 또 얼마 전 출범한 팬클럽 모임인 ‘용포럼’ 회원이 7만~8만을 헤아린다. 보수의 핵심인 대구·경북에 확실한 기반도 가지고 있다. 이는 자유한국당 경선 주자 중 누구도 가지지 못한 기반이다.”

국민들을 상대로 인지도를 끌어올릴 복안은 뭔가?

“여느 정치인처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서 유권자의 대리만족 심리를 채워주면 재미도 있고 인지도도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6선 지자체장은 제가 유일하다. 지자체 현장 4반세기에서 얻은 철학, 경험에 따라 선거운동을 할 참이다.”

오랜 세월 동안 분권형 개헌을 주장해왔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 생각인가?

“지방자치가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는 중앙집권적 가치와 사고에 의해 재단되고 제약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권형 개헌을 주장했다. 헌법정신에 이를 반영하는 게 우선이다. 저는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여 21대 총선과 같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개헌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같게 하고 이원집정부제로 국정을 이끄는 개헌 말이다. 대선 전에 개헌이 불가능하다면 대통령 취임 후 6개월 안에 개헌을 하겠다. 이번 대선은 임기 단축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대통령 임기 단축이라면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데.

“김 전 대표는 훌륭한 분이다. 주의, 주장이 분명하고 본인의 가는 길도 선명하기 때문이다. 믿음이 가는 정치인이다. 그의 경제정책도 책을 통해서 많이 읽어서 잘 안다. 경제민주화는 너무 과해 현실접목이 어려운 대목도 있지만 의견통합이 가능한 부분도 많았다. 국가로 봐선 중요한 자산이다.”

경상북도는 2월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한민국 독도 수호 범국민 다짐대회’를 열었다. 일본의 노골화된 독도 도발을 규탄하고 영토주권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려고 개최한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종인 전 대표와 국가통합, 국가개조 교감 가능해”


▎2월 1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지지모임인 ‘용포럼’ 창립대회에서 김관용 경북지사가 깃발을 흔들고 있다.
김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해 제3지대로 합류했다. 그와 어떤 인연이라도 있나?

“담론이 분명하기에 김 전 대표를 존경한다. 대한민국 독도 수호하는 행사에 언제 한번 연락을 달라고 해서 독도 행사에 모셨던 것이다. 처한 입장은 다르지만 국가통합, 국가개조에 대한 교감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자주 만나는 사이인가?

“그런 구체적인 건 없다. 다만 우암 송시열 관련 일화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우암은 서인의 거두 아닌가. 당시 라이벌인 남인에는 허목이라는 거목이 있었다. 송시열이 몸이 아파 도저히 견디질 못할 지경에 이르자 아들을 시켜 허목에게 처방전을 받아오게 했다. 그 처방전에는 비상이 들어있었다. 당쟁이 극심하던 시절이라 불상사를 우려한 만류에도 우암은 그 처방전을 따랐고, 회복하기에 이르렀다. 비상이 약재와 결합해서 몸의 독소를 제거한 덕분이다. 처방전을 지어준 허목도, 그대로 따른 우암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살생과 유배로 점철된 사색당쟁의 와중에서도 당파의 영수들은 상대를 신뢰했다는 말이다. 이런 덕목이 우리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요구되는 것 아닐까. 행정을 오래해본 제 눈에는 이런 믿음에서 통합의 길이 열린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대선 전 개헌에 대해 미온적이다.

“정 어려우면 대선후보가 국민 앞에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하겠다는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 차기 정부 초기 단계에서 개헌을 결정해서 국가개조의 틀을 갖추게 하는 것 아닌가. 탄핵 이후의 정국 난맥상, 국민의 분노를 담는 그릇이 개헌이어야 한다. 분권은 물론, 통일·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현안을 개헌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권력구조만 달랑 건드리는 개헌은 진짜 아니다.”

행정 전문가 입장에서 문 전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한다면?

“국민이 평가할 문제이지만 확실히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갔으면 한다. 안보관만 해도 그렇다. 경북 성주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문제로 현지의 저항은 엄청났다. 그래도 나라를 위해 배치 결정을 한 것이다. 왜? 대구·경북은 일제강점기 수많은 항일독립지사를 배출하고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한국동란 때는 국토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한 고장이다. 사드 배치도 그런 연장선에 있다. 국가안보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없다. 이런 문제를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수험생은 남 방해 말고, 자기 공부 해야”


▎김관용 경북지사는 대한민국 미래 100년이 탄핵 정국의 수습 방향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야당에서 여론몰이를 통해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보는가?

“그런 측면이 강하다. 여론을 호도하는…. 국제관계는 외교적으로, 평화적으로 푸는 게 당연하다. 안보를 정치적으로 시비하려 해선 안 된다. 안보가 없으면 경제도 없고 종국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된다.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가 미국의 방어선인 애치슨라인에서 배제되면서 6월 25일 전쟁이 터진 것이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러는(사드 반대 등) 건 정말 아니다. 물론 사드 반대를 주장할 수는 있다고 본다. 공론을 모으는 현장에서 토론을 하다 보면 국민이 답을 줄 것이다. 국민의 뜻에 따르면 된다.”

이번 대선은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선거라는 인식이 광범위하다. 개인적인 생각은 어떤가?

“교체될 수도 있겠지. 그 답은 국민이 주는 것이므로 우리가 예언할 바가 아니다. 국민이 선택하는 거고 국민은 하늘이다. 그게 민주주의다. 이 나라는 백성의 나라다. 지도자의 나라가 아니다. 설령 정치인이 부정 당한다 할지라도, 백성이 정하면 따라가야 하는 거다. 결론이 나면 승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후보단일화 얘기도 나오는데 대선 전에 당대당 통합도 가능할까?

“통합은 명분에서 밀린다. 시간적으로,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정치노선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후보 간 연대는 가능하겠지만…. 두 당의 분열이 참 안타깝다. 만약 내가 옛 새누리당에 좀 더 일찍 들어갔더라면 십자가를 지고라도 바른정당의 이탈을 막아냈을 터이다. 탈당할 인사들을 일일이 찾아가 무릎 꿇고 읍소를 해서라도 분열은 피했을 일이다. 전쟁 중에도 교전국끼리 협상은 하는 법이다. 좀 개방된, 허심탄회한, 현장에 강한 지도자가 있었다면 이랬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으로 빅텐트론, 제3지대론이 다시 관심을 끈다.

“동의한다. 선거나 정치나 재미가 있어야 하고 흥행이 돼야 한다. 보수 진영에서도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국민도 드라마틱한 과정을 기대할 것이다. 보수진영이 아름다운 연대의 모습을 통해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탄핵 후 국민들의 마음을 누가 차지하게 될까? 보수의 집권, 진보의 집권 중 어디를 선호할까? 지혜로운 국민들이 결론을 내줄 것이다.”

대선 이후의 국가 통합에 대해 생각이 많을 듯하다.

“이번 탄핵정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이 달려 있다.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의 극복 의지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위기를 수습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태도도 달라지리라 전망한다. 국민께서도 반목과 갈등을 접고 일상으로 돌아와 대한민국의 새 출발에 힘을 모아주셔야 한다.”

- 녹취 · 정리 신승민 인턴기자

-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사진 공정식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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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호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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