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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명예교수 

“한국 정치문화, 전직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보스톤=김동현 통신원 glutton4@joongang.co.kr
새 대통령, 사드배치 그대로 추진하되 개성공단은 다시 열어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 추구해야 생존 가능해

▎에즈라 보겔 교수는 최근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 “한국의 지도자들은 중국과 미국을 양 극단에 놓을 필요는 없다. 지혜로운 줄타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월간중앙이 <박정희 시대>의 저자이며 동아시아 분야 세계적 석학 에즈라 보겔을 단독으로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 직후에 이뤄진 인터뷰다. 그는 “한국의 정치 문화는 전직 대통령에게 가혹하다”면서 “그토록 순식간에 정권이 붕괴되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그의 평가는 후했다. 그가 재벌들과 유착했다는 일단의 평가를 부정하고 “잘하려고 노력하는 경제인에게 물심양면의 도움을 아끼지 않은 지도자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일컬어 ‘존중하는 제자’로 표현하며 그의 구속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하버드 MBA 출신인 이 부회장이 “강요에 의해 돈을 낸 것이며, 그가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의 청렴 기준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고 생각하는 그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친인척의 부패 의혹에 휘말려 대선 레이스를 중단한 것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굉장히 훌륭한 지도력을 발휘했을 것”이란 평가를 덧붙였다.

동아시아 문제에 대한 보겔의 혜안은 정평이 나 있다. 친화력이 출중한 호인풍으로 미국 정계에 두터운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1967년 이래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했던 미국의 대표적 동아시아 전문가다. 하버드대 동아시아연구소장, 미·일 관계 프로그램 소장을 지냈다. 1979년 일본의 산업 경쟁력과 성장의 수수께끼를 푼 저서 <일등국가 일본>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 이후부터는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연구에 골몰했다. 2013년 출간된 역저 <덩샤오핑 시대>가 그 노고의 산물이다. 또 하나의 역저 <4마리의 용>을 통해서는 전통적 유교윤리가 접목된 동양식 자본주의 정신이 아시아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파했다. 일본과 중국은 물론 한국에도 정통한 지한파로 통한다. 그래서인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한국의 정정(政情)을 살폈다고 한다. 인터뷰는 3월 13일 저녁(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캠브리지 소재 보겔 교수의 자택에서 1시간여에 걸쳐 이뤄졌다. 다음은 문답.

“박근혜의 정치적 붕괴, 참담한 일이다”


▎보겔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급작스런 몰락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1976년 건국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레슬링의 양정모 선수를 치하하는 박정희 대통령과 이를 지켜보는 당시 박근혜 퍼스트레이디.
박정희 시대의 공과(功過)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학자로서,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면?

“대중들은 권위주의적이고 엄격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지연시킨 박정희 대통령을 싫어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선출했다. 대중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의 근대화를 이루어내었다는 사실, 그가 정직한 사람이라는 점을 인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그의 딸인 박근혜에 주목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초반 많은 인기를 얻었던 것을 생각할 때 그가 스캔들로 순식간에 탄핵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국은 전직 지도자에게 가혹한 편이다. 전직 지도자들을 종종 감옥에 보내기도 한다. 박 대통령의 한때 높았던 지지율을 고려할 때 순식간에 그의 인기가 붕괴한 것은 불행한 일이다. 한국이 확고한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부패 문제에 대하여 아주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나의 제자였다. 그를 잘 알고 있는 나는 그에 대한 존중감을 갖고 있다. 그는 정부로부터 출연금을 내도록 강요당했을 것이다. 그가 스캔들의 중심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그에게 부당한 일이다. 한국의 정치 체제는 패배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내가 박정희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그는 재벌들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잘하는 이들을 도와주고자 했다. 정주영 현대 회장을 예로 들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정주영 현대 회장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그를 지원하고 북돋았다. 이병철 삼성 회장과 정주영 현대 회장은 정부를 이용했다기보다 나라를 위해 정말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한 기업인들이었다.”

한국이 패배자들에게 가혹하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리더십의 변화 과정에 있어 한국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정부와 기업 간 관계에 있어 흠결이 없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버드 로스쿨 졸업생이며 나의 친구인 마잉저우 전 대만 총통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나는 농담을 하곤 했다. 두 명 모두 권좌에서 물러났지만 매우 청렴하고 유능한 변호사였다. 그러나 그들은 정치가 무엇인지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치에서 개인적인 부탁을 하려면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해주어야 한다. 정치인이 정해진 규칙에 의해서만 움직이며 완전히 깨끗할 수는 없다. 사람들과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고 때때로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 한국은 청렴의 문제에 있어 매우 가혹하기 때문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조차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하차했다. 친인척의 부패 문제가 불거졌던 것 같은데 이는 몹시 안타까운 일이다. 반 전 총장은 아마도 훌륭한 국가 지도자가 되었을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동아시아 정책의 흐름은 바람직한가?

“우리는 아직 트럼프의 정책을 알지 못한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이상한 이야기를 올려놓곤 하지만 그것은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선되고자 노력했지만, 그가 실행할 정책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트럼프가 정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의 도움이 필요하다.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재풀이 있다. 수없이 쏟아졌던 트럼프의 이전 발언들은 수정될 것이다.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매티스 국방장관, 틸러슨 국무장관 같이 경험이 풍부한 강인한 인물들이 정부에 있다. 주중 미국대사는 중국을 잘 알고 있으며 고위급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이 트럼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정부가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 완전한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꺼림칙하다. 특히 국무부가 그렇다. 트럼프의 많은 결정 중 TPP 탈퇴는 끔찍했다. 미국은 TPP를 지지하지 않음으로써 아시아에서 훨씬 약해졌다. 중국이 역내 가장 강력한 경제 주체로 미국을 대신할 것이다. 트럼프는 교역을 다자 대신 양자로 접근하려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는 상대 정당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내가 젊었을 때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함께 일했다. 당시 의회에는 험프리, 맨스필드, 먼데일, 풀브라이트와 같은 훌륭한 민주당 의원과 벤더빌트, 태프트 같은 훌륭한 공화당 의원이 함께 일했다. 정부 내 협력은 효율적이었다. 정부는 양정당 간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트럼프가 중국을 압박하여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중국이 극구 반대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정책적 모순 아닌가?

“워싱턴에서는 이를 모순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드 배치가 중국을 압박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돕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여전히 사드를 지지할지 여부를 관찰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원하고 따라서 사드 배치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압박이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는 한국과 중국을 이간하는 시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3월 1일 백악관에서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왼쪽),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와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국에 배치될 사드에 대해 중국이 그토록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중국으로부터 더 멀어지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은 중국에 더 다가가고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미국과 더 강력한 유대가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중국의 관점에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한국과 중국을 이간하는 시도이며 실제 그러한 효과가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의 군사적인 측면보다 정치적인 영향을 더 우려하고 있다.”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군사적, 정치적 의도는 무엇이라 볼 수 있나?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기를 바란다. 서태평양과 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바라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고 있으며, 미 정부 내에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현명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이 주변 정세를 해석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중국은 역내 도발적 군사 행동을 하는 데 있어 더 조심스러워 할 것이며, 한미일 간의 안정적 협력은 역내 안정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호주와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은 역내 안정으로 이익을 얻어왔으며, 한미일 3국 간 협력은 아시아 지역 내 안정의 중요한 부분이다.”

한미일 동맹 강화가 중국을 봉쇄 또는 포위하는 시도인가?

“중국을 봉쇄한다거나 포위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중국이 항해의 자유와 법의 지배를 존중하며 지역 내 안정을 해치는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는 이상,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환영한다. 이것이 대다수의 견해다. 그러나 미군은 중국의 군사적 행동과 그것에 대한 대응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워싱턴의 입장에서는 미국에 군사적 위험을 가할 수 있는 국가는 중동을 제외한다면 중국이 꽤나 상위권에 있다. 당신이 미 국방부에 속해 있고 의회에 새로운 군사장비 구매를 설득하고 싶다면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중국이 가져올 위험은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백악관이나 미 국무부에 있다면 미국과 전 세계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 다른 국가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중국을 적으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핵 선제공격은 치명적 실수 될 것


▎지난 1월 17일 세계경제포럼(WEF)에 처음 참석해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한미일 동맹의 강화가 중국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고, 이는 북·중·러의 정치군사적 동맹을 강화하여 북핵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닌가?

“중국이 북한을 중요한 동맹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은 한국과 훨씬 가깝다.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것은 한반도의 장기적인 미래다. 미래의 한국은 북한보다 중국에 훨씬 더 중요하며,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북한에 몹시 실망해 있는 중국과 진지한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미래를 이야기 할 시기다. 한스 모겐소가 말한 대로 역사를 살펴보면 일본이 강했을 때는 일본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쳤고, 중국이 강했을 때는 중국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쳤다. 지금은 중국이 강대한 시기로 한반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지도자들이 현명하다면 이를 건설적으로 타개할 방법은 있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중국과 미국을 양 극단에 놓을 필요는 없다. 지혜로운 줄타기가 필요하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탄의 개발에 성공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이는 진정으로 위험한 시도다. 선제공격은 치명적인 실수가 될 것이다. 동아시아 사정을 잘 아는 대다수의 이들은 선제공격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큰 실수인지, 증오가 얼마나 파괴적인지 잘 알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북핵 위기에 대해 함께 방법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 이뤄질 때 한반도 전체가 전장(戰場)으로 변하여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인데, 한국민과 한국정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과연 가능한 선택이 될 수 있을까?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떤 일이 발생할지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 미국은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의 한국 방문은 미국 내에 한국과 긴밀하게 중요한 의제들을 협의할 인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인물들이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본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전쟁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흥분이 고조되더라도 매티스 장관과 그 측근들이 분위기를 조절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의 불확실성에 비춰볼 때 선제공격이 없을 것이라고 100% 확신할 수는 없다.”

중국은 한미 양국에는 사드배치를 철회하고 군사훈련을 중지할 것을, 북한에는 더 이상의 핵개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양 당사자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견 타당한 해법으로 보이지 않나?

“미국은 중국의 제안을 너무도 빠르게 거절했다. 중국의 제안은 대화 진전의 좋은 바탕이 될 수 있었다. 내가 정책을 담당했다면, 중국의 제안이 논의해볼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라고 말했을 것이고, 그 실현을 노력해보았을 것이다. 중국의 제안을 여기서 상세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1990년대 북한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 대목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아직도 같은 정책을 반복해 더 많은 압력을 넣으려는 이들이 있다. 이 또한 실패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듯 미국 또한 북한에게 약속을 지킨다는 믿음을 주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매우 겁을 먹고 있다. 장성택과 김정남을 살해한 북한의 이상한 리더십은 신뢰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과 대면해야 하며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법을 택할 때는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2015년 12월 타결한 위안부 협상에 대해 한국민과 위안부 당사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본과 맺은 합의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아베의 헌법 개정은 실패할 것”


▎보겔 교수는 김동현 월간중앙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굉장히 훌륭한 지도력을 발휘했을 것”이라고 평가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시진핑의 중국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나? 트럼프의 대 중국 정책은 또한 적절한 선택이라고 보나? 트럼프 시대 미 중관계의 전개를 전망한다면?

“트럼프가 명확한 대 중국 정책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가져간다고 우려하지만, 이것은 정책이 아니다. 현재 국무부와 동아시아 담당 인력들이 충원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무엇을 할지 아직 알지 못한다. 시진핑은 매우 강력하고 결연하며 야심 있는 지도자다. 다음 당 대회에서 권력을 공고히 한다면, 중국은 주변국에 협력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좋은 구상이다. 미국 또한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시진핑은 서태평양과 동중국해의 몇몇 섬과 관련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위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장기집권의 길을 열면서 헌법 개정 등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구축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아베의 외교안보 노선이 한중일 3국 관계에 과연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일국의 지도자는 국내 정치적 이슈와 외교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아베 총리는 그간 상당히 능숙하게 잘해왔다. 국내 정치적 이슈를 잘 관리했지만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고이즈미 정권과 비교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으면서도 그의 국내 지지층을 만족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헌법 제9조 개헌을 밀어붙인다면, 심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고 결국 개헌은 통과되지 못할 것이다. 중국도 이에 큰 우려를 표명할 것이다.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중국은 그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양국이 불필요한 긴장 관계에 놓여 있다. 중국이 과거에 군사적으로 매년 10%정도 성장할 때 일본은 GNP의 약 1%만 군사비에 투자했다. 이는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이 중국 설득해야 제재 풀린다

북한의 핵 위협에도 불구, 한국민은 한반도의 통일을 강하게 원한다. 2개월 후 들어설 차기 한국 정부의 바람직한 대북정책, 나아가 대일, 대중 정책을 조언한다면?

“대북정책이 일정부분 햇볕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나는 생전에 김대중 대통령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북한 지도자는 정직하지 않고 열려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그가 북한에 마음을 열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이후 당시 북한 지도자 김정일은 한국 방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햇볕정책 중 개성공단의 재개는 바람직한 생각이다. 북한은 한국과 일본 기업의 유입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개방에 극도로 신중할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을 다루는 유일한 방법은 특정 조건 하에서 일정부분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이다. 햇볕정책의 기본적인 기조는 올바른 방향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이 많아 분단된 한국의 운신이 참으로 어렵다. 어떻게 헤쳐나갈까?

“대미정책 관련, 사드배치가 시작되었으니 이를 철회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한국은 중국과 협력해 경제제재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중국,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미국과 협의 없이 한국의 힘만으로 중국의 경제제재를 해결하는 것은 한국으로서는 지난한 일이다. 대일 정책에서도 새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 같은 이슈에 지나치게 몰입해서는 안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수단이라도 동원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이슈는 양국 간 경제협력 분야를 확대시키는 일이다.”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보스톤=김동현 통신원 glutto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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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호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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