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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 인터뷰] “이스라엘에는 미국 용병이 없다” 

이스라엘 외교안보전문가 이프레임 인바(Efraim Inbar) 교수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자주국방 위해선 군사력 증강뿐 아니라 주변국 눈치 보지 않고 단독행동 할 수 있어야...북한은 절대 핵 포기 안 할 것, 한국도 북핵이란 현실 안고 살아가는 법 배워야

▎이프레임 인바 교수는 히브리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영문학을 전공 하고,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수료했다. 핵 이슈를 포함한 중동정책, 이스 라엘 외교정책 전반을 다뤘고 외교안보전략 연구소인 베긴 사다트 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바르 일란 대학교 정치학 명예교수다.
“동맹은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이스라엘 학자 이프레임 인바(Efraim Inbar) 교수는 3년 전 방한해 한국에 쓴 소리를 뱉은 바 있다. 그는 “한국은 불량국가인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한국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국가안보에 극히 무책임한 국가처럼 보인다. 핵 보유국은 비핵국가를 사실상 인질화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세계적 석학으로 손꼽히는 이프레임 인바 교수는 자주국방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다. 학계에선 매우 현실주의적인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랍 이스라엘 분쟁과 중동 전략개발의 권위자로,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간 이스라엘 외교안보전략연구소인 베긴 사다트 센터(BESA Center) 소장을 역임했다. 6월 6일 오후 예루살렘에 위치한 그를 자택에서 만났다. 국방력 증가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옹호했지만, 북핵 이슈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인 시각을 비쳤다.

“미국을 염두에 두지만 허락을 구하진 않는다”


▎이스라엘은 테러의 위협이 많은 곳이다. 2002년 이스라엘 북부도시 카르쿠르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에 의해 차량 폭탄테러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이란 국가에는 늘 ‘자주국방’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스라엘이 갖고 있는 힘을 설명해달라.

“이스라엘은 좋은 인재들이 많다. 이스라엘은 징병제다. 남자 3년(현 2년 8개월), 여자 2년이다. 물론 복무기간을 더 줄일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매우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전투적인 투지가 있다. 예를 들면 이번 주에 예루살렘에 테러가 있었는데 경찰과 시민들이 함께 테러리스트를 제압했다. 전시 상황에 다른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이스라엘의 힘이다. 이스라엘에는 미국 용병이 없다. 미국에는 미국의 전쟁이 있고, 우리에게는 우리의 전쟁이 있다. 불가피하게 우리에게는(실전) 경험이 있을 수밖에 없었기에 매우 노련한 군대다. 우리는 항상 실수나 이전의 전투들을 통해 배운다. 빨리 과거에 잘못한 걸 보완하고 수습하는 게 중요하다.”

창업이 번창하고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군문화가 밑거름이 됐다고 들었다.

“분명히 그런 문화가 있다. 우리는 18세에 입대시키며, 그들에게 군대에서는 막중한 책임을 준다. 무엇보다 우리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른 문화에선 실수를 하면 굉장히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하지만 유대인들은 실수가 두렵지 않다. 오히려 실수를 통해 더 배운다. 또 이스라엘 군문화는 경례를 하거나(그는 손을 이마 위에 올리며 말했다) 위계 있는 문화가 아니다. 아무리 젊고 낮은 사람이라도 자기가 제안할 수 있고 새롭게 얘기할 수 있고. 그래서 군 문화가 수평적인 문화다. 장군이 일병에게도 배운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예방 공격을 강조하는데, 이라크의 오시라크나 시리아 원자로 폭격이 있지 않았는가? 미국은 예방 공격을 오히려 제지하려고 하는 입장이다. 미국과 동맹을 맺으면 이 자율성이 제한받게 되기 때문에 동맹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우리는 항상 미국을 염두에 두고는 있지만 미국에 허락을 구하진 않는다.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공식적 협력관계가 아닌 자유롭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냉전시기 독일은 미국 눈치를 보느라 자주 비행기를 띄울 수 없었는데 우리 비행기는 미국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로 이해관계 속에서 합리적인 선에서 그러지, 때로 1급 기밀 같은 건 미국에 통보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한다. 오시라크(작전)처럼.”

혹시 이란에 핵개발 징조가 보인다면, 오시라크나 시리아처럼 공격할 수 있나?

“그렇다. 서방 국가들이 이란을 제대로 제재하지 않으면 선제 공격할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갖고 있는 나라인가?

“말할 수 없는 걸 알지 않나.”(웃음)

이스라엘의 적국에 대한 핵전략은 어떤 것이 있는가?

“현재로서는 이스라엘을 위협할 만한 아랍 국가가 없다. 시리아와 이라크는 사라졌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는 우리의 친구고, 실제적 위협은 이란밖에 없다. 우리는 핵무기를 쓰고 싶지 않지만, 다른 방안들로 해결해나가는 게 더 우선이다.”

한국엔 북핵 위협이 있지 않은가? 어떻게 보나?

“문제가 크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 정권을 교체(regime change)하는 방식이다.”

정권 교체방식이 아니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절대 안 할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남아공,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은 특수한 상황이었고, 북한 핵은 보험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들의 생존을 건 담보이기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장난감을 갖고 있는 것과 같은데 (그걸 포기하겠나).”(웃음)

“10년 전 북한 핵시설 선제 타격했어야”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이스라엘 군의 폭격을 받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 곳곳에서 검붉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는 수단으로 UN에서는 제재나 압박을 강하게 하고 있고, 이젠 대화까지 시도하려고 하는데, (핵 포기 안 하면) 무의미 해지는 거 아닌가?

“대화는 시간 벌기용이다. 햇볕정책을 봐라. 북한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건 중국이다. 그런데 중국은 통일된 한국을 원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핵을 반대한다고 압박하는 시늉을 하지만 그들만의 다른 이해관계가 있고, 한국이 통일되는 걸 내심 원하지 않을 것이다.”

햇볕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돈 낭비였다. 절대 적에게 밥을 주면 안 된다.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봐라. 여기 오슬로 정책과 매우 흡사하다. 땅을 많이 주자, 평화롭게 대화하자? 현실적으로는 안 된다. 여기 하마스 단체가 나이스(nice) 한가? 우리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지만 그들의 태도가 변했나? 우리가 북한을 실질적인 압박을 해야 하지 않나. 물론 위험을 고사하고 어떤 물리적인 압박이 필요하다. 이런 위협은 몇십 년간 이어질 것이다. 공평하지는 않지만, 북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대한민국이 더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 김정은에 대해 물리적인 실질적인 군사적인 압박뿐만이 아니라, 도덕적인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이것은 햇볕정책이 실패했다는 결과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안 될 건 없다. 그러나 대화의 목적이 뭔지가 중요하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벽하고 얘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국에 필요한 북핵 대비방안을 제시하자면?

“한국은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쉽게 해결되진 않지만, 오히려 북핵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북한은 남한을 두려워한다. 칼자루는 한국이 쥐고 있다. 10년 전에 북한을 공격했어야 했다.”

북한의 핵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보나?

“이미 다섯 번을 핵실험 한 것만 봐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그것도 플루토늄 말고도 우라늄 베이스로. 이스라엘 입장에서 두려운 건 북한이 우라늄으로 핵실험을 하면서 이란과 협조를 할 경우 우리에게도 위협이 오지 않을까 하는 문제다. 또 시리아는 북한과 이란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게 분명하다.”

한국의 사드배치 이슈와 관련해서 중국과 갈등이 있다. 중국에 대해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이라고 보나?

“자국의 영토는 스스로 지켜야 하는데 왜 중국을 신경 쓰는가? 물론 이해는 한다.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지만 선택을 해야 한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연평도 포격 당시 연합사령관의 승인을 받아야 해서 사실상 보복을 못 한 적이 있다.

“물론 미국과 소통은 해야겠지만, 단독적으로도 행동해야 할 때가 있다. 비공식적인 어떤 비밀 작전들이 있을 때마다 미국에 공개해야 하는가? 우리가 했다고 ‘공식적으로’만 안 밝히면 되지 않나?(이스라엘은 실제로 이런 정책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용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압박을 가해야 한다. 일본과 협력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악마에게라도 도움 받아야”

이스라엘이 자주국방의 길로 들어선 이유가 디아스포라(diaspora)나 독립전쟁 같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인식 탓 아닌가?

“우리가 자주국방을 할 수 있었던 건 사실,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를 도와주고자 하는 민족이 하나도 없었다. 이스라엘 벤구리온 초대 수상도 나토에 가입하려고 했는데 우리를 받아주지 않았다. 자주국방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여건이었다.”

독립전쟁 당시엔 소련이 체코를 통해 도와주지 않았나?

“그렇다. 소련은 우리가 공산화될 거라 생각했고, 반미적이라고 생각해서 도와준 것이다. 소련은 우리가 영국도 쫓아내길 바라지 않았느냐. 55년에 영국과 프랑스와 동맹을 맺었지만 48년에는 사실 동맹을 맺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소련이 도와줬기 때문에 서로 동맹관계를 맺을 수도 있지 않았는가?

“위기 상황에선 악마에게라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 소련의 목적은 영국을 이스라엘에서 몰아내려고 했던 것이다. 아랍인들이 모두 서방국가와 동맹이었기 때문에, 소련 입장에서도 이스라엘이 그들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있는 게 유리하지 않았을까.”

한국의 국방과 안보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

“그런 거친 이웃 옆에서는, 강력한 군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방어를 위해서 국방력을 활용해야 한다. 확실한 견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 꼭 그들을 견제하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을 견제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핵전쟁에 대비할 시나리오가 있나?

“그에 대한 답으로 전쟁을 대비하라고 하고 싶다. 우리도 무거운 대가를 치렀고, 이 독립을 지켜내기 위해 대가를 치르고 있다. 많은 엄마들이 자녀가 18세가 되면 군대로 보내지 않은가. 소풍이 아니다. 여기에서의 삶의 일부분이다. 그것이 치러야 할 대가라면 치러야 한다.”

이스라엘은 평화로운 상황이라고 생각하나?

“적어도 이스라엘에 핵 위협은 없지만 테러 위협이 있다. 테러에 대한 위협은 당신들에게 없지 않은가. 우리는 이란을 맡을 테니 한국은 북한을 맡아라.”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707호 (201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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