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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슈] 박원순의 MB 고소는 정치적 승부수? 

MB진영과 전면전 불사, 친노의 대리전 논란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국정원 사찰의혹, 박원순 제압 문건 등 줄줄이 검찰수사 선상 올라 ... 정치권의 적폐청산-정치보복 논란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는 지적도

▎박원순 시장은 MB를 국정원법 위반, 공무집행 방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9월19일 대리인들이 고소장을 중앙지검에 제출하고 있다.
박원순(61) 서울시장이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를 국정원법 위반, 공무집행 방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위원장 정해구)가 9월 19일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이 사실이었다고 발표하자 곧바로 법률 대리인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MB측은 격앙했다. “(대통령이) 제압 문건을 보고받고 지시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고 대번에 반박했다. 박 시장이 재반박에 나섰다.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박 시장은 “1000만 서울시민이 선출한 서울시장을 핍박하는 데 당시 대통령이 몰랐다는 게 이해가 되느냐?”고 맞받아쳤다. 박 시장은 “국정원이 서울시정을 훼방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민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며 자신의 소송이 공익적이라는 것을 밝힌 뒤 “공개된 문건이 온전히 실현되는 과정에서 (행정 절차상) 수많은 지시와 보고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원순 제압 문건’은 앞으로 더 발견될 것이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아름다운 인연-악연 넘나든 15년


▎박원순 시장이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검찰이 MB를 기소하고 구속 수사한다면 박 시장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그림이다.
박 시장은 다른 자치단체장들의 ‘MB 공격’도 측면지원하고 있다. 10월 12일에는 국정원의 ‘지자체장 블랙리스트’를 문제삼아 MB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고소한 최성 고양시장과 서울시장실에서 회동했다. 최 시장은 2009년부터 고양시장으로 재임하며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자주 만나 정책대안을 상의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희망제작소 등 박원순 유착행보’라는 제목의 국정원 사찰 문건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최 시장을 비롯해 염태영 수원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 많은 자치단체장이 사찰 대상이 된 부분에 대해 공동 책임을 느낀다”며 MB를 고소한 최 시장과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MB 고소’를 계기로 MB와 박 시장의 15년 인연도 우여곡절 끝에 파국을 맞았다. 서울시장과 시민운동가로 만나 우호적인 관계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2009년 국정원 사찰 의혹이 불거지면서 악연으로 바뀌었고, 이번 일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사이가 됐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2년 시작됐다. 그해 6월 MB는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매달 받는 시장 월급을 통째로 불우이웃 돕기에 내놓겠다”고 공언한다. 사회지도층의 ‘신선한’ 뉴스를 접한 당시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가 서울시장실로 MB를 찾아갔다고 한다. 박원순 이사는 월급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해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소방관과 환경미화원 유가족 등에게 지원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MB는 이에 흔쾌히 동의한다. 아름다운재단은 이 기금을 ‘등불기금’이라고 명명하고 MB와 약정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아름다운재단 명예고문을 맡게 된 MB는 2005년 박원순 이사를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초대했다. 서울시는 아름다운재단·희망제작소와 공동으로 여러 건의 사업을 진행하며 서로 협력한다. 당시 약정한 등불기금도 올해 5월 종료될 때까지 15년간 의미 있게 사용됐다고 한다. MB측이 이번 고소 건에 대해 박원순 시장을 내심 괘씸해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관계’는 2007년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틈이 벌어지게 된다. MB는 참여정부 말기이던 당시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올라섰다. 하지만 당시 정치권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기도 했던 박원순 이사는 정치 참여는 거절하는 대신 MB의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강하게 비판하며 대척점에 선다. 이듬해인 2008년부터 박원순 이사에게 그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희망제작소와 정부가 함께 진행하던 사업이 특별한 이유 없이 해약되는가 하면 재단을 후원하던 기업들도 하나둘 지원의 손길을 뗐던 것이다. 박원순 이사가 자신에게 우호적이었던 기업과 여러 단체의 인사들로부터 국정원 얘기를 들은 것도 이때였다.

국정원의 개입을 확신한 박원순 이사는 2009년 언론에 국정원 사찰 의혹을 폭로한다. 이명박 청와대는 “오해를 한 것”이라며 진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원세훈 국정원장이 강경하게 나섰고, 국정원은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박원순 이사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 당시 박원순 이사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한 것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내 목은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수염은 반역죄를 저지른 적이 없으니까”라는 토머스 모어의 명언을 자신의 저서 제목으로 인용할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그는 모욕적인 일로 받아들였다.

박원순 이사는 국정원의 제소에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정부나 지방정부, 민간기업과 했던 많은 일들이 중단되거나 파기당했습니다. 희망제작소, 더 나아가 제가 관여하였던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에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시민단체가 비슷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심지어 대운하에 반대한 교수들마저 국정원 직원들의 전화를 받거나 뒷조사를 당했다고 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 눈물과 희생으로 이룩한 민주주의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말입니까?”

원세훈 국정원, ‘박원순 죽이기’의 진실은?


▎2002년 자신의 월급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한 이명박 서울시장. 한동안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박원순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이 소송사건은 결국 대법원에서 기각해 일단락됐지만 시민운동가 박원순이 정치 참여를 통한 개혁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박원순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 의혹은 2011년 그가 뛰어든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 ‘박원순 제압 문건’ 논란으로 다시 한번 정치문제로 비화됐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이 강하게 부인해 진상 규명은 무산됐다. 박 시장은 “MB정권 동안 서울시는 중앙정부와의 협치는커녕 추진하는 정책마다 거부당했다”며 서울시와 자신이 홀대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곪을 대로 곪은 박 시장에 대한 국정원 사찰 의혹은 올해 진보진영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사실로 밝혀지게 된다. 대통령이 재가했을 것이라는 국정원 내부 증언이 나오면서 박 시장은 MB를 사법부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는 각오로 MB를 고소할 뜻을 굳히게 됐다고 한다.

박 시장은 특히 취임 직후인 2012년 초부터 계속된 아들 박주신 씨에 대한 보수단체 인사들의 잇따른 병역의혹 제기가 사실상 국정원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데 크게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19일 MB를 고소한 뒤 열린 민주당 적폐청산TF 회의에서 “무려 15차례나 공공 검증을 통해 아들의 병역의혹에 문제가 없다고 밝혀졌는데도 수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사람을 시켜 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댓글을 동원해 저와 제 가족을 수없이 공격했다”며 “국정원의 저열한 공작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박원순 제압 문건’에 나온 대로 19차례나 ‘어버이연합’의 표적시위가 진행됐지만 그동안 당국의 진상조사도,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MB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시장은 MB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도 자신에 대한 정보기관의 사찰과 공작이 계속됐다고 보고 있다. 박 시장 측은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으로 알려진 류우성 씨 사건도 국정원이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한 공작일 수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로 무죄가 선고되기까지 서울시와 박 시장은 간첩을 공무원으로 채용했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박 시장은 ‘MB 고소’가 정치보복 논란이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격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지적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오히려 MB측과의 난타전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MB가 자신에 대한 고소를 정치보복이라고 반격한 바로 그날 저녁에 박 시장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국정원이 국가의 근간을 허물고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이것을 밝히는 게 어떻게 정치보복이냐?”며 “제가 아는 정치보복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에게 가했던 그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치보복 논란이라는 벌집을 건드린 꼴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과 관련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발언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추석연휴 정국을 들썩이게 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기숙 전 참여정부 홍보수석과 페이스북에서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지금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동시에 현실정치로 끌어들인 분은 박원순 시장이지요. 비난은 박원순 시장께 하는 것이 순서”라며 박 시장을 비판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정치평론가는 이를 두고 “박 시장의 JTBC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 등 친노 진영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재인 청와대가 직전 박근혜 정부보다 MB정부에 대한 원한이 더 크다는 것은 청와대 안팎에서는 오래전부터 나돌았다. 친노 인사들이 지금도 잊지 못하는 장면이 있다. 2009년 5월 29일 서울광장에서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행사다. 당시 MB가 일어나 헌화하려고 하자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자리에서 “정치보복 사죄하라”며 항의했다. 백 의원은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갔지만 그의 발언은 당시 친노 인사들의 격한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상주 역할을 맡고 있던 문재인 변호사는 즉석에서 MB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 평소 애티튜드(태도)를 중요시하는 문재인 변호사는 백 의원의 행동이 조문 온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박원순 “정치보복? MB가 노무현에게 했다”


▎박원순 시장은 ‘MB 고소’로 촉발된 정치보복 논란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당시에는 물러섰지만 ‘노무현의 비서실장’ 문재인의 ‘혼네(본심)’는 달랐다. 2009년 변호사 문재인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당시 수사 과정 등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타살적 요소가 있다”고 어필하듯 말했다. 검찰과 국정원 등 당시 MB정부의 권력기관들이 노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친노 진영의 시각과 같았던 것이다. 당시 친노 핵심들은 국정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해 ‘노 대통령이 피아제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등 악의적 소문을 흘렸다고 의심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MB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치보복을 했다’는 생각으로 굳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박원순 시장도 이런 친노 진영의 정서를 잘 알고 있었다. 박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고시(22회) 동기이자 사법연수원(12회) 동기다. 37년간 알고 지낸 사이인 데다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박 시장은 2012년 문재인 후보의 대선 패배 후에도 ‘야인’ 문재인을 챙겼다. 2014년 4월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낡은 사진첩에서 찾아냈다”며 사법연수원생 시절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시장은 당시 페이스북에 “문재인 의원님은 그때도 늠름하셨다. 그 우정을 그대로 간직하며 오늘 오전 서울 한양도성길을 함께 걸을 것”이라고 썼다. 실제 같이 한양도성길을 걷고 밥을 먹었다.


▎박원순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두텁다. / 사진·박원순 페이스북
박 시장은 올해 5월 대선 후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서로 소통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8월 31일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며 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표창장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현재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아 박 시장을 가까이에서 도왔던 측근들이다. 박 시장의 MB 고소를 두고 정가 일각에서 박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을 읽고 발빠르게 MB와 대리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여권에서는 원내대표를 지낸 박영선·우상호 의원, 3선 이인영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주자들이 물밑에서 서울시장 도전을 노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입지가 약한 박 시장은 내년 6월 국회의원 재·보선 때 지역구 출마를 통한 원내 진입도 검토했지만 최근 3선 도전으로 뜻을 굳혔다. 국정감사 정국이 마무리되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국회의원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입성한 뒤 당권 도전으로 방향을 잡자 박 시장은 3선에 성공해 문재인 정부와 임기를 같이하면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도시재생사업 등 박 시장이 주도해 온 서울시 정책의 상당부분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박 시장이 있어야 서울시와 정보공유·협력이 수월하다.

오바마를 성공모델 삼아 글로벌 행보


▎박원순 시장은 MB 고소로 정치보복 논란이라는 벌집을 건드렸다. MB측도 당하고 있지만 않겠다며 역공을 준비 중이다.
박 시장의 이번 승부수는 성공할까? 검찰이 MB를 기소하고 구속한다면 박 시장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그림이다. 박 시장의 성공모델은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였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다. 서울을 손꼽히는 국제도시로 만들기 위해 세계의 석학들을 서울에 불러 자문을 구하고 해외 견학을 하며 글로벌 행보를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시장은 최근에는 국내 정치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방송에도 자주 얼굴을 내밀고 있다.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부쩍 건강을 챙긴다. 지난 7월부터는 마라톤을 시작했다. 1주일에 3번은 한강 시민공원에서 마라톤 연습을 한다. MB 고소를 앞둔 9월 16일 저녁에 박 시장은 운동복 차림으로 마라톤 연습 중인 사진 한 장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한강에서 제 평생 최초로 10㎞를 뛰었다. 다음은 하프입니다! 쉼 없이 도전하겠습니다”고 했다. 그의 진짜 도전은 마라톤이라기보다는 내년 서울시장 3선과 차기 대선이다. 때문에 박 시장의 이번 MB 고소는 차기 대선주자로서 문재인 청와대와 여권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포석이다. MB를 사법적 심판의 장으로 불러들임으로써 박 시장의 ‘몸값’을 높이고 차기 주자로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정치적 묘수로 읽힌다.

우려 섞인 시각도 없지 않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앞두고 정치적 행보를 서두른다는 시각도 있다. 박 시장이 서울시정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7년간 ‘워커홀릭’에 빠진 박 시장을 따르고 보좌하느라 서울시 공무원들의 피로감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박 시장이 부임한 2011년 이후 서울시 공무원 7명이 자살했다. 최근에도 평소 업무 과중을 호소하던 예산과 직원이 목숨을 끊었다. 서울시는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퇴근 후 카카오톡 업무 지시를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고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 버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부서마다 벌여 놓은 일이 워낙 많다고 한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박 시장이 3선에 성공하면 대선 도전에 나설 ‘성과’를 내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할 것이 뻔하다며 벌써부터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안방이 흔들리면 집이 무너질 수 있다. 박 시장은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서두르다 정치적 실책을 했다. 충분한 준비 없이 문재인 후보 측에 각을 세우며 비판했다가 힘에 부치자 일주일도 안 돼 깃발을 내렸다. 당시 여권 주변에선 “박 시장이 고언을 듣지 않는다. 주변에 유능한 참모가 없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정가에서는 이번 MB와의 전면전도 박 시장이 너무 일찍 깃발을 들었다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순 시장의 승부수가 어떤 결론을 맺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201711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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