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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역대 진보정권은 왜 국방예산을 늘렸나 

‘20년 만에 30조원 늘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
DJ 정부 13조원 대에서 文 정부는 43조원으로 증가…북핵 위기로 대북 억제력 무기 소요 대폭 증가해

▎해군 해상작전헬기 AW-159(와일드캣)가 해상 기동을 하고 있다. 와일드캣은 북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비해 도입됐다.
국방예산이란 국가예산의 한 부분으로 군사력 건설과 유지 그리고 운용에 소요되는 비용을 얘기한다. 내년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43조 1177억원. 올해 4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09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방위력 개선비가 대폭 증가했다. 방위력 개선비 중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응한 예산은 4조 3359억원으로 올해보다 13.7%나 많아졌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국방예산 증가율은 큰 이슈였다.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TV 토론에서 국방예산을 둘러싼 논쟁을 벌였다. 유승민 후보는 본인이 국회 국방위원장을 할 때 누구보다 국방예산을 많이 투입했다는 주장을 펴며 설전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보수 정권이 말로는 안보를 내세우지만 실제로 안보와 직결되는 국방 예산 증가율은 노무현 정부가 더 높았다는 주장을 펴며 반격을 가했다. 사실 두 후보의 얘기가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5년간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은 8.4%였다. 반면 이명박 정부 때인 2008∼2012년 국방 예산은 26조 6490억원에서 32조 9576억원으로 연평균 6.1%씩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4년간 국방 예산 증가율은 연평균 4.2%로 이전 정부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국방 예산은 2013년 34조 4970억원에서 2016년 38조 7995억 원으로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3.5∼4.9% 수준이다. 문 후보의 주장은 수치상 약간의 차이가 날 수는 있어도 전반적으로 틀리지는 않았다. 또 유 후보의 주장을 국방 예산의 절대적 규모가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이 또한 사실과 다르지 않다. 사실 진보, 보수정권 할 것 없이 꾸준히 국방 예산을 늘려온 탓에 절대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규모의 군사비 지출국으로 전 세계 군사비 중 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재정 대비 국방예산은 14~15%로 정부 재정 가운데 국방예산의 비중은 OECD 회원국 대비 2.5배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국방예산의 큰 흐름을 보면 정부 재정 대비 국방예산의 경우 1980년에는 34.7%에 달했지만 올해는 14.7%다. 정부 재정 대비 국방예산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재정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방예산 비율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朴 정부 증가율은 하락했지만 연 1조원씩 증액


우리나라의 재정 규모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100조원, 참여정부 때인 2005년 200조원,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300조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때 편성된 올해의 경우 재정 규모 400조원 시대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는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재정 규모 확대와 더불어 지난 2001년 국방예산은 15조원을 돌파했고 10년 뒤인 2011년에는 30조원 이상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경제성장도 국방예산 증가에 한몫을 했다. 1980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방예산은 5.69%였으나 올해는 2.4%로 절반 가깝게 떨어졌다.

우리 경제는 1970~80년대 중화학공업 중심의 압축과 고도성장을 통해 규모를 키워나갔다. 1990년대에도 경제 성장은 이어졌다. 1981년부터 1990년까지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1989년에만 7%로 주춤했을 뿐 1983년 13.2% 등 8~12%대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성장률은 최저 0.7%, 최대 4.7% 정도에 불과했다.

국방예산도 1980년 2조 2465억원에서 1987년 4조 7454억원으로 불어났고 이후 매년 1조~2조원씩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1997년 압축·고도성장의 부작용이라는 폭탄이 터졌다. 결국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로 불리는 IMF 즉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로 들어갔다. 이때 우리 국방예산은 13조 7490억원에 달했고, 다음해인 13조 8000억원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소비 확대와 함께 전자·반도체·IT·벤처 산업을 중심으로 확장 정책을 폈다. 1999년 경제성장률이 11.3%로 반등했고, 2000년과 2002년 역시 8.9%와 7.4%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1999년 3.6%, 2000년 4.8%, 2002년 3%이던 세계 경제성장률을 다시 앞섰다. 주춤했던 국방비 증가율도 2002년 들어서면서 대폭 증가했고 당시 국방예산은 1998년보다 2조원 이상 증가한 16조 3640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국방예산 증가세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국방예산은 24조원을 넘어섰고 2005년 국방비 증가율은 9.9% 그리고 2007년과 2008년 2년 연속 8.8%에 달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큰 폭으로 늘어난 국방예산 증가율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둔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그 여파가 2009년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0년 국방예산 증가율은 3.6%에 불과했다. 이는 198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연이어 터지면서 2011년 6.2%로 늘어났다. 반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방예산 증가율은 2013년 4.2%로 시작해 2015년 4.9%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16년 3.6%로 떨어진 뒤 올해 4.0%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국방예산 증가율만 놓고 봤을 때는 진보정권이 보수정권에 비해 압도적으로 국방예산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저성장이 본격화했고, 박근혜 정부의 경제 성장률은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8%, 2016년 2.8%에 불과했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국방부가 발표한 연도별 국방예산 배분 추이를 보면, 박근혜 정부시절 국방예산은 이전에 비해 증가율은 떨어지지만 국방예산 액수는 1조원 이상씩 꾸준히 증가했다.

정권 상관없이 예산 절대규모는 점점 커져


▎서해 최전방 백령도 해병대 6여단에서 장병의 사격술 숙달과 작전대비태세 완비를 위해 K-9 자주포 해상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부는 2018년 K-9 자주포의 성능개량 사업에 예산 48억원을 편성했지만 정부논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사진제공·김대영
해외의 경우 진보 정부가 집권하게 되면 국방예산을 줄이고 복지 분야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꾸준히 국방예산을 늘려왔다. 특히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국방예산 증가율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진보정부가 국방예산을 늘린 배경에는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가 한 몫을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레드 콤플렉스란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이 극대화돼 진보주의 자체에 대해 혐오감을 갖거나 빨간색에 대한 반감을 가지는 극단적 반공주의를 뜻한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임기 동안 야당과 보수 세력으로부터 이러한 공격을 끓임없이 받아왔고, 이러한 점을 만회하기 위해 국방과 안보 분야를 더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치고는 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높은 국방예산 증가율이었다. 여기에 더해 노무현 정부의 국방정책이 국방예산을 끌어올린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는 국방개혁과 함께 자주국방과 전시작전권 전환에 초점을 맞춰 관련 정책을 펴나갔다. 이런 정책적 이유로 국방예산 증가율이 대폭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당시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국방예산의 대폭 증가를 놓고 노무현 정부가 천명한 평화번영 정책과 어긋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방예산 증가율은 김대중 정부보다 높았다. 그러나 GDP 대비 국방비 비중과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국방예산 비율은 한미동맹과 한미연합을 얘기하던 김대중 정부보다도 오히려 떨어졌다.

반면 보수정부 즉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우 국방 예산 증가율이 하락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한미연합사인 만큼 전시작전권 전환의 재연기를 통해 국방비를 많이 늘리지 않고도 도발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조 덕분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비해 GDP 대비 국방비 비중과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국방예산 비율 그리고 국방예산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우 국가 재정 규모가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국방 예산이 증가했고 방위력 개선비 즉 군사력 증강에 소요되는 비용 중 전력 증강에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은 오히려 꾸준히 증가해 2013년에는 방위력 개선비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한다는 능동적 억제전략을 추진하고자 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기조와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정부의 이미지를 감안하면 국방예산 증가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정권에 따라 국방예산 증가율만 놓고 보면 대폭, 소폭의 차이는 있지만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국가적 경제 위기에도 국방예산의 절대규모는 계속 커졌다. 앞서 살펴봤듯이 이는 진보 정부냐 보수 정부냐의 문제와 상관없는 대체적 추세였다.

이제는 관점을 달리해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방예산이 얼마나 늘었는지, 혹은 줄었는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국방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잘 사용하느냐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져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월 및 불용의 사유로 집행되지 않은 국방예산이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방부가 지난 5년간 이월·불용의 사유로 집행하지 않은 예산이 8조 5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월액은 정부 부처가 지출하지 못하고 다음 연도로 넘기는 돈이다. 불용액은 집행되지 않아 국고로 환수되는 돈이다.

이월·불용액 관리 잘하는 것이 중요


▎한국 공군 단독의 대규모 전역급 공중전투훈련인 ‘소링이글 훈련’에 참가한 KF-16 전투기가 공중임무를 위해 출격하고 있다. 기습 침투하는 대량의 적 항공기를 저지하기 위한 훈련으로 2008년 처음 시작돼 매년 두 차례씩 실시하고 있다. / 사진제공·김대영
2015년 국방 예산에서 이월액과 불용액은 각각 9857억원, 9495억 원으로 총 1조 9352억원의 예산이 집행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복지예산에 밀려 국방예산 확보가 제한된다는 것은 과장된 핑계에 불과하다”며 “이월과 불용만 제대로 관리해도 국방예산 증가율을 4.4% 이상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가지 따져볼 문제는 국방예산과 일자리의 상관 관계다. 우리나라 국방예산의 문제점 중 하나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미국의 정부예산 대비 국방비 비중은 각각 15~17%, 15%인 데 비해 제조업 내 방위산업 고용 비중은 각각 14.3%(2014년), 10%(2015년) 이상으로 매우 높은 고용률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예산 대비 국방예산 비중이 10% 이상인데 비해 제조업 내 방산 고용 비중은 0.9%에 불과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방위산업 고용 규모는 3만 8000명으로 추정돼 전년 대비 4.1%, 5년 전 대비 23.9% 증가했다는 점이다. 방위산업 고용 증가의 주요인은 뭘까.

우선 군 수요를 기반으로 한 내수 기반이 확고했다는 점이다. 또 함정·항공기를 비롯한 방위산업 분야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내수와 수출 부문의 쌍끌이 효과가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방위산업 생산액은 전년 대비 8.6% 증가한 16조 3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5년간 56.7% 증가했다. 또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커지면서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한 각종 소요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독자적 한국형 3축 체계 즉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제, 한국형 대량 응징보복체계 구축과 전시작전권 조기회수, 그리고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 요구 등은 향후 국방예산의 대규모 증가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무기체계 획득 사업에 대한 선행연구 사업 분석시에 고용영향평가 등 경제성 분석 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노력이 더해진다면 국방예산 증가가 자연스럽게 일자리 창출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

201711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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