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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 교통사고 환자는 한방병원의 봉? 

국토부-복지부 방관 속에 한의사의 ‘캐시카우’ 된 자동차보험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대형 한방병원 한 곳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빅5’ 종합병원 전체와 맞먹어…과잉·허위진료로 보험료 부담 가중되는데도 관계 당국은 ‘모르쇠’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진료수가가 현실화된 이후 나타난 기저효과’란 주장과 ‘비급여항목을 노린 과잉진료’란 반론이 엇갈린다. 손해보험업계는 “한방 때문에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어렵다”고 치고 나온다. 의료현장에서 숨죽이고 있는 한의사들에게 ‘과잉진료’의 실체를 물었다.


▎한방병원업계는 2014년부터 비급여 진료를 지렛대로 급속히 덩치를 불리고 있다.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심평원은 무력하기만 하다.
지난해 가을, 회사원 김용훈(가명·41)씨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충돌사고를 당했다. 교차로를 지나는 순간 다른 차가 측면을 들이받았다. 뒷목이 뻐근한 느낌이 들어 김씨는 보험 접수를 한 뒤 근처의 한방병원을 방문했다. 한의사는 이곳저곳을 살펴보더니 추나 치료와 뜸, 한약 복용을 권했다. 의사는 “몸의 기운을 북돋워야 후유증이 없다”며 “보험이 적용돼 자기부담은 없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김씨는 “몸에 좋다는 보약을 공짜로 지어준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한방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방 치료와 보약은 몸의 피로를 풀어주고 원기를 회복해준다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비싼 진료비와 약제비용 때문에 자기 돈을 들이기엔 부담이 컸다. 그런데 2013년에 한방병원의 자동차보험이 수가가 현실화되면서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한방병원들은 ‘공짜’를 강조하며 교통사고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한방 치료를 받는 게 낫다’는 인식이 이때부터 입소문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KIRI) 연구위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방병원을 찾은 교통사고 환자 수는 2014년 12만8000명에서 2016년 21만3000명으로 66.4% 늘었다. 같은 기간 양방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0.9%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송 연구위원은 “2014년부터 자보 한방 진료비 심사기준이 명확해지면서 한방 의료기관이 교통사고 환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한방병원의 자동차보험 적용 기준이 바뀐 건 2013년 6월부터다. 국토교통부는 추나요법, 약침 등 비(非)급여 항목을 보험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첩약(탕약) 수가도 한 첩당 4870원에서 6690원으로 40%가량 올랐다. 교통사고 환자는 하루 2첩, 10일 분량(13만3800원)까지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호재를 만난 한방병원들은 양방병원보다 나은 서비스를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교통사고 환자를 유치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자동차보험 진료 분야는 한방병원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진료 항목이 대부분 비급여 대상이어서 추가 진료비에 부담을 느낀 환자들은 한방보다 양방병원을 선호했다. 보험 급여 심사업무는 손해보험사들이 직접 맡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러다 2012년 국토부가 관련법 개정안을 내면서 심사 업무를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보험심사평가원으로 이관했다. 심평원이 보다 전문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방병원 과다한 ‘교통사고 환자 모시기’ 경쟁


▎대한한의사협회는 “자보 한방 진료비 급증은 기저효과”라고 주장한다. 2013년 9월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한의사 협회 사원총회 모습.
한방병원 이용자가 늘면서 자동차보험의 한방 진료비 규모도 덩달아 크게 뛰었다. 심평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정보’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년 사이 자동차보험 분야의 양방(의·치과) 진료비는 1조1512억원에서 1조1988억원으로 4%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한방(한방병원·한의원) 진료비는 2722억원에서 4598억 원으로 69% 급증했다. 한방병원의 진료비에서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율도 30%로, 건강보험 비율(4%)의 8배에 육박했다. 서울 강남의 한 중형 한방병원의 경우 2014년 한 해에만 55억원의 자동차보험 진료비 수익을 올렸다.

한방 의료계에선 한방 진료 서비스를 경험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져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보고 있다. 박윤희 한방재활의학과학회 부회장은 “한의사는 질병을 보기 전에 환자를 본다는 점에서 한방진료의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환자들은 경증(輕症)이 많아요. 경증은 검사해 보면 대부분 이상이 없다고 나오거든요. 하지만 정작 환자들은 밤에 제대로 못 자고 불안해합니다. 한의사들은 단순히 목이 아픈 것뿐만 아니라 어지럽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들을 통합적으로 치료합니다. ‘어, 한의사들은 좀 다르게 보더라’는 거죠. 한방진료 수요가 늘어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손해보험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과거에는 멀쩡하면서도 보험금을 많이 타내려고 스스로 과잉진료를 요구하는 ‘나이롱 환자’가 많았지만, 한방 보험 적용 항목이 확대되면서 병원이 스스로 불필요한 진료를 추가해 보험금을 빼먹는 ‘과잉진료’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방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런 주장을 시인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년 가까이 한방 의료수가 문제에 관여해 온 모 한의대 교수 이모 씨는 “실제 과잉진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주류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한의학계에서 이단아로 낙인찍혔다. 그는 “같은 병증을 보이는 환자들이 있을 때 건보를 적용하면 3만원 나올 게 자보로 가면 6만~7만원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말이다.

“첩약을 지을 때 이 약제를 왜 써야 하는지 논리가 없어요. 자보수가기준에도 건보가 적용되는 약제를 우선 쓰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비싼 비급여 약제를 고집할 때는 이유가 있어야 되는데, 없어요.”

이런 일이 가능한 건 자동차보험 보장 항목에 금액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한약제제 급여 목록 및 상한금액표’ 고시를 통해 보험 적용 기준을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다.

한방병원마다 처방이 일관되지 못한 실태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11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대인(代人) 배상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통해서다. 보험개발원은 가장 가벼운 증상인 경추염좌 환자가 한방병원에 갔을 경우를 가정해 진료비를 산출해냈다. 경추염좌란 근육이나 인대가 손상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보험개발원 산출 결과, 첩약의 경우 한방병원 진료비 상위 10%의 평균이 29만9900원으로 하위 10%(6만7100원)의 4.5배를 기록했다.척추·골반 등을 교정하는 추나요법은 상·하위 각각 10% 간 진료비 편차가 17.2배에 달했다.

한방물리요법 진료비는 ‘부르는 게 값’?


특히 한방물리요법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나 다름없다. 초음파·초단파요법 등 의료기기를 이용한 재활치료법과 도인(導引)운동요법 등 수기요법이 한방물리요법에 해당한다. 같은 한방 비급여 항목이라도 첩약과 추나는 진료수가가 정해져 있지만, 한방물리요법은 비용 기준조차 없다. 이 교수는 “추나가 1회 진료에 1만원도 안 되던 시절에 도인운동요법은 3만~4만원 받아갔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방병원들이 자동차사고로 내원한 환자에게 한방물리요법 처방을 늘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 결과 2016년 한 해에만 한방물리요법 진료비가 162% 증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같은 해 전체 한방진료비 증가율(29.5%)을 훨씬 뛰어넘은 수치다.

진료비 기준을 두고 의료 현장의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국토부는 지난해 9월 한방물리요법에 대한 진료수가를 새로 만들었다. ‘의료기관의 침구실 등에서’ ‘한의사가 직접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진료기록부에 기록한 경우’에만 진료수가를 산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세부 기준이 없어 갈등 요소는 여전하다. 예를 들어 한의사가 도인운동요법을 1분만 시행하고 진료비를 청구하더라도 심평원은 이를 반려할 방법이 없다. 양방 도수치료의 경우 재활의학과·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가 직접 10분 이상 실시하도록 규정한 것과 대조된다.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한방 사무장병원’은 규정의 빈틈을 파고들어 폭리를 취한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의료법상 의사·한의사가 아닌 개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을 설립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한 현직 한의사는 “한방 사무장병원의 수익구조는 기본적으로 ‘박리다매’”라며 “진찰·침·뜸·부항 등을 다 시술하려면 환자 한 사람당 몇 시간씩 걸리는데 일부 한방병원에선 하루에 100명씩 진료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의사의 직접 진료 시간 규정이 없으니 이렇게 해도 불법은 아닌 것이다.

현장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한방병원이 환자당 진료비를 과다 청구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당국은 이를 방관하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송 연구위원도 “최근 한방진료비 급증은 한방을 이용하는 환자 수뿐만 아니라 1인당 한방비급여 진료비(연평균 8.0%)의 증가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높은 환자 만족도’를 내세우는 한의사협회 측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어차피 교통사고 환자들은 자기 부담이 없으니 질환과 상관없더라도 건강상태를 검사해주고 한약도 지어주면 당연히 좋아하겠죠. 공짜로 준다는데 싫어할 환자가 어디 있습니까? 조사 자체가 무의미한 거예요. 의료기관이면 회복율 같은 지표로 따져야지, 세상에 만족도로 의료 수준을 평가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을 겁니다.”

과잉을 넘어 허위로 자보 진료비를 청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의사 최모 씨는 “5년간 봉직의로 근무한 모든 한방병원에서 보험 사기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신분 노출을 우려해 수차례 거절한 끝에 조심스럽게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그는 “(허위 진료비 청구에 대해) 병원 내부에 문제 제기를 하자 동료 한의사들이 나를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집단 구타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의사 면허는 지금도 제 자부심이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지키고 싶다”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허위진료 문제 제기한 동료 한의사 집단 폭행도


▎1. 최씨는 진료차트에 ‘추나 제외’를 수차례 적어뒀다. 그러나 병원 청구과장은 문구 하나하나를 모두 수정 테이프로 덧칠했다. 명백한 차트 조작의 흔적이다. / 2. 최씨는 해당 환자에게 추나와 습부를 처방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란으로 남아있어야 할 ‘추나’ ‘습부’ 줄에 동그라미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 3. 추나요법은 척추나 골반 등을 교정해주는 수기요법이다. 건강보험에서는 비급여 진료지만, 자동차보험에서는 2005년에 추나요법에 대한 진료수가가 정해졌다. (위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최씨는 2016년 3월 수도권의 한 중소 규모 한방병원에 들어갔다. 이전에 있던 병원에서 보험사기를 둘러싸고 경영진과 충돌했던 탓에, 최씨는 ‘환자별로 차트를 일일이 대조해 진료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약속 받고 들어갔다. 병원 청구과에서 진료차트를 조작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청구과장 역시 “추나나 습부(부항요법의 일종)를 제외할 환자가 있을 때 사전에 알려주면 우리가 알아서 제외하겠다. 결코 무리하게 청구하지 않는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청구과장의 약속은 공염불에 그쳤다. 들어간 지 얼마 안 됐을 때 차트 조작의 징후를 발견했다. 최씨는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친 환자를 진찰한 뒤 추나요법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청구과장에게 “추나와 습부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러고서 진료차트에 서명했다. 그러나 일주일 후 확인한 진료차트에는 ‘추나’와 ‘습부’ 항목 선택란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최씨는 곧바로 청구과장에 항의하고 진료차트 뒷면에 ‘추나 제외’라고 재차 기재했다. 이후 다시 진료차트를 확인했을 때 ‘추나 제외’란 글씨는 수정 테이프로 지워져 있었다. 허위청구를 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최씨에 따르면 이 한방병원은 진료차트의 ‘추나’ ‘습부’ ‘건부’ 항목을 공란으로 두고는 담당 한의사와 퇴원하는 환자의 서명을 먼저 받는다고 한다. 나중에 공란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서류를 조작해 허위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이다. 환자에게 보험사가 일일이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허위청구를 적발해내기가 어렵다. 최씨는 병원에 근무한 한 달 남짓한 동안 40건의 조작 사례를 사진으로 찍어 수사당국에 넘겼다.

광주지방경찰청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험범죄 대응 백서]에 따르면 보험사기범들의 범행 수법 가운데 허위 입원이 285명(80.3%)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이들은 한의사 명의를 빌려 한방병원을 연 뒤 ‘가짜 환자’들을 끌어 모은다. 본인 부담이 없는 교통사고 환자들이 주요 대상이다. 사기범들은 입원하지도 않은 환자들을 치료한 것처럼 차트를 조작해 진료비를 청구한다. 최씨가 근무했던 한방병원은 가장 전형적인 방식의 보험사기를 저지른 셈이다.

지난해 손해보험업계는 1998년 이후 20년 만에 흑자 전환을 맞이했다. 2016년 금융당국이 대물배상 관련 제도를 손보면서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이 눈에 띄게 개선된 탓이다. 손해율이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적정 손해율을 78% 안팎으로 본다.

최대 흑자 낸 보험업계, 보험료 인하 난색 이유는


▎2012년 2월 국토부는 개별 보험회사가 담당하던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 업무를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위탁하는 법안을 냈다. 강원 원주시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옥 전경.
수익성이 높아지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 이익을 보험 소비자에게 환원하는 차원에서다.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현대해상 등 손해보험업계 ‘빅3’는 사상 최대 실적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런데도 보험료 인하율은 0.7~2.7%에 그쳤다. 생색내기 수준이었다.

손해보험업계는 한방병원의 과잉·허위진료 증가를 내세워 추가 인하에 난색을 나타낸다. 한방병원들이 진료비를 과다 청구하는 탓에 보험 손해율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황원준 손해보험협회 의료지원팀장은 “대물배상과 별개로 대인 쪽은 지금도 손해율이 90%를 웃돌 정도로 굉장히 높다”며 “한방이 대인 쪽 발목을 잡고 있어 보험료를 추가로 인하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방 의료계에선 “엉뚱한 핑계”라며 반발한다. 서울의 한 중형 한방병원 관계자는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1조원을 넘어 전년보다 30% 넘게 상승했다. 한방병원의 자보 진료비 규모는 손보사들의 이익 규모에 비춰볼 때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업무 소관부처인 국토부의 미숙함과 의료보험체계 전문가인 복지부의 무관심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오랫동안 건강보험을 운영해온 복지부의 노하우를 국토부가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양방 병원 진료비의 경우 건강보험의 기준을 거의 그대로 준용하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지만 한방의 경우는 기존 건강보험 기준과 달라 사각지대가 생긴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보 진료비 심사 업무를 맡은 심평원의 역할과 권한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평원이 자보 심사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되는 진료비 청구내역에 대해 조사할 권한이 없어 제도의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이야기다. 자보에도 현지조사제도를 도입해 진료비 적정성을 심사하고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현지조사는 의료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로 생각하면 쉽다. 조사팀이 의료기관을 찾아가 최근 3년간 진료기록을 전수 조사하는 식이다. 기업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의료기관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다. 반면 현행 현장심사제도는 일상적으로 청구되는 진료내역에 대해 의심 가는 사항이 있을 경우 그 건에 한해 적절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교묘하게 서류를 조작하면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면서 허위 여부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 교수는 “현재 과잉진료 문제의 책임은 90% 이상이 심평원에 있다”고 단언했다. 심평원장이 결단만 내리면 부당 청구가 의심되는 건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현지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건보 체계에서는 심평원이 보건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하도록 돼 있다. 이씨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국토부 소관이라 하더라도 심사 업무는 심평원이 맡아서 하는데 상급기관인 복지부에 의뢰를 할 수 없다는 건 책임 회피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 관계자는 “우리는 위탁 심사를 하고 있는 것일 뿐 현지조사에 대한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건강보험에서는 복지부가 현지 조사를 하면 심평원 급여조사팀이 업무지원을 한다. 그러나 자보에 대해서는 이런 절차를 명시한 법령이 없다”고 덧붙였다.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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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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